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남 화단의 중심인 운림산방.
문화 보물섬 진도의 첫 번째 보물, 남진미술관
전남 진도군 임회면 삼막리 하미마을에 자리한 남진미술관은 장전 하남호 선생이 지은 사립미술관이다. 미술관으로 가기 위해 마을 입구 정자 옆 빈 터에 차를 세우면 아늑한 하미마을의 풍경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을 뒷동산 가득 솟아 있는 소나무와 멀리 보이는 여귀산 봉우리, 그 아래 깃든 나지막한 지붕의 집들이 그림 한 폭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외지에서 활동하던 그가 이곳에 돌아와 미술관을 지은 것은 1989년 11월,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서다.
미술관 이정표를 따라 마을길을 올라가면 커다란 솟을대문이 보인다. 그곳이 남진미술관이다. 장전 선생은 미술관을 한옥과 양옥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가 작업하며 머물던 생활공간은 한옥으로, 작품이 전시된 전시공간은 양옥으로 지은 것이다.
마당엔 잔디 대신 따뜻한 남녘에서만 서식하는 애란이 깔려있다. 이곳에 전시된 장전 선생의 평생 수집품 가운데는 한호와 김정희, 흥선대원군, 허련을 비롯해 하위지, 정약용, 윤두서 등 조선시대 작가와 허건, 김기창, 오지호 등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망라돼 있다.
장전 선생의 작품은 선생이 평소 작업실로 사용하던 연원관에서 볼 수 있다. 그의 스승인 김돈희 선생과 손재형 선생의 작품이 함께 전시돼 있다. 문간채 오른쪽에 자리한 온고관에 들러 선사시대 토기부터 고려청자, 조선백자, 현대자기 등도 살펴보자.
미술관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이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어른 2천원, 초중고생은 무료다. 문의 061-543-0777
2 3 4 남진미술관의 내외부. 5 발효코리아 ‘발효의 숲’에는 웰빙 장류들이 보관돼 있다.
아름답고 건강하게, 발효코리아
남진미술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임회면 용호리 도장금마을에는 ‘발효코리아’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진도사람들의 예술 감각으로 빚은 컬러 식초를 만날 수 있다. 자연이 가지고 있는 모든 색을 식초에 옮겼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색상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진도 특산품인 흑미에서 우러난 농담이 다른 보라색, 울금에서 우러난 진한 노란색, 파프리카에서 우러난 밝은 노란색 등이 그것이다. 식초가 담긴 병을 보고 있자면 한지 위에 식초를 붓는 것만으로도 동양화 한 폭쯤은 그냥 그릴 수 있을 듯하다. 색뿐 아니라 원재료의 향기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어 식초이지만 제각각의 맛을 낸다.
발효코리아의 천연 재료로 만든 고운 빛깔 식초.
식초가 만들어지는 곳은 발효코리아 안쪽에 있는 편백나무 숲이다. 일명 ‘발효의 숲’이라 불리는 그곳은 키 큰 나무가 햇빛을 가려 여름에도 선선하다. 이런 공간에 발효항아리들이 있는 것은 왜일까. 답은 식초나 효소를 만들어내는 미생물들이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는 번식할 수 없기 때문. 30℃ 내외가 식초발효의 온도로 적당하다고. 햇살 잘 드는 마당에 놓인 항아리에는 식초나 효소 대신 오곡으로 만든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전통 웰빙 장류가 담겨 있다.
발효코리아는 11월20일부터 30일까지 직접 만들고 길러낸 효소와 배추, 무, 야콘으로 김치를 담그는 가을김장축제를 4차례 연다. 1일 체험으로 이루어지는 이 축제는 여귀산 약수와 진도의 깨끗한 바닷물로 배추를 절이고 씻어 김치 담그기, 쑥 자황 고구마 울금 가루가 들어간 컬러 두부 만들기, 유기농 쌈채와 함께 먹는 바비큐 파티 등으로 구성된다. 반드시 예약 후 찾아가야 하며 자세한 일정 및 참가 여부는 발효코리아(061-5310-9106 www.balhyo.kr)로 문의하면 된다.
진도의 소리가 담긴 곳, 국립남도국악원
진도에는 진도아리랑, 진도씻김굿, 진도북춤, 진도다시래기 등 ‘진도’라는 지명을 이름으로 가진 다양한 노래와 놀이가 있다. 진도의 작은 마을 단위에도 이들을 계승하는 노래패들이 있을 정도. ‘진도아리랑’의 가사만도 수백 가지가 넘는다고. 이처럼 다양한 진도의 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 국립남도국악원(061-540-4031 www.namdo.go.kr)이 2004년 7월, 임회면 삼만리에 문을 열었다.
국립남도국악원은 서울의 국립국악원, 남원의 국립민속국악원, 부산의 국립부산국악원과 함께 우리나라 국악을 이끌어가는 4대 국악원이다. 이곳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면 판소리, 시나위, 산조 등 정통 국악은 물론 진도의 전통문화 공연이 이루어진다. 직접 진도의 노래를 배울 수도 있다. 국립남도국악원이 운영하는 남도전통문화체험에 참가하면 된다. 체험은 매월 둘째·넷째 금요일 오후 5시에 시작해 토요일 오후 2시까지 이어진다. 1박2일 동안 국악원에 머물며 국악공연 관람, 강강술래 배우기, 진도아리랑 배우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국악원 뒤로 이어지는 여귀산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진도 앞바다의 아름다움과 포구 마을을 볼 수 있다. 이들 마을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솔숲을 만들고 그 안쪽으로 농토를 일군 죽림마을과 진도아리랑 이야기를 담은 아리랑마을, 남신과 여신의 화해를 위해 마을사람들이 쌓은 돌탑이 있는 탑림마을 등이 그것이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여귀산해안도로는 진도에서도 손꼽히는 드라이브 길이다. 천천히 길을 따라가며 진도의 자연을 만끽해보자.
5대를 이어 그림을 그려온 화가 가문, 운림산방
의신면 사천리 첨찰산 자락은 호남 화단의 중심이자 우리나라 남종화의 본산인 운림산방이 자리한 곳이다. 이곳이 이처럼 남종화의 본산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대를 이어 그림을 그린 양천 허씨 가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추사 김정희를 스승으로 남종화를 그리기 시작한 소치 허련으로부터 미산 허형, 남농 허건, 임전 허문을 거쳐 지금도 그림을 그리는 5대 오당 허진에게로 이어지고 있는 것. 이들이 이처럼 대를 이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그림을 접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가 혹은 할아버지가 그리는 그림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고, 자연스레 그들을 스승 삼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절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소치 허련은 남종화를 잘하기 위해서는 글과 그림, 문장을 모두 잘해야 한다고 했다. 그중 하나만 잘해서는 남종화를 그릴 수 없다는 것. 이처럼 엄격한 잣대가 있었으니 공부를 게을리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공부하고 노력해 화맥을 이은 그들이지만 삶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개화기로 접어들면서 그림에 대한 가치가 떨어져 생계를 잇기 힘들었던 것. 미산 허형이 소치가 처음 자리 잡은 운림산방을 팔고 강진으로 옮겨간 것도 그런 까닭이다. 운림산방의 옛 자리를 되찾아 복원한 것은 3대인 남농 허건이다. 허물어진 옛집을 다시 짓고, 소치가 사용했던 화실 앞에 연못을 파 아름다운 정원을 완성한 것. 2003년에 상영되었던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한 장면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운림산방에는 양천 허씨의 화맥을 만날 수 있는 소치기념관, 진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진도역사관,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그림경매(www.nartbank.co.kr)가 열리는 남도미술관 등 다양한 전시공간이 있다. 공간을 모두 돌아보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3시간.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 오를 수 있는 첨찰산 상록수림도 즐겨볼 것.
운림산방 내 모든 전시관의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이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어른 2천원, 청소년 1천원, 어린이 8백원이다.
1 2 운림산방 소치기념관 전경과 내부. 3 한폭의 그림 같은 진도 죽림마을 전경.
여·행·정·보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로 나와 2번 국도를 따라 진도해남 방향으로 진입. 영산호하구둑을 건너면 오른쪽으로 대불산단진도 가는 길이 보인다. 해남군 화원면을 지나 진도 방향으로 계속 가면 진도대교를 건너 진도 읍내로 이어지는 18번 국도와 만나게 된다. 각 관광지들은 이정표가 잘 되어 찾아가기 쉽다. 진도 읍내 소전미술관을 돌아본 후 남진미술관 → 발효코리아 → 국립남도국악원 → 여귀산 돌탑길 → 죽림마을 → 운림산방 → 용장산성 →진도홍주신활력사업소 순으로 돌아보는 것이 편리하다. 세방 낙조를 보려면 전망대에 오후 6시 이전에 도착해야 한다. 각 관광지에서 전망대까지 거리를 미리 계산해둘 것.
[주변 볼거리]
1 소전미술관. 2 용장사석불좌상의 웅장한 모습. 3 세방 낙조전망대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일몰.
소전미술관 진도읍 성내리 진도군청 옆에 자리한 소전미술관은 추사 이래 최고의 명필이라 불리는 소전 손재형 선생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한문의 다양한 글씨체는 물론, 궁서체 하나뿐이던 한글을 다양한 기법의 글씨체로 완성해 예술로 승화시킨 그의 업적을 기리는 것. 그가 만든 소전체를 발전시킨 제자들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제1전시실에는 청년시절 작품이, 2전시실에는 문인화가, 3전시실에는 장년시절 작품이, 4전시실에는 제자들의 작품과 의재 허백련 선생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이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어른 1천5백원, 청소년 1천원, 어린이 5백원이다. 문의 061-544-3401
용장산성과 용장사 석불좌상 진도군 군내면 용장리에 자리한 용장산성(사적 제126호 061-541-9889)은 고려시대, 몽고군에게 항쟁하던 배중손 장군의 삼별초군이 근거지로 삼았던 곳이다. 그들이 이곳을 근거지로 삼은 정확한 이유는 남아 있지 않지만 성 안에 있었던 용장사 규모로 보아 그들을 뒷받침해줄 인력이 있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이다. 계단식 밭처럼 보이는 행궁 터는 한창 발굴이 진행 중이다. 그 위로 능선을 따라 산성의 성곽이 이어진다. 지금의 용장사 입구에 용장산성홍보관이 있다. 용장사 약사전에 모셔진 석불좌상(지방유형문화재 석조물 제17호)도 살펴볼 것.
세방 낙조전망대 지산면 세방리에 자리한 세방낙조전망대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전망대 앞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단조로운 바다에 아름다움을 더해주기 때문. 손가락을 닮았다는 손가락섬, 발가락을 닮았다는 발가락섬, 구멍 뚫린 섬 혈도, 사자모양을 닮은 사자섬 등등에 있는 바위들이 해 질 녘 붉은 태양을 반사시키는 풍경도 아름답다. 해가 진 후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까지도 감상해볼 것.
진도홍주신활력사업소 진도에는 고려시대부터 내려오는 전통주가 있다. 붉은색을 띠는 홍주다. 진도 홍주는 40% 이상의 알코올에서만 약효성분이 녹아내리는 지초 때문에 높은 도수로 만들어진다. 이 술의 역사를 고려 때부터로 보는 것은 몽고군이 삼별초를 토벌하기 위해 진도로 내려왔을 때 몽고의 술인 소주가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것이라 보기 때문. 유배 온 선비들이 그 술에 관절에 좋다는 지초를 넣어 붉게 만든 것이 홍주라고. 진도군은 그동안 제각각 만들어지던 홍주를 균일하고 좋은 품질로 만들어 세계의 술과 경쟁하기 위해 홍주 연구를 해왔다. 그 결과 진도군수 품질 인증 홍주인 ‘루비콘’이 탄생했다. 각 공장에서 홍주를 빚되, 진도군이 정한 기준대로 만들어 검사를 통과해야만 ‘루비콘’이라는 브랜드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고. 친환경 쌀을 원료로 사용하고, 2년 이상 숙성시켜 알코올의 나쁜 성분을 모두 걸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진도농업기술센터 옆에 자리한 진도홍주신활력사업소(061-540-6366 http://hongju.jindo.go.kr)를 찾으면 진도에서 생산되는 모든 홍주를 만날 수 있다. 2층 연구실을 방문해 홍주를 어떻게 만드는지, 어떤 방식으로 숙성시키는지 등도 살펴볼 수 있다.
톳으로 만든 진도 별미 뜸북국.
맛집 진도의 음식점은 대부분 진도읍에 집중돼 있다. 섬 한가운데 읍 소재지가 있어 어디에서든 돌아오기 쉬운 것이 장점이다. 간재미회를 잘하는 문화횟집(061-544-2649), 간장게장을 잘하는 통나무집(061-542-6464), 바지락무침을 잘하는 사랑방식당(061-544-4117), 뜸북국(톳국)을 잘하는 궁전식당(061-544-1500), 진도식 한정식을 내는 기와섬(061-543-5900), 아침식사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버섯마을(061-544-6446) 등을 추천한다.
숙박 의신면 금갑리에 자리한 진도한옥펜션(061-544-7316 www.진도한옥팬션.com), 의신면 서천리에 자리한 초다헌(061-544-7758), 진도읍 내에 자리한 별천지모텔(061-544-0069)과 태평모텔(061-542-7000) 등이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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