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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43kg 감량 후 트로트 가수로 변신! 슈퍼모델 출신 은경은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홍중식 기자

2012. 01. 17

연예·개그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하다 어느 날 갑자기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슈퍼모델 출신 방송인 김진희. 출산 후 극심한 우울증으로 몸무게가 100kg에 육박했던 그는 6개월 만에 43kg을 감량하고 다시 방송가로 돌아왔다. 개명 후 트로트 가수로 새롭게 태어난 은경은의 인생 2막.

43kg 감량 후 트로트 가수로 변신! 슈퍼모델 출신 은경은


헌칠한 키에 늘씬한 몸매, 서글서글한 이목구비까지 예전 김진희의 모습 그대로다. 2004년 결혼과 동시에 방송을 떠난 그는 은경은(36)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7년 만에 연예계로 돌아왔다. 직업도 트로트 가수로 바꿨다. 지난가을 발표한 성인가요 ‘오뚜기’는 그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시작하려는 그 자신을 위한 노래이기도 하다.
은경은은 1997년 SBS슈퍼모델로 데뷔해 ‘이휘재 남희석 멋진 만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TV특종 놀라운 세상’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했고 연기자로도 발돋움했다.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달콤한 신부’ ‘드라마 시티’ 등에 출연하며 조연으로 활약했지만 한 가지 제약이 따랐다. 늘 큰 키가 문제였다. 나중에는 개그맨들과 콩트도 해봤지만 인기를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서서히 지쳐갔다. 데뷔 후 제대로 쉬어본 적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면서도 그저 그런 연예인으로 살아가는 게 실망스러울 무렵 결혼이란 도피처를 찾았다.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도 뚜렷한 비전도 보이지 않고, 많이 지쳤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문득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남편감을 찾기 시작했는데, 결국 친한 친구가 시누이가 됐어요(웃음). 남편은 평범한 사람이에요. 저보다 키도 작고 세련미와는 거리가 멀지만, 밤새 얘기를 나눌 만큼 잘 통하는 사람이에요.”
방송에 등을 돌리고 가정주부로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뒤 예상치 못한 시련이 찾아왔다.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서 생활하던 중 아기가 폐렴에 걸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몸조리도 못하고 아픈 아이를 돌보다 보니 어느새 2년이 흘렀고 그의 몸과 마음은 망가졌다. 산후풍으로 몸이 심하게 붓기 시작해 몸무게가 98kg까지 육박한 것. 결국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한의원을 찾았는데, 뜻밖에도 우울증 치료가 시급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마음속에 쌓아둔 것들이 제 건강을 해친 거죠. 결혼 후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를 잘 풀지 못했어요. 제가 철이 덜 든 탓이었죠. 스무 살에 연예계에 데뷔해 정신 연령이 그 수준에 머물러 있었거든요. 늘 누군가가 정해놓은 스케줄대로 움직이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뭐 하나 제 손으로 하지 않아도 되니까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경험하지 못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시댁 식구들과의 소통에서 어려움이 있고, 아이까지 아프면서 거의 자포자기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았어요.”

좋아하는 일 찾자 마음의 병 싹 나아

43kg 감량 후 트로트 가수로 변신! 슈퍼모델 출신 은경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안 뒤 삶의 의욕을 찾으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희망을 준다는 책을 읽어도 그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서 또다시 좌절했다. 그렇게 5년이 흘러갔다. 그러던 중 우연히 TV에서 트로트 가수들의 무대 의상을 전문으로 만드는 달인의 사연을 접하고는 번뜩 정신이 들었다. 처음으로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친 것. 평소 옷 패턴에 관심이 많았고 쇼핑몰을 운영한 경험도 있어 옷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밤새 곰곰이 생각한 끝에 평소 친하게 지낸 ‘소양강 처녀’의 트로트 가수 한서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턱대고 언니네 집으로 찾아가서는 트로트 가수들을 위한 옷을 만들겠다고 했어요. 처음에는 언니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저를 보더니 ‘그럼 돈 버리는 셈칠 테니 3벌만 만들어 오라’고 하더라고요. 기쁜 마음으로 밤새 열심히 만들어 가지고 갔더니 3벌을 더 해오라고 하는 거예요. 아, 언니 마음에 들었구나 생각하는 순간 얼마나 기쁜지, 갑자기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어요. 더욱 신기한 건 옷을 만들면서 살이 저절로 빠진 거예요. 예전에는 물만 마셔도 살이 쪘는데, 옷을 만드는 동안 거짓말처럼 6개월 만에 43kg이 빠졌어요(웃음).”
그동안 숱한 방법을 동원해 살을 빼려 해도 매번 실패만 했던 그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자 저절로 다이어트가 됐다. 갑자기 살이 빠지면 피부 탄력이 떨어지는 등 후유증이 있을 법도 하지만 그는 예외라고 한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 양배추를 간식 삼아 수시로 먹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2년 가까이 무대 의상을 만들면서 인생을 다시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다행히 그 사이 아이의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
“그동안 내 인생의 주인이 나라는 걸 모르고 살았어요.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가족도 다 행복할 수 있는데 그걸 미처 몰랐던 거죠. 이 일을 계기로 인생이 확 달라졌어요.”
무대 의상을 만들면서 트로트 가수에 대한 꿈도 키웠다. 과거 라디오 공개방송을 진행할 때도 가수들처럼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는 그는, 성인가요의 푸근함과 소탈함에 반했다고 한다. 비록 케이블방송에 출연하고, 재래시장 한가운데 손바닥만 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지언정, 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오뚜기’란 타이틀곡도 그가 작사가에게 특별히 부탁해 만든 노래다. 자신처럼 아내이자 엄마, 며느리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여성들이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오뚝이처럼 씩씩하게 일어나라는 희망을 주고 싶어서라고 한다.
“멀리 생각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며 살자가 인생 모토인데, 최근에 목표 하나가 생겼어요. 2012년 연말에는 트로트 부문에서 신인가수상을 타는 거예요(웃음). 그동안 제가 힘들어 할 때마다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거든요. 무대 위에서 그분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면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요. 언젠가는 그날이 오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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