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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닮아가는 삶

결혼 15년, 이무송·노사연 부부 솔·직·인·터·뷰

“치열하게 싸웠던 지난 날, 이혼 문턱에서 다시 싹튼 부부애”

글·김유림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

2010. 12. 16

결혼해 살다보면 ‘전생의 원수가 부부로 만난다’는 우스갯소리도 흘려듣지 못할 때가 있다. 또 ‘죽자 사자’ 싸우다가도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한 이불 덮고 자는 게 부부다. 연상연하 커플로 떠들썩한 결혼식을 올린 뒤 15년 간 연예계 잉꼬부부로 불려온 이무송·노사연 부부 역시 그동안 감춰온 위기의 순간들이 있었다.

결혼 15년, 이무송·노사연 부부 솔·직·인·터·뷰


어떤 일이든 시행착오가 필요하듯 부부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한 집에서 살아가려면 서로 맞추고 맞춰주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다투기도 하고, ‘사네 못 사네’ 험한 말이 오가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부부도 쉽게 남에게 속사정을 드러내지 못한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연예인 부부라면 더욱 그렇지 싶다. 얼마 전 가수 노사연은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에 출연해 그 동안 힘든 결혼생활을 유지해 왔음을 고백해 화제가 됐다. “겉으로는 행복한 척 했지만, 속마음은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 그의 충격 발언에 함께 출연했던 남편 이무송은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과연 두 사람에게 지난 15년 간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11월 초, 서울 강남 ‘바로연’ 사무실에서 이무송(51) 노사연(53) 부부를 만났다. 바로연은 이무송이 대표로 있는 결혼정보회사로 지난 10월 문을 열었다. 상담실에 들어서자 책상 위에 나란히 놓인 ‘CEO 이무송’ ‘홍보이사 노사연’ 명패가 눈에 들어왔다. 약속시간에 맞춰 남편보다 일찍 도착한 노사연은 “홍보이사로서 책임감이 클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지상렬씨 장가보내는 게 첫 번째 목표”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후 이무송이 도착하자 두 사람은 타고난 유머감각과 솔직 화법으로 인터뷰를 주도해 나갔다.

가부장적인 남편, 외향적인 아내 때문에 힘들었던 결혼 생활
두 사람의 지난 결혼생활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러했다. 가부장적인 남자와 지극히 외형적인 여자가 만나, 하루가 멀다 하고 치열하게 싸웠고, 결국 이혼까지 생각했으나 벼랑 끝에 서서야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니까 부부 사이도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무덤덤해지더라고요. 감정이 식는다는 건 슬픈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편안함과 서로에 대한 배려심을 가져다줘요. 남편이나 저나 열정이 많은 사람인데, 평생 그렇게 활활 태우며 살 순 없죠. 매일 그렇게 살다가는 서로 지쳐서 아마 같이 못 살 거야(웃음). 결혼한 걸 후회한 적도 많았지만 신앙을 가지면서 고난도 축복이라는 걸 깨닫고 있어요. 남편이 너무 미워 괴로웠던 적도 있지만 어느 순간 ‘남편만큼 고마운 사람이,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그걸 깨닫지 못했으면 아마 벌써 이혼했을 거예요(웃음).”
서로가 서로를 길들이려 했던 게 문제였다. 이무송은 이민 2세대로 미국에서 자랐음에도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이 강했다고 한다. 그에 비해 노사연은 어려서부터 자유분방한 아버지 밑에서 마음껏 뜻을 펼치며 살아왔다고. 이무송은 가정적이고 고분고분한 아내를 원했고, 노사연은 외형적인 자신의 성격을 충분히 받아줄 수 있는 남편을 원했다.
“방송에서 여자들은 입을 가리고 웃던 시절에 저는 크게 입을 벌리고 껄껄껄 웃던 사람이에요. ‘화장품 모델 하고 싶다’고 뻔뻔하게 얘기해도 그런 솔직한 면이 대중에게 어필됐고요. 방송 생활을 하면서 늘 흐름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남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여느 여자와 달랐어요. 하지만 남편은 미국에서도 된장을 담가 드신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여자로서의 행동, 아내로서의 역할 등을 규정지으려 했어요.”

결혼 15년, 이무송·노사연 부부 솔·직·인·터·뷰


“결혼하고 일주일 만에 이혼하자고 하는데, 당시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어요. 별 일 아닌 걸로 말다툼이 시작됐는데 마지막에 ‘그러니까 이혼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하고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 정말 결혼생활이 끝이 났다고 생각했죠(웃음). 저도 아내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니까 아내에게 너무 많은 걸 원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내가 슈퍼우먼도 아닌데 일하면서 가정에도 충실하고, 남편 뒷바라지도 잘해주기를 바랐던 거죠. 제가 기대하는 것에 미치지 못하면 남편으로서의 위상이 떨어졌다는 자격지심에 시달리고, 싸움이 됐던 거예요. 또 요즘에는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힘에 부쳐 못 싸우겠다’고 하는 아내를 보면 가슴이 짠해요. 언제나 강한 척 했지만 아내도 여자긴 여자이구나 싶거든요. 남자의 사랑과 보호 안에 있어야 하는 사람인데, 그동안 내가 너무 아내를 동급으로 생각했던 게 문제라는 걸 알았어요.”
남편의 말에 노사연은 “겉으로만 여장부처럼 보일 뿐 나도 약한 여자”라고 푸념했다.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남자다운 척 했을 뿐이라는 것. 가수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절에도 그는 단 한 번도 집이 아닌 곳에서 자본 적이 없다고 했다. TV에 나와 “술 먹고 정신을 놓고 싶어도 항상 집이에요”하며 농담을 하곤 했지만 실제 그는 누구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 노사연은 “그때는 일본 여행이라도 가면 여자 가수들 다 망가지는 줄 알았다”며 웃었다.
그랬던 그가 한 남자에게 여자로 다가가기 시작한 건 남편 이무송을 만나면서다. 첫눈에 반한 첫사랑이었다. 노사연은 지금도 연애하던 시절 남편 사진을 코팅해 지갑 속에 넣고 다닌다.
“이성미, 박미선씨와 수영장에서 태닝하다 가수 최성수씨를 만났어요. 반갑다고 인사하는데 옆에 있는 남자가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미국에서 온 후배라는데 얼굴이 정말 작고, 귀티 나고, 지적이게 생긴 거예요(웃음). 또 뭔가 모를 카리스마도 느껴지는 게, 나이가 어린데도 함부로 말을 못 놓겠더라고요. 그때부터 열심히 쫓아다녔죠. 카폰으로 전화도 자주하고, 주변 사람들을 잘 포섭해서 우연을 가장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었어요(웃음). 그런데 얼마 전 남편이 지상렬씨한테 ‘네 누나 만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때 그 수영장 물이라도 다 마시겠다’고 했대요(웃음).”
“물론 농담이죠. 아내 처음 만났을 때 한국 들어온 지 얼마 안돼서 형수님 친정, 즉 사돈댁에 머물렀는데 집사람이 거기까지 놀러왔어요. 갈비, 아롱사태 등 어른들이 좋아하는 선물을 바리바리 싸들고요(웃음). 주변 사람들을 공략한 덕분에 저도 무의식중에 아내에 대한 호감이 쌓였던 것 같아요. 또 연상이라는 점 때문에 아내한테 보호받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고요. 그래서인지 부부싸움을 하다가 도저히 말이 먹히지 않는다 싶을 때면 아내한테 ‘네가 누나잖아’하고 소리 지르기도 해요(웃음).”



부부관계 회복 위해서는 솔직하게 다가서는 게 중요
최근 두 사람은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에 출연해 과거 부부 관계가 좋지 않았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가식을 버리자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됐고, 주위사람들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노사연은 “부부간에 자존심을 버리고 솔직하게 다가가면 그 메아리는 반드시 돌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무송 역시 두 사람의 관계를 다시 한번 진단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많은 부부들이 두 가지 얼굴로 사는 것 같아요. 사실 친구한테도 잘 얘기 못하는 게 부부관계거든요. 저희도 과거에는 남들을 의식해서 사이가 나빠도 좋은 척하고, 늘 행복한 척 애썼죠.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부족했던 점이 뭔지를 깨달았고, 부부간에도 좀 더 솔직해질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됐어요.”

결혼 15년, 이무송·노사연 부부 솔·직·인·터·뷰


“사실 남편은 방송 녹화 때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어요. 방송이 나오고도 ‘그렇게까지 적나라하게 할 필요가 있었냐’고 해서 다투기도 했고요. 저 역시 하루아침에 모든 걸 털어놓고 나니 허탈감이 밀려오더라고요. 대중 앞에 뻘거벗겨진 기분이랄까. 그러면서 남편과 또 많은 대화를 나눴고, 치열하게 싸우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지금은 사이가 훨씬 좋아졌어요(웃음).”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부부학교에 참석한 두 사람은 세미나가 시작되자 차분한 진행 방식에 마음이 자연스럽게 열렸다고 한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각자 상대에게 집중하며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부부학교에서 알려준 부부간 대화법은 요즘도 생활에서 자주 적용하고 있다. “당신 말이야” “근데 너는 말이야”하고 상대를 질책하는 듯한 어투 대신 “나는 이렇게 하니까 안 좋더라. 나는 이렇게 생각해”하면서 주어를 ‘나’로 바꾸는 것이 현명한 대화법이라고 한다.
“평소 같으면 아내한테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했을 텐데 부부 학교에 다녀온 뒤로는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게 돼요. ‘나는 당신이 이렇게 해주면 좋겠어’라고 하면 아내가 ‘그렇구나. 내가 당신 마음을 몰라줘서 미안해’하면서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면 웃음이 터지면서 화를 낼 분위기가 오히려 밝게 역전되더라고요(웃음). 처음에는 너무 유치하고 닭살 돋아서 얘기하기 힘들었는데, 뭐든 자꾸 하다보면 기술이 늘어요.”
부부학교를 비롯한 다양한 부부관계 개선 프로그램을 사업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남부럽지 않게(?)’ 부부싸움을 많이 한 이들로서 후배들에게 조언해 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또 해마다 결혼기념일에 꽃과 와인을 보내주는 서비스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이무송은 “살아보니까 부부가 한평생 해로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알겠다. 오래 산 부부는 그에 응당한 혜택을 줘야 한다. 바로연을 통해 결혼한 사람들 중 결혼기념일 10주년인 커플에게는 아주 특별한 선물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창하지 않지만 소소한 일로 감동 받는 게 부부 사이. 최근 이무송은 아내를 통해 그런 경험을 했다고 한다. 노사연이 50일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새벽기도에 나간 것. 이무송은 “아내가 잠을 줄여가며 새벽마다 교회에 나가 우리 가정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이 큰 울림을 줬다. 아내가 이렇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진짜 내 모습 찾기 위한 ‘마음찾기’ 수련 중
실제로 노사연은 기도를 통해 ‘마음찾기’를 수행 중이다. 자존감을 되찾고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갱년기 증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부쩍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그 동안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느라 진짜 내 모습은 챙기지 못하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남편의 진면목도 보지 못한 것 같아요. 나이가 오십이 넘고 하니까 이제는 싫은 건 싫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고, 뭔가에 억지로 끌려가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요. 나를 속이지 않는 것이 곧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종교를 갖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친구나 부모님한테도 말하기 힘든 게 부부생활이잖아요. 금전적인 문제, 자식문제, 남편 문제 등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는 부분들도 신앙 앞에서는 다 털어놓을 수 있거든요.”
인터뷰 초반 한 뼘 떨어져 앉아있던 두 사람은 인터뷰 말미가 되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연스레 팔짱을 끼고, 오누이라 해도 믿을 만한 똑 닮은 미소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치열했던 젊은 날의 보상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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