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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리브의 왕자, 예능 유망주…일곱 남자 치고받다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 웃기고 치열한 현장 공개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지호영 기자, 채널A 제공

입력 2012.01.31 10:12:00

시대를 주름잡던 스포츠 스타들이 국가대표의 명예를 걸고 경기장으로 돌아왔다.
지고는 못 사는 수컷들의 승부 본능 덕에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맛깔스러운 예능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여자 농구팀과 한판 대결을 벌인 ‘불멸의 국가대표’ 촬영 현장을 찾았다.
애드리브의 왕자, 예능 유망주…일곱 남자 치고받다


천하장사 이만기(씨름·49), 양신 양준혁(야구·43), 강철 심장 이봉주(마라톤·42), 작은 거인 심권호(레슬링·40), 코트 위의 황태자 우지원(농구·39), 코트의 귀공자 김세진(배구·38), 빙상의 황제 김동성(쇼트트랙·32). 이들이 모이면 어떤 시너지가 나올까. 채널A 예능 프로그램 ‘불멸의 국가대표’. 각 분야의 최고만을 모아 ‘예능’이라는 양푼에 넣고 한껏 비볐다. 그런데 그 맛이 나쁘지 않다. 재료들이 신선하고 식감도 좋다.
평생을 ‘시합=이긴다’라는 공식으로 산 수컷들인지라 각 종목의 현직 국가대표와 스포츠 대결을 펼치는 콘셉트가 제 옷처럼 잘 어울린다. 식당이 단골을 만들려면 ‘여기서만 판다’는 특제 메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깜찍한 치어리더 이만기나 깨알 같은 개그를 치는 심권호, 선글라스 너머 눈빛만으로 상대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능청스러운 이봉주를 또 어디서 보겠는가.

심권호의 입담, 이만기 형님의 ‘뻥’
불멸의 국가대표단(이하 불국단)은 1월16일 경기도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신한은행 에스버드 여자 농구단과 농구 시합을 벌였다. 불국단은 매번 다른 운동 종목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유도, 수영, 씨름, 양궁, 배드민턴 등에 도전했다. 이번 도전 종목은 농구.
시합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 카메라 15대가 바쁘게 돌아갔다. 본 경기에 앞서 자체 선발전을 거쳐 출전할 선수를 뽑았다. 엔트리에서 탈락한 멤버들은 기자를 자처하며 선발 선수들과 폭로성 기자회견을 벌인다. 일종의 콩트다. ‘샅바일보’ 이만기 기자와 ‘레슬링일보’ 심권호 기자가 기자석에서 날 선 질문을 던졌다.
“한두 번까지는 기자석이 어색한데 세 번째부터는 익숙하네요. 한 사람 한 사람 약점을 찍어낼 수 있는 눈빛이 나와요. ‘한 명만 걸려라’죠.” (심권호)
“다음에 레슬링 시합해도 (예선 탈락해서) 여기 앉아라.” (이만기)
“저희 ‘레슬링일보’ 배급처도 벌써 찾았다니까요?” (심권호)
스타팅 멤버는 우지원, 김세진, 이봉주, 김동성, 양준혁. 상대팀인 신한은행은 최근 여자 프로농구에서 5년 연속 통합우승을 이룬 강팀이다. 전주원 신한은행 에스버드팀 코치와 최윤아, 하은주 선수가 벤치를 지킨 가운데 김단비·이연화·김연주 선수가 나섰다. 불국단 명예 감독은 왕년의 농구 스타 박찬숙.
“흙바닥에서 흙먼지 마셔가며 연습했는데 성과가 있었어요. 드디어 전술을 이해하기 시작했죠. 지역 수비는 자기 지역에서 수비해야 하는데 사방팔방 다 돌아다니더라고요.” (우지원)
“연습하다 옷도 못 갈아입고 여기 왔어요.” (김세진)
“제가 연습할 때 나가봤는데, 아마 NBA 선수들이 와도 못 당할 거예요. 그 정도로 실력이 늘었고, 팀워크가 일단 끝내줘요.” (MC 겸 코치 문희준)
“우리 문 코치님이랑 이만기 형님 뻥은 진짜 NBA급이네(웃음).” (양준혁)
“만으로 서른둘, 팀에서 최연소인 제가 이번 경기에서는 덩크슛으로 꼭 볼을 넣으려고요.” (김동성)
“이거, 선수가 거짓말해도 돼요?” (이만기)
슈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선수가 우지원뿐이라 용병으로 프로농구 선수 출신 정승원(전 SK)과 강우형(전 모비스)이 투입됐다. 이에 이만기는 “우리가 식스맨(스타팅 멤버를 제외한 벤치 멤버 중 언제든지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제6의 선수)으로 못 미덥다는 뜻이냐”며 버럭 소리를 질렀고, 양준혁은 “(이만기, 심권호) 두 분은 없다고 생각하자”며 농을 쳤다. 이만기는 “아니, 양형. 오늘만 하고 그만둘 거야? 이런 식으로 푸대접한다 이거지”라며 상황극을 이어갔다. 운동은 ‘잘’하면 그만이지만 예능은 ‘잘’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남자의 자격’으로 예능 맛을 본 양준혁을 차치하더라도 이들의 예능 순발력은 ‘무한도전’이나 ‘1박 2일’의 그것 못지않다.
양준혁은 “스포츠로 예능을 할 수 있다는 게 신선하고 정말 좋았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그는 양궁에서 재능을 보여 ‘양신’과 함께 ‘양궁의 신’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쉬운 종목은 없더라고요. 왕기춘 선수랑 유도하다가 손톱이 뒤집혔죠. 생각보다 멤버들이 허당이라서 어부지리로 제가 몇 번 올라가기도 했어요(웃음). 에이스는 만기 형님도 있고, 우지원 선수도 있고 각자 주 종목이 있어서…. 경기하다 보면 재미있는 일 많습니다.”

뿌잉뿌잉 양준혁, 살인미소 이봉주
막간을 이용한 인기 투표. 신한은행 김연주 선수에게 선택받으려 불국단 유일한 총각 멤버 양준혁과 심권호의 애교 대결이 펼쳐졌다. “나는 키가 188cm밖에 안 된다”며 은근히 키 자랑을 하던 양준혁은 “나는 귀여운 척 잘해”라는 심권호에게 “나도 잘한다”며 필살기 ‘뿌잉뿌잉’을 선보였다. 김연주의 선택은 양준혁. 심권호는 “쟤는 사십이 넘었잖아! 곧 죽어!”라며 깨알 같은 애드리브를 쳤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심권호는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
“원래 장난도 많고 활발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러운 제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아요. 주변에선 언제 사고 치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던데요(웃음). 세진이랑 준혁이 형은 눈빛만 봐도 뭘 할지 아는 사이죠. 국가대표란 ‘제 모습을 찾는 길’ 같아요. 운동하면서 저 자신의 진지한,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거죠.”
그는 “불국단을 통해 운동선수들이 가까운 형, 동생처럼 친근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늘만큼은 농구를 통해서 시원하게 이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지원)
“우지원 선수도 그렇고, 김세진 선수는 키가 있으니까 농구를 잘하실 것 같아요. 양준혁 선수는 배제해도 되지 않을까(웃음). 사전 조사에서 이봉주 선수가 제일 잘한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전주원 코치)
“다 잡을 겁니다. 그냥 어떤 선수가 오든지 꽁꽁 묶겠습니다.” (이봉주)
우지원은 “예능도 하다보면 느는 것 같다”며 웃었다.

애드리브의 왕자, 예능 유망주…일곱 남자 치고받다

1 본 경기 전 몸을 푸는 우지원. 2 ‘양궁의 신’이라는 별명을 얻은 양준혁. 3 ‘불멸의 국가대표’ 7인방. 4 MC 문희준과 신한은행 에스버드 여자농구단. 5 수영에 도전한 불국단.





“전주원 코치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고 함께 훈련한 사이라 정말 반가웠어요. 이봉주 선배는 불국단 멤버 중 말수는 제일 적지만 선글라스 벗으면 눈빛을 쏘는 특유의 캐릭터가 있고, 심권호 선수는 작은 키에 놀림당하는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있죠. (김)세진이나 저는 키는 크지만 허당 이미지랄까, 나름대로 요긴하게 쓸 곳이 있죠. 국가대표요? 제 자존심이죠.”
MC 문희준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출연진에게 존경심이 더 생겼다”고 했다.
“정말 대단한 분들이 모였잖아요. 한 경기 한 경기를 예능인데도 현역 시절의 눈빛으로 하세요. 이 정도로 짧은 기간에 팀워크가 생기기 쉽지 않아요. 다들 국가대표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더 끈끈한 것 같아요. 진정성이 있고, 다들 정말 이기고 싶어하세요. 그래서 더 재미있죠.”
본 경기에 앞서 펼쳐진 3점슛 대결. 불국단에서는 우지원이, 신한은행에서는 올스타전 3점슛 퀸 이연화 선수가 나섰다. 전주원 코치가 “3점슛은 성공률 35%만 넘어도 훌륭하다”고 하자 양준혁은 “3할 타자와 비슷하죠”라며 맞장구쳤다. 우지원의 선공. 3점슛 6개가 그림처럼 골망을 가르자 스태프를 비롯한 모두가 탄성을 내질렀다. 총 7개 성공. 이연화의 반격. 그도 연속으로 6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자 급해진 이봉주가 선글라스를 벗고 윙크하며 방해 공작을 폈다. 이날 그는 눈빛만으로도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다.
MC 김성주는 “처음에는 각 분야 일인자만 모여서 팀워크가 걱정됐다”고 했다.
“기 싸움도 있을 수 있고, 일인자들만의 특별한 승부욕이 있어서 안 맞을까 봐 걱정했는데 기우였어요. 선수라서 희생정신도 있고 ‘팀의 우승’에 초점을 맞추더라고요. 왕년의 스타가 현역 아이콘과 맞붙으며 향수와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점이 매력적이죠.”
그는 불국단의 예능 유망주로 이봉주를 꼽았다.

“일단 예능에서 갖춰야 할 외모적 요소를 가졌고, 말투는 어눌하면서도 할 이야기 다 하고 승부욕 강한 점. 불국단 회식 때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모습도 색달랐거든요. 본인은 내성적이라지만 분명히 내재된 끼가 있어요. 어느 분야에서든 일인자였던 분들은 어디 가서 뭘 해도 일등 할 수 있는 센스가 있더라고요.”
마라톤 영화 ‘페이스 메이커’에도 깜짝 출연해 화제가 된 이봉주에게 국가대표란 “영광”이다.
“소외된 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출연하게 됐어요. 좋은 취지잖아요. 마라톤 말고는 쉬운 게 하나도 없어요(웃음). 얼마 전 배드민턴을 했는데 안 쓰던 근육을 쓰니까 어깨가 빠질 정도로 힘들더라고요. 제가 못 해본 것들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스포츠에 대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애드리브의 왕자, 예능 유망주…일곱 남자 치고받다

6 상대편을 마크하는 이봉주와 김세진. 7 대본 숙지중인 심권호와 MC 서효명. 8 벌칙으로 치어리더가 된 이만기. 9 우지원이 3점슛을 성공시키자 기뻐하는 김동성. 10 경기 해설을 맡은 MC 김성주와 박찬숙 감독.



승부 본능이 만드는 재미와 진정성
본 경기 시작. 불국단과 신한은행은 5분 4쿼터 경기로 맞섰다. 코트 위의 황태자 우지원은 여전했다. 현역 시절 못지않은 플레이로 2쿼터 때 그림 같은 3점슛을 성공시켰다. 양준혁은 두 차례 골밑슛 실패 후 세 번째에 골을 넣고 특유의 만세 포즈를 지었다. 이봉주는 상대 슈터 이연화를 4쿼터 내내 밀착 마크했다. 김세진은 큰 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골대를 공략했다.
김세진은 여러모로 농구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는 “배구 경기에서는 몸을 부딪치는 건 잘했다는 의미로 하는 하이파이브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몸을 부딪쳐야 하는 종목이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유도 시키죠, 씨름 시키죠(웃음). 제가 키도 크지만 과거에 농구를 한 적이 있어서 이번엔 유리하죠. 국가대표란 ‘저 자신’이에요. 앞으로도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모범이 되게 살아야죠. 지금은 이런저런 걸 하면서 제 삶의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단계고, 언제까지나 배구인으로 살 테니까 많이 응원해주세요.”
이날 늘씬한 치어리더와 응원가에 맞춰 율동을 선보인 이만기는 “운동선수가 가진 끼를 표출할 기회였다”고 말했다.
“스포츠 선수들도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후배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며 즐거움을 줄 수 있겠다 생각했죠.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까, 마음은 청춘인데 몸이 맘대로 안 되더라고요(웃음). 이번을 기회로 체력 관리에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양궁이 상당히 재밌더라고요. 스포츠뿐 아니라 다양한 인생 경험도 하는 것 같아 즐겁게 촬영하고 있죠.”
4쿼터 들어 신한은행 김단비 선수의 3점슛이 연이어 꽂히며 동점이 됐다. 연장전 돌입. 종료 직전 마지막 공격에 나선 불국단의 김동성이 코트 정면에서 슛을 날렸다. 이날 활약한 불국단의 막내 김동성에게 국가대표란 “꿈과 희망”이다.
“양궁은 제가 잘하지 못해서 아쉬웠고, 수영은 재밌었어요. 이 프로그램은 대본에도 특별한 게 없어요. 하고 싶은 말 툭툭 내뱉고 하니까 자연스럽고 좋아요. 국가대표란 모든 선수의 꿈과 희망이죠. 국가대표가 됐다는 건 산으로 따지면 중간 정도 오른 거예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순간 비로소 정상에 서는 거죠.”
연출을 맡은 이문혁 PD는 “스포츠를 가지고 시청자와의 접점을 찾는다는 것이 저분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한다”며 “2012 런던 올림픽 전까지 종목을 가리지 않고 도전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국단과 신한은행 여자 농구단의 경기 결과는 2월4일 오후 8시50분 채널A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성동아 2012년 2월 5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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