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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민 아나운서의 행복일기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 돼야죠”

글·이혜민 기자 사진·지호영 기자, 김보민 제공

입력 2011.09.16 11:53:00

축구선수 김남일의 아내이자 서우의 엄마인 KBS 김보민 아나운서. 러시아 구단에서 활동하는 남편을 대신해 아들의 육아를 책임지고 있는 그는 오늘도 1인3역을 하느라 분주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랑스러운 엄마다.
김보민 아나운서의 행복일기


김보민 아나운서(34)는 새벽형 인간이다. 평일 오전 7시50분에 방영되는 ‘스포츠타임’을 진행하기 위해 새벽 6시에 출근, 오후 2시에 퇴근한다. 2007년 김남일 선수(35)와 결혼해 이듬해 아들 서우를 낳고 업무에 복귀한 뒤 2009년부터 줄곧 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지난 5월 오전으로 방송 시간이 바뀌는 바람에 그의 생체 리듬도 새벽형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하지만 “스포츠 가족으로서 스포츠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더 뿌듯하다”고 말한다.
“제가 3년째 MC를 맡고 있는데 날이 갈수록 애착이 가요. 스포츠 MC로 특화하고 싶은 의욕도 생기고요. 공정하게 경쟁해 최고를 가리는 스포츠 자체가 매력적이잖아요. 남편을 지켜봤기 때문에 운동하는 사람들의 말 못할 속내를 알고 있어 선수들과 인터뷰할 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어요. 선수들의 살아 있는 눈빛을 보는 것도 좋죠. 물론 남편의 소식을 전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에요. 인터뷰 때문에 늦을 때도 있지만 일찍 퇴근하는 편이니 아이 키우기도 좋고요(웃음).”
김남일 선수는 2년 전부터 러시아 FC 톰 톰스크 팀에서 뛰고 있어, 김보민 아나운서는 아들에게 아빠 몫까지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그래서 업무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와 서우와 시간을 보낸다. 포항에 사는 친정 부모님이 교대로 서울까지 와서 서우를 돌봐주고 계셔 퇴근하는 발걸음이 더 바쁘다고 한다.
“시부모님은 인천에 사시는데 서우 위로 이미 4명의 손자를 돌보셔서 저희까지 부탁드릴 처지가 아니에요. 그렇다고 모르는 사람 손에 아이를 맡기고 싶진 않았어요. 다행히 친정 부모님이 도와주신다고 해서 염치 불구하고 의지하고 있어요.”

사교육 없이 홀로 아이 가르치는 즐거움
김보민은 시간 나는 대로 아이 손을 잡고 미술관, 영화관, 체험관을 찾아 산 교육을 시킨다. 자신이 어려서부터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터라 아이에게만큼은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사교육은 하나도 시키지 않고 있어요. 대신 제가 동화책을 읽어주고 그림도 같이 그려요. 지난번에는 F1 경기장에 데리고 갔어요. 굉음 때문에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귀마개 두 개를 끼고 경기를 보더니 지금도 그때 얘기를 하면서 좋아해요. 남들처럼 이것저것 가르치고 있지는 않지만 불안하지 않아요. 서우의 잠재력을 믿거든요. 팔불출 같은 엄마의 생각인지 몰라도 왠지 내 아이에게만큼은 믿음이 가요(웃음).”
그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아빠의 존재를 잊지 않게 만드는 것. 떨어져 사는 아빠를 행여 잊을까 싶어 아빠와 관련된 동화책을 사주고, 그 동화책 주인공 그림 위에 아빠 사진을 붙여놓기도 한다. 가끔은 아이와 함께 아빠 이름을 적기도 하는데, 남편과 화상통화를 할 때 그 글씨를 보여주면서 아이 키우는 소소한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남편은 정말 최고의 아빠예요. 1년에 네 번 정도 한국에 들어오는데 온 마음을 다해 서우를 사랑해줘요. 손발톱 깎아주는 건 기본이고 늘 노심초사하며 아이를 보살피거든요. 아이가 걸어오는 소리만 들려도 표정이 달라지죠. 남편이 가끔 제게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한다고 잔소리를 하는데,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저는 엄마로서 부족한 면이 많거든요. 물론 아내로서도 부족하고요.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겠다며 남편이 있는 곳에 가보지도 않고, 내조도 못 하고 있으니까요. 남편한텐 많이 미안해요. 그 빚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평생 갚아야죠(웃음).”
이런 마음의 빚 때문일까. 얼마 전 그는 한 프로그램에서 우울증 정도가 높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대부분의 워킹맘들이 이 정도의 스트레스를 갖고 있을 것”이라며 담담하게 말했지만 남편 없이 집안의 대소사를 책임져야 하는 부담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아들 서우가 신종 인플루엔자에 걸렸을 때도 행여 남편의 경기에 지장이 있을까 봐 알리지 않았다.

자기 관리에 최선, 악플에는 담담하게 대처
김보민 아나운서는 처녀 시절보다 더 날씬해졌다. 임신과 모유 수유를 거치면서 한순간 ‘비대해졌다’가 지금은 44.5kg이라는 ‘꿈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저는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체형이에요. 카메라에 전신이 잡히면 그나마 나은데 상반신만 나올 때는 실제보다 훨씬 통통해 보이거든요. 입사 후 9년 내내 ‘너는 화면발이 정말 안 받는다’는 말을 들어야 했죠. 게다가 임신한 뒤 몸무게가 20kg나 늘었어요. 하도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어느 순간 오기가 나더라고요. 독하게 마음먹고 다이어트에 돌입했죠. 출산 후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하루 4km씩 걸었고, 지금은 집 주변의 트랙을 돌며 아기와 축구도 해요.”

김보민 아나운서의 행복일기

김보민 아나운서는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로 남편을 만나 서우를 낳은 것을 꼽는다.





김보민 아나운서의 행복일기


서우 덕분에 몸매 관리까지 하게 됐다며 밝게 웃지만, 그는 최근 꽤 마음고생을 했다. 한 네티즌이 그의 트위터에 ‘김보민 아나운서 비디오, 오디오 다 엉망이다. 살 좀 빼라’는 식의 글을 올린 것. 이에 김보민은 자신의 트위터에 44.5kg이라는 몸무게가 찍힌 사진을 공개하며 ‘지적은 고맙지만 (화면에 예쁘게 보이려고 했던)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느낌이어서 눈물이 난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김보민 아나운서는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사람인지라 세간에 떠도는 이런 이야기에 의연하게 대처하려 노력하지만, 때로는 정말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어느새 그의 눈엔 눈물이 맺혔다.
“사실 저는 어느 정도 악플에 익숙해요. 결혼 전 무척 조심스러웠던 상황이라 남편과의 교제설을 부인했었는데, 그것 때문에 결혼 후 욕설이 적힌 쪽지까지 받았거든요. 남편이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나이지리아전에서 페널티킥을 내줬을 때도 심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고요. 하지만 이번엔 충격의 강도가 더 세더라고요. 그 글을 보고 그냥 넘길 수도 있었지만 자기 관리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서 몸무게를 공개했어요.”
이처럼 마음을 다칠 때마다, 또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그에게 힘을 주는 사람은 역시 아들 서우다.
“어느 날 아들이 제왕절개 수술 자국을 보곤 ‘엄마, 이게 뭐야?’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에서 서우가 나왔어’ 그랬더니 ‘서우 때문에 그랬어? 그래서 아팠어?’라고 물어요. ‘응 괜찮아’라고 했는데 뜬금없이 ‘엄마, 고마워’라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갑자기 가슴이 뭉클했죠. 제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그건 남편을 만나서 우리 아기를 낳은 일일 거예요.”

만점짜리 남편에 걸맞은 아내 되고 싶어
비가 온 뒤 땅이 굳듯 그는 오히려 이 일을 계기로 자신을 응원해주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실감하며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가족과 떨어져 외국에서 축구를 하는 남편을 생각하며 더 열심히 살겠다고 말한다.
“남편이 과묵한 편이라 힘든 얘기는 잘 안 해요. 러시아에서 적응할 당시 다른 선수들이 남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수모를 주고, 동료로 인정해주지 않아서 이동할 때도 혼자 맨 뒷자리에 앉았다는 걸 나중에 기사를 통해서 알았죠.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 어려움을 견딘 남편이 자랑스러워요. 그래서 제가 남편을 존경할 수밖에 없어요.”
그는 이런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더없이 만족스럽다고 한다. “남편에게 1백 점 만점에 1백 점 이상의 점수를 주고 싶다”고 할 정도다. 다툴 때도 있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이해하며 화해하는 부부는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간다.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될 때도 있지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자”며 서로를 격려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그는 일 욕심이 더 커졌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아나운서를 꿈꿨는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으니 얼마나 행운이에요. 앞으로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게스트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도 좋을 것 같아요. 요즘엔 진행하기 전 게스트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며 편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해요. 경력이 쌓이니까 아나운서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란 걸 알겠더라고요. 스포츠를 좋아하니까 그 분야를 특화해도 좋고, 나만의 색깔로 장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아들 서우도 부모를 자랑스러워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는 김보민 아나운서. 지금도 서우가 “아빤 김남이! 축구 션슈! 엄마는 케비씨에서 일해! 중계차 타!”라고 서툰 발음으로 엄마 아빠 자랑을 하면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진다.
“아들이 축구선수가 되면 좋겠지만 무엇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즐겁게 일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면 좋겠어요. 로맨틱한 아이니까 감성적인 일도 잘할 것 같아요. 서우가 엄마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정말 더 열심히 살아야겠죠?”



헤어·이선(김청경헤어페이스)
메이크업·권윤희(김청경 헤어페이스)
장소협찬·카페모우

여성동아 2011년 9월 5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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