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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이재현의 스포츠와 건강

이유 있는 운동 처방

운동하고 땀 흘리니 스트레스가 쫙~

글 | 이재현 운동생리학 박사 사진 | Rex 제공

2012. 03. 07

매일 매일 ‘열 받는’ 현대인들. 스트레스로 인해 자율신경계 기능이 저하되고 그로 인한 이상 반응이 누적되면 암과 같은 질병으로 이어지기 쉽다. 늘 속이 더부룩하고 쉽게 짜증을 내며 “피곤해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당신에겐 운동이 약이다.

이유 있는 운동 처방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리다 축 처진 몸으로 집에 들어와 TV를 켠다. 드라마에선 주인공들이 고성을 지르며 싸우고 있다. “열 받아!”란 말과 동시에 물건을 내동댕이치고 상대를 거칠게 밀치기도 한다. 이건 휴식이 아니다. TV를 보는 동안 스트레스가 점점 더 쌓인다.
이제 우리에게 스트레스는 너무 보편적이어서 왠지 스트레스를 안 받으면 일을 열심히 안 하는 것 같아 불안감을 느낀다는 사람마저 있다. 이유 없이 속이 쓰리거나, 편두통이 있거나, 기력이 없거나, 잠을 못 자거나, 우울해져서 병원을 찾았을 때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이라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특별한 이유가 없구나’ ‘별것 아니네’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인체의 반응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반응은 바로 자율신경계 기능 저하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으며, 자율신경계 기능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골격 근육들의 움직임 이외에 모든 내부 장기들의 기능(심장 및 혈관 운동, 호르몬 분비, 내장 운동 등)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자율신경계는 우리의 의식으로 조절하는 체성신경계와 달리 인체의 내적, 외적 환경 조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내부 장기의 기능을 조절하며 항상성을 유지해주는 통제 시스템이다. 현대 사회처럼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에서 살면 크고 작은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 자잘한 이상 반응들이 해결되지 않고 누적되면 여러 종류의 장애가 동시에 서서히 발생하고 결국 방어력이 현저히 감퇴해 암과 같은 질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회사원 A씨는 스트레스가 쌓여 매우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다. 다행히 A씨는 충분한 휴식과 운동을 통해 자율신경계 기능을 회복시켜야 할 때임을 알고 있었다. 자율신경계 기능이 저하되면 몸은 다음과 같은 신호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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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잘 찬다.
- 밤에 잠을 잘 못 이루고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누울 자리만 있으면 잠을 자려 하고 만성 피로감을 호소한다.
- 신경을 조금만 써도 한쪽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
- 이유 없이 몸이 아프고 기분이 우울하다.
- 손발이나 얼굴이 자주 붓고 몸이 늘 피곤하다.
- 목덜미나 어깨가 자주 결리고 담이 잘 걸리며 허리 통증이 잦아진다.
- 짜증이 자주 나고 이유 없이 불안하거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다.
- 주의력이나 집중력이 저하돼 실수가 잦다.
- 자율신경계 이상이 오래 지속되면 인생이 허무해지고 매사에 흥미가 없어지며 불안감이 커져 심한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A씨의 경우를 보면 자율신경계 기능이 저하되면서 교감신경 활성도가 부교감신경 활성도를 크게 넘어서고 있다. 그러한 자율신경계 반응이 일어나는 동안 A씨는 피곤해도 잠을 못 이루며 집중력이 감소되고 소화가 잘 안 되면서 잠잠했던 알레르기가 다시 도진다.
자율신경계를 이루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서로 반대의 작용을 한다. 교감신경은 스트레스 상황, 긴급 상황에서 활성화되는데 이때 심박동수가 증가하는 반면 다른 내장 혈관들은 수축되면서 혈압이 올라가고 소화관 연동도 억제된다. 부교감신경은 안정된 휴식 상태에서 활발하게 작용하는데 이로 인해 심박수와 혈압은 감소하고 내장 혈관은 확장되며 소화관 연동은 촉진된다. 만약 안정 상태에서 교감신경계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다고 생각해보자. 멀쩡하던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고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며 소화가 안 되면서 속이 더부룩하고 긴장이 돼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면역계에도 영향을 미쳐 병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리거나 알레르기 반응을 증가시키는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A씨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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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꾸준히 하면 부교감신경 활성도 증가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나 선수들을 보면 일반 사무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비해 대화할 때나 움직임에서 여유가 있고 안정감이 느껴지는데 이는 근거 없는 느낌이 아니다. 운동 트레이닝이 심장의 교감신경계 활성도를 감소시키고 부교감신경계 활성도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운동을 지속해온 사람들은 안정 시 심박수가 낮고(일반 사람들의 심박수가 분당 60~80회라면 이들은 50~60회인 경우가 많다), 동일한 강도로 운동을 해도 심박수가 더 낮은 상태를 유지한다.
반면 규칙적으로 하던 운동을 갑자기 중지하거나 장기간 누워 있으면 부교감신경 기능이 떨어지고 교감신경계 활성도가 증가하는데 이는 우울감과 피로 등의 부정적인 기분으로 이어진다. 부교감신경인 미주신경의 자극이 우울 증상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 보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율신경 활성도는 기분이나 정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운동으로 부교감신경 활성도가 높아지면 스트레스가 몸과 마음에 가하는 충격에 대한 완충 작용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스트레스로 자율신경계 기능이 깨지기도 하지만 평소 자율신경계가 튼튼하면 스트레스의 부정적 영향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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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우리의 삶과 공존하는 것이다. 왜 같은 스트레스를 겪으면서도 누구에게는 시련이 되고 누구에게는 활력이 되는가? 예전 같으면 버럭 화가 날 일을 오늘은 왜 웃고 넘어가게 되는가? 자율신경계에 답이 있다. 자율신경계의 기능이 원활하면 외부 스트레스에 대해 안정된 반응을 나타내지만 자율신경계가 불안정하면 그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심신에 이상이 생긴다. 자율신경계의 정상 여부는 스트레스가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이어지는가를 결정하는 바로미터다. 운동과 충분한 수면을 통해 자율신경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현대인들에게 건강을 증진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아니라 질환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실천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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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박사는… 고려대학교 체육학과에서 운동생리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고려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있다가 캐나다 McMaster University, Medical Center 내 Children’s Exercise and Nutrition Center에서 박사후 연수 뒤, 하늘스포츠의학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지금은 대한건강운동관리사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leejh12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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