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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행보로 눈길! 조양호 한진 회장 막내딸 조현민 상무보

글 | 권이지 객원기자 사진 | 미투데이, 대한항공 제공

입력 2012.01.17 17:09:00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에서부터 대한민국 편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까지 대한항공 광고가 달라졌다. 광고뿐 아니라 마케팅까지 만화와 게임을 접목시킨 독특한 시도로 주목받고 있는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보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톡톡 튀는 행보로 눈길! 조양호 한진 회장 막내딸 조현민 상무보


번지점프대에서 긴 생머리 여성이 조심스럽게 발을 옮긴다. 하나, 둘, 셋을 세곤 수직 절벽 아래로 두 팔을 펴고 떨어진다. 짜릿함이 느껴지는 순간, 손이 수면에 닿을 듯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면서 ‘당신에게 용기를 선물합니다. 대한항공이 뉴질랜드로부터’라는 텍스트가 나타난다.
성인 남자라도 어지간한 담력 없이는 하지 못하는 번지점프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둘째 딸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상무보(29)다. 조양호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뒀다. 맏딸인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는 2010년 10월 초등학교 동창인 의사와 결혼했고, 둘째인 조원태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전무는 2006년 충북대 정보통계학과 김태호 교수의 외동딸 미연씨와 결혼했다. 막내인 조현민 상무보만 미혼. 조 상무보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커뮤니케이션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3월 대한항공 광고선전기획팀 과장으로 입사해 2011년 1월 상무보로 승진했다.
어쨌든 재벌가 자제가 직접 광고 모델로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조 상무보의 행보는 눈길을 끌었다. 삼성가의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 조 상무보의 언니인 조현아 대표 역시 공식 행사 외에는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좀처럼 없다.
조 상무보는 광고 출연뿐 아니라 자신의 전공을 살려 직접 광고 제작을 지휘했다. 요식업이나 패션 분야에서 활약하는 재벌가 딸들과는 또 다른 모습. 그의 손을 직접 거친 대한항공 이미지 광고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시작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도 시의적절했다는 평이다.
2011년 11월 말 조 상무보는 NHN 미투데이 콘퍼런스에 연사로 등장했다. 발표 주제는 기업의 SNS 활용. 노란색 트위드 정장에 까만 뿔테 안경을 쓴 모습이 대학 새내기처럼 보였지만 프레젠테이션은 속이 꽉 차 있어 참석자들로부터 열띤 호응을 얻었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따로 자리를 마련해 광고에 대한 조 상무보의 철학과 촬영 뒷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톡톡 튀는 행보로 눈길! 조양호 한진 회장 막내딸 조현민 상무보

2011년 유달리 상복이 많았던 조현민 상무보. 왼쪽은 AP클럽 ‘올해의 홍보인’ 시상식 수상 모습. 오른쪽은 2011 대한민국광고대상 시상식.



한층 젊어진 광고, 아이디어는 만화와 게임에서
그가 부임한 뒤 대한항공 광고가 달라졌다. 예전 광고라면 장거리 여행에 지친 남성에게 여성 승무원이 담요를 덮어주는 장면부터 떠오른다. ‘해외여행=비즈니스’라는 콘셉트다. 그러나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중국, 중원에서 답을 찾다’ ‘나는 지금 호주에 있다’ ‘대한항공이 뉴질랜드로부터’ ‘일본에게 일본을 묻다’ 등 최근 대한항공 광고의 타깃은 과거에 비해 열 살 이상 젊어졌고, 무엇보다 비행기 자체가 아닌 여행의 즐거움에 초점을 맞췄다.
“시대가 변한 만큼 광고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예전에는 비행기를 타는 사람이 적어 기내 서비스 홍보에 치중했지만, 지금은 항공 이용객도 많고, 해외로 나가는 사람도 많잖아요? 항공사 광고에도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했어요.”
이들 광고는 각국 관광지의 숨은 매력을 잘 소개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다양한 광고 중 가장 인기를 끈 것은 얼마 전까지 방영된 한국 편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 우리나라가 가진 매력을 잘 담아냈다는 평. 이 광고로 조 상무보는 ‘2011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인쇄부문 대상을 받고 AP클럽 주최 ‘올해의 홍보인’ 상을 받았다. 한국 편 다음으로 캐나다 광고를 준비했는데 전작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걱정이란다. 그는 만화와 게임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광고는 아이디어 싸움인데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제 방 TV는 하루 종일 투니버스(만화 전문 채널)나 온게임넷(게임 전문 채널)을 틀어놓아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죠. 드라마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직원들로부터 내용을 요약해서 듣는 정도예요.”

광고와 게임, 만화는 모두 젊은 층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 상무보는 신세대 경영인답게 젊은 층에 익숙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마케팅에 접목하고 있다. 조 상무보는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 ‘여신’으로 불린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나 팀의 경기가 있으면 직접 경기장을 찾아 응원할 뿐 아니라, 프로게이머 이윤열의 팬으로 그를 대한항공 ‘나는 호주에 있다’의 광고 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2010년 온게임넷 스타리그(스타크래프트 공식 개인 리그) 대회 스폰서를 맡아 결승전을 김포공항 대한항공 격납고에서 개최했는데 이 행사는 그해 게임 업계 최대 화제였다. 주최 측은 당일 관람객을 3천 명 정도로 예상했으나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에도 1만 명가량이 현장을 찾았다. 격납고라는 특별한 장소를 가보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컸던 것. 이어 대한항공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와 ‘스타크래프트2’ 공동 마케팅을 발표했고 이 자리에서 ‘스타크래프트’ 이미지를 래핑한 여객기를 선보였는데 이 이미지를 담은 스카이패스카드 한정판 3천 장이 하루 만에 동이 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스타리그 팬은 주로 10~20대 남성으로 당장 항공사의 주요 고객은 아니지만, 미래 고객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 덕분에 반신반의했던 임원진도 게임 홍보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고 한다.



톡톡 튀는 행보로 눈길! 조양호 한진 회장 막내딸 조현민 상무보

왼쪽은 ‘사랑나눔 일일카페’에서 직접 주문을 받는 조 상무보. 오른쪽은 대한항공 격납고에서 열린 스타리그 결승전 무대 전경.



회사 나눔 행사에서 직접 서빙도
조 상무보의 주도 아래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은 SNS를 적극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미투데이 콘퍼런스에 연사로 초청된 이유도 바로 그가 대한항공 SNS 관리자기 때문. 2년 전부터 시작해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그는 콘퍼런스에서 기업이 SNS로 홍보할 때 단순히 선심성 선물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계정을 운영하고 고객과 소통해야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SNS는 기업에 얼굴과 목소리를 줬어요. 그래서 더더욱 기업 계정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인터넷상의 벌은 현실보다 훨씬 더 무섭고, 그 파급력이 생각 외로 크기 때문이죠.”
대한항공의 SNS는 일회성 상품 이벤트 대신 2010년 말 진행된 핼러윈 이벤트를 시작으로 대한항공 본사 방문, A380 체험, 2011년에 시작한 ‘사랑나눔 일일카페’까지 고객 참여형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벤트에 참여한 뒤 충성고객이 됐다는 사람들도 있다. 조 상무보 역시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대한항공 주최 이벤트에 적극 참여한다고. 특히 ‘사랑나눔 일일카페’가 열릴 때는 직접 주문을 받기도 하고 서빙도 하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에게 2011년은 어떤 해로 기억되는지 물었다.
“제게는 2010년이 가장 즐거운 해였어요. 게임 후원도 할 수 있었고,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2011년은 조금 힘들었습니다.”
2011년 초 대한항공은 예상치 못한 일을 당했다. 한 언론이 대한항공 광고가 나온 국가에서 재난이 발생했다며 ‘대한항공 광고의 저주’라는 왜곡된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것. 그러나 근거 없는 루머는 오래지 않아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조현민 상무보는 2011년 9월부터 서울대 MBA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공부가 쉽지 않지만 이를 통해 알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배우는 중이라며 활짝 웃었다.
광고뿐 아니라 마케팅까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중이라고 밝힌 조현민 상무보.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시도한 다양한 도전 속에서 조 상무보가 대한항공의 새로운 방향을 이끌 관제탑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여성동아 2012년 1월 5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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