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의존하는 노후준비 수단은 국민연금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에 대해 정확히 알고 은퇴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남편을 통해 연금을 납입하고, 수령하는 전업주부들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하다.
국민연금은 수령인 한 사람만을 위해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연금의 목적은 노령화 시대에 대비해 국민 전체의 생활 안정을 꾀하는 데 있다. 수령인 및 수령인의 부양가족 전체를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전업주부도 배우자가 수령하는 연금에 대해 충분히 권리를 주장할 만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그간 국민연금 수령의 사각지대였던 무소득 배우자에 대한 보장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변화다.
그렇다면 과연 국민연금은 수령인과 배우자, 두 사람의 노후 생활을 보장할 만큼 충분한 금액일까. 이것은 이른바 소득대체율의 문제인데, 원래 국민연금이 목표로 하는 소득대체율은 40%다. 이는 국민연금을 40년간 납입한 경우 달성할 수 있으며, 20년 동안 납입했다면 약 25%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기대할 수 있다. 은퇴 전 평균적인 근로자가 받는 소득의 25%라면, 사실 그리 넉넉한 액수는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가입자의 국민연금 수령 예상액은 현재 가치 기준 월 80만~1백20만원. 현재 2인 가족 최저생계비가 월 90만원 수준이므로 결국 국민연금으로 받는 액수는 겨우 최저생계비 정도다.
15년간 수령하면 1억7천만원, 납입금 대비 쏠쏠한 노후 대비 수단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생활이 충분히 보장되는가’라고 묻는다면 필자의 대답은 ‘아니오’다. 앞서 지적한 대로 20년 납입자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25%에 그치는 데다 은퇴 후 국민연금을 수령하기까지는 보통 10년 정도 공백이 있다(국민연금 수령 개시일은 2012년까지는 60세, 201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연장돼 2033년 이후에는 65세). 퇴직금이나 저축액이 적은 저소득층에 이 기간은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일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의 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국민연금은 ‘복지’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국민연금의 대략적인 가치를 계산해보자면, 현재 시점에서 은퇴 후 15년 동안 매월 1백만원씩 국민연금을 수령하고, 물가상승률이 3%라고 가정했을 때 약 1억7천만원이다. 즉 국민연금만 성실하게 납부해도 ‘1억7천만원짜리 연금’ 하나는 챙기는 셈이다.
이렇듯 국민연금은 가장이 노동 능력을 상실하더라도 가족 구성원들의 인간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중요한 사회보장제도다. 살다 보면 국민연금을 평가절하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는데 ‘최소한 노후 생활을 영위하는 수준’의 연금이 나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국민연금의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김도현씨는 … 삼성증권 투자 컨설턴트.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을 보유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자산관리란 ‘고객이 원하는 재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정표를 세우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