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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의 속 깊은 이야기

가수·사업가·효녀 그리고 여자…

글 | 백경선 자유기고가 사진 | 지호영 기자

입력 2012.01.17 11:05:00

요즘 장윤정의 방송 활동이 뜸하다 싶더니, 사업가로 더 바쁘다. 김치에 이어 만두 사업까지 시작한 것. 어릴 적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탓에 휘청했던 집안을 가수 활동을 하면서 일으켜 세우고, 노래로 팬들에게 흥을 선사한 장윤정. 그가 꽉 차고 야무진 속에 감춰뒀던 애환을 공개했다.
장윤정의 속 깊은 이야기


‘미녀 트로트 가수’ 장윤정(32)은 검정색 단아한 원피스 차림에 머리를 깔끔하게 묶고 나타났다. 사업가로서 신뢰감을 주는 콘셉트라고 한다. 그는 2011년 3월 ‘장윤정 김치올레’를 출시한 데 이어 11월에는 ‘장윤정 만두올레’를 출시했다.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장윤정이란 이름 앞에 사업가란 수식어가 붙는 것이 아직도 어색하다”며 웃었다.
그는 안전하다는 확신이 없는 일에는 도전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주식 투자를 해본 적이 없다. 그런 그가 처음 사업 제의를 받았을 때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데다 음식사업이었기 때문.
“저에 대한 믿음과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저는 약속은 꼭 지키거든요.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두 진중하고 순수해요.”
음식 솜씨가 좋은 그의 어머니도 든든한 지원 세력이다. 그의 어머니는 직접 레시피를 연구해 제안하기도 한다. 장윤정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뭐든지 잘 하려고 하는 완벽주의자. 그만큼 이번 사업도 이름만 빌려주고 뒷짐 지고 있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올린 이용 후기를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요즘 그가 하는 주요 업무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꼭 홈페이지에 들어가 소비자들의 이용 후기를 다 읽어요. 좋은 재료와 맛은 기본이고, 만족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점이 마음에 들고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드는지 체크해서 반영해야죠. 가끔 ‘장윤정씨 믿고 구입했다’는 글도 올라오는데, 그런 글 보면 더 잘해야겠다 싶어요.”

모든 것 이뤘지만 “내 것은 없는 것 같아” 허전하기도

장윤정의 속 깊은 이야기


그는 1999년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아 데뷔하기 전 가족들과 뿔뿔이 흩어져 살았던 적도 있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큰 빚을 졌기 때문이다. 장윤정은 가수로 활동하며 악착같이 돈을 벌어 아버지가 진 빚을 다 갚았다. 강원도 원주에 전원주택을 지어 부모에게 선물했으며, 서울에 자신의 집도 마련했다. 한때 그의 별명은 ‘다행(多行)’. 각종 행사에 노래를 많이 부르러 다닌 탓이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그는 어느 날 문득 인생이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모든 것을 다 이뤘는데, 자신의 것은 하나도 없는 듯한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고. 돈을 아무리 벌어도 쓸 시간은 없고,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게임 해보셨어요? 게임을 열심히 해서 마지막에 왕을 깨면 그 게임이 재미없어지잖아요. 그러면 다른 게임을 찾게 되죠. 새로운 것을 찾고 있을 때 사업이란 게임을 만나게 된 거예요(웃음).”
그의 어릴 적 꿈은 회사원이었다고 한다.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고, 노력한 대가로 월급도 받고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도 하는, 그런 평범한 삶을 꿈꿨던 것. 물론 지금 하는 사업이 회사원들의 생활과 똑같지는 않지만 여러 직원들과 즐겁게 일하면서 뒤늦게 꿈을 이룬 기분이라고 한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는 방송 스케줄과 행사를 많이 줄였다. 이제는 돈도 있고 시간도 있지만 그는 여전히 함부로 돈을 쓰지 않는다.
“사람들은 제가 돈을 많이 벌었으니까 펑펑 쓸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원하는 스타일의 시계를 발견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사지도 못 하고 그렇다고 잊어버리지도 못 하고, 4개월 동안 매장에 가서 차보기만 했어요. 가죽 끈이 늘어날 정도였죠(웃음). 점원이 저더러 ‘짠순이’라고 놀리더라고요.”
하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부모님을 위해 쓰는 것은 주저하지 않는다고.
“장윤정의 엄마, 아빠로 사느라 힘드신 점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제 엄마, 아빠여서 좋은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실 만큼 많은 것을 해드리고 싶어요.”
그의 부모는 “우리는 네게 빚만 주었는데 이렇게 많은 것을 받아도 되느냐”면서 울기도 한단다. 어쩌면 그래서 그가 더욱 강해졌는지도 모른다. 여린 부모를 대신해서 가족을, 자신의 울타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 그는 자신이 아들로 태어나고 남동생이 딸로 태어났어야 하는데 바뀐 것 같다며 웃었다. 두 살 터울의 남동생 또한 심성이 여리다고 한다.
그가 돈을 아낌없이 쓰는 데가 또 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줄 때다. 얼마 전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녹화에 참여했던 그는, 어머니의 암 투병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고 아버지와 함께 고기잡이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트로트 신동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그 자리에서 치료비 일부를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예인으로 살면서 많은 것을 누린 만큼 많은 것을 나누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다만 그가 생각하는 기부의 조건이 있다. 자신의 도움으로 상대가 발전할 수 있고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 무엇 하나 대충 넘어가지 않는 그답다.



솔직한 성격, 연예인으로 살아가기엔 불편해
그는 “어떻게 연예인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자신은 연예인으로 살아가기엔 불편한 성격이라는 것이다.
“연예인은 어느 정도 숨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식적이어야 한다는 게 아니에요. 자신을 그대로 다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그게 잘 안돼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못 참고 그냥 다 내뱉는 편이에요. 이런 성격 때문에 데뷔 초에는 오해도 많이 받고 ‘꼴통’이란 소리도 들었죠. 그래서 연예인 노릇 못해먹겠다 싶을 때도 있었어요(웃음).”
또 노래를 하고 싶어서 가수가 됐지만, ‘노래하는 연예인’을 기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부담스러운 때도 많았다. 무대가 아닌 곳에서도 가수 장윤정을 요구할 때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힘이 빠졌다.
2010년이 유난히 그에게 고비였다. 하지만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 싫어 언제나 씩씩한 척, 괜찮은 척 웃음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고 한다. 이런 자기 최면 덕분인지 그는 금세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011년에는 과거에 비해 한결 여유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연예인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직업이다 보니 관심과 불편함이 동시에 와요. 관심이 없다면 불편함도 없겠죠. 그런데 대중의 관심을 못 받는다면 연예인으로서는 소용없는 삶이잖아요. 그냥 관심을 받고 불편함은 감수해야죠. 그게 연예인의 숙명 같아요.”
고민이 있을 때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도 좋은 방법이건만, 그는 누군가에게 쉽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남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편인데 정작 제 고민을 이야기하지는 않아요. 듣기만 하다 보니 습관이 된 것 같아요. 다들 힘들다고 하는데 거기다가 제 고민까지 어떻게 이야기해요. 답답할 때는 그냥 방에서 혼자 맥주를 마셔요.”
그것도 가족들이 알면 걱정할까봐 어머니(그의 어머니는 원주와 서울을 오가며 산다)와 동생이 잠든 후 몰래 가져다 마신다고 한다.
털털한 성격인 그는 예전에는 외모에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심지어 외출할 때 자외선 차단제도 바르지 않고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도 서슴치 않고 입었다. 한번은 팬들이 알아봐 민망한 적도 있었지만, 이후 모자를 쓰는 것으로 예의(?)를 갖췄다. 하지만 30대에 들어서면서 건강은 물론이고 피부 관리도 하면서 외모에 조금씩 신경을 쓰고 있다. 장윤정은 “이제는 관리를 안 하면 불안할 정도”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또 예전에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찌는 체질인 줄 알았는데 언제부턴가 먹는 대로 살이 찌는 것 같다며 나잇살 걱정도 늘어놓았다.
최근 들어 그는 주변사람들로부터 “결혼 안 하느냐”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특히 어머니는 그가 집에만 있으면 “남자 좀 만나러 나가라”며 등을 떠민다. 하지만 정작 그는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30대 중반쯤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계획이다. 장윤정은 “사실 결혼에 있어서는 미래가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별히 외롭다거나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아니다. 지금껏 상대가 호감을 보이며 다가올 때 연애를 했다는 그는 이상형으로 자신의 직업에 관심을 갖고 이해해주는 남자, ‘흥’이 있는 남자, 키가 큰 남자를 꼽았다. 무엇보다 마음이 ‘큰 사람’이 좋다고 한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이런 저를 받아줄 만큼 큰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내 남자만큼은 제게 힘이 돼주면 좋겠는데, 대부분의 남자들은 제게 기대려고만 하네요(웃음).”

“이상형은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

장윤정의 속 깊은 이야기


그는 다시 연애를 하게 되면 공개 연애는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숨기지 못 하는 자신의 성격 때문에 또 다시 공개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현재로선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다. 장윤정은 데뷔 이후 해마다 어떤 형태로든 앨범을 발표했지만 2011년에는 좋은 곡을 기다리며 발매를 한 해 늦췄다.
“원래 욕심이 없는 편인데 요즘에 와서 욕심이 생기는 것이 있어요. 지금까지는 남들이 가수 장윤정에게 바라는 노래를 했다면, 이제는 제가 바라는 노래를 하고 싶어요. 제가 바라는 노래는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노래에요.”
새 앨범 발표 대신 콘서트를 통해 꾸준히 팬들과 소통을 했다. 인터뷰 전날에도 경기도 안산에서 공연을 했고, 서울 여의도 63시티 컨벤션센터 디너쇼로 2011년을 마무리한다.
“이번 겨울엔 부모님을 모시고 태국 푸껫으로 여행을 갈 생각이에요. 미리 말씀드리면 부모님이 ‘됐다’고 하실게 뻔해서 일방적으로 티켓을 예매하고 통보했어요(웃음). 추운 겨울에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가는 건 처음이라 벌써부터 설레요.”
집에서는 장녀, 기획사에서는 대표 가수, 사업에서는 이사. 어딜 가든 그는 1번이다. 그에 따른 책임감과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왜 나한테만 매달리지?’ 그런 생각도 가끔 했죠. 낭떠러지에 까치발 들고 서 있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내가 그들의 복을 받아서 잘 됐나 보다’ 하고 마음을 가다듬었어요. 저는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마음가짐은 다 저 자신을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그는 나이 먹는 것이 ‘아직은’ 좋다고 말했다. 나이들수록 책임감과 부담감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그 여유로움이 장윤정의 인생을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들기 바란다.

장소협찬 | Cafe Cabinet(02-338-3859)

여성동아 2012년 1월 5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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