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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남다른 그녀

이상은, 여행길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얻다

글 이혜민 기자 사진 조영철 기자, 스테이지팩토리 제공

입력 2010.09.16 11:29:00

무수히 많은 신인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가요계에서 20여 년간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한 가수 이상은.
이토록 오랜 시간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녀가 간직해온 남다른 인생살이 비법을 들어봤다.
이상은, 여행길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얻다


요즘처럼 여행서가 많이 나올 때는 친구가 여행책을 낸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보의 양이 적고 많음의 차이만 있을 뿐 책 내용은 비슷하다. 물론 작가의 재량에 따라 개성이 묻어나는 경우도 있다. 2008년 ‘삶은 여행’(이상은 in 베를린), ‘올라 투명한 평화의 땅, 스페인’에 이어 최근 세 번째 여행집 ‘뉴욕에서’를 발간한 가수 이상은(40)은 어떤 책을 썼을까.
“홍대 근처에서 산 지 10년된 ‘홍대커’로서 보건데, 홍대의 인디문화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속이 뻥 뚫리실 거라고 봐요(웃음). 화려해보이지만 실은 노동자계급의 냄새가 더 나는 뉴욕을 보고, 그곳의 인디문화를 글로 옮겼거든요. 그곳에는 먹고 살기 빡빡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큰 돈 들이지 않고 문화 생활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이 책은 열심히 사는 뉴요커들의 얘기이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돈을 아끼면서 뉴욕 문화를 즐기느냐에 관한 얘기이기도 해요. 뉴요커처럼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인 거죠.”
1988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담다디’로 대상을 수상하며 스타로 떠올랐던 이상은. 반짝 스타들이 숱하게 존재하는 가요계에서 그녀는 ‘언젠가는’ ‘비밀의 화원’ ‘삶은 여행’ 등의 곡을 발표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입지를 구축했고, 데뷔 20주년 콘서트를 연 데 이어 올 초에는 14번째 음반 ‘스타더스트’를 발표했다. 내면이 튼실해 보이는 이력을 가진 그가 돌연 뉴욕을 찾은 것은 “40대에 진입하기 전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마침 출판사에서 책을 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왔고 고민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영감을 많이 주는 타국에서 음반 작업하는 버릇이 있는 그는 글을 쓰며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여겼다.
“39세가 되니 40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지더라고요. 그래서 10대 막바지에 찾았던 그곳에 가서 다시금 내면을 채워보자 싶었죠. 당시 ‘담다디’로 인기를 많이 얻긴 했지만 20대를 맞이하는 게 두려워 무작정 뉴욕으로 떠났거든요. 그곳에서 문화충격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이후에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가 한결 쉬워졌죠. 덕분에 그 이후에는 여러 나라를 오가며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그곳에서 얻은 것을 ‘20대를 살아갈 힘’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빡세게’ 사는 뉴요커들을 보고 자극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이상은은 친구집에서 더부살이하며 미대 다니면서 세탁소 아르바이트도 하고 음반 작업도 하며 살았는데, 이런 치열한 삶은 뉴요커에게 있어 그야말로 일상이었던 것이다.
다시 찾은 뉴욕은 여전히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 ‘빡센’ 곳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기회를 찾아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이기 때문인지 맹렬한 기세가 도처에서 묻어났다. 지하철을 타도 슈퍼에 가도 콘서트를 가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뿐이었다. 이상은은 이곳에 머물며 이곳 사람들과 대화하며 다시금 도시 에너지를 몸 안으로 밀어 넣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공연장을 찾으며 문화 예술의 도시 뉴욕의 실험적인 문화를 흡수했고, 급기야 달라졌다.
“전혀 의식하지 못했는데, 이번 뉴욕 여행을 다녀오고 어른이 된 것 같아요. 참을성이 많아졌고, 이것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던 것이 없어졌죠. 뉴욕 사람의 강인한 모습, 개척정신을 보고 성숙해진 것 같아요. 단단하고 진지한 문화를 보곤 제 인생도 더 단단하고 진지해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한 달간 다른 나라에서 살면 또 다른 나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상은, 여행길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얻다


이렇듯 여행을 통해 삶의 방향을 찾았기 때문인지 그는 ‘살면서 벽에 부닥쳤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여행을 권하고 싶다고 말한다. “호텔에 있다가 쇼핑센터만 오가는 관광 말고 진짜 여행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곳에 살면서 그곳 사람들처럼 장봐서 음식 해먹고, 그곳 사람들하고 얘기도 해보면서 새로운 문화에 자신을 노출시켜보면 또 다른 자신이 보이지 않을까요. 나의 재능은 빙산처럼 큰데 그동안은 빙산의 일각도 발견하지 못했을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나의 재능을 새로운 문화 속에서 찾아보는 거죠. 물론 20, 30대에게만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진 않아요. 30, 40대도 얼마든지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발전해나갈 수 있으니까요.”
덧붙여 그는 영화나 책을 보면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긴 하지만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한계가 있다면서, 여행을 통해 보다 여유롭게 자신을 바라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권하는 여행 방식은 ‘타국에서 1개월간 민박하기’. 그곳 사람들처럼 살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상은은 가능성을 찾는 것 외에 ‘한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현실을 떠나 보라고 말한다.
“기나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너무 멀리 보면 힘이 빠지니까 10년씩 끊어 생각하고, 그 안에서 목표를 정하면 어떨까 싶어요. 그리고 새로운 10년을 시작하기 전에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서 자기반성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좋다고 봐요. 생각해보면 못해 봐서 못하는 게 아니라 정말 내 능력이 부족해서 못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괴롭긴 하겠지만 솔직히 자신이 부족한 건 자신이 더 잘 아니까, 이렇게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면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일 거예요.”
여행하며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을 찾았기 때문일까.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불혹의 이상은은 여느 젊은이보다 파릇해 보였다.



이상은, 여행길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얻다

이상은은 “여행을 통해 보이지 않았던 자신의 가능성을 찾아보라”고 권한다.



여성동아 2010년 9월 5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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