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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앞선 핀란드의 학생인권조례

글·사진 | 이보영 핀란드 통신원

입력 2012.03.08 14:40:00

한 발 앞선 핀란드의 학생인권조례


학생인권조례가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학창시절이 갑자기 플래시백처럼 지나갔다.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여학생의 얼굴을 돌려차기로 가격했던 체육 선생님, 귀밑 1cm도 아닌 귀와 똑같은 길이를 강요받아 그야말로 머리를 밀고 다녔던 중학생 시절, 손톱에 투명 매니큐어를 발랐다고 선생님으로부터 온갖 모욕과 함께 신체적 체벌까지 받았던 학급 친구 등.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핀란드에서 이 말은 과장된 말이 아니다. 핀란드는 1983년, 스웨덴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가정과 학교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향한 모든 폭력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그 이후 핀란드 사회는 어린이와 10대 청소년에게 가해지는 신체적 폭력에 대해 ‘제로 톨레랑스(Zero Tolerance)’로 대응하며 작은 폭력도 결코 지나치지 않고 있다. 핀란드 신문에 보도되는 아동 폭력 관련 기사를 보면 아동에게 가해진 폭력은 아무리 소소하더라도 범죄 행위가 됨을 알 수 있다. 며칠 전에도 머리카락을 끌어당겨 자식에게 가볍게 주의를 준 부모가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자식에서 배상금까지 물어줘야 한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교육계는 요즘 노동 체벌로 설왕설래 중

한 발 앞선 핀란드의 학생인권조례

학교에서 흡연을 한 아이들이 체벌 받고 있는 모습. 핀란드에서는 가정과 학교에서 모두 체벌이 금지돼 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에 대한 신체적 체벌 혹은 접촉은 극도로 제한돼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내리는 최대 체벌은 방과 후 혼자 앉아서 반성의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 수업 시간에 방해가 되면 퇴장을 명령하는 것 정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퇴장 명령이 구두로만 가능했기 때문에 학생이 퇴장을 거부하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나마 요즘은 법 개정을 통해 교사가 아이를 강제로 퇴장시킬 수 있다는 규정이 생기면서 학생 통제에 약간 숨통이 트였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공부 잘하고 모범적이라고 소문난 핀란드 학생들이지만 10대 청소년을 가르치는 일은 핀란드 교사에게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며칠 전 핀란드 교총에서는 현재 체벌 방식으로는 아이들을 학교에서 가르치기가 쉽지 않다며 학교 체벌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렇다고 이들이 때린다거나 그 밖에 뭔가 강력한 체벌제를 도입하라는 요구는 절대 아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새로운 체벌은 ‘노동 체벌’이다. 학생들이 뭔가 잘못했을 때 자신의 잘못을 ‘노동’으로 복원해놓도록 하자는 것이 그 주요 내용이다.



한 발 앞선 핀란드의 학생인권조례


교총의 이런 건의는 핀란드 한 일간지 여론 조사에서 무려 77%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견이 쉽게 받아들여질 것 같지는 않다. 교육부 장관은 체벌을 하나 더 늘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며 이 의견을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간접적으로 내비쳤고 교육 전문가들의 반대 의견도 높다. 이들은 노동으로 벌을 주는 것은 감옥에서나 가능한 일이며, 학교는 감옥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렇게 학교 체벌 하나 늘리는 것을 놓고 핀란드 사회가 설왕설래하며 들썩이는 것을 보면, 핀란드의 학생 인권이 얼마나 중요하며 존중받는 권리인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은연중 군대와 감옥에서 통용되는 것과 비슷한 규율을 ‘공부에 방해된다’는 그럴듯한 이유로 포장해서 강요해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이보영씨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교육공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99년부터 핀란드에 거주하고 있으며 핀란드 교육법을 소개한 책 ‘핀란드 부모혁명’ 중 ‘핀란드 가정통신’의 필자이기도 하다.

여성동아 2012년 3월 5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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