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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edu talk

중국에서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글·사진 | 이수진(중국 통신원)

2011. 12. 02

중국에서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지난해 말 우리나라에서는 자녀 한 명을 양육하는 데 2억6천만원 정도가 든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화제가 됐다. 최근 중국 부모들 사이에서도 자녀 키우는 비용이 단연 화두다. 이는 한 블로거가 교육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베이징에서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그는 임신 직후부터 아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대략 43만 위안(한화 7천5백25만원)이 든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임신·출산기 병원 검사, 초음파, 각종 영양제 및 영양식품, 분유 값, 유치원 입학 기부금과 유치원비, 초·중·고등학교 교육비, 의복비, 식료품비 등이 포함됐다. 이 블로거는 “이는 최소 비용일 뿐 명문 학교를 보내려면 끝이 없다”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결론적으로 “아이 한 명을 대학까지 보내는 데 기본적으로 50만~1백30만 위안(8천9백40만~2억3천2백만원)이 들고 만약 외국 유학이라도 보내면 최소한 2백만 위안(3억5천8백만원)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1 중국 유치원 풍경. 2 대학 졸업식 모습. 중국 부모들도 자녀 교육비 부담으로 허리가 휘는 건 우리와 마찬가지다.



베이징 시민의 1인당 실소득이 2010년 기준 연간 2만9천73위안(5백20만원)임을 감안하면 정말 엄청나게 큰돈이다. 하지만 중국인 친구들은 실제로는 아이 한 명 키우는 비용이 이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서른인 학원 강사 왕샤. 유복하게 자란 그는 “대학 졸업 때까지 2백만 위안은 족히 썼다”고 했다. 하얼빈 출신인 그는 중·고등학교 때는 과목별로 1대 1 과외를 받았다. 또 대학 4년은 베이징에 유학을 했으니 학비 이외에 생활비도 상당히 들었다. 여유 있는 가정에다 교육열이 남달랐던 부모 덕분에 자신이 대학 때까지 쓴 돈이 상당했지만 보통 가정에서도 1백만 위안은 든다는 게 이 친구의 추산이다.
중앙부처 공무원인 후징레이는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남편과의 사이에 다섯 살 된 아들을 두고 있다. 한 달 생활비의 80%가 아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이다. 공무원 자녀를 위한 유치원에 다니고 있어 다른 사립 유치원에 비해 매우 저렴하지만 원어민 영어 교습을 비롯해 수영, 바둑, 골프 등을 가르치는 데 적잖은 돈이 들어간다.

날로 치솟는 양육비, 부모는 ‘자식의 노예’라는 신조어도 생겨



중국에서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이처럼 직접적이고 공식적인 비용 이외에도 각종 간접비를 감안하면 양육 및 교육에 드는 비용은 더 커진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한 중국 친구는 방과 후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는 일을 해주는 도우미에게 매달 5백 위안을 주고 있다. 또 다른 중국 친구는 “최근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딸 때문에 걱정이었는데 아이를 봐주러 와 있는 친정아버지가 선생님 선물용으로 5백 위안권 까르푸 상품권을 준비해 줬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치솟는 집값과 함께 양육비 부담이 중국 사람들을 짓누르고 있다. ‘하이누(자식의 노예)’라는 자조적인 신조어가 유행하는 것도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자녀 갖기’ 등 인구 억제 정책을 포기하더라도 ‘아이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아’ 자연히 저출산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각종 유·무형의 ‘비용’이 아무리 크다 해도 아이가 가져다주는 기쁨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또한 사실이다. 중국 친구들과 ‘아이 키우는 데 왜 이리 돈이 많이 드는지’ 넋두리를 늘어놓다가도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숙제’라는 사실에 모두가 공감했다. 그래서 한 블로거의 글에서 시작된 그날의 수다는 “어쨌거나 ‘본전’ 생각하지 말고 힘 닿는 대로 열심히 키우자”는 다짐으로 마무리됐다.

이수진씨는… 문화일보에서 14년 동안 기자로 일하다 지난해부터 중국 국무원 산하 외문국의 외국전문가로서 인민화보 한글판 월간지 ‘중국’의 한글 책임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중1, 초등5학년 아들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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