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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Global edu talk

세 살 때부터 아이비리그 준비하는 뉴요커들

글·사진 | 김숭운(미국 통신원)

2011. 12. 02

세 살 때부터 아이비리그 준비하는 뉴요커들


얼마 전 한국의 유치원 가운데 연간 수업료가 1천만원에 달하는 곳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실 그 정도는 뉴욕 부자들이 자녀 교육에 투자하는 금액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흔히 뉴욕의 명문 유치원으로 92 Street Y, All Souls School, The Brick Church School, Park Avenue Synagogue Early Childhood Center, Episcopal School 등 5곳이 꼽힌다. 이 유치원들의 입학 정원은 모두 합해도 1년에 5백 명 미만이다. 입학 경쟁률이 수십 대 일에 달하기 때문에 추첨이나 시험을 통해 아이들을 선발한다. 뉴욕 부자들은 자녀를 입학시키려고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매년 거액을 기부한다. 유치원 수업이 끝나는 시간이면 그 앞에 뉴욕에서 가장 긴 리무진 줄이 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공식적인 등록금은 1년에 1만8천 달러(한화 약 2천만원) 정도지만, 이는 오전 반나절만 유치원에 보내는 금액이며 그 밖에 찬조금과 각종 부대 경비를 등록금만큼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 친구 생일 파티 참석 비용과 해외여행 경비도 추가된다. 결국 자녀 한 명을 명문 사립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부모가 지출하는 총비용은 연간 5만~10만 달러(5천6백60만~1억1천3백만원)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돈을 지불하는 만큼 유치원에 거는 부모들의 기대도 크다. 얼마 전 일간지 ‘뉴욕포스트’에는 한 학부모가 뉴욕의 유명 유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실렸다. 그 내용인즉슨 유치원의 명성을 믿고 아이를 보냈는데 학습 수준이 아이비리그 입학 준비 과정에 미치지 못하니 수업료를 환불해달라는 것이었다. 소송을 낸 학부모의 아이는 올해 만 세 살이라고 한다.

세 살 때부터 아이비리그 준비하는 뉴요커들

뉴욕 유명 사립 유치원 등·하교 풍경. 수업이 끝날 때 쯤이면 정문 앞에 아이들을 태워가기 위해 고급 승용차가 줄을 선다.



강남 엄마도 울고 갈 뉴요커의 치맛바람
학부모는 ‘유치원이 아이들을 지나치게 많이 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하려면 무조건 뉴욕의 명문 초등학교 입학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미국의 사립 명문 초등학교는 입학 시험을 치른다) 이 유아원의 교육 방법으로는 명문 초등학교 입학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 소장의 내용이다. 따라서 이 유아원에 다니다가는 자신의 아이가 아이비리그 대학에 갈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으므로 입학 3주 만에 자퇴시키기로 결정했다는 것.
반면 유치원 측은 자신들은 세 살짜리에게 가장 합당한 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수십 년에 걸쳐 높은 교육의 질과 수업 방식의 타당성을 인정받았으며, 입학원서에 명시된 대로 이미 선납한 등록금은 환불해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변호사를 통해 정식 재판이 청구된 이 사건은 점점 과열되는 교육열과 거세지는 뉴요커들의 치맛바람을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시민들과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아이비리그에 입학하는 공립학교 대 사립학교 출신의 비율은 2대 1 정도지만 이런 교육 양극화가 계속될 경우 이 비율이 역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김숭운씨는… 뉴욕시 공립 고등학교 교사로, 27년째 뉴욕에 살고 있다. 원래 공학을 전공한 우주공학 연구원이었으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좋아서 전직을 했다. ‘미국에서도 고3은 힘들다’와 ‘미국교사를 보면 미국교육이 보인다’ 두 권의 책을 썼다. 여행과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해 유럽과 남미를 20여 차례 여행했으며, 미국 35개 주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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