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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빛나는 그녀

명품 배우 고현정 나이듦이 두렵지 않은 이유

글·정혜연 기자 사진·지호영 기자

2010. 11. 17

지난해 대한민국을 ‘미실 열풍’에 휩싸이게 했던 고현정이 이번에는 최초의 여자 대통령에 도전, 주목을 받고 있다. 젊은 날 충분히 연약하고 순수한 여성상을 그렸다는 그는 이제 나이에 맞게 강인하고 당당한 여성상을 표출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명품 배우 고현정 나이듦이 두렵지 않은 이유


방송가에서 고현정(39)이라는 이름은 이제 흥행 보증수표로 통한다. 2005년 드라마 ‘봄날’로 화려하게 복귀 신고를 치른 뒤 ‘여우야 뭐하니’ ‘히트’ ‘선덕여왕’까지 연이어 홈런을 날렸기 때문. 거기다 맡은 역할도 과거의 아픔으로 실어증을 앓는 여자, 노처녀 섹스 칼럼니스트, 워커홀릭 강력반 반장, 왕권에 도전하는 여장부까지 성격도 제각각이어서 그의 변신은 보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갖게 한다.
고현정은 올해도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SBS 드라마 ‘대물’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을 연기하기 때문. 그가 맡은 서혜림은 방송국 아나운서 출신으로 남편의 억울한 죽임에 항의하다 방송국에서 해고당하고, 보궐선거로 임기 1년의 국회의원이 된 후 대통령에 당선된다. 이후 대 중국 굴욕외교를 빌미로 탄핵사태에 직면하기도 하지만 검사 하도야(권상우)의 도움으로 대통령직을 끝까지 무사히 완수하는 역할이다.
“국가 권력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지난해 연기했던 미실과 비슷한 인물이에요. 미실도 정치에 뜻이 있었고 왕권을 갖는 것이 꿈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평범하게 느껴졌던 이웃 아줌마가 대통령이 되면서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문제를 속 시원하게 밝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그런 부분을 잘 살리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는 지난해 미실을 연기하면서 다양한 표정을 선보여 인터넷 상에 ‘천의 얼굴을 가진 미실’이라는 제목 하에 1백장의 캡처 사진이 올라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한쪽 눈썹의 꼬리부분을 살짝 올려 싸늘하게 웃는 표정은 전매특허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고현정은 “이번에도 눈썹이 자꾸 올라가서 신경이 쓰인다”며 이를 의식한 발언을 했다.
“전 어떤 연기 패턴이 만들어지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제게 권위 있는 여성상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미실과 비슷하니 연기하기가 쉽지 않겠냐고도 하세요. 하지만 쉽다고 생각하는 순간 긴장감을 놓게 되죠. 이럴 때 의식하지 않고 연기하는, 이를테면 ‘배냇짓’ 같은 게 나올 수 있어요. 그게 가장 위험하고 지양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제 연기에 대한 평가를 많이 듣고, 모니터링도 매일 같이 하고 있어요.”
결혼 기간을 제외한 10년 연기 내공이 그냥 쌓인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현정은 자신만의 확고한 연기관을 갖고 있었다. 그는 항상 자신의 연기에 물음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표현력이 10점이라면 타인의 지적을 수용해 15점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배우로서의 목표라고 말했다.

명품 배우 고현정 나이듦이 두렵지 않은 이유


남자 배우 복 많은 고현정, 이번에도 복근 미남들과 함께
고현정은 남자 배우 복이 많은 여배우로 손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조인성·지진희의 사랑을 한 몸에 받기도 했고, 아홉 살 어린 천정명과 알콩달콩한 연애 이야기를 그렸으며, 하정우·엄태웅 등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한류스타 권상우·차인표와 함께 해 부러움을 사고 있다. 평소 그는 작품을 통해 가까워진 후배 남자 배우들과 술을 마시면 “결혼하자”는 농담을 건네기로 유명하다. 이번에는 상대가 모두 유부남이라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자 수긍하며 웃음을 지었다.
“결혼하자고 말할 상대 배우가 없지만 전 그런 걸 별로 가리지 않아요. 항상 가능성은 있다고 보기 때문에 긴장들 하셔야 될 거예요(웃음). 농담이고, 권상우·차인표씨 모두 아내가 있고 또 아이가 있는 유부남이긴 하지만 생각만큼은 매우 젊은 분들이라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요. 아직 부딪히는 장면이 많지 않아서 친해질 기회가 적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좀 더 가깝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연하의 상대배우인 권상우보다 차인표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결혼 후 활동을 쉬고 있을 때인 97년 차인표는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로 인기를 얻었는데 상당히 멋있어 보였다고. 실제로도 그럴까 궁금해 하던 차에 함께 드라마 출연을 하게 됐고, 그가 분장실에서 분장을 마치고 나오는 걸 보고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고 한다. 그는 “차인표 선배와 친해지면 제 스타일로 놀리면서 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현정은 우리나라 나이로 올해 마흔이다. 89년 미스코리아 선으로 뽑혀 연예계에 데뷔한 뒤 근 6년 동안 순수하고 아름다운 로맨스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연기했다. 젊은 날 누구보다도 밝게 빛났던 그는 뭇남성의 지지를 한몸에 받았고 지금까지도 그들의 가슴 속에 알싸한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 시절이 그리울 법도 한데 고현정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현재 나이와 역할에 만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강인한 아줌마를 연기하는 게 그냥 자연스러워요. 다시 연약하고 순수한 역할은 하래도 못하겠지만 이미 충분히 그렁그렁한 눈물을 비치는 연기는 많이 해봐서 아쉽지 않아요. 지금 전 연기자들 중에서도 선배 쪽으로 포지션이 바뀌었고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모든 일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마련인데 그걸 사람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겠죠. 그리고 솔직히 전 서혜림도 충분히 여성스러운 면을 갖췄다고 보기 때문에 만족해요(웃음).”
현재 드라마 ‘대물’은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해 내는 고현정의 연기력에 힘입어 첫 회 시청률 18%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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