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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이경섭의 속 시원한 한방

봄철 불청객, 춘곤증을 이기는 법

사진 | Rex 제공

2012. 03. 07

춘곤증은 공부나 일의 능률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피로를 누적시켜 만병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춘곤증의 원인과 해결책을 알아봤다.

봄철 불청객, 춘곤증을 이기는 법


봄이 되면 사람들은 의욕을 갖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 한다. 며칠 전 진료실을 찾은 32세 직장인 A씨도 그런 마음이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평소보다 더 피곤하고, 충분히 잠을 자도 졸음이 쏟아지더라는 것. 또 자꾸 하품이 나오고 어지러우며 목덜미가 뻐근한 증상도 나타났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느끼는 이런 피로감은 보통 ‘춘곤증’ 때문이다. 춘곤증이란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특별한 질환 없이 몸이 나른하고 피로한 증상을 말한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면 낮이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가는 등 외부 환경이 변하고 신체도 여기에 생체 리듬을 맞추게 된다. 상대적으로 활동량이 적은 직장인들이나 학생들은 이런 빠른 봄기운에 적응하지 못해 신체적 부조화 현상을 느낀다. 대표적인 증상이 졸음, 식욕부진, 소화불량, 현기증 등이다.
하지만 피로감이 비정상적으로 심하거나 체중 감소 혹은 실제 체온계 상에서 체온이 상승되는 등 뚜렷하게 병적인 증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정밀 검사를 받아 특정 질환의 유무를 감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열이 있고 기침을 하면서 몸이 나른한 경우 ‘결핵’을 의심해볼 수 있으며, 황달이 동반된 경우에는 ‘간염’, 몸에 부기가 있으면 ‘신장염’을 의심해야 한다. 이외 당뇨, 갑상선 질환이나 빈혈등 각종 악성 질환도 대개 심한 피로를 동반한다. 이런 질환으로 인한 피로감은 춘곤증과는 다르므로 즉시 전문적인 의학적 처치를 받아야 한다.
한의학적으로 춘곤증이란, 봄에는 기운이 상승함에 따라 발산하는 기운이 강해 신진대사가 항진되는데, 겨우내 움츠렸던 인체가 상승하는 봄기운에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병으로 본다. 한방에서는 춘곤증을 허해진 기운을 보충해 나른함이나 기운 없음을 다스려준다. 또 맑은 기운(淸陽之氣)이 머리로 잘 올라가도록 도와서 머리가 멍하거나 무기력하고 졸리는 증상을 개선하며, 소화불량이나 집중력 저하 등 증상에 따라 처방을 달리해 다스린다.
이와 함께 생활 태도와 리듬을 계절마다 달리해 변화에 순응하는 것이 건강 유지의 비결이다. 봄에는 봄의 기운처럼 화창하고 생동하는 심리 상태를 유지하고, 새로운 일을 계획하며, 옷을 느슨하게 입는 것이 좋다. 전반적으로는 봄기운의 이미지에 어울리도록 생활할 것을 권한다. 낮의 길이가 길어짐에 따라 아침 수면 시간을 줄여 겨울철보다 더 일찍 일어나 활기차게 생활하는 것이 좋다.
춘곤증을 물리치려면 봄에 많이 나는 조개나 새우, 해산물 등 고단백식품과 제철 과일인 딸기, 봄나물 등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쑥, 질경이, 부추, 냉이, 달래, 씀바귀, 고들빼기, 두릅 등 봄나물의 신선한 맛으로 잃었던 미각을 살릴 뿐 아니라 그 속의 영양소가 나른한 봄의 피로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
검사 결과 A씨는 특별한 장기의 이상은 없고,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에 생체 리듬이 적응하지 못해 생긴 피로 상태로 판명됐다. A씨는 한약 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을 조정하라는 조언을 받았고 현재는 컨디션이 많이 회복돼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활기찬 생활을 하고 있다.

봄철 불청객, 춘곤증을 이기는 법


이경섭 원장은…
경희대 여성의학센터 교수, 강남경희한방병원장. 여자로 태어나 자라고 노화되는 일생을 한의학적으로 예방·관리·치료하는 데 전념하는 한방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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