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 중요한 일상 중 하나인데, 이때 가장 자주 찾는 곳이 박물관과 미술관이다. 대영박물관, 내셔널갤러리, 테이트모던갤러리 등 런던에 있는 대부분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입장료가 없다. 그런 곳에 가면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이 많지만 한국에서처럼 아이들이 노트를 들고 다니며 메모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워낙 사람들로 붐비기 때문에 아이들의 그런 행동이 다른 관람객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신 안내문을 읽게 하거나 부모가 간략히 아이들에게 전시 내용을 설명해준다. 특별히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게 있으면 제목 정도를 따로 적어뒀다가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게 한다.
오페라, 뮤지컬, 연극 같은 공연도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함께 세계 2대 뮤지컬 중심지라 불리는 런던의 웨스트엔드는 1년 내내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같은 명품 뮤지컬 수십 편이 상시 공연되고 있는데 티켓 가격이 다양해서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도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은 단체로 티켓을 구입해 저렴한 가격에 공연을 즐긴다. 크리스마스 때면 지역마다 열리는 크리스마스 연극을 온 가족이 함께 보러 가는 일도 평범한 일상이다. 사실 한국의 부모들은 스스로 문화 활동을 즐기기보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 차원에서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찾지만 영국에서는 부모와 아이들이 이런 문화 활동을 함께 즐기는 분위기다.
1 2 아들 유원이는 런던에 있는 잠수함 박물관과 교통 박물관을 가장 좋아한다.
체험 위주, 살아 있는 공부가 경쟁력
3 대영박물관을 비롯한 영국 대부분의 박물관과 미술관은 입장료가 무료다.
학교 교육도 교과서 내용을 암기하는 대신 역사 문화 자료를 활용해 살아 있는 교육을 한다. 이를 위해 박물관·미술관과 연계 프로그램도 적극 활용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서 이집트 문명에 대해 배울 때는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이용해 직접 미라를 만들면서 그 과정을 배우고, 이집트 문자를 이용한 장식이나 피라미드를 만든다. 이집트 여행을 다녀온 학생이 있다면 기념품을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기도 하고, 박물관에 가서 이집트 유적을 관람하기도 한다. 또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공부한 후에는 빅토리아 시대의 의상을 입고 빅토리아 박물관으로 견학을 가서 그 시대에는 학생들이 어떤 식으로 수업을 받았는지, 무엇을 이용해 필기를 했는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등을 실제로 체험하며 하루를 보내는 식이다.
부모는 부모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문화 예술 교육을 시키려 노력하는 것이 영국 교육의 경쟁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은영씨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에는 통역일을 했다. 영국 회사에서 일하다가 남편을 만나 영국으로 이주,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생 아들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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