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골다공증이 심했던 최인숙씨(78). 쌀쌀해진 날씨에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겨울만 되면 바깥출입을 하지 않다시피 했다. 뼈가 약하니 넘어지면 큰 일이라는 말을 병원에 갈 때마다 들어왔기 때문. 정작 사건은 욕실에서 벌어졌다. 물에 젖은 타일에 슬리퍼가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찧은 것이다. 다행히 넘어질 때 난간을 붙잡고 있어 세게 부딪힌 느낌은 들지 않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엉덩이 쪽에 통증이 심해지면서 움직일 수조차 없는 상태가 됐다. 꼼짝할 수 없는 통증에 어찌할 바 몰라 하던 최씨는 병원에서 우측 대퇴골경부(고관절)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합병증 예방을 위해 한시바삐 수술을 해야 한다는 전문의의 설명에 또 한 번 놀랐다. 하지만 고령임에도 발전된 수술 기술 덕분에 고관절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인공관절치환술을 받고 자유롭게 산책할 만큼 건강을 되찾았다.
골절 방치하면 합병증 생길 수 있어
기온이 내려가면 길거리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넘어져 다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특히 갱년기 이후 여성처럼 골다공증이 있는 이들은 가벼운 충격에도 골절상을 입는다. 골다공증이 있는 데다 민첩함과는 거리가 먼 고령의 여성들은 추운 날씨 탓에 움츠러든 상태에서 약간만 중심을 잃어도 쉽게 넘어지고 골절상을 입는다. 그래서 겨울만 되면 외출 문제로 자식들과 실랑이를 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그러나 넘어질까 봐 겁이 나서 산책이나 외출을 삼가면 운동 부족으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된다.
건강한 사람은 골절이 된 후 시일이 지나서 병원을 찾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심신이 약해진 갱년기 여성이나 노인은 방치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일단 골절이 되면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고 호흡 곤란과 함께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의 경우 누워 있는 날이 2~3일만 돼도 호흡이 약해지면서 폐에 가래가 찬다. 폐렴이 발생한 것인데 방치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 욕창도 치명적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바닥에 닿는 부위의 피부에 욕창이 생긴다.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피부가 상하면 골절 치료도 더뎌진다. 특히 수술 부위에 욕창이 생겨 수술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비뇨기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오랫동안 누워 있으면 방광염 등이 발생하고, 세균이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는 세균혈증부터 패혈증 같은 합병증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처럼 노인들의 골다공증성 골절은 가급적 빠른 시기에 치료하면 정상 생활이 가능하지만 며칠만 지연돼도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바로 대처해야 한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신규철 병원장은 “기다리면 낫겠지 생각하다 치료 적기를 놓치고 평생 후회할 수 있다. 고령 환자 골절 치료의 핵심은 빠른 발견과 조기 치료로 일상생활 복귀를 앞당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여성에게 골절이 많은 이유는
고령 환자의 골절 치료 핵심은 빠른 발견과 치료. 사진은 MRI 촬영 장면.
보통 뼈의 양은 사춘기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최대에 이르렀다가 그 후 점차 감소한다. 이 시기에 뼈를 충분히 형성하지 못하면 나이가 들면서 뼈는 점점 더 약해지다가 결국 골다공증이 생긴다. 골다공증이 있는 뼈는 조그만 충격에도 골절로 이어져 활동이 제한되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심각한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다. 젊을 때부터 적극적인 뼈 건강관리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여성은 여러 가지 이유로 남성에 비해 골다공증에 노출되기 싶다. 우선 여성은 뼈가 약하다. 한창 뼈가 형성될 때인 젊은 시절 미용상의 이유로 햇볕을 피하는 것도 뼈가 약해지는 원인 중 하나다. 실제로 잡티 없는 피부를 유지하고자 야외 활동이나 운동을 꺼리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무리한 다이어트도 골 손실의 원인. 중년 여성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어 폐경기를 맞이하는데 에스트로겐이 부족해지면 골 손실도 빠르게 진행돼 골다공증이 생긴다.
골다공증은 젊을 때부터 예방하는 게 최선이다. 골격이 성숙해지는 나이인 25~35세까지 뼈의 양을 늘리기 위해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고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한다. 권장량만큼 충분한 칼슘을 식사를 통해 섭취하고, 알코올이나 카페인 섭취는 줄이는 게 좋다. 평소 햇볕을 충분히 쬐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생활 습관도 뼈 건강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다.
칼슘 부족으로 약해진 뼈 부러지면 치명적
햇볕을 통해 생성되는 비타민 D는 칼슘 흡수에 꼭 필요한 요소다.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아무리 칼슘을 섭취해도 몸이 이를 흡수하지 못한다. 비타민 D에 의한 칼슘 대사가 일어나지 않으면 적정한 골 질량을 유지하기 어렵다. 적절한 운동은 골 손실을 감소시키고 뼈를 튼튼하게 한다. 특히 골다공증이 심할수록 반드시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추가적인 골 손실을 막아야 한다.
골다공증이 무서운 이유는 단 하나다. 다른 이에 비해 가벼운 충격에도 뼈가 부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나가다 벽에 살짝 부딪혔는데도 뼈가 부러진다. 실금이 가 있다가 바로 골절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통증이 심해지기 전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에서 보았듯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이 잦은 부위는 대퇴골경부, 척추 골, 손목 순인데 그중 대퇴골 골절이 가장 위험하다. 꼼짝할 수가 없는 데다 엄청난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대퇴골경부 골절
흔히 고관절과 맞닿아 있어 고관절의 일부로 취급되는 대퇴골경부. 이 부위는 골절 즉시 수술을 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지연되는 경우에는 다양한 합병증이 생긴다. 대퇴골경부는 살짝 미끄러지거나 헛디뎌도 쉽게 부러진다. 부러지면 갑작스레 사타구니 통증이 심해지고 구부린 상태로 움직이기 힘들다. 금만 살짝 간 경우는 걷거나 다리를 돌릴 때 뜨끔뜨끔한 느낌만 있어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이런 상태가 오래되면 잘 아물지 않고 문제가 생긴 부위가 주저앉아 다리가 짧아지거나 변형이 올 수 있다. 골절의 조기 치료가 필요한 첫 번째 이유다.
뼈가 어긋나지 않고 24시간 이내에 발견되면 피부 절개 없이 핀으로 고정만 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그 시기를 놓치면 아무리 고령이라도 수술을 피할 수 없다. 노인들은 일주일만 누워 있어도 기력이 쇠해 합병증이 생긴다. 골절 치료를 서둘러야 하는 두 번째 이유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이상준 진료과장은 “골절 치료를 위한 인공관절치환술은 척추 마취를 하고 1~2시간 내외로 간단히 시술할 수 있다. 수술 후 1~2일째부터 보행이 가능하다”라고 말한다.
▶척추 골절
다친 적이 없는데도 눕거나 앉았다 일어나는 등 자세가 바뀔 때마다 갑자기 통증이 심해지면 척추 골절을 의심해봐야 한다. 등이나 허리와 등이 만나는 부위에 주로 일어나며, 골다공증이 심할 경우 재채기 같은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일어난다. 해당 부위를 누르면 통증이 심하게 느껴진다. 등 부위 골절이 발생할 때는 등뿐만 아니라 가슴까지 당기고 쑤시는 통증이 나타난다. 이는 등뼈 옆 늑간 신경이 자극을 받아 생긴 현상이다.
척추 골절은 이처럼 증세만으로는 요통과 차이가 없어 전문병원을 찾아 빨리 치료해야 한다. 침대에만 누워 있으면 월 5%씩 골 손실이 일어나 골다공증이 없던 사람도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다른 부위의 골절 위험성도 커진다. 신규철 병원장은 “찌그러진 척추뼈를 방치하면 중력에 의해 점점 더 앞으로 구부러지게 되는데 주위의 척추뼈도 함께 약해져 연쇄적으로 골절이 일어날 확률이 커진다. 이로 인해 키는 줄고 허리는 굽는다”며 제때 치료할 것을 강조한다.
구부러진 척추뼈는 가슴과 배를 압박해 심장, 폐 기능을 떨어뜨리고 소화 기능도 약화시킨다. 누워 있으면 저절로 아물기도 하지만 골절 부위에 무혈성괴사(염증이 생겨 썩어 들어가는 것)가 있거나 2주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면 척추골보강술(척추성형술)을 받아야 한다. C-Arm이라는 실시간 영상 장치로 확인하면서 골절 부위 척추뼈에 특수 주사기로 액체 상태의 골시멘트를 주입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골절 부위가 단단하게 굳는다. 시술에는 보통 5~15분 정도가 걸리며 시술 1시간 후부터는 활동이 가능하다.
▶손목·어깨 골절
미끄러지면서 바닥을 짚을 경우 손목이나 어깨 골절이 올 수 있다. 손목은 골절 부위를 맞춰 깁스를 하는 방법으로 치료하면 된다. 하지만 부러진 부위가 여러 곳으로 얽혀 있거나 신경을 건드려 손이 저린 증상이 있는 경우, 심한 골절 등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뼈를 제 위치에 맞춘 후 핀으로 고정하는 수술을 한다. 어깨의 상완골(팔 윗부분)경부 골절은 골절된 뼈가 어긋나지 않은 상태가 많아 팔을 고정하면 쉽게 아물지만, 어깨가 굳는 오십견이 올 수 있어 어깨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골절이 여러 군데거나 많이 어긋나면 수술이 필요하고, 심하면 인공관절로 바꿔야 할 수도 있다.
골다공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제일정형외과병원 신규철 원장(오른쪽)과 상담을 하고 있는 이상준 진료과장.
▶무릎 반월상연골 손상
골절은 아니지만 골다공증이 있는 여성은 무릎 내에 반달처럼 생긴 연골인 반월상연골의 손상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겨울철 빙판길은 요주의다. 걷다가 삐끗할 때 무릎이 돌아가면서 무릎 내 연골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골이 손상되면 무릎을 완전히 구부리거나 펼 수 없고, 억지로 하면 통증이 심하다. 쪼그려 앉기 힘들어 늘 뻗정다리로 있어야 하며, 무릎을 살짝 돌리거나 내측을 누르면 통증이 심하다. 누웠을 때는 오금이 땅에 닿지 않는다. 방치하면 무릎이 꺾인 상태로 굳거나 걸을 때 발이 땅에 걸려 넘어져 2차 골절이 올 수 있다. 연골 파열 부위가 점점 더 커지면 인공관절치환술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반복되는 통증이 있으면 빨리 치료해야 한다. 무릎 연골 파열은 관절내시경으로 손상 부위를 직접 확인해 절제하거나 찢어진 부위는 봉합하고, 파열 후 연골 내에 남아 돌아다니는 연골 및 뼛조각을 제거해야 한다. 척추 마취로 30분이 걸리며 입원 기간도 1∼2일로 짧아 바로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
TIP 제일정형외과병원은…
제일정형외과병원은 척추·관절 질환 치료로 잘 알려진 서울 강남 의료타운의 전문병원이다. 한 해 7만여 건을 진료하는데, 내원 환자 대부분이 여성 노인으로 전국에서 찾아온다. 척추, 무릎뿐 아니라 어깨, 고관절, 족부, 수부 등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가진 분야별 전문의 11명이 포진해 있다. 또한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내과를 별도로 둬 각 분야 전문의가 협진을 통해 치료 방안을 찾는다.
특히 골다공증성 골절 환자들의 진료 편의를 위해 ‘365일 골절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데, 골절 초기부터 분야별로 전문의가 진료하는 것이 특징. 노인성 골절 환자에겐 빠른 대처와 짧은 대기 시간이 생명인데, 이들을 위해 클리닉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토·일요일에도 운영.
신규철 병원장은 “골절상을 입은 어르신의 경우 고혈압, 당뇨 등 동반 질환을 갖고 있기 쉽고, 체력적 한계 등 신체 특성도 감안해야 하므로 해당 분야의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가진 전문의를 찾아 좀 더 정밀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면서 “노인성 골절 치료의 핵심은 빠른 발견과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로 빨리 복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일정형외과병원은 고령 환자들의 신체 특성을 감안해 비수술 치료를 우선 적용하고 있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부위 마취-최소 절개-무(無)수혈-단기 입원’등 4원칙을 감안해 고령 환자들의 체력적 부담을 낮춰준다. 특히 노령 환자에게 일어나는 합병증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집중치료실’을 운영한다.
■ 도움말 | 제일정형외과병원 ‘365일 골절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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