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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매력, 예술적 씀씀이 재능 기부로 세상 밝히는 배우 손현주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박해윤 기자, 에반젤리 홈페이지

입력 2011.12.16 10:34:00

손현주는 이견 없는 연기파 배우다. 작품마다 밀도 있는 연기를 선보인 그이지만 무엇보다 우리네 허술한 가장을 연기할 때 자기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다. 최근에는 SBS 드라마 ‘폼나게 살거야’에서 효자 나대라 역으로 따뜻한 인간미를 선보였다. 따뜻한 연기 비결이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아름다운 재능 기부를 꾸준히 해온 덕분이었다.
허술한 매력, 예술적 씀씀이 재능 기부로 세상 밝히는 배우 손현주


손현주의 연기를 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드라마에서 조강지처를 두고 바람피우는 역을 맡고도 시청자의 악플 폭탄을 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캐릭터가 아닐까. 길바닥에서 거지 분장으로 앉아 있어도 위화감 없는 캡처 화면의 주인공(지금까지도 온라인에서 화제인 이 장면은 2004년 MBC ‘베스트극장’의 한 장면이다)이기도 한 그는 생활 밀착형 연기의 달인이다. 10여 년간 단역과 조연을 거치며 연기 내공을 쌓아서겠지만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많아도 ‘따뜻한’ 연기를 하는 배우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데, 그는 두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다.
2년째 그가 직접 찍은 사진을 기증해온 사진전이 열린 서울 여의도 63시티. 한국노바티스와 대한병원협회가 공동 주최한 제3회 ‘고맙습니다 사진공모전’ 수상작 전시회에 의료 현장과 일상에서 가슴 따뜻하고 고마운 순간을 담은 사진 8장을 기증했다. 급성 폐렴에 걸려 입원한 어린이와 그를 살피는 간호사를 찍은 사진이나 손에 링거 바늘을 꽂은 채 해맑게 웃는 어린이 사진에서는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다. 병원에서 촬영한 사진 말고도 연기 생활을 하며 의지하는 동료이자 ‘폼나게 살거야’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이상숙과 손종범이 마주 보며 웃는 사진도 기증했다.
그는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전시회장을 찾아 수상자를 축하하고 사진을 감상했다. “희로애락이 담긴 드라마를 촬영하다 보면 혼자서 간직하기엔 너무나도 가슴 따뜻하고 고마운 순간이 생긴다”던 그는 “의료 현장과 일상에서 포착할 수 있는 감동적이고 가슴 뭉클한 사진으로 환자와 가족, 의료진에게 웃음과 작은 희망을 안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7년째 장애어린이합창단 단장 맡아

허술한 매력, 예술적 씀씀이 재능 기부로 세상 밝히는 배우 손현주

에반젤리 후원의 밤 행사에 참가한 손현주. 그는 2005년부터 장애어린이합창단 에반젤리의 단장으로 활동했다.



평소 사진 찍는 것이 취미인 그에게 따로 사진을 배웠느냐고 묻자 “어깨너머로 배웠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손현주의 친형은 사진작가다. 카메라 앞에 서는 데 익숙했던 그는 카메라 뒤에 서는 법을 배우면서 또 다른 재능을 기부할 힘을 얻었다.
‘고맙습니다 사진공모전’은 의료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삶과 희망, 헌신을 주제로 병을 이겨내려 온 힘을 다하는 환자와 가족, 의료인의 노력을 담은 사진전. 2009년부터 ‘고맙습니다 사진공모전’ 홍보대사로 활동한 그는 당시 주최 측의 제의를 받고 ‘행사에 얼굴만 비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좀 더 의미 있는 방식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에 직접 찍은 사진을 기증했다.
사실 스타들의 봉사활동은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웬만큼 인기 있는 스타에겐 홍보대사며 기부에 대한 제의가 심심찮게 들어오는 것이 사실. 하지만 단발성 봉사는 가능할지 몰라도 꾸준히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손현주는 그런 꾸준함을 실천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KBS2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편에서 장애어린이합창단 ‘에반젤리’를 이끌고 합창 대회에 나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 아이들이 예심을 통과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아이들은 악보를 볼 줄도 모른다. 노래 한 곡을 다 부르기 위해서는 6개월 넘게 꼬박 연습해야 한다”고 말하며 “아이들을 위해 ‘땡’ 소리나 ‘불합격’이라는 말을 조그맣게 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해 보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아이들의 노래가 시작됐다. 제목은 ‘나 딴 아이들처럼’.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이들은 수화로, 마음의 목소리로 노래했다. 어색한 음정과 불안정한 박자였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실제로 에반젤리 홈페이지에서 ‘장애청소년 문화아카데미 에반젤리 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손현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005년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7년째. 2004년 말 ‘무언가 뜻 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같은 마음을 가진 지인들과 장애어린이합창단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합창단 창립 기금을 마련하려 홍대 앞에서 일일 자선 호프집을 여는 열의도 보였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그가 일일 호프에서 “사랑을 나누는 데 동참해달라”며 인용한 성경 구절이다. 견미리, 지성, 권해효, 허영란 등 연예인을 비롯해 6백여 명의 손님을 모으며 성황리에 기금 마련을 마쳤다. 거기서 모인 기금으로 에반젤리는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해 MBC 단막극 ‘누나의 3월’, KBS2 단막극 ‘텍사스 안타’ 등에 출연하며 출연료 전액을 합창단에 기부한 손현주. 어릴 적부터 교회에서 활동하며 기부나 봉사활동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다는 그는 자신을 “오지랖이 워낙 넓다”고 평했다. 그 ‘아름다운’ 오지랖으로 그는 팍팍한 세상을 밝히고 있다.

여성동아 2011년 12월 5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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