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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Global edu talk

실컷 놀고도 대학 가는 캐나다

글·사진 | 이광수 캐나다 통신원 사진제공 | Rex

2012. 01. 03

실컷 놀고도 대학 가는 캐나다

캐나다 교육은 고등학교 때까지 운동과 인성 함양을 중시하며 본격적인 공부는 대학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컷 놀고도 대학 가는 캐나다


“아~ 오늘은 숙제도 없으니까 졸린데 그냥 잘까?”
“‘뿌리 깊은 나무’ 보고 ‘1박2일’도 봐야지. 아, 어제 PC방에서 게임하느라고 ‘나가수’ 못 봤네, 이참에 그것도 보지 뭐.”
이것이 고3의 모습이라는 게 상상이 되는가? 그러나 캐나다의 고3인 12학년 학생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캐나다에서는 대학 입학이 매우 쉽다. 캐나다 대학은 한국의 수능이나 미국의 SAT같은 시험도 치르지 않고 대부분 고등학교 성적, 그것도 12학년(고3) 성적만으로 들어갈 수 있다. 자녀를 캐나다로 유학 보낸 학부모들이 이구동성으로 찾는 대학은 바로 토론토대. 한국의 입시 상황을 생각하며 세계적 명문인 토론토대 입학도 매우 힘들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12학년 성적이 평균 80점만 넘으면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들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대 지망 학생들이 들어가는 토론토대의 ‘Life Sciences(생명과학)’ 프로그램도 평균 80~85점 정도만 받으면 입학이 가능하다. 물론 대학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고, 프로그램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평균 80점대면 웬만한 명문대 합격 통지서를 받을 수 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운동과 인성 강조, 본격적인 공부는 대학에서

실컷 놀고도 대학 가는 캐나다

토론토대 캠퍼스.





고등학교에서 평균 80점 이상을 받는 것도 어렵지 않다. 대학들이 몰려 있는 온타리오 주 고교를 예로 들어보자. 이곳 고교 과정은 4년이며, 1년에 8개 과목을 수강한다. 보통 1학기당 4과목씩 공부한다. 그리고 총 30 학점(credit)을 이수하면 졸업이 가능하다. 즉 9, 10, 11학년 때 과목을 8개씩 이수하면, 졸업학년인 12학년에는 수강 과목이 6개로 줄어든다. 물론 6과목 이상 듣는 것도 가능하다. 게다가 12학년이 되면 영어를 제외하고 모두 선택이다. 수학은 11학년까지 필수이고, 과학은 10학년까지만 필수다.
대학에선 12학년 과목 중 점수가 가장 높은 6과목의 평균점수로 뽑기 때문에 과목 선택을 전략적으로 하면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다. 영어 과목을 빼고는 모두 선택 과목이니 자신 있는 과목을 중점적으로 이수하면 된다. 예를 들어 12학년에는 수학 과목이 3가지가 있는데,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이 3개를 모두 이수하거나 적어도 2개를 듣는다. 이곳 수학은 한국 수학에 비해 훨씬 쉽기 때문에, 한국에서 수학을 잘 못하던 학생도 어렵지 않게 80점을 넘길 수 있다. 수학 3개를 모두 이수한다고 쳤을 때, 각각 90점씩만 받아놓으면 영어에서 70점이 나와도 평균 80점을 넘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6개 과목 중 나머지 2과목은 80점만 받아도 무난히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평균 점수가 나오는 것이다. 나머지 2과목은 자신 있는 과목이나 음악처럼 점수를 잘 주는 과목을 택하면 되니, 80점을 받는 것이 매우 쉽다.
이쯤 되면 대학에 못 들어가는 게 이상할 정도다. 그러나 캐나다에서는 진정한 공부란 대학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고등학교까지는 스포츠나 특별활동을 하면서 팀워크와 책임감, 리더십 같은 인성과 사회인으로서의 기본 자질을 익히는 걸 중시한다. 그래서 한국의 고3에 해당하는 12학년 학생들도 하루 평균 2~3시간만 공부하고 나머지는 마음껏 노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여유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광수씨는… 서울대에서 영문학과 영어교육학을 전공했다. 1996년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 1997년부터 현지에서 ‘Young 영어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미드에서 건진 리얼 그래머’‘TOP 70 영어 실수 바르게 고치기 (한국인이 가장 많이 틀리는)’‘올댓 그래머’가 있으며, ‘올댓 영어’ 카페(http://cafe.naver.com/allthatg)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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