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원장은 국내에 10명뿐인 국제수면전문의이며, 개원으로는 국내 최초로 수면클리닉을 열어 지금까지 수면 질환에 관한 거의 모든 종류의 수술을 해온 수면전문의 1세대다. 그가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들은 이미 몇 군데 병원을 거쳤지만 “별 이상이 없다”거나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만 듣고 마지막으로 수면클리닉의 문을 두드린다. 그만큼 사람들이 잠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의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수면 질환에 대해 의사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하루 7시간 이상 충분히 자는데도 낮에 잠이 쏟아지고 코골이가 심하다면 일단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야 한다. 실제로 수면클리닉을 찾는 환자의 80%가 수면무호흡증이다. 수면무호흡증이 생기면 자는 동안 코골이를 하다 잠깐씩 끊기거나 호흡을 멈췄다 다시 시작하는 일이 반복된다. 자다가 숨이 멈추면 우리 몸은 긴장하고 각성 상태가 돼 자신도 모르게 자는 동안 몇 번씩 깬다.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증상에 따라 수면 중 양압기 착용이나 구강 내 장치와 같이 비수술적 방법이 있고, 혀의 위치를 바꿔주는 근치수술이나 턱을 앞으로 당겨 기도를 확보하는 양악수술 등이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비만한 중년 남성들에게 자주 나타나지만 성장기 아이들에게도 나타난다. 아이가 잘 때 코를 심하게 골고 항상 입을 벌리고 자거나, 깨어 있을 때에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한 모습을 자주 보이면 빨리 수면클리닉을 찾아야 한다. 호흡이 원활하지 않으면 아이는 자꾸 혀를 내밀어 입을 벌린 채 숨을 쉬게 되고, 이때 혀가 앞니를 밀어 돌출형 얼굴이 되기 쉽다. 수면 장애를 치료하지 않으면 성장이 더디고 얼굴 모양이 바뀌기도 한다.
그 밖에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수면 장애로 팔이나 다리에 불쾌한 느낌이 들어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하지불안증후군과 주기성 사지운동장애를 꼽을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주로 밤에 증상이 심해지는 게 특징으로, 환자들은 불면증인 줄 알고 병원을 찾았다가 다리가 아파서 잠을 자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철분 치료와 도파민 계통의 약물 치료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주기성 사지운동장애는 자면서 0.5~2초 간격으로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으로 숙면을 방해할 뿐 아니라 함께 자는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준다. 역시 도파민 대사와 관련이 있어 약물 치료로 금세 증세가 완화된다. 이처럼 ‘잘 자야 잘 산다’는 만성피로인 줄 알고 무심코 넘겼던 수면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원인도 몰랐던 고질병’의 치료법을 제시한다.
1 잘 자야 잘 산다, 이종우 지음, 동아일보사, 1만2천원. 2 이게 다 베개 때문이다, 야마다 슈오리 지음, 위즈덤스타일, 1만3천원.
일본의 상황도 한국과 비슷해서 전 국민의 30~40%가 수면 장애로 고통 받고 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기분이 우울할 뿐 아니라 목이 아프고 어깨가 뻐근하고, 두통이 나거나 손이 저리고, 일어나자마자 몸 여기저기가 결린다면? ‘이게 다 베개 때문이다’의 저자 야마다 슈오리는 그 원인으로 당신의 베개를 지목한다. 목의 미세한 각도 차이가 등뼈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베개의 높이. 베개가 지나치게 높거나 낮거나, 혹은 지나치게 푹신하면 목이 부자연스러운 각도로 기울어져서 목신경이 뿌리에서부터 압박을 받아 상반신 전체에 장애가 생긴다.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을 주는 베개는 반듯이 베고 누웠을 때 목의 기울기가 10° 안팎을 유지하며, 머리가 가라앉지 않을 정도의 단단하고 평평한 소재의 것이다. 거기다 몸무게가 5kg 늘면 베개를 5mm 높이고, 반대로 빠지면 그 정도 낮춰주는 기준만 지키면 된다. 책에는 웬만한 성인이 바로 눕거나 옆으로 눕거나 편히 잘 수 있는 ‘납작 방석 베개’ 만드는 방법까지 소개돼 있다. 이게 다 베개 때문이라면 당장 못 바꿀 이유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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