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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공신의 조언

‘공부의 신’ 김현구가 들려주는 노트 필기 공부법

글·김유림 기자 사진·지호영 기자

2011. 03. 08

인터넷상에서 ‘의대생의 노트’로 화제를 모은 김현구씨.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세 자리 등수에 머무는 ‘평범’한 성적이었지만 그는 고1 때 시작한 노트 필기로 의대 입학의 꿈을 이뤘다. 그가 들려주는 노트 필기의 효과, 노트 정리 노하우.

‘공부의 신’ 김현구가 들려주는 노트 필기 공부법


세 자리 등수에서 1년 만에 전교 1등?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이러한 의구심을 말끔히 풀어주는 이가 있다. 온라인상에서 ‘폴리클’이란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블로거 김현구씨(27)다. 현재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의 신경외과 전공의로 근무하고 있는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시작한 노트 정리로 평범한 학생에서 전교 1등이 됐고, 급기야 의대 합격의 꿈을 이뤘다. 블로그 ‘수줍은 느낌의 미소(http://medwon.egloos.com)’를 운영하며 의대생에서 인턴 그리고 의사로 성장해가는 자신의 생활을 일기로 연재해 유명해졌는데, 특히 네티즌들이 열광하는 것은 그가 직접 정리한 ‘깨알 같은’ 노트 필기.
의대에 들어온 뒤 6년에 걸쳐 기초편 7권, 임상편 12권으로 총 19권의 노트를 만든 그는 수시로 공부 방법을 문의해오는 후배들에게 일일이 답변해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자신의 블로그에 노트를 공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의 블로그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정리가 잘돼 있는 노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자신의 노트 필기 노하우를 엮어 ‘필기왕 노트 정리로 의대 가다(동아일보사)’라는 제목의 책도 냈다.
그렇다면 노트 필기는 어떤 점에서 효과적인 것일까.
김씨는 3가지 논리로 노트 정리의 효능을 설명했다. 먼저, 노트 필기를 잘 해두면 언제든지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공부를 할 수 있다. 과거에 배운 것은 앞으로 배울 것을 위한 발판이기 때문에 기본이 약하다 싶으면 과감하게 과거로 돌아가 다시 공부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당시 스스로 만들어둔 나만의 자료가 꼭 필요하다는 것.
둘째, 노트 필기를 통해 공부를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틀과 구조 속에서 내용을 풀어가기 때문에 동화를 읽는 것처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고. 의학을 예로 들면, 콩팥에 대해 공부를 할 때 여기저기 널려 있는 자료들 즉 콩팥의 구조, 기능, 질환, 임상, 치료, 예후를 하나로 묶어 정리해두면 훗날 콩팥만 떠올려도 앞서 정리한 내용들이 순차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김씨는 “시험을 볼 때나 교수 앞에서 설명해야 할 때 이미 정리해둔 내용이 그림처럼 펼쳐지면서 동화를 읽듯 술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노트 정리는 학습 수단을 떠나 기록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자신이 어떻게 공부했는지 흔적을 남긴다는 것도 뿌듯하지만, 이는 향후 어떤 일을 하더라도 탄탄한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나만의 고유한 것’이라는 것만으로도 공부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해준다.
노트 정리는 비단 그에게만 효과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 거의 꼴찌에 가깝던 같은 반 친구 한 명은 그가 일러준 대로 노트 정리를 한 덕분에 상위권으로 성적을 끌어올렸고, 노트를 펼쳐놓고 배운 내용을 하나씩 더듬어가며 정리하는 그의 모습을 본 친구들이 그에게 과외를 요청하기도 했다. 대학에 입학한 뒤에는 주위의 부탁으로 5명 정도 과외수업도 했는데, 그중 착실하게 김씨의 노트 필기법을 따라한 두 명의 학생이 서울대 입학, 수도권 내 약학대학 입학의 좋은 결과를 얻었다. 김씨는 그들을 보면서 다시금 노트 필기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노트 필기가 공부의 왕도는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자칫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노트 정리는 도박이라고 생각해요. 잭팟이 터지듯 상상 이상의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중간에 포기하거나 효율적인 정리 방법을 숙지하지 못한 채 단순히 나열식으로 정리하다 보면 시간만 버리는 꼴이 되거든요. 1분 1초가 아까운 수험생에게 시간 낭비란 치명적인 일이죠.”

어머니의 노트에서 필기법 영감 얻어
그 역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노트 정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중간고사 하루 전까지 필기에만 매달리느라 정작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해 낭패를 겪은 적이 있다. 좋은 자료는 있지만 습득할 시간이 없어 당시 시험 결과는 평소보다 더 낮았다. 그 일이 있은 후로 김씨는 노트 필기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남들보다 몇 배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투리 시간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아침 8시 학교에 도착하면 1교시가 시작되기 전인 8시30분까지 죽어라 영어 독해문제를 풀고, 쉬는 시간에도 수학문제를 하나씩 풀었다.

‘공부의 신’ 김현구가 들려주는 노트 필기 공부법

김현구씨는 자신의 남다른 필기법을 소개한 책을 썼다.



“많은 학생들이 쉬는 시간의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저는 쉬는 시간마다 수학문제를 하나씩 풀었는데, 그러면 하루에 푸는 수학문제만 해도 7개, 그게 한 달, 1년이 되면 상당한 양으로 불어나죠. 물론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그 시간마저도 기꺼이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밖에도 그는 그날 배운 것은 바로 그날 저녁에 노트 정리를 했다. 다른 친구들이 문제집만 풀 때 그는 노트 필기를 하면서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찾았다. 또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종류의 문제집을 사서 공통된 단원의 문제를 문제집 종류별로 한꺼번에 푸는 방식을 택했다. 예를 들어 미적분을 공부할 때는 모든 문제집에서 미적분 관련 문제만 골라 집중적으로 풀었다. 결국 모든 문제집 풀이가 동시에 끝이 났다.
의대생이 된 뒤에는 더욱 치열하게 공부했다. 학습 내용이 워낙 방대해서 “남들 놀 때 같이 놀려면” 더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했다. 고등학생 때와 마찬가지로 그날 배운 건 바로 그날 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했는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할 때도 많아서 불필요한 것은 쳐내고 꼭 필요한 그림 자료는 오려붙여가며 노트 필기의 요령을 익혔다.
그렇게 정성 들여 만든 노트가 온라인 세상에 공개되자 의과 대학생들은 물론이고 중고등학생들 사이에 뜨거운 반응이 왔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공부 비법을 묻는 이메일을 받았고 그의 어머니에게 남다른 교육법을 듣겠다며 전남 여수에 있는 고향집으로 직접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중학생 때만 해도 친구들과 PC방에 다니며 놀기 좋아하던 그가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데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명문대 수학과를 졸업한 어머니는 결혼 후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는데, 그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 대신 조용히 수학문제집을 펼쳐놓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또 등굣길에는 신문사설이나 칼럼, 주요 기사 등을 오려서 그의 주머니에 넣어줬고, 도시락 속에 항상 수학문제가 하나씩 들어 있었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난 뒤 문제 푼 것을 도시락에 넣어두면 월말에 정답률에 따라 용돈을 줬다고.
“아버지가 명예퇴직 후 독서실을 운영하셨는데,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지 못했어요. 어느 순간 ‘어머니는 힘들게 아이들 가르치며 내 뒷바라지를 하시는데 나는 뭐 하는 건가’ 싶더라고요. 죄송한 마음이 들면서 저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어요. 그때 처음으로 ‘인생에서 한번쯤은 공부라는 것에 미쳐봐야겠다’고 다짐한 것 같아요.”
하지만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고 금방 성적이 눈에 띄게 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막상 책상 앞에 앉아보니 무엇부터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한동안 교실에 혼자 남아 교과서와 씨름도 해봤지만 답답한 마음은 더욱 커졌고, 결국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100등 밖으로 성적이 밀려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느라 매일 새벽까지 공부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인생을 바꿀 중요한 힌트를 얻었다. 바로 어머니의 노트였다. 어머니는 늘 무언가를 노트에 기록하고, 자료를 모으는 습관이 있었는데, 무심코 지나쳤던 어머니의 공부 습관이 불현듯 그의 눈에 포착된 것이다. 그길로 그는 문방구로 달려가 노트 한 권을 샀고 책상 위에 노트와 교과서, 볼펜 한 자루를 올려둔 뒤 노트 정리를 시작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노트 정리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함께 당장 눈에 띄는 결과가 없으니까 포기할까 말까 수없이 고민했어요. 하지만 책상에 꽂힌 노트 수가 늘어나는 만큼 성적도 조금씩 오르자 점점 노트 필기의 효과에 대해 확신할 수 있었죠. 그때 만든 노트가 총 30권인데, 제가 대학에 들어간 뒤 고교 선생님들이나 아는 분들께 빌려드려서 지금은 거의 없어졌어요. 그게 조금 안타까워요(웃음).”
그가 소중히 간직한 대학 노트는 조만간 드라마에 등장할 예정이다. 그의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일기를 바탕으로 의학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지난해 가을 드라마 제작과 관련해 작가로부터 소재 차용 및 드라마 내용에 대한 감수를 부탁받은 그는 흔쾌히 작가에게 노트를 빌려줬다고 한다. 드라마는 의대생들의 치열한 생활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신경외과 여교수와 제자의 사랑을 그릴 예정이라고. 여자 주인공으로 인기 한류 스타가 확정됐다고 한다.
인터뷰 말미에 김현구씨는 수험생을 둔 학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자신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부모가 먼저 아이에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있는 동안 TV 대신 책이나 신문을 보면서 학습 분위기를 조성해주라는 것. 또 한 가지는 아이가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다면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을 때까지 믿고 기다려주라는 조언이었다. 그는 “서두르면 안 된다. 특히 노트 정리 공부법은 스스로 익숙해질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구씨가 알려주는 노트 필기 노하우

‘공부의 신’ 김현구가 들려주는 노트 필기 공부법
1 어떤 노트를 선택할 것인가
노트는 표지가 하드커버로 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표지가 얇은 노트는 시간이 지나면 구겨지거나 너덜너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행착오 끝에 최종 선택한 노트는 5공 철제 링 바인더 노트. 이 노트는 과거에 정리했던 내용을 재편하기가 쉽고, 언제든지 필요한 부분만 발췌할 수 있으며, 새로운 속지를 활용해 내용을 추가할 수 있다. 새로운 속지를 사용하기엔 양이 적고 그 중요성이 다소 떨어진다면 사진 1처럼 철제 링을 활용해 삽입하는 것도 방법.

2 효과적인 노트 정리법은 따로 있다
시험 직전에 효과적인 ‘한 방 정리’- 한 방 정리는 말 그대로 중요한 포인트만 콕콕 집어 담아내는 것으로 주로 시험 직전에 사용된다. 마무리 용도로 활용해야지 벼락치기 수단으로 사용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사진 2 참고)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서머리’-서머리(summary)는 수업 내용을 요약·정리하는 것으로 교과서나 참고서보다는 양이 적지만, 대부분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트 정리를 위한 사전 준비가 충분치 않으면 서머리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 무엇이 중요하며, 포인트는 어떤 내용인지, 그 부분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할 것인지에 대해 사전에 콘셉트 맵이나 개념 정립을 확고히 해야 한다. (사진 3 참고)
수능 같은 장기전에 유리한 ‘백과사전식 정리’- 교과서뿐만 아니라 참고서, 문제집, 관련 서적, 나아가 상위 등급의 학습 자료까지 현재 공부하는 내용과 관련 있다고 판단되는 내용은 전부 수록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양이 방대하고 복잡하며, 제작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한눈에 모든 내용을 훑어보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하지만 수능이나 경시, 고시 등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준비해야 하는 시험에서는 훌륭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사진 4 참고)

‘공부의 신’ 김현구가 들려주는 노트 필기 공부법
‘공부의 신’ 김현구가 들려주는 노트 필기 공부법
3 흐름 파악을 위한 콘셉트 맵부터 그려라
많은 사람들이 노트 정리를 하면서 자주 범하는 실수 중 하나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에만 집착한다는 것이다. 노트 정리를 하기 전 먼저 큰 밑그림을 마음속으로 그려보자. 콘셉트 맵은 전체 내용을 훑어보는 기능 외에도 세부적인 내용에 집착한 나머지 전반적인 흐름을 놓쳤을 때, 현재 자신이 어디 부분을 공부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끔 해준다. 중고교 학습 내용들은 콘셉트 맵을 마련하기 쉽다. 과목을 불문하고 ‘개념-정의-이해-실전-참고’ 형태로 정리해두면 편리하다.

4 세로 칸 노트와 포스트잇을 적극 활용하라
노트 필기를 끝낸 뒤 추가로 내용을 삽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세로 칸 노트가 매우 유용하다. 의과대학 노트 정리 시 수술법이나 방사선 소견 등을 첨부하고 싶은데 알맞은 크기로 깔끔하게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세로 칸 노트로 적당한 공간을 확보해놓으면 좋다는 걸 깨달았다. 사진 5를 보면 세로 칸이 있는 경우 공간 활용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세로 칸 노트도 한계가 있다면 포스트잇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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