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소리 소문 없이 슬그머니 자리 잡았습니다. 지난 11월 첫눈이 살짝 내리더니 며칠 전에는 장독대고 지붕이고 온통 하얀 모자를 쓴 것처럼 제법 눈이 많이 왔어요. 시골 내려온 첫해 그 겨울 눈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아침부터 폭폭 내리던 함박눈에 좋아라 하며 눈사람도 만들고 길도 치우며 들떠서 하루를 보냈죠. 그런데 다음 날도 내리고, 그 다음 날까지 3일 밤낮으로 희뿌연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데 족히 1m는 왔을 겁니다. 조용한 시골길에 그나마 다니던 버스까지 끊기고 적막강산이 따로 없었지요. ‘아, 이게 강원도의 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겨울만 되면 눈 오기를 내심 기다립니다. 나뭇잎 다 떨어진 쓸쓸한 나무에도, 텅 비어버린 논과 밭에도 혹은 그 속에 품고 있을 작은 씨앗들에게도, 생기 잃은 마른 풀잎들에게도 새하얀 눈은 솜이불 같아 보입니다. 그렇게 눈이불 덮인 날은 세상도 온전히 잠들어 있는 듯해 가만가만 뒤돌아보게 되죠.
쌓인 눈을 보면 시골살이 처음 시작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새해라고 해도 작년과 다를 것이 없지만. 그래도 한 해가 시작되니 또 한 번 다짐해봅니다. 자유로운 보자기 같은, 복을 싸는 보자기 같은 2012년이 되길. 보자기는 단순한 사각 조각이지만 그 어떤 것도 담을 수 있고, 복을 싼다는 의미도 있다지요? 다짐과 함께 예쁜 복주머니도 만들어보았답니다.
설날 아침에 먹는 양배추만두전골
“강원도에서는 설날 떡국 대신 만둣국을 올리지요. 만두피는 홍두깨로 밀어 한 장씩 만들고 김장김치 송송 썰어 만두 속을 만들어요. 얼마 전 이웃집에 놀러갔더니 양배추를 만두피로 사용하더라고요. 밀가루가 소화가 잘 안 되는 저로서는 양배추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좋아 당장 만들어보았어요.”
■ 준비재료
다진 돼지고기·숙주나물 300g씩, 소금·후춧가루·국간장 약간씩, 부추 70g, 쪽파 50g, 두부 ½모, 양배추 ½통, 다진 마늘 2큰술, 국물용 멸치 2~3개, 다시마(5×5cm) 1장, 표고버섯가루 1큰술
■ 만들기
1 돼지고기는 소금과 후춧가루를 약간 뿌려 팬에 볶는다.
2 숙주나물은 끓는 물에 데친 뒤 물기를 빼고 송송 썬다.
3 부추와 쪽파는 송송 썰고, 두부는 베보자기에 짜서 으깬다.
4 양배추는 끓는 물에 살짝 익힌다.
5 돼지고기, 숙주나물, 부추, 두부, 소금, 후춧가루, 다진 마늘을 섞는다.
6 양배추에 ⑤를 한 숟가락씩 넣고 싸서 부추로 묶는다.
7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가루를 넣고 우린 국물에 ⑥을 넣어 끓이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꽃잎복주머니
“꽃잎 주머니라는 예쁜 애칭을 가진 다기 주머니. 사각 보자기에 네 귀를 접어주기만 하면 돼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주머니인데, 여기에 설 선물을 담아 전하면 어떨까요? 어릴 적 어머니는 설이면 친척분들에게 버선을 선물하셨는데요, 저는 포근한 겨울 보내라고 수면양말 두 켤레 돌돌 말아서 꽃잎 주머니에 넣었어요.”
준비재료 흰색·청색 모본단 35×35cm 1장씩, 매듭끈 30cm 2개, 장식용 구슬 2개, 실, 바늘
만들기
1 모본단 2장은 겉면을 마주대고 창구멍은 남긴 채 4면을 0.7cm 시접 처리해 박는다.
2 창구멍으로 뒤집어 막는다.
3 ②의 네 귀퉁이를 가운데로 모아 접은 후 10cm 되는 지점에서 끝을 겉감 쪽으로 넘기고 2cm 아래에서 네 겹을 함께 반박음질한다.
4 매듭끈에 구슬을 각각 넣어 ③의 양쪽에 넣는다.
조각 이은 누비 목도리
“모아놓은 조각 천들을 잇다가 문득 목도리를 만들고 싶어졌어요. 포근포근~ 따뜻하게 목화솜도 살짝 넣어 누볐지요.”
준비재료 겉감용 명주 조각 천 19×154cm(조각을 이었을 때), 안감용 명주 19×154cm, 목화솜, 견사, 실, 바늘
만들기
1 목도리 겉면은 원하는 패턴으로 조각을 잇는다(완성 크기 17cm×150cm).
2 ①의 겉과 안감의 겉을 마주대고 시접 0.7.cm로 하여 창구멍을 남기고 4면을 박는다.
3 겉감 위에 솜을 올리고 완성선 바로 옆에 반박음질해 고정시킨다.
4 시접 부분의 솜은 떼어내고 뒤집은 후 창구멍을 막는다.
5 ④를 시침질한 후 원하는 모양으로 누빈다.
김희진씨(40)는…
강원도 삼척 산골로 귀농해 남편은 천연염색을 하고, 그는 규방공예를 하며 살고 있다. 초보 시골 생활의 즐거움과 규방공예의 아름다움을 블로그(http://blog.naver.com/meokmul)를 통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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