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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콩 이본 7년 공백 끝 다시 볼륨을 높여라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지호영 기자

입력 2011.12.16 13:29:00

MC, 라디오 DJ로 왕성하게 활동을 하다 돌연 자취를 감춘 이본이 7년 만에 컴백했다.
왜 방송을 중단하는지 정확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긴 세월 연예계를 떠나 있던 이본.
과연 그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까만콩 이본 7년 공백 끝 다시 볼륨을 높여라


깡마른 몸매, 까만 피부 때문에 ‘까만콩’이라는 애칭을 얻었던 이본(39). 10년 넘게 KBS 라디오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 DJ로 활동하며 X세대 아이콘으로 군림했던 그는, 통통 튀는 매력으로 방송에서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란한 색상의 의상과 개성 있는 헤어스타일 등 언제나 그에게는 ‘튄다’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가 돌연 방송을 그만둔 건 2004년 가을. 라디오 마지막 방송에서 2시간 내내 눈물을 흘리며 DJ 자리에서 물러나며 이렇다 할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조용히 연예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랬던 그가 7년 만에 복귀했다. 11월 중순 첫 방영된 SBS플러스 ‘컴백쇼 톱 10’ MC를 맡은 것. ‘컴백쇼 톱 10’은 1990년대 한국 가요계를 빛냈던, 하지만 지금은 존재조차 미미해진 가수들을 다시 불러모아 노래 경쟁을 시도하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다. 출연 가수는 이주노, 터보 김정남, R.ef, 구피, 리아, 김현성, 클레오, 스파이더 투맨, 잼, 김성수 등이다.

▼ 첫 녹화 때 심경이 어땠나요. 7년 만의 방송이 낯설지 않던가요?
“제가 활동할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해서 녹화 전날까지도 잔뜩 겁을 먹었어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까 두 대였던 카메라가 여덟 대로 늘어난 것 빼고는 크게 달라진 걸 모르겠더라고요. 게스트로 출연한 가수들도 그 시절 늘 방송국에서 봤던 분들이라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고요. 첫 녹화 때는 출연자들과 서로 반가워서 얼싸안고 울기도 했어요. 그동안 비록 대중에게서는 멀어져 있었지만 각자의 삶에 충실했기 때문에 이제라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 한창 잘나가던 시점에 갑작스레 방송을 그만둔 이유가 궁금합니다.
“당시에는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스무 살에 데뷔해서 15년 동안 열흘 이상 쉬어본 적이 없을 만큼 쉼 없이 달려왔거든요. 제가 좋아서 선택한 길인데도 어느 순간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조금씩 방송에 대한 의욕이 사라지고 자신감도 많이 잃었죠.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지금 아니면 안 되겠다’ 싶어서, 그리고 방송 관계자분들과 상의하다 보면 제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아서 부모님께만 허락을 받고 바로 모든 방송을 접었어요.”

▼ 그렇다면 7년 만에 다시 방송으로 돌아온 이유는 뭔가요?
“방송을 그만두고 무작정 여행을 떠났어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들도 사귀면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죠. 하지만 처음부터 일을 완전히 그만둔다는 생각은 아니었기 때문에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늘 저를 트레이닝 해왔어요. 언젠가 다 충전이 됐을 때, 방송에 나가더라도 사람들로부터 공백이 느껴진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거든요. 때마침 ‘컴백쇼 톱 10’ MC 제안을 받았고 이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신적 피로함·세미누드 사건… 방송을 그만둔 이유

까만콩 이본 7년 공백 끝 다시 볼륨을 높여라


▼ 실제로 보니 여전히 마른 체형인데, 얼마 전 인터넷 기사에서는 이본씨를 두고 ‘후덕해졌다’고 표현하더라고요. 기사 보고 속상하진 않았나요?
“‘망언’이라 해도 어쩔 수 없는데, 저는 살을 찌우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웃음). 쉬는 동안 5kg 늘리는 데 5년이 걸렸거든요. 겨우겨우 붙은 살이 방송 복귀를 준비하면서 3개월 만에 한꺼번에 빠져서 너무 허무했어요. 지금은 방송 그만두기 전과 비교해서 1kg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도 다들 몸이 좋아졌다고 하시네요(웃음). 뭐, 나쁘진 않아요(웃음).”

▼ 사실 방송을 그만둘 무렵 결혼과 관련해 루머에 휩싸이기도 했는데, 그게 방송 중단을 결심한 결정적인 원인이 된 건 아닌가요?
“가장 큰 이유는 앞서 말했듯 재충전이 필요했기 때문이고, 그다음은 잘못된 보도 때문이었어요. 당시 5년 정도 교제한 사람이 있었는데, 갑자기 그분과 결혼한다는 소문이 퍼졌어요. 사실 그때 우리 사이가 무척 안 좋았거든요. 저는 결혼할 의사가 없었고 서로 떨어져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갑자기 결혼설이 터졌죠. 그뿐 아니라 예전부터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이 계속 반복적으로 기사화돼 정말 힘들었어요. 더군다나 허무맹랑한 소문들이 퍼지니까 배신감마저 들더라고요.”

그 두 가지 이유 말고도 그를 지치게 만든 사건은 또 있었다. 세미누드 화보를 진행했는데, 애초 계약과 달리 촬영에 돌입하자 업체 측이 무리한 노출을 요구했다. 더는 촬영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그는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까만콩 이본 7년 공백 끝 다시 볼륨을 높여라

언젠가 다시 돌아왔을 때 공백이 느껴진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쉬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트레이닝 했다는 이본.



▼ 상업적으로 이용당한다고 생각했을 때 화가 많이 났을 것 같아요.
“저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가장 싫어해요. 속된 말로 화장실 들어가기 전과 후가 다르다고 하잖아요. 그걸 못 참는 성격이죠. 더군다나 그때는 어려서 융통성이 더 없었죠. 일을 그만두기까지 이런저런 사연들이 참 많았는데 당시에는 그런 얘기들을 구구절절 다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무슨 말이든 변명처럼 들릴 것 같고,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속사정을 다 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 쉬면서는 대중에게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그런 걸로 고민하진 않았어요. 15년 동안 연예 활동을 하면서 많이 행복했고, 후회 없이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동안 꽉 채워진 그릇을 비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 경제적으로 타격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방송 일을 하면서 매일 아버지한테 용돈을 받아 썼어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1만원이었던 하루 용돈이 나중에는 3만원으로 인상됐죠(웃음). 모든 수입은 아버지가 관리해주셨기 때문에 솔직히 제가 얼마를 벌었는지도 몰라요. 일을 그만두려고 했을 때도 부모님께 가장 먼저 쉬어도 괜찮겠냐고 물었어요. 다행히 부모님이 흔쾌히 제 뜻대로 하라고 하셨고, 쉬면서도 크게 돈 걱정을 하진 않았어요. 아직까지 부모님께 얹혀사는 캥거루족이라 큰돈 들어갈 일도 없어요. 돈을 못 벌면 덜 쓰는 게 가장 좋은 절약 방법이더라고요(웃음).”

▼ 방송에 복귀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사실 부모님께 미리 말씀을 안 드렸어요. 어머니도 주위 분들한테 전화를 받으시고 나서야 제가 다시 일을 하게 됐다는 걸 아셨어요. 방송 일을 할 때 늘 촬영 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와서 잠만 자고 나가고, 피곤에 지쳐 있는 모습을 많이 보였기 때문에 미리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았어요. 더군다나 엄마가 암으로 투병 중이셔서 더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그런데도 엄마는 제가 다시 방송일을 하게 됐다는 걸 아시고는 ‘그렇게 힘든 걸 다시 또 할 수 있겠냐’며 오히려 저를 걱정하셨어요.”

갑상선암·유방암 치료 중인 어머니 간호하느라 복귀 늦어져
그의 복귀가 늦어진 이유 중 하나가 어머니의 암 발병이었다. 1남 3녀 중 셋째 딸인 그는 독일에 사는 두 언니와 호주에 사는 남동생을 대신해 어머니의 병간호를 맡았다. 2년 전 한 차례 방송 복귀를 준비했지만 같은 시기 어머니가 갑상선암과 유방암에 걸려 복귀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에게 처음에는 병에 걸린 사실을 숨겼다고 한다.

▼ 어머니가 병에 걸렸다는 걸 알았을 때 심정이 어땠나요?
“엄마는 갑상선암 수술을 받으실 때도 ‘딸아, 엄마 목에 혹이 있어서 떼어내고 올게’ 하고 병원에 가셨어요. 유방암 수술을 하실 때도 ‘딸아, 이번에는 가슴에 혹이 있대’ 하고 병원에 가셨죠. 나중에 언니한테 전화로 이 사실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정말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었어요.”

▼ 아무리 딸이라고 하지만 환자 수발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사실 크게 해드린 건 없어요. 집에 음식 할 사람이 없으니까 엄마가 먹고 싶어 하시거나 몸에 좋다는 음식을 사서 드리는 것밖에요. 한 가지 스스로에게 대견한 점이 있다면 엄마가 처음 아프다고 하셨을 때 ‘내가 먼저 지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거예요. 엄마가 병마와 싸울 날이 하루이틀이 아닌데, 가족들이 힘들어하면 당사자는 얼마나 더 힘들겠어요. 그래서 저는 엄마 병간호를 즐기기로 했어요. 용돈을 모았다가 엄마한테 깜짝 선물을 한다거나 운동 삼아 수영장에도 모시고 가고, 시간 날 때마다 산책을 즐기며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했어요. 지금도 항암 치료 중이지만 엄마 역시 이 상황을 덤덤하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 참 다행이에요.”

▼ 항암 치료를 받으시면 머리카락이 많이 빠질 것 같은데.
“맞아요. 항암 치료를 받으시는 분들이 왜 머리를 미는지 알겠어요. 저희 엄마도 제가 직접 머리를 밀어드렸어요. 그러고는 예쁜 가발을 사드렸죠. 그런데 한번은 가발을 엉성하게 쓰고 나가셨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가발인 걸 들키셨나 봐요. 잔뜩 화가 나 집으로 돌아와서는 ‘다시는 가발 안 쓴다’고 하시더라고요. 안되겠다 싶어서 그날부터 예쁜 두건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핑크색, 하늘색 등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을 준비해서 외출하실 때마다 가발 위에 예쁘게 씌워 드렸죠. 나중에는 옷 색깔까지 맞춰서 코디해드리니까 좋아하시더라고요. 엄마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날씬한 체형이어서 뭘 입어도 예쁘세요(웃음).”

쉬면서 그는 여행을 많이 다녔다. 8개월 정도 유럽에 머물기도 했다. 유럽 축구 ‘광팬’이어서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전 경기를 현지에서 관람했다. 이본은 “월드컵 전 경기를 현장에서 보는 게 꿈이었는데, 쉬는 동안 그 소원을 이뤘다”며 웃었다. 독일 외에도 동생이 거주하고 있는 호주에 장기간 머물렀고, 해외뿐 아니라 해남 땅끝 마을 등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충전했다. 공부도 했다. 지난해 단국대 체육학과 3학년으로 편입했는데, 이번 인터뷰를 위해 학교 측에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한다며 기자에게 결석사유서를 요청하기도 했다.

▼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뭔가요? 전공이 체육학인 것도 의아한데요?
“그냥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기보다 뭔가 배우려고 했어요. 언어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쉬는 동안 영어와 일어 개인 강습도 받았고요. 체육학을 전공하는 건 평소 운동을 워낙 좋아해서 운동의 기본 원리부터 제대로 배워보자는 생각이 들어서예요. 또 내년에는 좀 더 공부를 할 생각인데, 현재 문화예술 관련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에요. 사실 학교에서는 학생들도 그렇고 교수님들도 제가 연예인이라는 걸 몰라요. 그래서 웬만하면 학교 다니는 얘기는 안 하려고 해요(웃음).”

결혼은 아직, 연기자로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어

까만콩 이본 7년 공백 끝 다시 볼륨을 높여라


▼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는데, 가끔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그럼요. 수시로 들어요(웃음). 특히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걸 어느 순간 이해하게 됐을 때, 아,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싶어요. 솔직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이는 나 혼자 먹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예전과는 달라진 제 모습을 발견할 때나 조금은 철이 들었다 싶을 때는 나이 먹었다는 게 실감 나요. 예를 들면 예전에는 싫은 게 있으면 ‘싫다’라고밖에 말할 줄 몰랐어요. 상대의 기분은 전혀 배려하지 않고 제멋대로였던 거죠.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싫은 건 왜 싫은지, 좋은 건 왜 좋은지 설명을 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싫고 좋음이 분명한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내 감정을 상대에게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주고받는 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닫고 있어요(웃음).”

▼ 부모님께서 결혼하라는 말씀을 자주 하실 것 같은데, 결혼 계획은 있나요?
“부모님이 결혼을 강요하지는 않으세요. 엄마가 말로는 빨리 결혼해야지 하시면서도 내심 제가 부모님 옆에 있는 게 든든하고 좋으신가 봐요. 사귀는 사람은 있어요. 만난 지 6년 정도 됐는데, 아직까지 결혼 생각은 안 했어요. 처음 교제를 시작할 때도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이 아니라는 걸 미리 얘기해뒀기 때문에 남자친구도 제 의견을 존중해줘요. 이제 또 방송 일을 시작했으니까 당분간은 일에 ‘올인’하고 싶어요.”

▼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인가요?
“저보다 나이가 좀 많고, 평범한 사람이에요. 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든든한 존재죠. 더 이상은 노코멘트(웃음).”

▼ 과거에는 연기자, 진행자, DJ, 가수 등 그야말로 만능 엔터테이너였는데, 앞으로도 다방면에서 활동할 계획인가요?
“연기자로서 좀 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예전에는 다른 재미있는 일들이 많아서 작품 섭외가 들어와도 할 여력이 없었어요. 이제는 본래 직업인 연기자로 돌아가서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그날이 빨리 오면 좋겠어요(웃음).”

장소협찬 | OuiBenebene(02-3444-0792)
의상·소품 협찬 | 망고 빈폴레이디스(02-3447-7701) 제이티아라(02-508-6033) 블루페페 엘페(02-3445-6428) 나무하나(02-512-4329) 금은보화(02-548-3956) 아돌포도밍게즈(02-540-4723)
헤어·메이크업 | 이범호 오희진(순수)
스타일리스트 | 안수명

여성동아 2011년 12월 5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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