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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향기’ 김선아의 매력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자~

글·김명희 기자 사진·문형일 기자, SBS 제공

입력 2011.09.16 11:19:00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여주인공, 안 봐도 뻔한 눈물 콧물 빼는 신파극인 줄 알았는데 웬걸.
‘여인의 향기’는 유쾌하고 통쾌하며 두근두근한 로맨스도 있다. 한 회에 몇 장면은 꼭 울컥하게 되지만. 생을 6개월 남긴 이연재는 김선아라는 배우를 통해 씩씩하고 사랑스럽고 응원해주고 싶은 존재로 거듭났다.
‘여인의 향기’ 김선아의 매력


고졸 출신으로 직장에서 가까스로 정규직이 된 34세 노처녀 여행사 직원 이연재는 출근할 땐 간도 쓸개도 빼놓고 나온다. 학력·집안·외모…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인생. 회사에서 ‘짤리는’ 게 두려워 상사의 인격 모독, 성희롱도 웃고 넘기는 대단한 인내의 소유자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덜컥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남은 삶은 겨우 6개월. 안 먹고 안 입고 안 쓰고 살아온 세월이 후회막급이다. 연재는 항암 치료를 미루고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이를 실행하며 남은 인생을 보내려고 한다.
예쁜 신데렐라가 아니어서 더 호감이 가는 SBS ‘여인의 향기’ 주인공 연재는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 ‘시티홀’의 신미래의 연장선에 있는 듯하다. 처음부터 김선아를 위한 캐릭터 같았다는 얘기. 하지만 그는 “전에 했던 배역들이 조금 대차고 털털했다면 이연재는 소심한 여자”라며 “누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스스로 커가는 역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연기 톤을 유지하고 있다”고 이전 캐릭터와의 차별을 강조했다.
시한부라는 설정은 꼬이고 꼬인 막장 드라마에서 마지막 돌파구로 쓰이는 소재. 대립하던 주인공들이 죽음을 계기로 화해하고 끝나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다. 그런데 ‘여인의 향기’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이를 전면에 내세웠다. 주연 배우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터. 김선아는 “처음에 감독님(박형기 PD)의 말만 듣고 결정했다.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기 때문에 대본과 연출에 의해 즐겁게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역시나 대본을 받고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에게도 행복한 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줄곧 해 왔는데 매회 촬영을 하면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돼요. 시청자들도 우리 드라마를 통해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행복을 가까이 느끼면 좋겠어요.”

“나의 버킷리스트는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 만나 미친 듯 사랑하는 것”

‘여인의 향기’ 김선아의 매력


다른 드라마들과 마찬가지로 ‘여인의 향기’에서도 주인공의 비중이 매우 높다. 요즘 김선아는 2~3일씩 밤잠을 못 자고 강행군을 하고 있다. 촬영장 에피소드를 말해달라고 하자 김선아는 “일본 오키나와 촬영 때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전 스태프가 튀김이 되는 줄 알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미 촬영 과정에서 시청률 100%보다 더 큰 만족을 느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겁게 찍고 있다”고 말했다.
“시청률이 부진했던 ‘시티홀’이 재조명을 받아 얼마 전 DVD로 출시된 걸 보면 숫자가 다는 아닌 것 같아요. (함께 연기했던) 차승원 선배 전화를 받고 ‘가슴에 남는 작품을 하니까 좋은 일이 있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인의 향기’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놀랍도록 날씬해진 김선아의 몸매. ‘삼순이’ 이후 14kg을 감량했다는 김선아는 실루엣이 드러나는 원피스나 몸에 붙는 셔츠와 반바지 차림 등으로 등장한다. 그는 “극중 시한부라는 설정 때문에 살을 빼려고 노력한 건 맞다. 그러나 그런 것보다는 드라마에 집중해서 공감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다이어트 이야기는 앞으로 안 나왔으면 좋겠다”며 “지난 6~7년 동안 사람을 만날 때마다 똑같은 질문을 계속해서 받았다. 하루에 수십 번 받을 때도 있어 노이로제에 걸렸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예전에 영화 촬영을 하면서 건강하지 못한 방법으로 살을 뺀 적이 있어요. 하루 한 끼 먹으며 다이어트를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혹시나 따라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이번에는 배역 때문에 조금 더 감량했는데 드라마가 끝나면 운동을 통해서 다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요.”
“나도 연재와 마찬가지로 아끼느라 못 입고 못 먹어본 게 많아서 캐릭터에 공감이 됐다”는 김선아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일까. 그는 “생각을 해봤는데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만큼 사소한 것까지 떠오르더라. 그래도 버킷리스트는 거의 비슷하지 않나.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미치도록 사랑을 해보는 것….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울컥해져서 슬프다”며 웃었다.



★ 가슴 울리는 연재의 버킷리스트

‘여인의 향기’ 김선아의 매력


버킷리스트(Bucket List)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적은 리스트로, 중세 유럽에서 자살할 때 목에 밧줄을 감고 양동이를 차버리는 행위(Kick the Bucket)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여인의 향기’에서 연재는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은 후 수첩에 하루에 한 번씩 엄마를 웃게 만들기, 나를 괴롭혔던 놈들에게 복수하기, 탱고 배우기,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참지 않기, 웨딩드레스 입어보기, 인기가수 준수와 데이트하기…, 이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 품에서 눈감기 등 20가지 버킷리스트를 적어내려 간다.
이 가운데 ‘나를 괴롭혔던 놈들에게 복수하기’는 얄미운 상사 노 부장(신정근)을 엉덩이로 ‘미안하다’고 글씨를 쓰게 하는 걸로 통쾌하게 이뤘고, ‘하루에 한 번씩 엄마 웃게 만들기’는 엄마에게 고급 마사지를 받게 하고 일류 호텔로 여행을 보내드리면서 성공했다. ‘준수와 데이트하기’ ‘탱고 배우기’ ‘갖고 싶고, 먹고 싶고, 입고 싶은 것 참지 않기’ 등도 완성된 상태다. 드라마는 연재가 나머지 리스트를 이뤄가는 여정을 보여줄 예정. 또 어떤 버킷리스트들이 등장할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 제작사 측은 “연재의 버킷리스트가 화제가 되면서 많은 시청자들이 자신만의 버킷리스트 작성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며 “유쾌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연재의 버킷리스트를 따라 인생의 소소한 의미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 100%, 명장면 명대사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나한테 물려줄 게 그렇게 없었어? 남들은 집도 물려주고 재산도 물려주고 그러는데 어떻게 아빠는 딸한테 암을 물려줘?”
암 선고를 받고 난 연재가 분하고 서러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아버지 묘지에 찾아가 하소연하는 장면. 아버지는 연재가 고등학교 다닐 때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그는 투병 중 간호를 하던 연재에게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많이 먹어두고, 여행도 더 많이 다니고, 사랑한단 말도 더 많이 하는 건데, 너는 아빠처럼 살지 마”라고 말한 바 있다.

“살고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 만나서 그 사람하고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할아버지처럼 백발이 성성해질 때까지 그렇게 살고 싶어요. 엄마 돌아가실 때 곁에서 지켜드리고 싶어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 아이가 결혼할 때까지 그때까지 살고 싶어요.”
혼자 여행을 떠난 일본 오키나와에서 노신사의 리드에 따라 탱고를 추면서 설움에 북받쳐서.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노신사는 스페인어로 “모든 게 다 잘될 것”이라고 말하며 따뜻하고 편안하게 연재를 안아준다.

‘여인의 향기’ 김선아의 매력
“내가 6개월이라고 했지. 그 전에 절대 안 죽어.”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병원을 찾은 연재가 초등학교 동창이자, 담당 의사인 은석에게 “이대로 죽고 싶지 않다”고 하자 은석이 한 말. 은석은 연재의 복통이 대장으로 암세포가 전이됐기 때문이 아닌지 걱정했지만 사실은 변비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나한테 휴가 좀 주려고. 직장 다니느라 엄마랑 집에서 밥 한 끼 못 먹었잖아. 쉬면서 엄마랑 밥도 먹고 얘기도 하고, 못해 본 거 다 해보고 싶어.”
회사를 갑자기 그만둔 연재에게 엄마가 “언제까지 집에서 놀 거냐”고 묻자. 연재의 대답에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는 큰 인심 쓰듯 “그래 까짓것 한 달만 놀아”라고 말한다.

“보험금하고 적금, 퇴직금은 엄마 드리면 되고… (결혼자금이란 포스트잇이 붙은 통장을 열어보며) 내가 쓸 수 있는 건, 요거. 여행 가서 너무 많이 썼다…. 그래도 6개월이면 와, 죽을 때까진 부자네.”
연재가 버킷리스트 작성을 앞두고 통장을 정리하는 장면. 자신이 떠난 후 홀로 남을 엄마를 생각해 보험금, 적금은 엄마 몫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자신을 위해 쓰기로 결심한다. 액수가 많지 않지만 6개월 시한부 인생이라 생각하면 적지 않은 돈이라며 스스로 위로한다.


여성동아 2011년 9월 5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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