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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작가와의 대화

베스트셀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작가 미치 앨봄과의 만남

“시선을 돌려보세요. 그곳에서 당신의 스승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글 이혜민 기자 사진 조영철 기자

입력 2010.10.19 13:26:00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주인공 탁구가 빛나기 시작한 건 그를 응원해 주는 팔봉 선생님이란 멘토를 만난 후부터다. 스포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미치 앨봄 또한 탁구만큼 운이 좋은 사람이다. 루게릭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대학 은사 모리 교수와 재회하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났고 급기야 봉사를 하며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이다. 한 스승이 바꿔 놓은 제자의 삶을 들여다봤다.
베스트셀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작가 미치 앨봄과의 만남


“미치, 우리는 이기적인 것들에 둘러 싸여서 살고 있어. 경력, 가족, 또 주택 융자금을 갚아 낼 돈은 충분한가, 새 차를 살 여유가 있는가, 고장 난 난방 장치를 수리할 돈이 있는가 등등…. 우린 그냥 생활을 지속시키기 위해 수만 가지 사소한 일들에 휩싸여 살아. 그래서 한발 뒤로 물러서서 우리의 삶을 관조하며 ‘이게 다인가? 이게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건가? 뭔가 빠진 건 없나?’하고 돌아보는 습관을 갖지 못하지.”
교수님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누군가 그런 방향으로 이끌어 줄 사람이 필요해. 혼자선 그런 생각을 하며 살기 힘든 법이거든.”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중에서

스승과 제자. 언제부터인가 이 단어를 함께 나열하는 것조차 쑥스러워졌다. 그만큼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스승은 물론 그러한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가는 제자가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살림)의 저자 미치 앨봄(52)과 그의 스승 모리 슈워츠를 보면 스승과 제자라는 환상의 커플이 엄연히 건재하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다.
스포츠 칼럼니스트로 성공가도를 걷던 미치는 어느 날 루게릭병을 앓으며 시한부 인생을 사는 대학 은사 모리와 재회한다. ‘성공을 향해 달려갈 뿐 스스로의 영혼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던’ 그는 “불행하게 죽지 않으려면 중요한 일을 미루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곤 오늘을 살기 시작한다. 미루면 내일이 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스승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와 나눈 4개월간의 대화를 엮어 만든 이 책은 1997년 출간된 뒤 전세계적으로 1천6백만 부, 한국에서만 3백만 부가 팔려나갔고, 이후 제자는 재능을 통해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라는 스승의 권고에 따라 집필과 봉사를 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9월4일 방한해 많은 스케줄을 소화한 미치를 만난 건 이튿날인 일요일 밤이었다. 피곤할 법도 했지만 그는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그 누구보다 성실하고 진지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세계를 다니는 느낌이 어떤가요.
“정말 신나는 일입니다. 특히 88서울올림픽 때 스포츠 칼럼니스트로 방문한 한국을 다시 오니 감회가 남다른데요. 집 지하실에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쓰곤 초판으로 찍어낸 책이 팔리지 않아 평생 차 트렁크에 싣고 다닐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분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 곳곳의 독자를 만날 때마다 ‘만인이 어떤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제 글쓰기 기본철학을 확인하게 돼 기쁩니다. 독자들은 지갑 속에 있는 사진을 꺼내 보이면서 모리 교수님처럼 자신에게 교훈을 준 사람들을 추억하곤 하는데 정말이지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으며 의미 있게 살아가길 원하는 것 같습니다.”
▼ 남다른 책을 쓴 분이기에 일상도 남다를 것 같은데요.
“그다지 특별하게 살고 있지는 않아요. 모리 교수님 책을 낸 이후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매일 짬을 내 글을 쓰려고 합니다. 물론 머무는 곳이 달라지긴 하죠. 어느 날에는 (집이 있는) 디트로이트에 있다가 또 어느 날에는 아이티에 가 있기도 하거든요.”

받은 사랑 돌려주며 균형 찾고 싶어
▼ 아이티에는 무슨 일로 가는 건가요.
“지붕이 뚫려 비가 새는 교회를 보수하기 위해 지원 단체를 만들었는데 많은 분이 도와주신 덕에 지붕을 고치고도 돈이 남는 거예요. 때마침 아이티 지진으로 30년 전 디트로이트 사람들이 지어준 고아원이 무너졌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돕기 시작했는데, 그곳에서 건물이 부서질까 무서워 밖에서 자고 샤워도 못한 채 입고 있는 옷 한 벌로 살아가는 데도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 감사기도를 드리는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부족한 저를 일깨워주는 아이들에게서 감동받기 때문인지 자꾸만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됩니다.”
▼ 아이티에서 활동하는 것 외에 다른 활동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예술을 공부하고 싶지만 돈이 없어 배울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드림 펀드’ 장학재단을 운영하고 있어요. 자원봉사자들과 지역사회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타임 투 헬프’ 사업도 하고 노숙자들과 그들의 자녀를 위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도 합니다.”
▼ 이렇듯 많은 일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유명해지면 어떤 사람은 자신이 특별한 덕분이라며 스스로의 재능을 칭찬할 수도 있겠고, 또 어떤 사람은 받은 것을 도로 돌려주며 균형을 찾을 수도 있을 텐데요. 많은 행운을 누린 저는 후자가 되고 싶습니다. 아마도 모리 선생님께서 ‘베푸는 것이 사는 것이다’라고 가르쳐주신 덕분이겠죠. 그분은 돌아가실 때까지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시며 사람들의 짐을 덜어주셨거든요. 뭔가를 줄 때야 비로소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셨다는데, 막상 저도 그렇게 해보니 베풀면 도리어 더 많은 걸 받게 되더군요. 실례로 경제위기로 디트로이트에서 4명 중 1명이 실업자가 된 적이 있는데, 상황이 나빠졌는데 도리어 나누는 사람들이 늘어나더군요. 그런 작은 힘이 모여 세상을 밝게 비추는 것 같습니다.”
▼ 아이티를 돕긴 하지만 지역 사회인 디트로이트에서 주로 활동하는 것 같은데요.
“저 멀리 있는 아프리카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까이에서 힘들어 하는 사람을 보듬는 일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네에게 진정으로 만족을 주는 게 뭔지 아나?”
“뭐죠?”
“자네가 줄 수 있는 것을 타인에게 주는 것이네. 돈 얘기를 하는 게 아니야, 미치. 시간을 내 주고 관심을 보여 주고 이야기를 해 주고…. 그게 생각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라네. 자네가 만일 컴퓨터를 아주 잘 다룬다고 해보자고. 자네가 거기(노인회관)에 와서 노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쳐준다면 그곳 노인들은 대단히 좋아할 거야. 그리고 무척 고마워할 거야. 존경이란 그런 식으로 자기가 가진 것을 내줌으로써 받을 수 있는 것이라네.”
“그런 일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찾아보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곳은 굉장히 많아. 대단한 재능 따위는 필요 없어. 병원과 보호소에는 말동무가 필요한 외로운 사람들이 아주 많다네. 외로운 노인과 카드놀이를 하면 새롭게 자기에 대한 존경심이 생길 거야. 왜냐하면 누군가 자신을 필요로 하게 되니까 말이야.”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중에서



베스트셀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작가 미치 앨봄과의 만남


마음을 열면 언제 어디에서든 스승 찾을 수 있어
▼ 당신이 변한 건 좋은 멘토를 만났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어떻게 하면 우리도 당신처럼 인생의 멘토를 만날 수 있을까요.
“마음을 열면 어디에서든 스승을 찾을 수 있어요. 선생님의 나이나 본인의 나이는 중요하지 않죠. 학생이 스승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면 스승은 절로 나타날 거예요. 저 역시 20대에는 총명한 편이라 멘토가 필요 없었지만 30대에는 일상에 찌들어 바보처럼 살았기에 스승이 필요했고, 그 덕에 다시금 모리 선생님을 만나게 됐거든요.”
▼ 하지만 각자 살아가기 바빠 그런지 인생의 스승을 만나지 못한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맞아요.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좋은 스승이 많이 계실 거예요. 가르침을 주는 사람을 만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가까이 하고 싶은 분께 그저 ‘차 한 잔 하실까요’ 라는 가벼운 말 한마디 건네는 걸로 인연은 시작될 수 있습니다.”
▼ 차를 많이 권해야겠군요(웃음). 당신에게 모리 교수님만큼 영향을 준 사람이 또 있나요.
“물론 있죠. 어머니가 가장 큰 영향을 주셨는데 4,5세 때 당시 청소차의 기능이 너무 멋있어 보여 미래 직업으로 청소부를 꼽았더니 어머니는 화내기는커녕 도리어 훌륭한 청소부가 되라며 격려해주셨어요. 저의 결정을 존중해주신 거죠. 한번은 6세 때 도서관에 가서 너무 어려운 책을 고르자 사서가 이건 제게 너무 어려워 빌려줄 수 없고 대신 어린이 책을 빌려가라고 해서 그렇게 한 적이 있는데 밖에서 저를 픽업하려고 기다리던 어머니가 이미 읽은 책을 왜 빌리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사서에게 달려가 “아이들에게 네 눈높이에 맞지 않는 책은 빌리면 안 된다는 말은 절대 하면 안 된다”면서 특히나 “이 아이한테는 그러지 말라”고 하곤 애초에 제가 골랐던 책을 대출해주셨죠(웃음).”
▼ 그때 빌린 그 어려운 책을 다 읽었나요(웃음).
“사서의 지적대로 정말 어려운 책이었지만 어머니가 저를 믿어주신다는 걸 알기에 안 읽을 수가 없었죠. 저는 부모가 아이에게 지지를 보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봐요. 아이가 잘하든 못하든 간에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믿어주면 아이들은 더 열심히 살아갈 힘을 얻거든요. 어떤 부모는 아이가 잘하면 칭찬하고 그렇지 않으면 책망하던데 그렇게 되면 아이가 일의 성패에 따라 자존감이 달라져 불안해 할 겁니다. 저는 자존감이 약한 아이들에게 흔들려도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자신에게 너무 엄격하지 말고 스스로의 심장 소리를 따르라고 권하고 싶고요. 다행히 저는 운이 좋아 가족의 지지를 받으며 살아왔는데 놀라운 건 가족들이 저를 스토리텔러라는 직업을 갖도록 이끌기도 했다는 거예요.”
▼ 가족이 당신을 스토리텔러로 만들었다고요.
“네, 우리 가족은 언제나 저녁 식사를 같이 했어요. 아버지가 늦으면 오실 때까지 기다렸죠. 텔레비전도 라디오도 끄고 오직 일상적인 대화만 나눴는데 그 시간이 정말로 즐거웠어요. 가족이 많기 때문에 행여 재미없게 말하면 말할 기회를 놓치기 때문에 디테일 하나하나 빠트리지 않고 재미있게 말하는 법을 일찌감치 깨우쳤던 것 같아요.”

가족 말고는 그 무엇도 정신적인 안정감 줄 수 없어
가족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한 미치 앨봄. 책을 지을 때마다 헌사하는 대상이 가족인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30년 동안 2시간씩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한 사람다운 선택이다. 그는 가족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어 보였는데 이 또한 모리 교수의 영향이 작용한 듯했다. 스승은 제자에게 “가족 말고는 세상 그 무엇도 자신을 지켜봐 준다는 정신적인 안정감을 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최근 발간한 ‘8년의 동행’이란 책에서는 ‘내가 늘 믿고 의지한 아버지 아이라 앨봄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썼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오해를 풀기 위해서인데요. 모리 교수님의 아버지는 아이를 무시하고 사랑을 주지 않는 좋지 않은 아버지였죠. 그런데 공교롭게 이후 연달아 발표한 제 후속작에서도 주인공 아버지가 나쁘게 그려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절 부르시더니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한 건 아니니. 그동안 내가 너에게 뭔가 잘못 했니”라고 물으시더군요. 그제야 제가 아버지에 대해 무심했다는 걸 느꼈죠. 정말이지 아버지는 더없이 따뜻하고 좋은 분이거든요. 그 오해를 풀어드리고 감사를 표하기로 한 거예요(웃음).”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도 동생에게 책을 헌사 했더군요.
“‘암이라는 무서운 적과 맞서 싸우는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는 내 동생 피터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썼는데, 당시 가족이 이렇게 아픈데도 가족 아닌 사람에 대해서 글을 쓴다는 게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서 미약하나마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본 거예요. 동생은 그 암과 싸우며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데 누구보다 잘 싸워낼 거라고 믿어요. 그러고 보니 이후에는 에디 삼촌, 엄마에게 책을 바친다고 썼는데, 아직 누나를 위해서는 책을 쓰지 않았네요. 서운해할 지도 모르니 다음 책은 누나를 위해 써야겠어요(웃음).”
▼ 부인이 서운해하지 않을까요.
“7년을 연애하다 결혼한 지는 벌써 15년이 됐어요. 아내는 제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알아온 사이고 굉장히 가정적인 사람이라 자신에게 책을 헌사하는 걸 원치 않을 것 같아요. 물론 아내에게 고맙다는 인사는 책의 맺음말에 꼭 밝히죠. 제게는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 아내와 남다른 애정을 유지하는 비결은 뭔가요.
“무엇보다 좋은 사람을 만났기 때문인데 아내는 저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 균형이 잘 맞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철학도 잘 맞고요. 결혼생활이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죠. 매일같이 행복한 결혼을 추구하다 보면 길어야 4,5년밖에 가지 못할 거예요. 제가 보기에 전체 결혼생활이 30년이라고 했을 때 그 중 좋은 시간이 30시간만 되어도 좋은 결혼이거든요. 결혼의 어두운 면도 많겠지만 행복한 시간들을 공유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해요. 우리 집 부엌 벽에는 우리 부부가 연애시절부터 찍어놓은 추억의 사진들이 걸려 있는데 결혼이란 벽에 붙일 만한 좋은 기억에 기대어 살아가는 과정 같아요.”
▼ 두 분이 행복하게 사는 비결은 뭔가요.
“대화를 많이 나누기 때문인 것 같아요. 게다가 저는 전형적인 남자들과 달리 말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대화하는 게 어렵지 않죠. 그래선지 우리는 비밀이 별로 없어요. 지금 당장 아내의 심정에 대해 말할 수 있을 정도로요. 그런데 사람들은 소통하는 법을 점점 잊어가는 것 같아요.”
▼ 앞으로 두 분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가요.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살아가고 싶어요. 함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고 싶죠. 예전에 교수님은 어깨에 작은 새가 있다고 상상하고서 매일 아침 “오늘, 생이 끝났느냐?”라고 물어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저는 그 제안을 조금 바꿔 제 어깨에 모리 교수님이 있다고 상상하고 매일 그를 불러내 묻고 있어요. “제가 교수님이 가르쳐 주신 대로 살고 있습니까? 교수님이 말씀하신 걸 잘 실천하고 있습니까?”라고요. 선생님께서 “그렇다”라는 대답을 해주시길 바라고 또 바랄 뿐이죠.”

여성동아 2010년 10월 5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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