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 러시아의 멀리뛰기 선수 다리야 클리시나.
육상 선수들의 근육은 무공해 원시 근육이다. 헬스클럽에서 갈고닦은 인공 근육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육상 경기는 동물적이다. 육상 선수들의 근육은 원시 사냥의 흔적이다. 사자의 근육은 울퉁불퉁하다. 단거리 선수 근육과 같다. 순발력과 탄력이 거기서 나온다. 맹수에게 필요한 것은 뛰어난 반사 능력과 먹잇감을 낚아챌 수 있는 번개 같은 속도다. 치타는 기껏해야 500m 정도 가젤을 뒤쫓을 수 있을 뿐이다. 그 이상 달리면 체온이 달아올라 자신이 먼저 죽는다.
마라톤 선수들의 근육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다. 아프리카 부시맨들은 하루고 이틀이고 영양을 지칠 때까지 뒤쫓는다. 결국 그 지구력 강한 초식 동물도 부시맨들의 집요한 추격에 끝내 지쳐 쓰러진다. 바로 부시맨 같은 말라깽이 참나무 근육이 지근(遲筋)이다.
울퉁불퉁 근육과 홀쭉 근육의 차이
사람의 근육은 속근(速筋)과 지근으로 나뉜다. 속근은 순간적인 힘을 발휘하는 데 적합하고 지근은 지구력을 발휘할 때 좋다. 속근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 발달한다. 색깔은 흰색이다. 장미란 같은 역도 선수나 단거리 선수의 근육이 울퉁불퉁한 것도 다 이 때문이다. 보기와 달리 역도 선수의 순발력이 태릉선수촌에서 1,2위를 다투는 것도 바로 이 속근 덕분이다. 단거리 경주를 하면 역도 선수들이 축구나 핸드볼 같은 구기 선수들을 제치고 2,3위를 차지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작고 섬세한 근육으로 이뤄진 지근은 마치 참나무처럼 겉으로 보기엔 없는 것 같지만 속이 꽉 차 있다. 붉은 색깔이다. 지근은 조깅 등 유산소 운동을 해야 발달한다. 사슴이나 얼룩말 등 초식 동물은 지근이 발달해 날씬하다.
단거리 선수는 뚱뚱한 근육질이다. 속근 비율이 75%가 넘는다. 중장거리는 홀쭉이형이다. 지근섬유 비율이 80%가 넘는다. 속근은 수축 반응 속도가 지근의 2배 이상이다.
탄탄한 허벅지 VS 사슴 같은 발목
단거리의 황제 우사인 볼트는 100m를 41걸음에 달린다. 캐나다의 벤 존슨은 46걸음을 달린다. 볼트와 같은 자메이카의 아사파 파월은 45걸음이다. 저마다 자신의 몸에 맞는 주법을 따른다. 볼트처럼 보폭을 크게 하고 발걸음을 적게 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파월이나 벤 존슨처럼 잔걸음으로 빨리 뛰는 선수가 있다. 볼트는 탄탄한 허벅지와 복근이 파워 엔진이다. 키 196cm 몸무게 94kg 허벅지 76cm. 허벅지-엉덩이-배로 이어지는 파워 존에 적토마 3마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마라톤 감독들은 ‘사슴 같은 발목’ ‘통자형의 두툼한 가슴’ ‘작은 머리’를 가진 선수를 으뜸으로 친다. 바로 이런 선수들이 지근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황영조와 이봉주가 그 대표적인 예다. 물론 머리가 작으면 그만큼 뛰는 데 부담이 덜 가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속근과 지근 골고루 발달한 중장거리 선수들
보통 속근이 발달하면 지근은 상대적으로 덜 발달하게 된다. 반대로 지근이 발달하면 속근이 약해진다. 그래서 육상에서는 속근과 지근이 고루 발달해야 하는 중거리(800m, 1500m 등) 종목이 가장 어렵다.
중장거리 선수들은 거의 마라톤 선수와 비슷하다. 작고 깡마르다. 크고 살집이 많으면 오랫동안 멀리 가는 데 불리하다. 천리 길 가는 나그네는 눈썹 한 올도 무겁다. 중장거리 선수들은 대부분 중장거리에서 스피드를 기른 뒤 마라톤으로 전환한다. 다만 800, 1500m 중거리 선수들은 근육이 제법 붙어 있다. 단거리 선수들처럼 우락부락하지는 않지만 알맞게 근육질이다. 마지막 스퍼트 싸움에서 이기려면 지근만으로는 어렵다. 속근이 필수적이다. 더구나 중거리는 ‘트랙 위의 격투기’라고 할 만큼 몸싸움이 심한 종목이다(고의적인 몸싸움은 실격). 달리다 보면 서로 손발이 엉킬 수 있다. 그때 흔들리지 않고 계속 달리려면, 속근의 힘으로 상대를 따돌리는 수밖에 없다.
중장거리를 휩쓸고 있는 케냐 선수들은 팔다리가 얇고 길다. 케냐 선수들은 달릴 때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뒤짱구가 많다. 이 부분이 균형 추 노릇을 한다. 여자 1만m에서 우승한(30분48초98) 케냐의 비비안 제프케모이 체루이요트(28)는 키 155cm에 몸무게 38kg에 불과하다. 작은 몸피에 힘없이 배춧잎처럼 나풀거리는 팔다리. 언뜻 보면 외계인 같다. 이번 대회에서 부상으로 중도 하차한 에티오피아의 중장거리 스타 케네니사 베켈레(29)도 키160cm에 몸무게 54kg이다.
1 짙은 화장과 장신구 등을 착용해 화제를 모았던 불가리아의 100m 선수 리벳 라로바는 탄탄한 복근에 문신을 했다. 2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지막 경기 400m 계주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우승한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가 유니폼 상의를 걷어 올린 채 익살스러운 동작으로 춤을 추는 모습. 3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마라톤에서 첫 금메달을 딴 케냐의 키플라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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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거리는 여성에겐 무리?
여성이 올림픽대회에 참가(테니스와 골프)한 것은 1900년 파리 대회부터다. 육상 경기는 1928년 제9회 암스테르담 올림픽대회부터 비로소 참가가 허용됐다. 국제 여성 단체들의 끈질긴 요구에 따라 100m·400m 릴레이, 800m, 높이뛰기, 원반던지기 5종목에 한해 출전이 이뤄진 것이다. 문제는 800m. 당시 ‘뉴욕 타임스’는 “800m 경주는 여성에게 지나친 부담을 준다. 9명 가운데 6명이 결승선에 들어오자마자 땅바닥에 고꾸라졌다. 이 중 몇 명은 응급실에 실려가기까지 했다”며 여성의 장거리 경주는 무리라고 주장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여성은 장거리 경기에 참가하지 못하다가 1964년 도쿄 올림픽대회부터 다시 800m가 부활됐다. 여자 1500m는 1972년 뮌헨 대회 때 처음 등장했다. 최장거리 마라톤과 3000m(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대회부터 남자와 마찬가지로 5000m로 바뀜)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대회 때, 1만m는 1988년 서울 올림픽대회 때 허용됐다.
아직까지 여성이 출전하지 못하는 종목이 딱 하나 있다. 경보 50km다. 여자 경보 20km는 있지만, 여자 경보 50km는 없다. 경보 50km는 남자 선수들도 3시간30분 넘게 걸린다.
이번 대구 대회에서도 45명의 출전 선수 중 무려 20명(기권 8명, 실격 12명)이 완보를 하지 못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근육 경련은 보통이고 바닥에 쓰러지는 선수가 속출한다. 레이스 도중 토하는 선수도 흔하다. ‘죽음의 레이스’다. 무릎이 약한 여성들에게 경보 50km는 무리라고 보는 것이다.
10종 경기 선수는 속근형? 지근형?
남자 10종, 여자 7종 경기 선수들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육상 철인들이다. 10종 경기는 멀리뛰기, 장대높이뛰기, 원반던지기, 높이뛰기, 포환던지기, 창던지기, 100m, 110m 허들, 400m, 1500m로 이뤄져 있다. 7종 경기는 100m 허들, 200m, 800m, 멀리뛰기, 높이뛰기, 포환던지기, 창던지기로 구성된다. 속근과 지근이 고루 발달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 않다. 상위권 선수들은 ‘속근형’이 많다. 이번까지 세계선수권대회 10종 경기 2회 연속 우승한 미국의 트레이 하디(27)가 그 좋은 예다. 하디는 키 196cm 몸무게 94kg으로 우사인 볼트와 체격 조건이 똑같다. 포환·원반던지기가 주 종목이다. 그만큼 순발력은 뛰어나지만 지구력은 약하다. 100m 2위(10초55), 110m 허들 2위(13초97), 원반던지기 3위(49.89m)를 했지만 1500m에선 조 9위에 그쳤다.
바비 인형 몸매의 멀리뛰기 선수들
여자 멀리뛰기 선수 러시아 다리야 클리시나(20)는 가히 슈퍼모델급이다. 키 180cm, 몸무게 57kg의 늘씬한 팔등신 미녀다. 양 갈래로 땋아 뒤로 묶어 내린 금발머리가 고혹적이다. 긴 다리로 겅중겅중 달려가, 껑충 뛰어오를 땐 숨이 다 멎는다. 목이 길고, 눈이 그윽한 사슴이 떠오른다. 모래판에 뛰어내릴 때 가느다란 발목이 안쓰럽다. 왜 ‘필드 위의 바비 인형’이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클리시나의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6.50m로 7위에 그쳤다. 하지만 인기는 단연 최고였다. 이번 대회 최고의 얼짱 스타였다. 연습 땐 수많은 팬들이 몰려들어 연신 셔터를 터뜨렸다. “도대체 선수야? 모델이야?” 사람들은 수군댔다. 오죽하면 러시아에서조차 테니스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를 이을 차세대 미녀 스타로 꼽혔을까.
여자 멀리뛰기는 미녀 경연대회장이다. 팔등신 몸매에 탄탄한 복근, 군살 하나 없는 탱탱한 근육, 공중에 떠올랐을 때의 황홀한 몸짓, 키 180cm대에 몸무게 55kg 안팎. 크로아티아의 블란카 블라시치(28), 러시아의 올가 쿠체렌코(26), 안난 체체로바(29), 미국의 브리트니 리즈(25), 라트비아의 이네타 라데비카(30), 불가리아의 나스타샤 미론치크 이바노바(22), 스웨덴의 캐롤리나 클루프트(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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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날려면 상체는 강인하고 엉덩이는 작아야
여자 장대높이뛰기 선수도 빼놓을 수 없다. 멀리뛰기 선수보다 어깨와 팔 근육이 더 발달했다. 상체 근육이 우람하다. 러시아 미녀새 이신바예바(29)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녀는 5~15세까지 10년 동안 기계체조를 했다.
육상 경기에는 47개 종목이 있다. 이 중 도약 4개 종목(멀리뛰기, 세단뛰기, 높이뛰기, 장대높이뛰기) 선수들이 가장 날씬하다. 남녀 모두 몸매가 잘도 빠졌다.
도약은 수평 운동 에너지를 한순간 수직 운동 에너지로 바꾸는 스포츠다. 빠른 스피드와 순간적으로 강력하게 용솟음치는 힘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허리와 배 근육이 엄청 발달해야 한다. 허리와 배는 중심축이다. 중심축이 구부러지거나 흔들리면 아무리 스피드가 빨라도 그 에너지를 100% 몸에 실을 수 없다. 공중에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없다. 물론 발목 무릎도 강해야 한다. 도약 선수들은 가볍고 마른 체형이 유리하다. 그만큼 공기 저항을 덜 받고 잘 뛰어오를 수 있다. 엉덩이도 위쪽으로 바짝 달라붙어야 한다. 흑인 단거리 선수들처럼 엉덩이가 볼록하면 비행거리가 짧아진다. 또한 장대에 걸리기 쉽다.
큰 가슴은 걸림돌, 스포츠 브래지어로 해결
여자 도약 선수들에게 큰 가슴은 기록의 걸림돌이다. 이른바 위쪽으로 바짝 달라붙은 ‘연적 같은 가슴’이 안성맞춤이다. 요즘엔 ‘스포츠 브래지어’가 여자 선수들의 고민을 돕는다. 도약이나 단거리 선수들의 상의는 그 자체가 스포츠 브래지어다. ‘톱 브라’라고 불리는 유니폼이 그것이다. 톱 브라는 선수들의 가슴에 꼭 맞게 제작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격렬하게 움직일 때 가슴의 요동을 잡아줄 수 있다. 여자 마라톤 선수들은 대부분 유니폼 안에 스포츠 브래지어를 착용한다. 상대적으로 헐렁하다. 오랜 시간 달리므로 땀 배출이 잘되고 착용감이 편한 것을 선호한다.
최근 영국 포츠머스대학은 ‘여성 육상 경기 선수들이 상체에 속옷을 착용하지 않았을 경우, 보폭이 좁아지면서 자세가 흐트러졌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심지어 ‘가슴과 어깨에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건강미 보여주는 투척 종목
육상 경기에서 필드 종목은 크게 도약과 투척 종목으로 나뉜다. 투척 선수들은(포환·해머·창·원반) 전반적으로 뚱뚱하다. 던지기는 체중을 최대한 실어서 순간적인 힘을 폭발해야 하므로 순발력과 파워가 필요하다. 체중을 늘리고, 속근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천하장사형 몸매가 많다. 날씬하다 못해 깡마른 몸매를 선호하는 시대에 여성에게 불리한 종목일 수도 있지만 분명 그들만의 매력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기 곰 미녀’로 불린 여자 해머던지기의 독일 선수 베티 하이들러(28)다. 남자 해머던지기 선수들의 몸은 육중하다 못해 골리앗 같다. 하지만 여자 해머던지기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덜 우람하다. 여성들은 체지방이 많아 남자들만큼 울퉁불퉁한 근육이 형성되지 않는다. 하이들러는 둥글둥글한 몸매지만 ‘아기 곰’ 수준이다. 게다가 얼굴까지 앳되다. 웃을 땐 어린아이의 백만 불짜리 미소다.
알맞게 통통한 트랙 위 미녀들
트랙 위에도 미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트랙 종목의 여자 선수들은 근육이 남자 선수들에 비해 울퉁불퉁하지 않고 알맞게 통통해서 건강미가 넘친다. 이번 대구 대회에서 ‘트랙 위 금발공주’로 인기가 높았던 여자 1500m의 영국 해나 잉글랜드(24), ‘트랙 위 패션모델’로 불렸던 여자 100m의 불가리아 이벳 라로바(27)를 꼽을 수 있다. 라로바는 어깨 밑까지 치렁치렁 내려오는 긴 머리, 금색·갈색·빨간색 등 수시로 바뀌는 머리 색깔, 큰 눈에 붙인 속눈썹, 화려한 손톱장식과 장신도구로 이름 높았다.
이들은 여자 멀리뛰기 선수만큼 날씬하진 않지만, 피부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 탱탱하다. 파워 존인 엉덩이는 볼록하고 허벅지는 매끈하며 복근은 빨래판처럼 주름졌다. 가슴도 위쪽으로 바짝 달라붙어 달리기에 거칠 것이 없다. 허리는 잘록하고, 팔은 잘빠진 무처럼 탄력적이다. 그 생고무 같은 팔로 스윙을 빨리 해줘야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팔 스윙은 배의 노젓기나 같다.
여배우 하지원의 매력
영화배우 하지원(33)은 초중등 시절 반 대표로 100m와 400m 계주 경기에 자주 나갔다. 100m를 15초에 달릴 정도로 스피드가 좋았다. 계주에선 마지막 4번 주자를 맡았다. 보통 4번 주자는 가장 빨리 달리는 선수가 맡아 ‘앵커(Anchor)’라고 부른다. 닻을 내리는 노릇을 한다는 뜻이다. 하지원은 현재 한국육상 꿈나무 멘토 프로그램(국가대표와 유망주를 1대1로 연결해주는 것) 명예코치이기도 하다. 하지원도 근육이 풋풋하다. 원시 냄새가 난다. 그만큼 날씬하다.
1 포환던지기에서 우승한 독일의 데이비드 스톨의 강인한 어깨와 가슴이 눈에 띈다. 2 학창시절 반대표로 달리기 경기에 자주 나갔던 영화배우 하지원. 3 멀리뛰기에서 동메달을 딴 라트비아의 이네타 라데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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