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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달콤한 신혼

내년 아빠 되는 임호 행복일기

“장가 늦게 간 것이 한스럽지만 이렇게 좋은 사람과 결혼해 다행이에요”

글 이혜민 기자 사진 이기욱 기자, SBS 제공

입력 2010.09.16 10:27:00

첫아이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는 ‘왕 전문배우’ 임호. 노총각 탈출과 동시에 예비 아빠가 된 그는 “결혼생활이 꿈만 같다”고 말한다.
아침드라마 ‘여자를 몰라’에서는 아내를 배신하고 내연녀를 택하는 파렴치한이지만 현실에서는 “아침에 눈떴을 때 보는 아내 얼굴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말하는 애처가다.
내년 아빠 되는 임호 행복일기


‘대장금’ ‘선덕여왕’ ‘장희빈’ 등의 사극에서 왕 역할을 맡아 ‘왕 전문배우’라고 불리는 배우 임호(41). 1993년 데뷔 후 줄곧 바른 생활 사나이 역할을 맡아온 그가 ‘불륜남’으로 변신해 화제다. SBS 새 아침드라마 ‘여자를 몰라’에서 내연녀와 불륜에 빠져 아내에게 이혼을 강요하는 파렴치한으로 출연하는 것이다. 새신랑이 불륜남이 되려니 심적 부담이 클 터. 노총각이던 그는 지난 3월 열두 살 연하 주얼리 디자이너 윤정희씨(29)와 결혼했고, 아내는 현재 임신 4개월에 접어들었다.
“아내가 드라마 예고편을 보고는 문을 안 열어주더라고요. 아무래도 제게 애정이 많아 그런 것 같은데 이제는 많이 이해해줘요. 도리어 지금은 제가 더 민망해하죠. 두 번인가 집에서 드라마를 같이 봤는데, 마침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는 거예요. 정말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오긴 오더라고요(웃음). 집사람은 ‘좋았어? 어땠어?’라고 짓궂게 묻는데, 텔레비전 보면서 화면이 안 보이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이렇듯 모니터링하는 것이 쑥스럽긴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얻는 것도 많다. 고뇌하기보다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역할이라 연기할 맛이 나기도 하거니와 새삼 ‘아내의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여자를 몰라’는 이혼한 본처가 자신의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남자의 행복만 생각했는데, 결혼도 했고 여자의 삶에 대한 드라마를 찍어서 그런지 여자의 행복이 과연 뭘까 생각하게 돼요. 어떤 사람은 사회생활하면서 만족할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가정생활하면서 행복을 느낄 텐데, 어찌됐든 제 아내가 행복하게 살면 좋겠거든요. 본인이 그 행복을 찾아갈 수도 있겠지만 제가 도움을 줄 수도 있으니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 고민하게 되죠.”
드라마를 찍으면서 얻은 건 또 있다. 바로 ‘내 아내가 좋은 아내’란 확신이다. 극중 파트너인 유란(채민서)은 하나를 보면 주변을 살필 줄 모르는 고집불통. 본인의 부모는 물론 시부모에게 막말하는 건 기본이다. 반면 그의 아내는 현모양처다.
“결혼 상대 정할 때 딱 두 가지, 착한 심성과 웃어른 공경하는 마음을 봤거든요. 물론 예쁘면 좋고, 거기에 요리까지 잘하면 더더욱 좋죠. 그런데 집사람은 이 모든 걸 갖춘 사람이에요. 장녀이기도 하고, 시어른들 모시고 사는 부모님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반듯하죠. 드라마 찍을 때마다 내가 정말 아내를 잘 골랐구나 싶어요(웃음).”

첫 만남에서 결혼식, 신혼여행부터 생각
20대 중반부터 결혼하고 싶었다는 그는 마흔이 넘어서야 백년가약을 맺었다. 눈이 높아 고르고 골랐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정작 자신은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누군가와 교제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선 결혼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아내가 40분 정도 늦었는데도 처음 딱 보는 순간, 이 사람이랑 결혼하게 되겠구나 싶었어요. 결혼한 선배님들도 형수님 만나면서 그런 감정이 들었다는데, 신기하게도 정말 그렇더라고요. 제 선배님하고 아내의 작은어머님이 아는 사이여서 소개를 해주고 자리를 뜨셨는데, 둘이 얘기를 나누자마자 머릿속에 예식장, 신혼여행이 막 떠오르는 거예요. 정숙하고, 조숙하고, 얌전하고, 예의바른 모습이 참 예쁘더라고요.”
사귀자고 말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임호는 만난 지 며칠 만에 “나는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를 좀 더 알아보고 싶지 않냐”며 당당히 프러포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내 또한 ‘똘망똘망’한 그의 눈을 마음에 들어했다.

내년 아빠 되는 임호 행복일기

SBS 새 아침드라마 ‘여자를 몰라’에서 내연녀와 불륜에 빠져 아내에게 이혼을 강요하는 남자로 변신한 배우 임호.



경기도 용인 수지에 사는 아내 집 근처에서 데이트하기를 몇 차례. 실타래처럼 순탄하게 풀려나갈 인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예기치 않은 어려움이 찾아왔다. 그의 직업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 장인이 수차례 헤어지라고 말한 것. 그러다 마침내 만난 지 1년여 만에 처가 어른들을 만나게 됐다.
“한정식집에서 뵈었는데, 종업원이 오자 아버님께서 대화 끝내면 음식 들여보내라고 하시더라고요. 분위기가 아주 삭막했죠. 1시간 정도 아버님께서 말씀하셨는데, 당시 하도 긴장해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부정적인 내용이었던 건 확실해요. 아버님은 자신의 딸이 세간에 오르내리는 게 싫고, 평범하게 살길 바란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곤 제 아내보고 저를 데리고 온 이유를 설명하라고 하시는데 아내는 그저 눈물만 흘리더군요. 그러다 제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를 해보라고 하시는데, 정말 당황스러웠죠. 인사드리러 간 건데 마지막이라니…. 그래서 물불 가리지 않고 진심을 다해 말씀드렸는데 이때도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요. 당시 교정 중이라 떡갈비를 씹기 어려웠는데도 까다롭게 보일까봐 꿀떡꿀떡 삼킨 건 기억나죠. 정말 삼킨 그~대로 나왔거든요(웃음).”
다행히 장인은 그를 신임했고 상견례 날짜를 언제로 하면 좋겠느냐는 마무리 멘트를 남겼다. 돌이켜보면 하나밖에 없는 딸이라 애착이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고. 하지만 산 넘어 산이라고 문제는 또다시 불거졌다. 장인이 임호와 아내가 닭띠 띠동갑으로, 12세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사고(?)는 바로 그 다음 주로 잡힌 상견례에서 발생했다. 어쩌다 장모가 닭띠라는 얘기가 나오자 임호 아버지가 “그럼 우리 (임)호하고 띠동갑이시군요, 허허” 하고 답한 것. 당시에는 무심코 넘어갔지만 후에 정황을 파악한 장인은 다시금 반대 깃발을 들었다. 하지만 사위가 일부러 숨긴 것이 아니고 장모와 딸이 극렬한 반대에 부딪힐까 겁나 나이를 숨겼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문제는 다시 일단락됐다.
임호는 “이제는 도리어 장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고 있다”며 싱글벙글 웃는다.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데, 자신은 장인 사랑을 더 크게 느낀다고. 장인은 외식을 할 때도 사위가 좋아하는 메뉴인 닭볶음탕·굴비·갈비로 고르고, 주차하기 어려운 주택가에 가면 사위의 주차공간을 미리 빼둘 정도다.



아내와는 꼭 팔베개하고 잠들어
임호는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결혼해 서울 고덕동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하지만 그는 신혼집은 물론 아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생활이란 생각에서다. 임호는 총각 때도 가족이나 집 공개하는 것을 꺼렸다. MBC ‘만원의 행복’을 촬영할 때도 도시락 싸는 장면을 넣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현관과 부엌만 공개했을 정도.
“제가 연기자이긴 하지만 가정생활은 평범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주제넘은 겸손함일 수도 있지만 제가 뭐 그리 잘났다고 마누라까지 알리고 그래요. 그냥 조용히 잘 살고 싶어요.”
그래서 그에게 물었다. 그의 아내는 지금 어떻게 지낼까.
“주얼리 디자이너를 하다 지금은 살림을 하는데, 제가 촬영하느라 바쁘니까 집사람이 되게 심심해해요. 친구들을 자주 부르는 사람도 아니고, 친정은 경기도 용인 수지라 집 근처에 알 만한 사람도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하루에 수십 통씩 문자 보내고 중간 중간에 재미있는 사진 찍어서 보내주고 그래요. 임신 중이라 동화책 읽어달라고 하면 동화책 읽어주고 그러죠(웃음).”
입덧이 심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입덧은 없는 편이다. 아이가 순둥이인지 시도 때도 없이 잠드는 정도가 임신 후 생긴 변화라면 변화다. 별달리 챙겨줄 것도 없지만 유난 떠는 것도 싫어해 아내와 동네 한 바퀴 도는 걸로 태교를 대신하고 있다.
“촬영이 없거나 그러면 동네를 마실 다녀요. 그러다 맛있는 음식점을 찾으면 먹으러 가기도 하고요. 슬슬 몸이 나기 때문에 많이 걷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내년 아빠 되는 임호 행복일기


그에게는 이런 결혼생활이 꿈만 같다. 특히나 자신이 책임져야 할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많이 느낀다. “아침에 눈떴을 때 보는 아내 얼굴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밤에 내 품으로 파고드는 아내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그는 아내를 보듬어주지 않을 수 없어 팔베개를 하고 잠든다. 물론 염려되는 부분도 있다. 이렇게 산다고 하면 “나중에는 팔 베고 자기는커녕 아이 보느라 남편을 짐으로 여긴다”며 겁주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집사람한테 그래요. 아이 생기고 나서 나를 짐처럼 생각하지만 말아달라고요. 그래서 둘이 그렇게 말했죠. 지나치게 곰살맞고 닭살스러운 커플도 싫지만 ‘(친근하게 다가가면) 가족끼리 무슨 짓이야!’라고 말하는 가슴 아픈 얘기는 농담으로라도 하지 말자고요(웃음).”
임호는 서로를 귀엽게 여기는 커플인 까닭에 그나마 안심이 된다고 말한다. 남편은 어린 신부를 귀엽게 여기고, 어린 신부도 똘망똘망하고 거짓말하지 못하며 난처한 상황에 처하면 눈이 커지는 남편의 모습을 귀여워한다. 이런 아내를 설명하는 그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그는 아내의 어떤 점이 가장 사랑스러울까.

사연 가진 악한 사람 연기하고 싶어
“임신했는데도 아침 되면 미리 일어나 밥도 차리고 도시락도 챙겨주거든요. 제가 체중조절 중이라 닭가슴살, 고구마 이런 걸 주로 먹는데, 촬영 갈 때 두세 끼는 꼭 그렇게 싸줘요. 총각 때는 제가 했는데 결혼하고 이렇게 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너무 좋죠. 일어나 눈 비비고 샤워하려고 하면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아내가 보이거든요. 장가 늦게 간 것이 한스럽긴 하지만 이렇게 좋은 사람이랑 결혼했구나 싶어 행복하죠(웃음).”
게다가 요리도 수준급이다. 새댁이라 베테랑은 아니지만 웬만한 국은 다 끓일 줄 안다. 고향이 전주인 장모님 솜씨를 닮은 것 같다고. 그는 무엇보다 시집에 요리해드리러 가는 아내를 보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고 한다.
아내가 시집에 자주 갈 수 있는 건 아내의 효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임호가 5,6년 전 부모님이 계신 곳 근처로 미리 집을 마련해둔 덕분. 성공적으로 재테크한 스타로 꼽히기도 하는 그는 재개발하는 15평 아파트를 사서 65평으로 넓혀갔다. 친구들에게 도움받아 비교적 싼값에 집을 사고, 그 집이 작년에 재개발된 뒤 결혼하고 임신하는 걸 보면 일이 착착 풀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10여 년 전에 재테크에 눈떴다는 그는 돈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집사람한테 맡겼죠. 살림하는 사람한테 낙이 뭐가 있겠어요. 지금은 아파트 대출금을 갚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 주변에는 돈 꿔달라는 사람이 많은데, 제가 거절을 잘 못하는 편이라 마지못해 빌려주면 돈 떼이거나 관계만 나빠졌거든요. 그래서 돈 거래 하는 게 너무 싫어서 다 넘겼어요. 아버지도 그렇게 하길 원하셨고 부모님 선례를 봐도 여자가 돈을 관리해야 한다고 봐요. 남자들이 많은 정보를 듣긴 하지만 그건 굴릴 돈이 많을 때 얘기고, 집안 경제 꾸릴 때는 엄마들 통신이 훨씬 정확하고 빠르잖아요. 집사람이 제가 돈 필요하다고 하면 안 줄 사람도 아니고요. 연기하면서 버는 건 제 나름대로는 안정적인 소득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제가 손대면 안 된다고 봐요.”
서울 구로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기도 하는 그는 사업에도 열심이다. 드라마 촬영 때문에 한 달째 들여다보지 못했지만 조만간 일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여행사 관계자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렇듯 행복한 가정생활 속에서 사회생활도 충실히 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더 좋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연기자로서의 목표도 생겼다.
“사회적으로 문제를 겪고 악하게 변한 사람을 연기하고 싶어요. 연기자라면 연쇄살인범도 이해할 줄 알고 그 사람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무작정 나쁜 짓 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사연 때문에 변해간 사람을 보여주고 싶어요.”
이틀째 밤새 촬영하느라 눈에 핏대가 섰지만 그의 눈망울은 여전히 똘망똘망 빛났다.

여성동아 2010년 9월 5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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