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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교육특집·전원학교

“전원학교에서 공부하며 영재성 발견했어요”

성공사례1 평창 면온초 조미현&엄마 유선희씨

글 이혜민 기자 사진 장승윤 기자

입력 2010.08.05 10:03:00

쉴틈 없이 분주하게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아이. 부모는 사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휘고, 아이는 아이대로 숨이 막힌다. 드넓은 운동장에서 맘껏 뛰놀며 돈들이지 않고 방과후수업도 받을 수 있는 전원학교에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2년 전 암 수술 후 딸을 데리고 공기 좋은 곳을 찾아 강원도 평창으로 내려간 유선희씨. 그는 이곳에서 건강도 되찾고 아이 재능도 발견했다며 만족해했다.
“전원학교에서 공부하며 영재성 발견했어요”


조미현양(11·평창 면온초 5년)의 엄마 유선희씨(39)는 유치원 교사였다. 서울에 살던 유씨 가족은 2008년 유씨가 갑자기 갑상선암 진단을 받으면서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을 찾아 평창으로 내려오게 됐다.
“아이가 둘인데 막내인 미현이는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라 제가 데리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신문에 좋은 시골학교가 소개됐기에 무작정 와보니 운동장의 잣나무 향이 제 발목을 잡더군요. 전학상담도 받지 않고 바로 이사 왔어요. 아이가 학교 다니면서 행복해하니 내려오길 정말 잘했다 싶죠.”
교육과학기술부가 농산어촌 교육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9년 면 소재지에 있는 1백10개 초·중등학교를 ‘전원학교’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는데, 미현이가 다니는 평창군 봉평면에 위치한 면온초등학교는 바로 그 전원학교이자 전원학교의 모델이다. 무료 방과후활동 등을 운영해 농촌지역 학생들의 자신감을 회복시키고 사교육비 경감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 전교생의 절대다수가 외지에서 온 전학생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미현이는 스스로도 행복지수가 높다면서 대뜸 점수를 매기었다.
“도시에서 행복지수가 100점 만점에 72점이었다면 여기서는 96점이에요(웃음). 도시에 있을 때는 피곤했어요. 학원도 많이 다녔고, 숙제도 많고, 아이들이 많아도 친구사귀기는 어렵고…. 그런데 여기서는 4학년 동생도 6학년 언니 오빠도 모두 친구예요. 마음을 나누는 친구들이 많아져서 좋아요. 숙제도 많은 편이 아니고요. 학원을 하나도 안 다니고 친구들하고 방과후활동만 하니까 좋아요.”
학교에서는 영어, 글짓기, 로봇과학, 한자, 창의수학 등 학습활동 외에도 밴드, 관악, 피아노, 바이올린, 종이공예, 미술, 태권도, 골프, 인라인스케이트와 같은 예체능활동을 방과후활동으로 진행하고 있어 학생들은 원하기만 하면 다양한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수강료가 무료인 데다 정규 수업 과정을 마치고 나서 친구들과 함께 놀이하듯 배우니 만족도가 높은 편. 미현이가 현재 참여하고 있는 방과후활동은 영어, 창의수학, 미술.
“수학은 문제만 푸는 게 아니고 블록을 이용해서 배우니까 이해하기가 쉬워요. 영어는 일주일에 세 번 배우는데, 매일매일 하면 좋겠어요. 도시에서는 책상에 앉아서 영어를 배웠는데, 여기에서는 연극도 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하니까 수업시간이 기다려져요.”
미현이 엄마가 만족해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이곳에서 아이의 영재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미현이는 교외 과학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뒤부터 교육청 산하 영재원에서 일주일에 한두번씩 별도 지도를 받고 있다.
“과학자가 되고 싶다곤 했지만 우리 아이한테 영재성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죠. 선생님께서 아이의 특성을 잘 살펴주셔서 과학탐구대회에 몇 차례 나가게 됐는데, 준비하면서 흥미를 느끼더라고요.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이제라도 아이의 재능을 찾아주게 돼 다행이에요.”

둘째 만족스러워 중3인 큰 아이도 전학시켜
아이 스스로도 과학 공부가 즐거워졌다고 한다. 무작정 외우지 않고 대회를 준비하면서 논리적으로 깨우친 덕분이다. 미현이는 전학 오기 잘했다고 거푸 말했다.
“서울에서는 몇 명만 발표 기회를 얻잖아요. 선생님도 학생들이 많으니까 일일이 신경 쓰지 못하시고. 그래서 정말 뛰어난 몇몇 아이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그저 비슷비슷하죠. 그런데 여기 5학년은 학생 수가 12명뿐이라 발표할 기회가 많아요. 조금만 잘해도 선생님께서 칭찬해주시니까 더 잘하고 싶고, 더 공부하게 돼요.”

“전원학교에서 공부하며 영재성 발견했어요”

미현이는 도시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뛰어놀 수 있고 선생님께 더 자주 칭찬을 받아 행복해한다.



엄마는 나날이 발전해가는 미현이를 볼 때마다 대견할 따름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민사고 학생들이 진행하는 방과후활동에 참여하고 돌아오면 롤 모델을 만나서인지 의젓해져 별도의 생활지도도 필요 없다고. 떨어져 살던 중3인 첫째도 둘째처럼 잘 적응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올해부터는 봉평중학교에 전학시켜 함께 살기 시작했다. 다행히 성적도 올르고 성격도 밝아졌다. 비평준화지역이기 때문에 고교 입시를 준비해야 하고, 교육인프라가 부족한 편이지만 농어촌전형 기숙형고교로 진학시키면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엄마의 생각.
미현이네는 이곳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생활 만족도는 높아졌지만 생활비는 도리어 줄었다. 맞벌이하다 외벌이해 수입이 줄었지만 큰아이와 작은아이 교육비로 월 1백만원씩 들어가던 것이 이제는 큰 아이 수학과외비 30만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차량 유지비가 많이 들긴 하지만 텃밭을 일궈 식비가 적게 드는 편이다. 단독주택 전세값도 3천만~4천만원 수준.
“여긴 ‘엄마들의 천국’이에요. 학교 근처에 휘닉스파크가 있으니 골프치고 수영하고 겨울에는 스키도 탈 수 있어요. 학교와 교육청에서 엄마들을 위한 평생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니 배울 것도 많고요. 작년에는 미현이 친구 엄마들하고 취나물, 고사리 뜯으러 산으로 많이 갔었죠. 처음엔 장날에 가면 살 것 없다고 투덜댔지만 지금은 장날 기다리는 ‘촌 아줌마’가 다 됐어요(웃음). 주말에는 남편이 내려오니까 이웃들과 바비큐파티를 하면서 지내요.”
햇볕에서 뛰어놀아 까맣게 탄 미현이에게 이곳에 온 뒤 가장 좋았던 경험을 물었다.
“음… 자전거 배운 거요(웃음). 아파트에는 광장이 있었는데 부딪힐 수도 있고 하니까 못 배웠거든요. 시간도 없었고요. 그런데 주말에 아빠가 오셔서 학교 운동장에서 자전거 타는 걸 가르쳐주셨는데, 생각만큼 무섭지 않더라고요. 재미있었어요(웃음).”



| 유선희씨 조언! | 전원학교에 잘 적응하려면…
방과후활동 선택 아이의 흥미에 맞게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가능한 한 저학년 때는 다양한 방과후활동을 하도록 유도해 관심 분야를 키워준다. 다만 다양하게 공부하다 깊이를 놓칠 수 있으므로 고학년 때는 소질에 따라 방과후활동 한두 가지에 집중한다. 단, 학년이 바뀌더라도 운동은 꼭 한 가지 이상 하기를 권한다.
정규수업 보완 전원학교 선생님들이 학습적인 지원을 많이 해주지만, 부족한 면이 있을 수 있다. 전원학교 주변에는 학원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엄마들이 학습지도를 해주는 편이 좋다. 예습, 복습을 모두 도와줄 수 없다면 복습만큼은 지도하는 편이 좋다.
영어 보충 원어민 교사가 있고, 방과후활동으로 영어 수업을 많이 받는다고 해도 서울 강남 최고의 사교육 수준은 따라가기 힘들다. EBS와 어린이 채널의 영어교육 프로그램, 영어 동화책, 학습지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학부형들과 친해지기 학교에서 지역주민들을 위해 운영하는 평생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사람들을 사귄다. 평일이나 휴일에 이웃들과 함께 노는 것도 좋다. 엄마가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아이의 교우관계가 좋아진다. 기러기 부부들이 많기 때문에 이웃과 어울리는 것이 수월한 편이다.

여성동아 2010년 8월 5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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