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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의 용돈, 얼마가 적당할까?

똑순이 주부 3인 솔직토크

글·김유림 기자 사진·지호영 기자 || ■ 장소협찬·충정각

입력 2010.11.16 17:58:00

남자에게 용돈은 자존심이기도 하다. 지갑이 두둑한 날에는 왠지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풀이 죽기 마련이다.
아내가 이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가계경제를 이끌어가는 주부 입장에서 남편의 용돈은 ‘소소익선(少少益善)’이 아닐 수 없다.
‘똑순이’ 주부 세 명이 모여 남편 용돈에 대한 신랄한 대화를 나눴다.
참가자1. 최우형 나이 31세, 맞벌이, 임신 7개월, 남편직업 전문직
참가자2. 김미순 나이 35세, 전업주부, 세 살배기 아들, 남편직업 회사원
참가자3. 이혜민(본지 기자) 나이 29세, 맞벌이, 자녀 없음, 남편직업 회사원

집으로 날아온 남편 카드명세서를 째려보고 있자면 화가 치민다. 덕분에(?) 이달 생활비도 마이너스. 제대로 된 옷 한 벌 안 사 입고, 반찬 값 아껴가며 알뜰살뜰 살았건만 ‘긁기만 하면 장땡’인 남편이 문제다. 과연 남편의 용돈, 얼마가 적당한 걸까.

내 남편의 용돈, 얼마가 적당할까?


진행 용돈에 대해 본격적인 얘기를 나누기 전, 저축 및 보험 대출이자 등을 제외한 한 달 생활비 규모는 얼마인지, 그 중 남편의 용돈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떻게 되는지 말씀해주세요.
최우형(이하 최) 아파트 관리비, 부식비 등을 합쳐 보통 1백20만원 정도 돼요. 내년까지 대출금 4천만원을 갚아야 해서 결혼하면서부터 따로 남편 용돈은 주지 않고, 수당에서 해결하는 걸로 했어요. 물론 수당이 다른 직장인들에 비해 많은 편인 것 같아요. 80만~90만원 정도 되는데, 거기서 남편 공부방비(현재 의사국가시험 대비 공부 중) 30만원, 운동비 20만원을 제외하면 순수 용돈은 30만~40만원 정도인 셈이죠.
김미순(이하 김) 아이가 생기니까 생활비도 확실히 많아지더라고요. 요즘은 2백50만원 정도 드는데, 남편 월급 중 아이 교육비를 제하면 매달 1백만원 정도 마이너스가 돼요. 지금까지는 통장에 있던 돈을 빼서 메우는 식이었는데 결국 이달부로 통장 잔액이 0원이 됐어요. 어쩔 수 없이 남편과 상의한 끝에 조만간 천만원짜리 펀드 하나를 깨기로 했어요. 내년이면 아이를 어린이집에도 보내야 하는데 돈 쓸 일이 태산이에요. 남편 용돈은 체크카드에 넣어주는 돈 40만원과 신용카드 대금이 매달 60만~70만원 정도 나와요.
이혜민(이하 이) 생활비가 1백만원 정도 드는데, 남편 용돈은 매달 현금으로 주는 30만원에, 수당 40만~50만원을 합하면 70만~80만원 정도 돼요. 출장이 잦은 직업이라 주유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제 남편이 운용할 수 있는 금액은 40만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진행 남편이 용돈에서 오버되는 큰돈을 쓴 적은 없나요? 그로 인해 벌어진 에피소드가 있다면?
결혼하고 얼마 안됐을 때였는데, 남편이 3백만원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친한 선배한테 얻은 고급정보로 주식을 사겠다는 거였어요. 그때 만해도 제가 직장을 다니고 있을 때라 여유가 좀 있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내줬는데, 지금까지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한 달 전쯤 어떻게 됐는지 물어봤더니 아예 ‘휴지조각’이 됐다는 거예요. 정말 기가 막혔죠. 우선은 용돈에서 까겠다고 협박을 했고, 앞으로 살면서 괴롭히고 싶을 때 써먹으려고요. 3백만원어치는 해야죠.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너만 알고 있어”하면서 알려주는 고급정보라잖아요(웃음). 저는 결혼한 지 딱 1년째 됐는데, 결혼하고 석 달 정도 제 결혼자금을 갚는 기간이 있었어요. 그동안 남편한테는 미안하니까 그때까지 알아서 비자금을 만들라고 했어요. 그때 남편이 얼마를 모았는지도 모르고, 어찌됐든 용돈 외에 비자금이 있는 건 확실하니까 만약 큰돈이 필요하다면 거기서 알아서 쓰지 않을까 싶어요.

내 남편의 용돈, 얼마가 적당할까?




맞아요. 저도 항상 궁금한 게 남편이 돈을 어디에 쓰느냐에요. 용돈을 주고나면 그 다음부터는 일절 터치 안하거든요. 카드내역도 회사로 가니까 못 보고요.
카드 내역은 봐야죠. 저는 매달 확인해요. 그래야 남편 관리가 되죠(웃음).
카드명세서 날아올 때쯤이면 남편분이 긴장하고 계시겠어요(웃음). 그래도 다들 경제권은 아내가 가져야한다는 입장이신가보죠? 사실 돈을 관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돈과 관련해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면 저는 여자가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남편도 아마 같은 생각일 것 같아요.
여자가 경제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저처럼 전업주부는 더욱요. 그런 고민조차 없으면 삶이 너무 무료할 것 같아요. 경제권을 갖고 있음으로 해서 아파트 등 부동산에도 눈이 열리고, 어디에 투자를 하고 미래를 준비할지 관심도 갖게 되고요.
맞아요. 남편들은 재테크 잘하는 와이프 좋아한대잖아요. 두 식구 경제도 꾸리기 힘든데, 앞으로 생활규모가 더 커지면 관리하기 더 힘들겠죠? 사실 저는 경제권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결혼할 때 시어머니가 경제권은 반드시 여자가 가져야한다고 강조하셨어요. 친정은 반대로 아버지가 돈을 다 관리하셨기 때문에 처음 시어머니 말씀을 듣고 당황했던 게 사실이에요. 막상 해보니까 살림을 꾸린다는 게 보통일이 아니라는 걸 알겠어요. 더군다나 저희는 결혼할 때 대출을 껴서 집을 사는 바람에 아직은 덜 쓰고 열심히 모으자는 주의거든요.

결혼 후 남편 빚 알고 자연스레 경제권 획득

내 남편의 용돈, 얼마가 적당할까?


진행 그렇다면 남편들은 아내가 경제권을 가진 것에 대해 불만은 없나요?
결혼하자마자 정리할 거 있으면 정리하고 통장이랑 카드 내놓으라고 했어요. 남편은 순순히 알았다고 했고요. 그런데 남편이 빚이 있는 거예요. 결혼하고 처음 알았어요. 어쩔 수 없이 통장과 함께 부채도 제가 떠안았죠. 무슨 기업가 정신도 아니고, ‘부채도 자산’이라는 생각으로요(웃음). 남편은 무척이나 홀가분해하더라고요. 상황이 이러니 남편은 더 이상 돈에 관해서는 발언권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웃음).
부채도 아내가 관리해야 해요. 그래야 금방금방 줄여나가죠. 남편들한테 맡겨놓으면 몇 년 지나도 그대로일 수 있어요(웃음). 저는 결혼하기 전부터 자연스럽게 큰돈은 다 관리했어요. 남편이 총각 때 사놓은 아파트가 운이 좋아 조금 올랐는데, 그 집을 전세 내주고 신혼집을 구하고 하는 과정에서 제가 다 돈을 송금하고 했거든요. 그러면서 경제권이 자연스럽게 저한테 넘어왔는데, 결혼한 뒤 남편이 시부모님 용돈과 관련해 살짝 제 눈치를 보더라고요. 지금까지는 부모님 용돈을 각자 20만원씩, 총 40만원을 드렸는데 결혼하고부터는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거였어요. 그때 남편이 좀 안쓰럽게 느껴졌어요. 부모님 용돈은 결국 제가 회사를 다니는 동안은 그대로 유지하고 나중에 아이가 생기고 하면 그때 가서 다시 상의하자고 했었죠.
진행 제 친구도 신혼 때 부모님 용돈 때문에 남편과 옥신각신하다가 남편이 밥그릇을 문에 던졌대요(웃음). 분명히 제 얘기는 아니에요. 하하.
제 남편은 용돈이 적다고 직접적으로 불만을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초반에는 ‘자기도 살고 봐야겠다’는 심정이었는지(웃음), 저한테 너무 야박하게 굴어서 충격을 받았어요. 연애할 때는 데이트 비용 대부분을 남편이 부담했는데, 결혼하니까 저한테 돈을 잘 안 쓰는 거예요. 그래도 요즘은 어느 정도 용돈의 지출 규모를 익혀서인지 쓸 때는 써요(웃음).

내 남편의 용돈, 얼마가 적당할까?


진행 뭐든 시행착오가 중요하죠. 이제 가끔 용돈에서 일정부분을 할애하는 걸 보면, 남편 분은 꽤 살만한 게 아닐까요(웃음). 제 남편도 용돈이 떨어졌다 싶을 때면 문자가 와요. ‘여보 나 오늘 식당에서 신발끈 맸어’ 하고요. 그러면 불쌍해서 통장에 돈을 좀 넣어줘요(웃음). 그에 비해 아내들은 정해진 규모 안에서 딱 맞게 쓰지 않나요? 결혼 전과 비교해서 씀씀이가 어떻게 달라졌나요?
결혼하고 나서 제 옷을 사본 적이 거의 없어요. 남편 옷도 종종 대형마트에서 사다주는데, 어떨 때는 너무 짠순이처럼구나 싶어 미안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저한테 쓰는 돈에 비하면 남편한테 쓰는 게 훨씬 많아요. 결혼 전에는 저축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쓰고 싶은 거 다 쓰고 살았거든요. 옷도 예쁘면 사고, 머리도 하고 싶으면 하고, 그런데 결혼하니까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돈을 못 쓰겠어요.

처녀 적 화려함 온 데 간 데 없고 ‘짠순이’주부로 돌변
저야말로 결혼 전에는 ‘여자는 가꿔야한다’는 주의였기 때문에 예쁜 거 보이면 꼭 사야 직성이 풀렸어요. 그런데 제가 막상 경제권을 쥐니까 정말 돈을 못 쓰겠어요. 백화점에서 옷을 사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고, 심지어 인터넷 쇼핑몰에서 운동복을 하나 사려 해도 온갖 쇼핑몰 사이트를 뒤져가며 최저가 상품을 찾아요. 처음에는 ‘내가 이러려고 결혼했나’ 싶어서 우울한 적도 있었는데 내 살림인데 어쩌겠어요. 직장 다닐 때는 아무렇지 않게 사서 마시던 브랜드 커피도 이제는 못 사먹겠어요. 동네 빵집에서 7천원어치 사면 커피 한잔을 공짜로 주는데 주로 그걸 이용하죠(웃음).
진행 저도 아기 낳고 6개월간 집에서 쉰 적이 있는데, 그때 제일 먹고 싶었던 게 ‘스타벅*’ 카페라떼였어요(웃음). 정말 신기하게도 내 돈 내고 쉽게 못 사먹겠더라고요.
저를 꾸미는 데 드는 비용은 확실히 줄어든 것 같아요. 옷을 안사니까 스타일이 점점 퇴행하고, 보다 못한 친정엄마나 시어머니께서 옷을 사주시기도 해요(웃음). 또 달라진 점은 친구들을 만날 때 부담을 느낀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고급 레스토랑이며 와인바 등 가고 싶으면 얼마든지 갔는데 지금은 친구들을 집으로 오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돈도 돈이지만 아기 낳아 봐요. 집이 제일 편해요(웃음).
진행 다들 결혼하고 씀씀이가 많이 줄어들어단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생활비 아끼는 나름의 노하우 좀 알려주세요.
아직은 초보 주부라 고수들을 따라가진 못하지만, 장 볼 때 구매 리스트를 적어가요. 마트에 가면 몇 개 산 것 같지 않은데도 계살 할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거든요. 정말 필요한 것만 사고 다른 건 아예 구경도 안 해요.
저는 대형마트 무서워서 아예 안가요(웃음). 다행히 집 근처에 재래시장이 있어서 아이 데리고 거길 자주 가죠. 아이한테 채소가게, 생선가게도 알려주면 교육적으로도 좋고요. 주머니에 만원 한 장 넣고 가서 시금치 한 단, 두부 한 모, 콩나물 1천원어치, 그렇게 사오는데, 물가가 하도 많이 올라서 만원 가지고도 얼마 못 사요. 또 굳이 돈 주고 사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사지 않아요. 예를 들면 생수 같은 건 꼭 집에서 병에 담아 가져가요. 주말에도 밥하기 귀찮으면 외식의 유혹을 느끼지만, 꾹 참고 닭 한마리를 사와서 푸짐하게 한 상 내오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어요(웃음).

내 남편의 용돈, 얼마가 적당할까?


시댁에 일주일에 한번 가는데 그날은 저희 부부 영양 보충하는 날이에요(웃음). 늘 어머니가 남편한테 전화를 해서 뭐 먹고 싶은지 물어보세요. 그러면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이 고기 먹고 싶네, 회 먹고 싶네 그래요(웃음). 또 가면 밑반찬도 챙겨주시니까 주말은 항상 마음이 풍성해져요.
진행 그거 정말 좋은 방법이네요(웃음). 그래도 살다보면 돈 쓸일이 점점 늘어나잖아요. 아이 교육비도 그렇고. 만약 생활비를 줄여야 한다면 가장 먼저 남편용돈에 칼을 댈 건가요?
곧 아기가 태어나고 돈 쓸 데는 점점 늘어나겠지만 남편 용돈을 더 이상 줄이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그 대신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거나, 마트를 끊고 재래시장을 다니는 식으로 전반적인 생활비를 줄여야겠죠. 사실 남편도 결혼하고 포기한 게 많거든요. 대표적인 게 남편이 기계, 게임기 등을 무척 좋아하는데, 결혼하고 제가 다시는 사지 말라고 했더니 아직까지 한 번도 안사고 있어요(웃음).
마이너스가 누적되는 상황이다 보니 언젠가 한번은 한 달 지출내역을 다 뽑아서 남편에게 보여줬어요. 그걸 보고 남편도 자기 씀씀이를 줄여야한다고 인정은 했어요. 그런데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게 문제죠(웃음). 사실 그렇지 않고는 생활비를 줄일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요. 아이가 클수록 교육비는 더 늘어나고, 그건 절대 줄일 수 없거든요.
아직 아이가 없어서 부족한 건 모르겠지만, 만약 생활비를 줄여야한다고 해도 남편 용돈은 그냥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현재 수입의 60% 정도를 대출금상환 및 저축으로 넣고 있는데, 그 비율을 줄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도 서로 타이트하게 살고 있는데 더 허리띠를 졸라매는 건 무리인 것 같아요.
진행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지금 내 남편의 용돈은 지금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올려줄 용의도 있는지.
올리는 건 당연히 안 되죠(웃음). 물론 저도 남자가 사회생활 하다보면 돈 쓸 일이 많은 건 알아요. 그래도 가정 경제는 꾸려가야 하니, 가장 이상적인 것은 후할 땐 후하고, 짤 땐 짜야한다는 거예요. 일일이 거론할 수는 없지만 분명 남편 스스로 씀씀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남편의 수당이자 용돈은 그야말로 밤새 일한 대가로 받는 돈이거든요. 처음부터 그 돈만큼은 터치할 생각이 없었고, 그 정도의 보상은 충분히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남편이 좀 더 올려주길 바란다면 저축을 줄이더라도 올려줄 의향이 있어요.

몇 시간에 걸친 수다의 끝은 남편 용돈은 남편 기가 죽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주는 게 정답이지 않겠냐였다.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의 어깨가 펴야 집안도 활짝 펼 수 있을 테니. 그렇다면 남편들의 속마음은 어떨까. 실제로 이날 토크를 참관한 남편 한 명이 뒤늦게 제보를 해왔다. “아내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면서. 이러니 아내들이 고삐를 죄일 수밖에!!

여성동아 2010년 11월 5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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