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및 회원사들과 대형 네트워크 치과병원 간의 갈등이 폭로전과 쌍방 고소로 이어지면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은 가뜩이나 치과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을 갖고 있는 소비자에게 치과의 문턱을 더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 당장 치과를 찾아야 하는 상황인데 어느 쪽을 택할지 갈팡질팡하다 치료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결국 환자만 손해를 본다.
치과와 진료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유용한 지침서가 ‘아플까봐 무섭고 비쌀까봐 두려운 치과의 비밀’이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Dr. 류성용의 행복한 치과 이야기’라는 제목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치과 공포증의 악순환을 일상적으로 지켜보는 치과의사의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지난 몇 년간 블로그에 꾸준히 올린 글 가운데 70편을 골라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지난해 말 출간됐지만 치과 논쟁이 뜨거운 지금 소비자에게 더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서 치과 상식의 핵심 내용을 발췌해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자연 치아의 경제적 가치는? 치과의사들의 공통된 의견으로 자연 치아 하나의 경제적 가치는 약 3천만원. 사람은 누구나 자연 치아 28개를 가지고 태어나므로 약 8억4천만원의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태어난다. 이 정도면 정성껏 관리해야 할 이유가 되지 않을까.
치과 공포증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람들이 많다. 치과 공포증을 극복하려면? 충치나 풍치 같은 치과 질환의 대부분은 100%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 올바르고 꼼꼼한 칫솔질이 중요하다.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아야 하며 조금이라도 치아에 이상이 느껴지면 곧바로 치과를 찾아야 한다.
스케일링을 받으면 정말 치아가 약해지나? 스케일링을 하면 치아도 깎여서 약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스케일링은 미세한 진동(초음파)으로 치석을 쳐서 떨어뜨리는 원리로 시술하기 때문에 절대로 치아를 깎아낼 수 없다. 떨어져 나갔다고 느낀 부분이 있다면 사실은 치석인 경우가 많고 간혹 충치로 인해 치아가 약해진 경우라면 스케일링 후 치아가 패었다고 느낄 수 있다. 그 정도까지 됐다면 빨리 충치를 치료해야 한다.
충치, 풍치를 예방하는 올바른 칫솔질 방법은? ‘변형된 바스(Bass)법’을 권한다. 칫솔모를 치아의 장축에 45도 정도 되게끔 기울여 칫솔모가 치아와 잇몸 사이에 잘 삽입되도록 한 후, 어금니 바깥쪽, 어금니 안쪽, 앞니 바깥쪽, 앞니 안쪽 순서로 닦는다(동영상은 블로그 http:// blog.daum.net/gnathia/7824071에서 볼 수 있다). 칫솔질은 하루에 몇 번을 하느냐보다 단 한 번을 하더라도 올바른 방법으로 정성껏 꼼꼼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며, 입냄새를 없애려면 혀뿌리 쪽까지 꼼꼼하게 닦아야 한다.
치아교정은 언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 교정에 나이 제한은 없지만, 성장이 끝난 성인은 치아 이동이 더디고 치근 흡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치료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결론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보통 고정형 교정장치를 끼우는 시기는 영구치가 모두 나오는 12~13세가 적당하고, 위턱 돌출이나 무턱, 주걱턱 같은 문제가 동반된 경우라면 치료 시기가 7~10세로 당겨질 수 있다. 따라서 교정치료는 부정교합을 발견한 그 순간이 가장 적절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임플란트가 자연 치아를 따라올 수 없는 이유는? 임플란트가 아무리 발전해도 절대 자연 치아를 뛰어넘을 수 없는 이유는 임플란트와 자연 치아 사이의 단 한 가지 구조적 차이인 치주인대 때문이다. 치주인대는 자연 치아의 뿌리와 치조골 사이를 연결해주는 구조물로, 음식을 씹을 때 발생하는 과도한 교합력의 충격을 완충하는 쿠션 작용을 하고, 잇몸 질환을 유발하는 각종 세균을 막아주며, 뼈를 만들어주는 조골세포가 존재하여 치조골의 형성과 재생에 관여한다. 또한 촉각이나 압력에 대한 고유 감각수용기가 분포해 있어 음식의 씹는 감촉을 느끼게 한다. 임플란트의 경우 치주인대 없이 바로 치조골과 붙게 돼 치주인대의 고유한 기능이 사라진다. 그래서 임플란트는 치조골을 녹이는 치석이나 플라크 같은 풍치 원인균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서 관리를 소홀히 하면 잇몸 질환에 걸리기 쉽고, 일단 잇몸 질환에 걸리면 자연 치아에 비해 급속도로 뿌리 끝까지 진행된다.
최근 치료하면 더 쓸 수 있는 치아를 임플란트로 바꾸는 것이 과잉 진료라는 지적이 있다. 여러 가지 치료를 진행한 후 임플란트를 심어도 늦지 않은데 자연 치아를 너무 쉽게 포기하고 임플란트로 대체하고자 하는 요즘의 트렌드는 바람직하지 않다. 임플란트는 어디까지나 마지막 선택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아가 뿌리만 남아 있다고 해도 치주인대만 어느 정도 튼튼하다면 뿌리에 기둥(포스트)을 박고 보강하는 방식이나, 치아 교정력을 이용한 맹출 유도로 자연 치아를 어느 정도 살릴 수 있다.
풍치라도 일단 쓸 때까지 써보고 뽑는 게 낫지 않을까? 잇몸 질환인 풍치로 인해 가망이 없는 치아는 빨리 발치하는 것이 최선이다. 풍치는 치석과 플라크가 치아 뿌리를 타고 내려와 치주인대 자체를 끊어 녹이는 질환이다. 풍치로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경우는 이미 뿌리 끝까지 치주인대가 파괴된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때는 이미 늦었다. 또 이대로 방치해 염증이 진행되고 잇몸뼈가 망가지면 결국 임플란트도 하기 어렵고, 임플란트 수술을 하더라도 뼈 이식이나 부가적인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스케일링을 공짜로 해준다는데 좋은 것 아닌가? 풍치로 인해 잇몸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스케일링이 보험급여에 해당되지만 예방 차원에서 치석만 제거하는 스케일링은 비보험진료에 해당하기 때문에 5만~7만원 정도의 치료비를 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스케일링을 보험이 되게 해주겠다거나 1만원에 해주겠다, 심지어 공짜로 해주겠다고 하는 치과가 있다면 일단 조심하는 게 좋다. 터무니없이 싼 스케일링을 미끼로 구태여 하지 않아도 될 치아까지 치료를 강요하는 과잉 진료를 하는 곳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양심적인 치과란 치료 단가를 싸게 받는 치과가 아니라 꼭 해야 할 치료만 권하는 치과라고 생각한다. 2013년부터 스케일링도 전면 국민건강보험급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류성용 원장은… ‘아플까봐 무섭고 비쌀까봐 두려운 치과의 비밀’을 쓴 류성용은 연세대 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6명의 다른 원장들과 함께하는 뉴연세치과 체인의 대표원장이며, ‘달려라 꼴찌’라는 필명으로 블로그 ‘Dr. 류성용의 행복한 치과 이야기(blog.daum.net/gnathia)’를 운영하고 있다. 이 블로그는 하루 평균 방문객이 1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 참고도서·아플까봐 무섭고 비쌀까봐 두려운 치과의 비밀(페이퍼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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