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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건강과 책

잘 먹고 잘 싸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

글 | 김현미 기자 사진 | 지호영 기자

2012. 03. 07

변기에 앉아 힘을 주다 항문이 찢어지면서 나오라는 변 대신 선홍색 피만 똑똑 떨어진 적은 없는가.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아랫배의 신호 때문에 잠깐의 외출이 두렵진 않은가. 대구 황금빛학문외과 손대호 원장은 18년간 대장항문 세부 전문의로 일하며 이런 환자들을 숱하게 접한 뒤 ‘쾌변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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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변비’. 과식·과음이 일상인 46세 대기업 부장. 아침마다 습관적으로 신문을 들고 변기에 앉아 아랫배에 힘을 주지만 변은 점점 가늘어지고 개운치 않은 잔변감 때문에 대장암이 아닐까 걱정한다. 엄마 ‘변심해’. 44세 가정주부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만큼 힘을 줘야 토끼 똥처럼 작고 단단한 변을 볼 수 있다. 때로는 항문 분위가 너무 아파 손을 집어넣어 변을 파내며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나’ 하는 자괴감에 빠진다. 딸 ‘나주연’. 생활의 1순위가 다이어트인 20세 대학생. 하루에 한 끼 닭 가슴살 위주의 식사를 하면서 항문에 상처를 낼 정도로 변이 딱딱해졌다. 식사량을 늘리자니 살이 찔까봐 두렵고 화장실을 가자니 통증이 두렵고…. 아들 ‘나유분’. 10세 초등학생. 학교 화장실은 더럽다는 생각에 화장실 가는 횟수를 줄이려고 밥과 물을 조금만 먹고, 채소는 안 먹고, 고기만 먹는 식습관이 굳어졌다. 할머니 ‘전실금’. 67세. 언젠가부터 아무 데서나 방귀를 뀌는 민망한 일이 잦더니 요즘은 아랫배가 찌릿한 순간 화장실로 뛰어가지 않으면 큰 낭패를 겪는다. 이 가족의 아침은 화장실 전쟁으로 시작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배변을 하지 못하거나 힘겹게 하면 흔히 ‘변비에 걸렸다’고 표현하지만 변비는 그리 간단한 증상이 아니다. 일반인이 말하는 변비와 의학적 관점의 변비가 다르고, 원인이 아주 다양하며, 질병의 영향으로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이차성 변비). 손대호 원장이 가상의 나변비씨 가족을 내세워 ‘유쾌! 상쾌! 통쾌! 변비 탈출기’를 쓴 이유도 변비의 원인과 증상에 따른 치료법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다시 나변비씨 가족의 문제로 돌아가보자.

변비, 약물 처방에서 수술 치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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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 상쾌! 통쾌! 변비 탈출기, 손대호 지음, 전나무숲, 1만4천8백원



아빠 나변비는 장기간 과도하게 힘을 준 결과 치골직장근 기능에 이상이 생겨 원래 배변 시 힘을 주면 이완돼야 하는 치골직장근이 오히려 수축돼 변의 배출이 안 되는 상태.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고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것만으로는 완치가 어려워서 바이오피드백 치료(기기를 사용해 배변에 관여하는 골반 근육과 항문 괄약근을 환자의 의도대로 조절할 수 있게 훈련하는 최신 치료법)를 병행한다. 엄마 변심해는 항문과 질벽 사이가 얇아져 주머니 모양으로 늘어나면서 배변 장애가 생긴 직장류. 출산 경험이 많은 중년 여성들에게 흔한 질병으로 직장류의 크기가 3cm 이상이면 수술이 필요하다. 딸 나주연은 약간의 치핵과 치열이 생긴 일과성 변비. 식이섬유 위주의 식사와 함께 배변을 돕는 체조를 꾸준히 하는 것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아들 나유분은 유아기부터 만성적인 변비로 직장 점막이 커튼처럼 늘어나 직장과 항문의 입구를 막는 직장속장겹침증이 보인다. 변비약을 먹고 식습관을 바꾸는 정도로 치료 가능. 그러나 시판되는 변비약은 부피 형성 완화제(무타실, 아락실, 실콘, 웰콘), 삼투성 완화제(마그밀, 마트롤액, 솔린액, 듀파락, 콜론라이트, 코리트산, 콜마락티톨산), 자극성 완화제(둘코락스, 듀코정, 장크린) 등 종류가 다양해서 증상에 따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특히 장 내벽이 좁아진 대장 유착 환자나 위궤양이 있는 사람, 위장관이 좁은 어린이들은 부피 형성 완화제를 복용하면 장관이 막힐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할머니 전실금은 직장류의 크기가 6cm나 되고 회음부하강증이 나타나 수술이 필요하다. 완치를 위해서는 수술 후에도 바이오피드백 및 약물 치료,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의 말 못할 고통, 변비는 지금 어디까지 진행됐는가.



일러스트 | 전나무숲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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