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천간 중 검은색을 뜻하는 ‘임(壬)’과 12지지 중 용(龍)을 의미하는 ‘진(辰)’이 결합해 60년 만에 한 번 찾아온다는 ‘흑룡의 해’, 좋은 기운이 가득한 것으로 알려진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소망 가운데 첫째는 ‘건강’. 해가 바뀌면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 그리고 주변인의 건강을 기원하고 한 해의 건강 계획을 세우게 마련이다. 이때 주부들은 대개 남편에게 금연과 절주, 자녀에게는 편식하지 않고 키 크기 등을 제안한다. 하지만 정작 주부 자신의 건강 관리에는 소홀하기 쉬울 뿐 아니라, 고작 결심하는 것이 다이어트를 통해 처녀 시절 몸매로 돌아가겠다는 소망 수준. 그러나 올해는 진짜 중요한 몸속 건강, 즉 혈관 관리부터 시작해보자.
혈관의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증상이 고지혈증. 고지혈증은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소리 없는 시한폭탄’이라 불리기도 한다. 혈액 속에 있는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등의 지질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지방이 혈관에 쌓이고 막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고지혈증은 잦은 회식으로 인한 음주와 기름진 음식, 흡연 등에 노출된 남성들의 대표적 질환 중 하나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지만, 폐경기 전후 여성들의 경우 비슷한 연령대 남성과 비교했을 때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아 주의를 요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05년부터 2009년, 5년간의 심사 결정 자료에 따르면, 고지혈증 진단을 받은 사람 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약 1.4배 더 많았고, 연평균 증가율도 남성 17.9%, 여성 20.6%로 여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매년 40대에서 50대로 접어들면서 진단 인원이 평균 2.2배 증가했다. 또한 2009년 통계청 발표에서도 대표적 심혈관 질환인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하는 여성은 10만 명당 53.2명으로 남성의 50.8명에 앞서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지혈증이 폐경기 전후 여성에게 많이 발병하는 이유는 여성의 심혈관 질환 발병이 호르몬 분비와 연관성이 높기 때문이다.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은 혈청 지방 및 지방 단백에 영향을 미쳐 총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고지혈증과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 하지만 폐경기에 접어들면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급격히 줄어들어 고지혈증의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는 “폐경 전후 여성의 경우, 애매모호한 가슴의 불쾌감 등을 느낄 때 갱년기 증상의 하나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심장병의 조기 진단과 예방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여성도 남성에 못지않게 심혈관 질환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고혈압, 흡연, 당뇨, 복부 비만뿐 아니라 이상지질혈증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고지혈증은 흔히 살이 많이 찐 사람에게만 나타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날씬한 체형인 사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동안 외모’와 몸속 건강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더 늦기 전에 몸속 혈관이 보내는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좋은 콜레스테롤 vs 나쁜 콜레스테롤
콜레스테롤은 신체 내에 존재하는 지방의 한 형태인 지질의 일종으로, 인체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수 구성 성분이다. 문제는 그 양이 너무 적거나 너무 많은 경우 건강에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 대부분의 사람들은 콜레스테롤이라고 하면 몸에 좋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콜레스테롤도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이 있다. HDL 콜레스테롤은 인체 내에서 나쁜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것을 돕는다. 따라서 HDL 콜레스테롤을 늘리면 자연히 LDL 콜레스테롤은 줄어든다. 물론 그것만으로 LDL 콜레스테롤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받는 것이다. 총 콜레스테롤 수치는 200mg/dl 이하,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130mg/dL 이하,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남자는 40mg/dL 이상, 여자는 50mg/dL 이상이면 정상이다. 그러나 콜레스테롤 정상 범위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반드시 전문의와의 정확한 상담을 통해 확인과 관리를 꾸준히 해야 한다. 특히 혈관 질환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혈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이 높아 콜레스테롤 정상 범위가 일반인에 비해 훨씬 낮으므로 더욱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한다.
깨끗한 혈관 위한 혈관 건강 3단계
고지혈증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혈관 벽을 손상시켜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므로 더욱 위험한 질환이다. 문제는 동맥경화증이 국내 사망률 2위인 뇌혈관 질환, 3위인 심장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고지혈증·동맥경화·심혈관 질환 3가지 모두를 아우르는 총체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혈관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핵심은 ‘혈관 청소법’이라 불리는 콜레스테롤 밸런스에 있다. 혈관 벽에 붙은 지방을 제거해 혈관을 깨끗이 만드는 방법.
콜레스테롤 밸런스란 단순하게 말하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정상 범위 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혈액 검사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우선 식사 조절과 운동을 통한 생활습관 개선 및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하나, 음식 속 지방을 줄여라
고지혈증 치료의 핵심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은 높여 혈중 콜레스테롤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것.
혈관 건강의 기본은 음식 습관에서 시작된다. 고지혈증을 예방하기 위한 기본적인 식이요법의 원칙은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산이 함유된 음식을 피하는 것. 동물성 지방인 포화지방은 체내에서 LDL 콜레스테롤로 변하지만 식물성 지방인 불포화지방은 체내에서 HDL 콜레스테롤로 변해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가급적 식물성 지방으로 요리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식이요법 1단계는 하루 칼로리 섭취량에서 총 지방량을 30%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다. 콜레스테롤 섭취량은 하루 300mg 이하로 줄이고 포화지방은 칼로리의 10% 이하로 한다. 1단계 식이요법을 실천했는데도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그대로인 경우에는 더 적극적인 2단계 식이요법을 시행한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하루 200mg 이하로 제한하고 포화지방은 칼로리의 7% 정도로 한다.
둘,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라
규칙적인 운동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킴과 동시에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 걷기, 수영, 등산, 에어로빅, 자전거 타기 등과 같이 생활 속에서 편하게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운동법을 찾는 것은 건강한 혈관 관리를 위한 첫 단계다.
셋,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할 땐 고지혈증 치료제를 복용하라
식이요법과 운동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혈관 관리법이지만, 사실 이것만으로 콜레스테롤 목표 수치에 도달하기란 쉽지 않다. 운동선수, 패션모델 등 체계적인 식단 관리와 운동을 병행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고지혈증이 발견된다는 사실은 고지혈증이 단지 식사 조절과 운동만으로 해결되는 질환이 아님을 보여준다. 고지혈증 치료의 핵심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추고 HDL은 높여 혈중 콜레스테롤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것. 이 기능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약물이 바로 스타틴 제제다. 스타틴 제제는 몸속 콜레스테롤의 80%가 만들어지는 간에서의 콜레스테롤 합성을 방해해 혈관 내 LDL 콜레스테롤은 줄이고 HDL 콜레스테롤은 높이는 기능을 한다.
고지혈증 치료제를 선택할 때는 죽상동맥(심장 혈관 중 하나로 대나무 마디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경화의 진행 지연과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효과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치료제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고지혈증, 죽상동맥경화, 심혈관 질환 모두를 한번에 관리할 수 있는 고지혈증 치료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철환 교수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에서는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게,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게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동맥경화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협심증, 심근경색증과 뇌졸중을 예방하는 것”이라며 “심혈관 질환으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고혈압, 흡연, 당뇨뿐 아니라 이상지질혈증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며, 스타틴 제제는 효과가 입증된 약제”라고 밝혔다.
단 활동성 간질환 환자, 사이크로스포린 병용투여 환자, 임산부 등은 피해야 하므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하에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개 이상 당신은 콜레스테롤 체질일 가능성이 있다.
10개 이상 당신은 콜레스테롤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15개 이상 콜레스테롤로 인한 위험 체질이다. 꾸준히 검사를 받고 생활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 점검 항목 중에서 적더라도 1, 2, 12, 19번에 해당된 사람은 그것만으로도 위험 체질이며, 특히 2번에 해당되는 사람은 의사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15개 이상이라면?
자가 진단 결과가 15개 이상이면,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가 반드시 필요한 수준이므로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지나쳐버리기보다는 혈관 건강을 위해 정확한 혈액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아래 표기된 각각의 수치는 정상 범위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나타낸다. 콜레스테롤 정상 범위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이 범위를 벗어난 경우에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고지혈증 확인 및 관리가 필요하다.
총 콜레스테롤 수치는 200mg/dL 이하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130mg/dL 이하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남자 40mg/dL 이상, 여자 50mg/dL 이상
■ 도움말 | 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이철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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