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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Luxury Goods

‘샤테크’ 아직도 통할까?

크게 오르고 찔끔 내린 명품 가격

글·김명희 기자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11. 08. 08

‘샤테크’ 아직도 통할까?


명품 마니아인 A씨가 명품 가방을 마련하는 방법은 이렇다. 값이 얼마든 일단 구입해서 조심스럽게 사용한 뒤 중고시장에 되팔고 새 가방을 사는 것이다. 주문 후 6개월~1년 정도 기다려야 하는 에르메스 버킨백이나, 자고 나면 값이 오르는 샤넬 2.55는 이런 식으로 초기 투자금 정도는 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거리에 나가면 3초 만에 한 번씩 눈에 띈다고 해서 ‘3초백’이라 불리는 루이비통 모노그램스피디30의 경우 4년 전 70만원이었던 것이 최근 1백만원대로 올랐다. 샤넬 2.55는 상승세가 더 가파르다. 지난해 4백98만원이었던 빈티지미디엄 가격은 최근 6백39만원까지 치솟았다.

중고 명품 내놓으면 바로 팔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샤테크’ ‘명품테크’(샤넬이나 명품 가방을 이용한 재테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명품 가격이 계속 오르기 때문에 쓰던 물건을 중고시장에 내놓으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으리란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중고 명품 거래업체 ‘구구스’의 한 관계자는 “명품 가격이 계속 오르기 때문에 상태가 좋은 물건의 경우 구입 당시와 비슷한 가격에 시장에 내놓으면 바로 팔린다. 하지만 시세 차익을 기대하긴 힘들다. 명품에 붙어 있는 고유 라벨로 원 판매가를 알 수 있어 그 이상 가격에 거래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명품 가격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명품테크’의 현실성을 떨어뜨린다. 루이비통·프라다·샤넬 등은 지난 7월1일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잠정 발효 직전 가격을 올렸지만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 외에는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여기에는 사실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특한 명품 소비 풍토가 자리 잡고 있다. 또한 FTA 관세 면세는 EU 회원국에서 생산·선적되는 제품에만 해당되는데 루이비통·프라다 등은 각각 EU 회원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생산되지만, 홍콩의 아시아·태평양 지사에서 수입한 뒤 유통시키기 때문에 관세 면제 대상이 아니라는 속사정도 있다.
이런 가운데 가격을 내린 브랜드도 있다. 지난 7월 중순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가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을 최대 10% 내린다고 발표했다. 품목별 인하 폭은 구두와 액세서리 소품류가 10%, 넥타이 9%, 가죽 제품 5% 선이다. 이어서 샤넬도 관세 철폐분을 의류·가방 등 패션 관련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로 했다. 인하 폭은 평균 3%. 이에 따라 2.55 빈티지미디엄 가격은 다시 6백7만원으로 떨어질 전망. 하지만 샤넬은 올 한 해만 25% 정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에 인상 폭에 비해 인하 폭이 너무 적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명품 브랜드의 ‘묻지마 가격 정책’은 한국에서 유독 심하다. 줄 서서 기다렸다가 수백만원짜리 물건을 구입하는데도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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