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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Smart Choice

가을 과일 · 채소 고르기 매뉴얼 #2

눈으로 속지 않고 맛에서 안심하는

글·황교익(맛 칼럼니스트 악식가의 미식일기 http://blog.naver.com/foodi2)

입력 2011.08.31 11:03:00

‘여성동아’ 7월호에 실린 ‘맛있는 여름 과일·채소 고르는 매뉴얼’에 대해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준비했다. 과일·채소 고르기 시즌2.
가을 과일 · 채소 고르기 매뉴얼 #2


가을 과일 · 채소 고르기 매뉴얼 #2


사과 시장에 제일 일찍 나오는 사과는 ‘아오리(쓰가루가 본래의 품종명)’다. 말 그대로 녹색 사과다. 그러나 이 품종 자체가 녹색을 띠는 것이 아니라 덜 익은 것이다. 아오리도 익으면 붉다. 사과를 시장에 빨리 내겠다는 욕심 때문에 덜 익은 채 나오는 것이다. 풋내만 있지 사과 고유의 맛과는 거리가 멀다. 조생종 사과 역시 대체로 아오리와 비슷한 상황이다. 시장에서 사과가 가장 좋은 값에 많이 팔리는 시기인 추석 대목 때 한몫 보려고 농가들이 덜 익은 사과를 낸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사과 먹기를 추석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다.
추석 무렵 나오는 품종 중에는 ‘료카’를 주목할 만하다. ‘맑은 향이 나는 사과’라는 뜻으로 향이 가볍고 조직감은 연하다. 껍질의 이물감이 거의 없다. ‘시나노스위트’도 괜찮다. 후지와 아오리를 교배해 얻은 품종으로 당도가 높고 향은 약하다. 료카에 비해 약간 단단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맛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 시장에서는 료카에 밀리고 있다. 나란히 두고 보지 않으면 겉모양도 료카와 구별하기 어렵다. ‘히로사키후지’는 붉은색이 선명한 사과다. 맛은 달콤새콤하다.
조금 늦게 나오는 것으로는 ‘양광’이 단단하고 향이 좋다. 이 사과는 깎아놓아도 갈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음식점에서는 양광을 선호한다. 사과의 여왕은 역시 ‘홍옥’(사진1)이다. 선명한 붉은색과 짙은 향은 어떤 품종도 따를 수 없다. 그러나 작고 신맛이 강하다는 이유로 인기가 시들해져 요즘은 잘 볼 수 없어 아쉽다. 만생종 사과의 대명사 ‘후지’는 장기간 보관이 가능해 크게 번진 것이다. 당도는 높지만 향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가을 과일 · 채소 고르기 매뉴얼 #2


시장에는 오직 ‘신고’만 있다. 때깔만 번지르르하지 맹탕인 신고가 시장에 지천인 이유는 소비자들이 오직 신고만 찾기 때문이다. 잘 익은 신고는 맛있다. 그런데 신고가 제대로 익으려면 추석을 넘겨야 한다. 농민들은 추석 대목을 넘길 수 없으니 신고를 억지로 키운다. 꽃이 필 때 생장촉진제인 지베렐린을 처리하고 비대기에는 질산비료를 듬뿍 준다. 크기와 때깔 내는 데만 집중하며 맛은 신경 쓰지 않는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도 오직 때깔과 크기이기 때문이다. 배는 특히 선물용으로 많이 나가 이런 일이 더 심하다. 신고의 숙기는 9월을 넘겨야 한다. 어떤 과일이든 나무에 오래 달려 있어야 맛이 들며, 신고도 제대로 익어야 맛있다. 그런데 제대로 익은 신고인지 시장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 신고는 저장성이 좋아서 추석 대목에 맞춰 일찍 땄다가 안 팔린 것을 창고에 넣어두고 팔 수도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소비자 탓이다. 때깔과 크기만 보고 과일을 골라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신수, 행수, 풍수를 흔히 배의 ‘삼수’라 하는데, 이들이 조생종이다. 일찍 배를 살 일이 있으면 이 품종의 배를 고르는 것이 요령이다. 그 뒤를 이어 나오는 배 중에 ‘화산’(사진2)이라는 품종이 있는데 때깔이 안 좋다. 겉면이 매끈하지 못하고 다 익어도 약간 푸른 줄이 나 있다. 그러나 맛은 신고보다 월등히 좋다. 황금이라는 품종이 신고와 비슷한 시기에 나온다. 이름 그대로 황금색 배다. 까끌한 석세포가 적고 부드러우며 과즙이 풍부해 외국에서 인기 있는 품종이다.



가을 과일 · 채소 고르기 매뉴얼 #2


가을 산행 중에 야생 밤을 주워 먹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 맛에 탄성을 보낸다. 작지만 달고 고소하다. 한반도에는 이런 토종 밤이 많았다. 그러데 1950년대에 토종 밤에 큰 시련이 닥쳤다. 밤나무혹벌이라는 해충이 크게 번져 수많은 토종 밤나무들이 말라 거의 멸종하다시피 했다. 60년대 후반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정부에서 밤나무 식재에 적극 나섰다. 일본에서 가져온 품종을 주로 심었으며, 토종 밤나무를 개량해 선발한 품종도 있었다. 그 때문에 밤 주산지에 변화가 생겼다.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경기도 양주, 용인, 가평, 수원 등이 밤 주산지였는데, 60년대 이후 경남 하동과 진주, 전남 광양과 순천 등 일본의 자연환경과 비슷한 남부지역이 주산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아무래도 북쪽 밤이 더 맛있다.
한때 일본에서 들여온 ‘단택(丹澤, 단자와)’이라는 품종이 큰 인기를 끌었다. 단맛이 좋은 품종이다. 구우면 속껍질이 잘 벗겨져 군밤용으로 많이 쓰였다.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선발된 품종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품종이 ‘옥광’과 ‘대보’다. 맛으로 치면 옥광이 제일이다. 중간 정도 크기로 당도가 높고 단단해 입안에서 부서지는 느낌이 좋다. 삶으면 속살이 노랗고 밤 특유의 향이 짙다. 속껍질도 잘 벗겨져 군밤으로도 좋다. 나이 든 어른들은 옥광에서 사라져간 토종 밤 맛이 난다고 말한다. 옥광보다 맛은 약간 모자란 듯하지만 크기로는 대보가 으뜸이다. 이 두 품종의 밤은 다른 품종의 밤보다 가격이 비싸다. 사진3의 오른쪽이 옥광, 왼쪽이 대보다. 옥광은 좌면(밤 껍데기 중에 오돌토돌한 부위)이 작고 알 전체가 약간 둥글다. 대보는 옥광보다 알이 크고 좌면이 길쭉하다. 두 품종을 단독으로 두면 알아보기 어려우므로 구입할 때 품종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맛있는 밤 고르는 요령이다.

가을 과일 · 채소 고르기 매뉴얼 #2


대추 대추는 고려시대 이전부터 우리 땅에서 재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지역에 따라 모양새가 조금씩 달랐으며 이를 구분하기 위해 산지의 이름을 따 보은대추, 연산대추, 임실대추, 경대추(경기도 대추) 등으로 불렸다. 50년대 빗자루병이 돌아 전국의 대추나무들이 거의 사라졌다. 지금의 대추는 70년대 이후 새마을운동 때 다수확 품종으로 보급된 것이다. 이들 개량종 대추 품종은 ‘복조’가 주종이고 그 밖에 ‘무등’ ‘금성’‘ 월출’ 등이 있다. 눈으로는 그 품종의 차이를 알 수 없다. 같은 품종에서는 크기에 따른 맛 차이가 별로 없으므로 굳이 큰 것을 고를 필요가 없다(사진4).
최근에 아주 큼직한 대추가 번졌다. ‘상왕’이라는 품종이다. 알이 크면 시장가격도 높으니 이를 심은 농가가 제법 된다. 이 대추는 맛있는 대추라 할 수 없다. 옛날의 토종 약대추 비슷한 품종도 있다. ‘산조’라는 품종으로 산조인이라고도 불린다. 알이 잘고 색깔이 짙으며 단단하고 신맛이 난다. 시장에서 토종 약대추라 파는 것은 산조라 보면 된다.
대추는 대부분 건대추로 소비되지만 생대추가 맛있다. 당도가 30브릭스에 이를 정도로 달다. 생대추는 잠시 나왔다가 사라진다. 이때 충북 보은 등 산지에 가면 생대추를 싸게 살 수 있다. 생대추를 사서 먹다가 남은 것을 베란다에 널어 말리면 건대추를 얻을 수 있다.

가을 과일 · 채소 고르기 매뉴얼 #2


가을 과일 · 채소 고르기 매뉴얼 #2


단호박 단호박은 일본 수출용으로 상업적 재배가 시작돼 그 품종도 일본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 일본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는 ‘에비스’가 한국에서도 주요 품종이다. 이 밖에 ‘미야코’ ‘구리지망’ ‘구리니스키’ 등이 재배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니 단호박의 재배 면적이 넓어지고 있다. 한 손에 딱 잡히는 크기의 단호박이다. 최근까지 ‘보우짱’이 미니 단호박 품종으로서는 최강이었는데 올해부터 ‘미니맘’이라는 품종이 각광받고 있다. 품종에 따른 맛 차이는 크지 않지만, 미니 단호박이 당도가 높고 부드럽다.
단호박은 후숙을 해야 하는 과일채소다. 밭에서 따 적어도 20일은 상온에 두어야 맛이 든다. 한때 농민들이 이를 모르고 싱싱한 상태로 단호박을 시장에 내어 맛없는 단호박으로 골탕 먹은 소비자들이 많았다. 단호박을 고를 때는 꼭지가 얼마나 말랐는지 살피는 것이 요령이다. 바짝 마른 것이 후숙이 잘된 것이다(사진5). 충분히 후숙된 단호박인지 의심스러우면 집에서 꼭지 부위를 파내고 3일 정도 후숙을 하면 된다. 구멍을 뚫는다고 생각하고 파낸 후 상온에 둔다.

가을 과일 · 채소 고르기 매뉴얼 #2


고구마 고구마는 일반적으로 밤고구마와 물고구마로 나눈다. 보통 전분 함유량이 23~25%이면 밤고구마, 18~19%이면 물고구마다. 노란고구마(사진6), 자색고구마도 물고구마다.
고구마 품종은 다양하다. 국내에 심는 것만 1백여 종에 이른다. 한 지역에서 한 품종의 고구마가 재배되는 것도 아니다. 가령 경기도 여주 고구마의 경우 이 지역에서 심는 고구마 품종만 40종이 넘는다. 그러니 고구마를 품종으로 구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고구마는 품종과 맛이 직결되지 않는다. 같은 품종의 고구마라도 재배지의 환경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고구마 농사에는 땅이 중요하다. 밤고구마 품종을 물빠짐이 좋지 않은 점질토에 심으면 수분 함량이 올라가고 전분 함량이 떨어져 물고구마처럼 된다. 반대로 물고구마를 물빠짐이 좋은 사질토에 심으면 밤고구마처럼 될 수도 있다. 원래 농산물이란 제 품종의 특징이 발현돼야 맛있다. 밤고구마는 밤고구마 맛이 나야 하고 물고구마는 물고구마 맛이 나야 한다. 이 기준으로 보자면 물빠짐이 좋은 한강변의 여주 지방은 밤고구마가 맛있고 물빠짐이 적은 강화도와 전남 해안지방은 물고구마가 맛있다.

가을 과일 · 채소 고르기 매뉴얼 #2


고추 소비자들은 고추의 산지를 중시한다. 괴산고추, 영양고추, 제천고추 등. 그러나 고추의 맛은 재배지 환경보다 품종에 따라 더 크게 좌우된다. 그런데 고추 품종이 워낙 다양해 소비자가 품종별로 선택하기는 어렵다.
고추는 아래에서부터 익는다. 뿌리 가까이 있는 고추는 빨간데 위에는 꽃이 달려 있다. 고추는 서리 내릴 때까지 따며 한 포기에서 평균 다섯 번 고추를 딴다. 고춧가루의 질은 어느 시기에 딴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맏물 고추가 가장 좋다(최근의 내병성 품종은 두물, 세물의 것이 좋다). 이때의 고추는 과피가 두껍고 단맛이 충분히 올라 매운맛과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투명하지만 때깔은 약간 어둡다(사진7). 두물, 세물 넘어갈수록 과피는 얇아지고 씨앗도 많아지며 매운맛이 강해진다. 때깔은 이때의 것이 옅어서 언뜻 보면 끝물 고추가 질 좋은 고추로 보일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태양초는 없다. 고추를 햇볕에 말리면 절반은 희아리(약간 상한 채로 말라서 희끗희끗 얼룩이 진 것)가 나버리니 농가에서 이런 일을 할 수가 없다. 열풍 건조기에 돌렸다가 하우스에서 말리면 꼭지가 약간 노랗게 되는데 이를 태양초라고 판다. 꼭지가 유난히 노란 것 중에는 소금물을 뿌린 것도 있으니 건고추를 까서 그 속을 씹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좋은 건고추는 손아귀에 꽉 쥐었다 폈을 때 원상회복이 빠르다.

가을 과일 · 채소 고르기 매뉴얼 #2


배추 배추도 산지보다 품종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배추를 보고 품종을 알 수 있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유통업체에서 품종을 표시하고 배추를 팔아야 하는데 그들이 숨기고 싶은 품종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이런 기대는 하기 어렵다. CR계 배추라는 품종(사진8)이다. 배추는 이것 하나만 가려내도 장보기에서 성공한 것이다.
배추는 무사마귀병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이 있다. 비가 많이 오거나 온도가 높거나 연작을 해서 땅심이 약하거나 하면 이 병이 돈다. 뿌리부터 썩으며 이 병이 돌면 그 배추밭은 버려야 한다. 이 질병에 저항력 있는 품종으로 개발된 것이 CR계 품종이다. 뿌리를 튼튼하게 만든 품종이니 여느 배추에 비해 뿌리가 굵다. 잎사귀는 뻣뻣하고 섬유질이 질기며 단맛이 없다. 겨자의 ‘왜~한 매운맛’이 난다. 맛을 포기하고 건강을 챙기려면 CR계 품종이 나을 수도 있다. 유기농이 아니더라도 일반 품종보다는 농약을 덜 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진행·조윤희
스타일링·김수진(noda+ 02-3444-9634 www.noda+.co.kr)

여성동아 2011년 9월 5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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