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이혜민 기자
입력 2018.08.27 17:00:01
독립영화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거장으로 우뚝 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그가 2018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어느 가족’ 개봉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때마침 그의 전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도 동명 소설로 재탄생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감독은 2013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동명 소설을 최근 국내에서 펴냈다.
고레에다 감독은 7월 30일 방한해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 및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작품 세계와 영화에 대한 애정을 담담하게 들려줬다.
감독님의 영화가 한국인들의 정서에도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관객들에게 무엇을 전해야겠다는 의식은 별로 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 것에 너무 집착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절실한 주제를 파헤치다 보면 (관객에게) 전해질 것은 전해진다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가족 영화를 만드셨는데, 좋은 가족이란 뭘까요.
가족은 여러 형태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규정하지 않는 것이 좋은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어느 가족’이란 영화를 통해 혈연으로 맺어지진 않았지만 공동체를 구성해서 살아가는 가족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좋은 어른은 뭔가요. 그리고 감독님은 어떤 어른인지 궁금합니다.
제 영화를 보면 아이답지 않게 조숙한 아이, 성숙하지 못한 어른이 나옵니다. 어른답지 못한 어른이 좋다는 건 아니지만, 성숙하지 못한 어른도 때로는 소년이 그 사람을 뛰어넘는 반면교사로서의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우리 아빠처럼 되지 말아야지’ 하는 아이와 ‘아빠처럼 꼭 되고 싶다’는 아이 중 누가 더 행복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사실은 저도 우리 아버지처럼 되지 말아야지, 하면서 어른이 됐는데 막상 제 자신이 아버지가 되니까 갈수록 저의 아버지와 닮아가더군요. 인생이란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복잡한 부모, 자식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다음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여성동아 2018년 9월 65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