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향해 툭 튀어나온 땅, 변산반도의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책이 쌓인 듯 층을 이룬 바위, 깎아지른 절벽, 바다에 둥둥 떠 있는 크고 작은 섬, 반짝반짝 햇살이 부서지는 수평선 등이 눈에 들어온다. 천혜의 풍광을 지닌 변산반도가 위치한 전북 부안은 변산을 기준으로 내륙지역을 내변산, 변산반도가 있는 해안지역을 외변산이라 한다.
외변산에는 바다가 주는 선물이 가득하고 내변산에는 나무와 꽃, 풀 등 자연이 빚은 아름다운 보석들이 숨어 있다. 풍광만 수려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 주는 싱싱한 해산물과 나물, 채소 등을 재료로 차린 밥상도 풍성하다. 맛의 비결은 곰소염전에서 나오는 천일염. 음식 맛은 장맛이라 한다. 그 장을 만드는 주재료인 소금이 맛있어야 장맛도 좋은 것. 부안 음식을 먹은 이들은 깔끔한 맛에 반하게 되는데, 식재료가 신선하고 소금이 맛있어 조미료를 따로 넣지 않기 때문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 부안을 찾은 사람은 4백8만여 명으로 지리산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변산반도로 여행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부안에 가면 어떤 맛을 볼 수 있을까? 초록빛 가득 머금은 자연의 땅 부안에서 자연을 맛보고 왔다.
★ 살 통통 맛 좋은~ 바지락
부안의 대표적 먹을거리인 바지락은 4월 초에 산란을 시작해 6월까지 살이 통통 올라 요즘 가장 맛이 좋다. 바지락에는 필수 아미노산과 철분, 아연이 풍부해 건강은 물론 피부 미용에도 효과적이다.
소금에 박박 씻은 뒤 소금물에 담가 해감한 바지락을 듬뿍 넣고 술국이나 해장국을 끓여 먹으면 숙취 해소에 그만이고, 데쳐서 새콤달콤하게 양념을 해 초무침으로 먹으면 입맛이 확 산다. 바지락 삶은 물로 고슬하게 지은 밥에 바지락초무침을 듬뿍 넣어 비벼 먹는 바지락비빔밥도 맛이 일품이다. 변산면 대항리의 변산 명인 바지락죽(063-584-7171), 원조 바지락죽(063-583-9763) 등에서 맛볼 수 있다. 바지락죽 8천원, 바지락회무침 2만5천원, 바지락회덮밥 1만원 선이다.
바지락죽 부안 바닷가에서 채취한 바지락에 녹두, 인삼, 당근 등을 넣고 끓인 바지락죽. 쫄깃한 바지락과 고소한 녹두, 향긋한 인삼의 맛과 향이 어우러져 입안을 즐겁게 한다. 변산면에 가면 원조 바지락죽을 맛볼 수 있다.
바지락회무침 살이 통통하게 오른 바지락을 끓는 물에 데쳐 새콤달콤 양념에 버무려 먹으면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다. 산뜻한 무순을 듬뿍 올려 함께 먹으면 봄철 잃었던 입맛이 확 살아난다.
바지락회덮밥 부안에서 자란 양파, 시금치, 콩나물, 버섯으로 만든 비빔밥에 바지락회무침을 듬뿍 올려 먹는 바지락회덮밥. 시원하게 끓인 바지락국과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린다.
★ 바다 향기 물씬~ 꽃게 · 주꾸미
변산반도를 품고 있는 부안은 봄에는 바지락과 꽃게, 주꾸미, 여름에는 숭어, 가을에는 전어, 겨울에는 굴 등 사계절 내내 해산물이 풍부하다. 요즘은 꽃게와 주꾸미가 제철로 특히 꽃게는 살이 연하고 내장이 상하기 쉬워 산지에서 먹어야 제맛이다. 꽃게는 눈으로 보아 등딱지에 윤기가 흐르고, 배 부분이 희며, 엄지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 싱싱한 것. 봄에는 알이 찬 암게를, 가을에는 살이 많은 수게를 주로 먹는데, 배딱지 부분이 둥글면 암게, 뾰족하면 수게다. 암게는 간장게장이나 양념게장, 수게는 탕이나 찜으로 먹는다.
부안 앞바다에는 매년 이맘때면 기다란 줄에 피뿔고둥 껍데기를 일정한 간격으로 달아놓은 모습이 펼쳐진다. 바다에 가라앉혀놓은 피뿔고둥 껍데기 안에 밤에 활동하는 주꾸미가 들어가 쉽게 잡을 수 있다. 올해는 낮은 수온으로 인해 제철 시기가 일주일 정도 늦어져 5월이 제철이다. 주꾸미는 불포화지방산과 DHA가 풍부해 두뇌 발달에 좋고, 타우린이 많이 함유돼 시력과 피로 해소에 효과적이다. 주꾸미는 회로 먹어도 좋고 데치거나 샤브샤브를 해먹어도 맛있다. 연포탕을 하거나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려 석쇠에 볶아도 봄의 진미를 느낄 수 있다.
시원한 국물 맛~ 주꾸미샤브샤브 산과 들에서 채취한 냉이, 쑥, 미나리 등 나물로 맛을 낸 국물에 주꾸미를 담가 샤브샤브를 만들면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산란기를 앞두고 있는 주꾸미를 익히면 통통한 알이 탱글탱글해져 오독오독 씹는 맛이 좋다. 주꾸미샤브샤브는 진서면 운호리 왕포횟집(063-582-3812), 곰소만의 아리랑수산(063-582-2144) 등에서 맛볼 수 있으며 2인분에 3만5원선.
밥도둑 간장게장 알이 꽉 찬 암게로 담은 간장게장은 다른 반찬 없이도 밥을 뚝딱 비울 정도로 맛있다. 냄비에 물, 청주, 간장을 붓고 끓이다 알이 꽉 찬 꽃게와 건고추, 마늘, 생강, 양파를 넣고 다시 끓인다. 게만 꺼내 배 부분이 바닥을 향하도록 밀폐용기에 차곡차곡 담아 식힌 간장물을 붓고 냉장고에서 숙성시키다가 하루 지난 후 간장물만 따라 다시 한 번 끓인 뒤 식혀 통에 붓는다. 2~3일 지나면 게에 간이 적당하게 배어 맛있다. 부안 곰소만과 격포항 주변에 간장게장으로 입소문 난 칠산꽃게장(063-581-3470), 새전주횟집(063-582-8711) 등이 있으므로 꼭 맛보길. 가격은 1인분에 1만5천원선.
★ 항산화 효과 만점! 뽕나무 열매 오디
뽕나무 열매 오디는 부안 특산품으로 술, 잼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오디는 항산화 효과가 있는 레스베라트롤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오디에 함유된 레스베라트롤은 100g당 78㎎ 정도로 레스베라트롤이 많이 함유된 포도보다 1백56배, 땅콩보다 7백80배 많다. 오디 씨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산 리놀산도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질 함량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영양가 듬뿍~ 오디삼계탕 상서면 우슬재 황토촌(063-582-9436)에 가면 오디와 뽕나무 잎을 먹고 자란 토종닭으로 만든 삼계탕을 맛볼 수 있다. 넓은 뽕나무밭을 돌아다니며 자란 토종닭은 누린내가 나지 않고 육질이 쫀득해 인삼 한 뿌리만 넣고 끓여도 맛있다. 삼계탕을 팔팔 끓이다 부추를 넣고 살짝 익힌 뒤 먹으면 별미다.
★ 곰소소금으로 맛낸 곰소젓갈
부안은 어느 음식점을 가도 음식 맛이 정갈하다. 맛있기로 유명한 곰소염전에서 만든 소금으로 맛을 내기 때문. 곰소소금은 짠맛이 덜하고 단맛이 나서 요리에 사용하면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준다. 곰소는 부안과 고창 사이에 위치한 섬이었는데, 일제강점기 때 제방을 쌓아 육지가 됐고, 1968년 곰소항이 들어서며 곰소염전도 함께 만들어졌다. 곰소에 염전이 생겨 소금이 나오면서 그 소금으로 젓갈을 만들기 시작해 지금의 곰소젓갈이 탄생했다. 곰소만젓갈(063-581-9700), 곰소옹고집젓갈(063-581-1481)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1 황석어젓 참조기로 담근 젓갈로 김치 담글 때 넣으면 좋다.
2 멸치젓 멸치 형태가 그대로 건더기로 있는 젓갈.
3 명란젓 참기름에 무쳐서 반찬으로 먹거나 국을 끓이면 맛있다.
4 조개젓 살이 통통한 조개젓은 반찬으로 그만이다.
5 어리굴젓 굴을 소금, 고춧가루 등에 절여 만든다.
6 낙지젓 잘게 잘라 참깨, 다진 마늘, 참기름에 버무리면 아이들 반찬으로 딱!
7 새우액젓 김치 담글 때나 달걀찜 할 때 등 요리에 두루 활용한다.
★ 아홉 번 구워 만든 죽염으로 만든 된장
주재료인 콩에 풍부한 단백질, 지방, 당질, 섬유질, 칼슘, 칼륨, 철 등이 발효되면서 유익한 성분이 더해져 꾸준히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된장은 발효된 메주에 물과 소금을 섞어 다시 발효시켜 만드는데, 이때 좋은 물과 소금을 사용하면 한층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된장이 된다. 소금과 물이 좋은 부안 된장이 맛있는 이유다. 특히 대통에 넣고 가마솥에 아홉 번 구워 만든 죽염을 사용한 된장은 보약이나 다름없다. 죽염된장은 변산면 지서리 정 깊은 죽염장류(063-581-2081)에서 구입할 수 있다.
구수한 맛이 일품! 죽염된장국 멸치국물에 애호박과 양파, 감자를 넣고 끓이다 두부를 썰어 넣고 죽염된장을 마지막에 넣어 5분 더 끓이면 구수한 죽염된장국이 완성된다. 죽염된장을 끓일 때는 조미료를 일체 넣지 않아야 깊은 맛이 난다.
취나물·머위나물 된장무침 취나물과 머위를 각각 소금물에 데친 뒤 된장, 다진 마늘, 다진 파, 들기름, 참깨 등을 섞어 만든 양념에 버무리면 봄 향기 가득한 반찬이 된다.
★ 부안 볼거리
채석강 부안을 대표하는 경관으로 변산반도 서쪽 끝 격포에 있다. 총 1.5km 구간에 자리한 채석강은 수만 권의 책을 층층이 쌓아놓은 듯한 모양의 해변 층암절벽이다.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며 풍류를 즐기다 강물에 뜬 달그림자를 보고 그 달을 잡으려다 물에 빠져 죽었다는 중국의 채석강과 지형이 비슷하다. 물때를 잘 맞추면 걸어서 해식동굴까지 구경할 수 있다.
적벽강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검은 바위들이 뭍에서 바다로 흐르듯 뻗어 있고 그 뒤로 우뚝 솟아 있는 적벽강을 만날 수 있다. 적벽강은 강이 아니고 붉은색을 띤 층암절벽과 바다를 총칭하는 것. 적벽강 끝 꼭대기에는 서해를 다스리는 ‘개양할멈’을 기리는 제당인 수성당이 있는데, 이곳에서 조망하는 바다 풍광이 장관이다.
해안도로 변산반도를 따라 난 해안도로를 차로 달리다 보면 채석강, 적벽강, 격포항뿐 아니라 변산·고사포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물이 빠지면 바닷길이 열리는 하섬과 어촌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마을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내소사 백제 무왕 때 지어진 천년고찰로 입구의 전나무 숲길은 광릉수목원, 월정사 숲길과 함께 3대 전나무 숲길로 꼽힌다. 약 600m에 걸쳐 양쪽으로 1백 년 넘은 전나무 7백여 그루가 숲길을 이루고 있어 이곳을 걸으면 삼림욕 효과를 볼 수 있다.
■ 도움말·부안군청(063-580-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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