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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히트 제조기

‘하이킥3’ 김병욱 PD ‘시트콤의 장인’으로 불리는 이유

글·이혜민 기자 사진·홍중식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11. 10. 18

“사회적으로 큰 획을 긋는 작품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저녁 먹으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시트콤을 만들고 싶다”는 김병욱 PD. 자신이 만드는 작품에 큰 기대를 걸지 말아달라고 당부하지만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웃기는 시트콤 그 이상의 무엇을 만들어내는 ‘시트콤의 레전드’ 아닌가.

‘하이킥3’ 김병욱 PD ‘시트콤의 장인’으로 불리는 이유


가족이 아닌 누군가가 이렇게 반가울 수 있을까. 무료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뭄의 단비를 뿌려주는 김병욱 PD(51). 그가 다시 시트콤을 만든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다 설렌다. 1995년 ‘LA 아리랑’을 시작으로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 이어 ‘하이킥’ 시리즈로 명성을 이어가는 시트콤 장인의 복귀작은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9월19일 첫 방영. 이하 ‘하이킥3’).
이번에는 동업자의 배신으로 쫄딱 망한 안내상 일가가 처남 윤계상 집에 얹혀살며 벌어지는 에피소드에 취업난에 허덕이는 20대들의 이야기를 더한다. ‘하이킥3’ 제작발표회 날, 수많은 취재진에 둘러싸인 김 PD는 “몰락한 사람들이 희망을 찾아 도전하면서 시련을 겪는 과정을 코미디 작품으로 만들겠다”며 항해의 시작을 알렸다. 그 어떤 스타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더 많이 받는 김 PD의 말을 통해 그가 만들어온 작품들의 특징을 짚어봤다.

Point 1 배우 본연의 모습, 캐릭터로 구현
“캐릭터를 늦게 만드는 편이에요. 대본을 써놓고 그 캐릭터에 맞는 배우를 찾지 않고, 마음에 맞는 배우를 캐스팅한 뒤 대본을 쓰거든요. 기본 틀은 가지고 있더라도 배우에게 ‘당신은 이러한 분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런 연기를 해보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해 승낙을 받고 나서 캐릭터를 만드는 거죠. 캐릭터를 실제 인물처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드니까 배우 이미지를 대본에 더 담으려고 해요. 윤계상씨 같은 경우도 그 인물 자체에 반해서 캐스팅한 뒤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배우의 실명을 캐릭터 이름으로 쓰는 것 역시 자기 이름을 걸고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실제처럼 만들고 싶은 욕심 때문이기도 해요.”

Point 2 신인을 스타로 만드는 미다스의 손
“저와 함께 일하는 분들이 모두 잘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일해요. 배우에게 애정을 가지면 예뻐 보이는 부분이 보이는데 그 모습을 캐릭터에 반영하죠. 특별히 신인 배우를 쓰려고 하는 건 아니고, 캐스팅할 때 성품과 느낌을 봐요. 눈여겨본 분들과 함께 일하려는 측면도 있고요. 이번에 88만원 세대를 연기하는 백진희씨는 예전에도 오디션을 보러 온 적이 있는데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역에 잘 어울리는 고유한 색깔이 있어서 좋았어요. ‘하이킥3’에는 느낌이 좋은 분을 15명이나 캐스팅했는데, 이들 모두에게 이 작품이 좋은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물론 제가 이분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나 싶어 늘 회의 속에 삽니다(웃음).”

Point 3 ‘순풍산부인과’ 캐릭터 확대 재생산
“제가 만드는 모든 캐릭터의 원형은 ‘순풍산부인과’에 있어요. 경제력을 쥔 부유한 할아버지, 무능력한 사위나 아들, 똑똑한 딸이나 며느리, 말썽쟁이거나 지나치게 영리한 손주란 구성을 각 작품에서 변주하고 있는 거죠. 처음에 만든 시트콤은 ‘LA 아리랑’이지만 콘셉트를 잡아 캐릭터를 만든 건 ‘순풍산부인과’예요. ‘지붕 뚫고 하이킥’의 해리는 미달이에서 출발했고, ‘하이킥3’의 안내상씨는 경제적으로 무능력한데 자존심 세고 쓸데없이 가부장적인 박영규씨와 비슷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똑같은 걸 재생산하는 건 아니에요. 에피소드도 다르고, 똑같은 대본을 줘도 배우에 따라 다 다르게 표현하거든요. 이번에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나오는 박하선씨 역시 어수룩한 면이 ‘거침없이 하이킥’ 고등학교 영어교사인 서민정씨와 비슷해 보여도 하선씨만의 색깔로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Point 4 남다른 제목 짓기
“‘순풍산부인과’를 만들 때부터 제목을 특이하게 짓는 버릇이 있어요. ‘거침없이 하이킥’이라는 제목을 붙였을 때만 해도 ‘거침없이’나 ‘하이킥’이라는 단어는 잘 안 썼는데 저는 그 단어들에 대한 느낌이 참 좋았어요. 당시 격투기가 한창 뜰 때이기도 했고요. ‘지붕 뚫고 하이킥’ 때는 사람들이 저마다 마음속에 뚫을 수 없는 지붕을 만들고 사는데 그 틀에서 벗어나면 좋겠다 싶은 마음으로 지었어요. 제 스스로가 지붕을 못 뚫고 사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었죠. 이번에는 조어법을 비틀어서 몰락한 사람들의 희망에 대해 얘기하니까 ‘다리가 짧아서 하이킥 못 날릴 줄 알았지?’라는 뜻으로 이렇게 지었어요. 제목을 알려드리면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하지만 나중에는 좋다고 하시니까 이번에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Point 5 반복되는 캐릭터 설정
“저희 시트콤에 의사와 학교 선생님이 자주 등장해요. 촬영 동선을 고려하다 보니 이 배역을 많이 택하는 거죠. 파일럿이란 배역을 만들면 좋겠지만 시간과 다투면서 찍어야 하는데 기내 촬영을 실시간으로 하긴 어렵잖아요. 변명인지는 몰라도 화장실 얘기를 1천8백 개 만든다고 해도 다 다르게 만들 수 있어요. 캐릭터도 마찬가지죠. 같은 캐릭터처럼 보여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다른 점을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거침없이 하이킥’에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패권 다툼이 있었고 ‘지붕 뚫고 하이킥’에는 멜로가 있었잖아요. 저는 ‘기존에 나와 있는 프로그램과 뭘 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 늘 고민해요. 드라마에 88만원 세대가 기본 사양처럼 탑재돼 있으니까 저라면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까 궁리하는 식이죠.”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의 남다른 하이킥!

#1 다이내믹한 이야기 전개 - 코미디 강화 이번에는 소동 에피소드를 많이 넣어 이야기를 보다 다이내믹하게 그린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 드라마 중심이었다면 ‘짧은 다리의 역습’은 코미디를 더 많이 배치할 예정이다.
#2 기존과 다른 이야기 구도 - 3대 가족 구도 탈피 ‘순풍산부인과’ 이후 3대 가족 구도를 이어왔지만 그 구도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이번에는 그 틀에서 벗어난다. 장년층, 어린이 코미디가 만들기 쉽지만 많이 만들다 보니 자기 복제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고. 젊은층 위주로 구도를 짜면 에피소드가 제한적이지만 구도 자체를 비틀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듯하다.
#3 내레이션 추가 - 제3자의 지속적인 내레이션 극 전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전지적 작가 시점의 내레이션을 추가했다. 먼 미래에서 현 시점을 바라본다는 설정이 블랙 코미디가 될 수도 있는데 김병욱 PD가 내레이션이 들어간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기도 한다. 내레이션은 감미로운 목소리의 소유자 가수 이적이 맡는다. 예전에도 간간이 내레이션이 있었지만 지속적인 내레이션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이킥3’ 김병욱 PD ‘시트콤의 장인’으로 불리는 이유


Point 6 독특한 집 안 구조

‘하이킥3’ 김병욱 PD ‘시트콤의 장인’으로 불리는 이유


“하이킥 시리즈에는 독특한 집 안 구조가 있어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봉이 있었고,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방과 거실을 연결하는 개구멍이 있었죠. 특별히 어떤 철학적인 뜻을 가지고 만든 건 아니고 이런 것들이 몸 개그를 할 수 있는 배경이 되기 때문에 만들었어요.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 실마리가 되기도 하고요. 이번에는 그동안 제작비가 부족해서 만들지 못했던 땅굴을 드디어 만듭니다. 땅굴은 빚쟁이들에게 쫓기던 안내상 가족이 숨어 지내는 장소인데 나중에는 가족을 잇는 실크로드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랑이 싹트는 장소이자 도피처가 될 수도 있어요. 땅굴의 의미가 변형돼가는 것이 작품의 주제와 연결될 겁니다.”

Point 7 시청자를 배신하는 비극적 결말
“시청자들이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 정수(박정수)가 죽는 설정이나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세경(신세경)과 지훈(최다니엘)이 행복하게 살지 않고 죽는 설정을 보고, 원하는 판타지를 충족시키지 않았다면서 화를 많이 내셨어요. 그런데 사실 희망이란 게 쉽게 오는 건 아니잖아요. 환상을 심어주기엔 시트콤의 제작 여건 자체가 너무 현실적이죠. 연기자들도 작가들도 밤을 새워가며 처절하게 만드는데 환상을 심어주는 건 무책임하다고 봐요. 현실 속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이 시트콤의 본령 아닐까요. 다만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누군가에게 위안을 주고 싶죠.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희망이라는 게 쉽게 오는 게 아니니까 현재를 제대로 느끼면서 살자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 ‘스타 메이커’ 김병욱 PD가 만든 스타
‘하이킥3’의 제작사 초록뱀미디어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캐스팅 리스트를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김병욱 PD 시트콤 출연자들이 스타로 급부상해 캐스팅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았던 것이다. 김병욱 PD의 별명은 ‘주님’. 제작비가 적어 신인 배우를 많이 기용하는 그는 배우들을 자상하게 지도하기로 유명하다. 그 덕분에 그와 함께 일한 배우들은 스타덤에 오르기도 한다.

‘하이킥3’ 김병욱 PD ‘시트콤의 장인’으로 불리는 이유


신세경 아역 배우 이미지가 강했던 신세경은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식모를 맡으며 베이글녀의 매력을 발산했다. 이후 영화 ‘푸른 소금’ ‘비상:태양 가까이’와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주인공을 맡으며 스타로 급부상.

박민영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첫눈에 반할 만큼 예쁘지만 머리가 텅 빈 여고생으로 데뷔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 이후 슬럼프를 겪었지만 드라마 ‘성균관스캔들’ ‘시티헌터’, 영화 ‘고양이’에서 주연급 연기자로 발돋움했다.

황정음 연기력 논란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서운대에 다니지만 서울대에 다닌다고 말하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자로 존재감 발휘, 이후 드라마 ‘자이언트’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주연급 배우로 등극했다.

이순재 ‘거침없이 하이킥’에 이어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철없는 노인을 연기. 컴퓨터로 야한 동영상을 보는 ‘야동 순재’란 애칭으로 젊은층에게 친숙해졌다. 이후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을 통해 노년의 아이콘이 됐다.

박해미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다 드라마 ‘하늘이시여’에서 악역을 맡은 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무능한 남편을 내조하는 에너지 넘치는 ‘오케이 여사’로 활약. 단숨에 화통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최다니엘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사고뭉치 조감독을 맡아 코믹한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세경, 정음과 러브 라인을 이루며 ‘훈남’으로 거듭났다. 이후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 출연해 ‘대세남’이 됐다.

윤시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식모 신세경을 짝사랑하는 준혁 학생을 맡아 순수한 매력을 발산했다. 시트콤을 본 강은경 작가의 눈에 띄어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주인공 김탁구로 낙점돼 시청률 50%를 달성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정일우 ‘거침없이 하이킥’의 말썽꾸러기 고등학생 이윤호를 맡아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여심을 자극했다. 이후 드라마 ‘49일’에서 저승사자 스케줄러로 열연한 뒤 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상태.

박영규 ‘순풍산부인과’에서 영어교재 ‘내가 알아야 할 모든 영어는 영규에게서 배웠다’를 내고 망한 영어교사, ‘똑바로 살아라’에서는 ‘찌질한’ 오케스트라 단원 역을 맡았다.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맡은 덕분에 최근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서도 희극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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