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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ON THE ROAD

삼천리 금수강산의 출발점 전남 해남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

글 | 박길명 프리랜서 사진 | 김형우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해남군 제공

2011. 11. 01

육지가 끝나는 지점에서 바다가 시작되는 한반도 최남단, 전남 해남. 해남이라는 공식 지명보다 ‘땅끝’이란 애칭이 사람들의 가슴에 더 와 닿는 곳이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땅끝에서 서울까지 1천 리, 서울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 2천 리’로 어림해 우리나라를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했다. 사람들이 이 먼 길을 달려 해남으로 향하는 까닭은 그만큼 매력이 넘치는 땅이기 때문이다. 땅끝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화려한 갈대로 뒤덮인 고천암 철새도래지가 나타나고, 크고 작은 섬들이 연출하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8천만 년 전 익룡이 살던 중생대 백악기부터 이순신 장군이 호령하던 조선시대까지 유구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수천만 년을 타임 리프(Time Leap)해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삼천리 금수강산의 출발점 전남  해남

고천암에서 바라본 일몰



풍경01 공룡이 헤엄치고 익룡이 날아다니고
>>우항리 공룡박물관

삼천리 금수강산의 출발점 전남  해남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 공룡이 헤엄치고 익룡이 날아다니고~.’ 우항리에 가면 80년대 포크송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를 저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익룡 발자국(35cm)이 있다. 세계에서 7번째, 아시아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란다. 지명을 따서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로 명명됐다. 해안가를 따라 공룡 발자국을 볼 수 있다.

삼천리 금수강산의 출발점 전남  해남




해안가 위쪽 언덕에 위치한 우항리 공룡박물관은 4백40여 점의 공룡 화석을 전시한 국내 최대 규모. 알로사우루스와 높이 21m의 조바리아, 익룡 등 45점의 공룡 전신 화석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의 규모도 공룡 사이즈만큼 커서 꼼꼼히 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공룡 화석의 보고인 우항리의 백악기 퇴적층이 드러난 것은 금호 방조제 공사 이후 이 지역이 담수호를 낀 육지로 변했기 때문이다. 90년대 중·후반 국내외 과학자들이 조사한 이후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4월 공룡박물관이 건립됐다. 화석으로만 남아 있는 공룡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공룡박물관에서 얻을 수 있다.
33만㎡ 규모의 우항리 화석지는 온갖 공룡의 발자국으로 도배돼 있다. 발자국 크기가 작은 것이 52cm, 큰 것은 95cm나 되는 초식 공룡의 몸집은 얼마나 컸을까. 몸통 길이만 7m가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 발자국 1백5점이 밀집한 곳에 보호각(대형 공룡관)이 세워졌다. 익룡 발자국 4백43점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물갈퀴새의 발자국 1천여 점을 보호한 익룡 조류관, 조각류 공룡관도 있다. 연꽃이 가득한 연못에 공룡 모형을 설치한 야외공원은 기념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은 휴관이다. 입장료는 어른 3천원, 청소년 2천원, 어린이 1천원. 문의 061-532-7225 www.uhangridinopia.haenam.go.kr

풍경02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이순신과 울돌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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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鳴梁)의 입구여 좁고도 단단하니/ 조수가 밀려오면 양쪽의 땅이 잠길 듯하구나/ 지리를 잘 이용하여 기이한 계략을 내었으니/ 새까맣게 몰려들던 추한 무리 버틸 수가 없었네’(명량대첩 비문)
해남의 서쪽 끝, 문내면 학동리 일대 전라 우수영 성지. 우수영항이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엔 명량대첩비가 서 있다. 비문은 선조 30년(1597) 이순신 장군이 진도 벽파정에 진을 설치하고 우수영과 진도 사이 바다의 빠른 물살을 이용해 12척의 배로 1백33척의 왜적함대를 무찌른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명량대첩은 임진왜란 7년 전쟁을 종식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된 전투다. 제갈량이 바람의 방향을 읽어 적벽에서 승리를 이끌어냈듯, 거센 물살의 방향을 예측해 이순신 장군이 승리를 거둔 명량대첩은 ‘기적의 해전’이다. 우수영과 진도 녹진 사이를 가르며 흐르는 명량을 울돌목이라 부른다. 물살이 거세 마치 바다가 우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백의종군을 시작한 직후 이순신 장군은 1597년 4월13일 모친상을 당했다. 그는 원균의 패전 이후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8월3일)된 뒤, 그해 9월16일 12척을 끌고 명량해전에 나갔다. 전투 중 셋째 아들의 죽음 소식을 듣고 “나를 두고 어디를 갔느냐… 하룻밤을 보내기가 한 해 같다”(10월14일)며 애통해했다.
좁은 해협을 따라 해남과 진도를 잇는 진도대교를 만날 수 있는 우수영 관광지에는 충무사, 어록비, 전시관 등 이순신 장군과 명량해전을 기념하는 시설 및 조각상, 기념비들이 세워져 있다. 이 일대에선 매년 10월이면 명량대첩 축제가 열리고, 울돌목 물길에는 거북선 모양의 유람선과 울돌목 거북배가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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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03 여기선 시간이 멈춘다
>>땅끝과 해넘이

‘땅끝’과 ‘해넘이’는 서로 잘 어울리는 단어다. 그래서 땅끝 여행의 백미로 하루의 끝을 알리는 일몰을 꼽는다. 북위 134도 17분 21초의 땅끝에서 해가 지는 풍경을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서쪽 바다에 시선을 고정하고 감탄사만 토할 뿐이다.
매년 12월31일 해남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관광객들로 가득 찬다. 일몰 행사로 해넘이제, 땅끝 노래마당, 줄굿, 강강술래, 씻김굿, 달집태우기 등이 마련된단다. 해를 바꿔 1월1일엔 해맞이제, 띠뱃놀이, 선상해맞이 등의 일출 행사가 열린다. 이 무렵, 땅끝 여객선터미널 옆 형제바위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을 지켜보는 것도 제맛이라고.
국토 최남단에 선 느낌은 저마다 지고 있는 인생의 무게와 가슴 속에 품은 희망에 따라 달라진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했으니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리라. 더 나아갈 길 없는 막다른 곳, 땅끝에서 모든 것은 다시 시작된다. 그래서 땅끝이라지만 시작이란 말에 더 끌리게 된다. 끝과 시작의 경계, 해남에서 끝을 시작으로 바꾸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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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04 국내 최대 갈대밭에서 느끼는 가을 정취
>>고천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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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읍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남서쪽으로 가다 보면 드넓은 갈대밭에 둘러싸인 고천암호가 나온다. 1981년 고천암 방조제를 만들면서 생긴 담수호로 14km에 이르는 호수 둘레에 국내 최대의 갈대밭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 영화 ‘서편제’ ‘살인의 추억’ ‘바람의 파이터’ 등이 촬영됐다. 갈대와 억새는 생김새가 비슷해 혼동하기 쉽지만 해변이나 큰 하천가 습지에서 자라는 것이 갈대이고, 산에 피는 것이 억새다. 고천암호에는 매년 겨울이면 80여 종 30만 마리 이상의 철새가 모여든다. 철새들은 갈대밭에 몸을 은신하고, 추수가 끝난 논에서 먹이를 구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곳을 찾는 철새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올해도 가창오리 떼의 화려한 군무를 볼 수 있을까.

박철환 해남군수
희망의 시작 해남

삼천리 금수강산의 출발점 전남  해남
“자연 풍광, 먹거리, 유적지 등 다양한 관광 자원이 고루 갖춰진 곳이 해남입니다. 저희가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땅끝 해남, ‘희망의 시작, 해남’이라는 겁니다. 매년 전남을 찾는 관광객이 9백만 명 정도 되는데 그중 6백만 명이 해남을 찾습니다. 그만큼 해남은 도와 어우러진 관광지라 할 수 있지요. 해남의 관광 권역은 세 축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달마산·송호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땅끝, 대흥사와 함께하는 두륜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우항리 공룡 화석지와 명량대첩의 우수영이 합쳐지는 곳입니다. 여기에 자연이 조경했다고 해도 좋을 파인비치골프장도 관광 명소로 키워나갈 겁니다. 타 시·군과 연계한 관광 테마도 중요하지요. 봄에 열리는 함평 나비축제와 청산도의 슬로시티축제가 있는데, 그곳들의 중간 기착지로 유채가 만발하는 해남의 대흥사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강진의 청자문화축제에 맞춰서 해남의 황토축제를 연계한 관광 테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해남의 색깔은 뭐니 뭐니 해도 황토죠. 이 황토가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 갯벌을 만들어 천혜의 자원이 됩니다. 친환경 김은 물론이거니와 황토가 스며든 갯벌의 수산물은 품질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배추와 최근 각광받는 인삼도 황토에서 나기 때문에 맛이 다르답니다. 자연이 준 해남의 또 다른 자랑거리가 바로 황토입니다.”


풍경05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
>>고천암 땅끝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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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어머니가 오랜만에 내려온 아들을 위해 차린 생일상. 해남 화산면 연곡리 고천암 땅끝농원(www.goodfarm.net)의 아침 밥상이 그랬다. 덕자(40cm 이상의 병어)조림을 중심으로 갓김치, 곰국에 끓인 미역, 해남의 열 가지 잡곡으로 만든 밥, 여기에 4년 묵은 김치가 일품이다. 50대 주인 부부의 후덕한 인심이 배어 있는 밥상이다. 별거 아니라는 안주인 이경임씨는 객들의 탄성에 “해남의 바다 냄새와 전라도의 손맛을 담았다”고 했다. 남편 박종부씨는 “맛이 좋은 것은 신선한 공기 때문”이라며 해남의 공기가 단맛을 낸단다.
후식으로 건네준 호박고구마는 별미. 화산면 일대의 고구마는 서울에선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란다. 비결은 토양이 황토질인 데다 바다에 인접해 해풍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일조량이 가장 많은 곳에서 재배하기 때문이다.
해남군 농촌체험교육 농장으로 선정되기도 한 땅끝농원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7첩반상. 지난해 남도음식문화축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요리다. 밥부터 국까지 모두 해남의 농산물을 접목한 것으로 간장을 빼고는 모두 고구마가 들어갔단다. 문의 061-535-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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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06 황토가 준 선물
>>배추 고구마 김…해남산은 뭐든지 최고

요즘 도시 주부들은 절임 배추로 김장을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절임 배추 선호도는 39%로 이미 3분의 1을 넘어섰다. 해남 겨울배추는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절임 배추로도 유명하다. 해남군수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바닷바람 맞고 자란 90일짜리 1등급 배추를 천일염에 절여, 맛이 달고 씹는 맛이 아삭아삭해서 인기 최고’란다. 배추는 키우는 기간에 따라 60일 배추, 90일 배추가 있는데 오래 키울수록 속이 꽉 차서 야물고 고소한 맛이 난다고. 그 밖에도 해남 황토에서 키운 각종 농산물과 다도해에서 건져 올린 다양한 해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문의 해남군수산업협동조합 땅끝애찬(www.hnsuhyu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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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프로젝트 출발합니다!

‘여성동아’와 iMBC해피코리아가 우리 땅 우리 섬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숨겨진 아름다움을 알리고 지역 축제와 먹거리, 특산품을 소개해 도시와 농촌의 행복한 만남을 도모하는 ON THE ROAD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새로운 여행 코스가 개발되면 독자 여러분을 초청해 함께 떠나는 여행 이벤트도 마련합니다. 매달 ‘여성동아’ 지면을 통해 소개된 내용은 iMBC해피코리아 홈페이지(http://happy.imbc.com)에 게재되며 관련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ON THE ROAD 독자체험단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http://cafe.daum.net/happy.imbc.com에서 신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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