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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며느리 되는 ‘미수다’ 에바와의 로맨틱한 수다

글 김유림 기자 사진 지호영 기자 || ■ 장소협찬 어쿠스틱카페 ■ 사진제공 라망스튜디오(02-545-5411)

입력 2010.07.16 10:07:00

‘미녀들의 수다’로 친근한 영국인 에바 포피엘이 첫눈에 반한 한국인 남자와 올가을 결혼한다. 한국이 좋아 무작정 서울에 둥지를 틀었고, 한국 남자가 좋아 가정을 이룰 결심까지 했다. 과연 그는 한국에서 아내로, 며느리로 살아갈 마음의 준비가 돼 있을까.
한국 며느리 되는 ‘미수다’ 에바와의 로맨틱한 수다

에바는 레포츠 강사인 예비 남편에게 수상스키를 배우며 취미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는 말이 오히려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KBS ‘미녀들의 수다’로 이름을 알린 영국인 에바 포피엘(28)이 오는 10월 한 살 연하의 한국인과 결혼한다. 미녀를 차지한 행운의 주인공은 180cm가 넘는 훤칠한 키의 레포츠 강사 이경구씨. 스노보드와 수상스키를 가르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초 처음 만났다.
“친구들과 스노보드를 타러 갔는데, 마침 아는 분께서 스노보드 강사로 남자친구를 소개시켜줬어요. 처음 본 순간 남자친구 얼굴에서 빛이 나더라고요(웃음). 그때부터 제가 열심히 쫓아다녔죠.”
그는 만나자는 약속도 없이 무작정 이씨의 일터로 찾아가고, 수시로 전화를 걸면서 관심 끌기에 들어갔다. 결국 6개월 만에 여름이 다 돼서 이씨의 마음이 열렸다. 당시 이씨는 그가 싫은 건 아니었지만 외국인이, 그것도 얼굴이 알려진 방송인이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에바는 “그동안 남자친구한테 좋아한다는 고백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남자친구는 제가 장난하는 줄 알았대요. 그런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니까 제 마음이 진심이란 걸 알더라고요. 결혼 얘기는 남자친구가 먼저 꺼냈어요. 보통 남자들은 여자한테 책임질 말을 잘 안 하려고 하는데 남자친구는 저와 만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결혼까지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책임감 있는 행동이 고맙고 멋지게 느껴졌어요.”

한국 떠날까 고민하던 무렵 운명처럼 남자친구 만나

한국 며느리 되는 ‘미수다’ 에바와의 로맨틱한 수다


에바 역시 결혼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겉으로는 무뚝뚝해도 마음은 비단처럼 부드러운 남자친구가 마음에 들었던 것. 무엇보다 자신만을 위하는 모습에 믿음이 갔다고 한다. 남자친구는 사귀기 시작한 지 석 달 만에 그를 부모에게 소개시켰고, 두 사람은 양가 부모의 허락하에 정식으로 교제를 했다. 하지만 결혼 얘기가 나오자 에바의 아버지가 걱정의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에바의 아버지는 폴란드계 영국인이고 어머니는 일본인인데, 국제결혼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두 분은 영국에서 만나 결혼하셨어요. 제가 대학에 들어갈 무렵 어머니가 고향으로 가고 싶어 하셔서 두 분 모두 일본으로 거처를 옮기셨는데, 이제는 아버지가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세요. 제가 한국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가장 걱정하신 부분도 바로 그거예요. 하지만 엄마 아빠가 한평생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을 보면 저희도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그가 남자친구와 결혼하겠다고 하자 한국 친구들의 반응도 제각각이었다. 그중 남자친구의 조건을 먼저 따지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한다. 에바는 “돈보다는 자신의 일을 얼마나 사랑하고 열심히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어떻게 사랑보다 조건이 먼저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한국 며느리 되는 ‘미수다’ 에바와의 로맨틱한 수다


그 밖에도 그가 느끼는 동서양 결혼문화의 차이는 많다. 대표적으로 영국은 결혼 전 동거를 당연하게 여기는 반면, 한국은 동거를 터부시하고 결혼식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요즘에는 결혼 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커플이 늘고 있다. 결혼 전 이미 혼인신고를 마친 에바는 “사람들이 다 임신했냐고 물어본다”며 웃었다.
“빨리 결혼하고 싶어서 혼인신고를 미리 했어요(웃음). 원래는 봄에 결혼할 생각이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가을로 미뤘어요. 혼인신고를 하면서 서로에게 더 확실한 믿음을 준 것 같아요.”

“다이아몬드 반지는 결혼 10주년 때 받기로 했어요”
요즘 그는 결혼 준비에 한창이다. 얼마 전에는 무려 4일에 걸쳐 촬영한 웨딩사진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미우나고우나’에 함께 출연했던 이영은·유인영이 드레스를 입고 신부들러리로 나섰고, 후지타 사유리 등 ‘미녀들의 수다’ 멤버들이 한복을 입고 발랄한 장면을 연출했다. 에바는 결혼 준비과정이 마냥 즐거운 듯 보였다.
“‘결혼 준비 하느라 힘들지 않냐’고 물으시는데 저는 다 재미있어요(웃음). 혼수나 예단은 생략하고, 신혼집도 현재 제가 살고 있는 집으로 정했기 때문에 골치 아픈 문제들이 없거든요. 예물도 커플링이 있어서 저만 은반지 하나 받기로 했어요. 다이아몬드 반지는 10년 뒤 남자친구가 돈을 많이 벌면 그때 사주기로 했고요(웃음).”
에바는 결혼을 통해 한 집안의 며느리가 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주위 사람들에게 “한국에서의 결혼은 남녀 두 사람만의 결합이 아니라 집안과 집안 간의 만남”이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던 터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다행히 그는 예비 시집식구들에게 따뜻한 환대를 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시어머니께서 마음이 넓으세요. 제가 요리를 잘 못해 걱정이라고 했더니 그에 대비해 어려서부터 남자친구한테 요리를 가르쳤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실제로 남자친구가 요리를 잘해요. 닭볶음탕은 정말 맛있어요. 요리 말고도 며느리 역할이 많을 텐데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배우려고요. ‘미수다’ 크리스티나한테는 시어머니와 잘 지내는 법을 전수받고 있어요(웃음).”
올해로 한국에 온 지 4년째 되는 에바는 2년 전쯤 한 차례 슬럼프를 겪었다.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것. 결혼해서 안정을 찾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막상 한국 남자와 결혼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면서 한국을 떠날 생각까지 하던 중 운명처럼 남자친구를 만났다. 에바는 “이제는 더 이상 한국을 떠날 이유가 없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국 며느리 되는 ‘미수다’ 에바와의 로맨틱한 수다


그는 주말이면 수상스키장에서 일하고 있는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청평으로 향한다. 그가 좋아하는 수상스키도 타고 데이트도 즐기니 일석이조. 또 주중에 이틀은 남자친구가 대학원 수업을 듣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기 때문에 적어도 일주일에 3~4일은 만날 수 있다.
“처음 한국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연인들끼리 항상 붙어다니는 거였어요. 매일 만나는 것도 모자라 수시로 문자를 주고받고, 전화통화를 1시간 이상 하는 커플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연애할 때 그렇게 잘하던 남자들이 결혼을 하면 반대가 되는 것 같아요. 친구들 모임에 아내와 함께 나가지 않고, 몰래 혼자 놀잖아요(웃음). 제 남자친구는 그렇지 않을 거라 믿어요.”

아이는 신혼 즐기고 내년쯤 가질 계획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그는 대학 2학년 때 베이징에서 유학 중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졸업 후 로레알 일본 지사에 취업한 뒤 휴가 때 몇 번 한국을 찾았는데 그때마다 한국의 맛있는 음식과 친절함에 반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2007년 3개월만 머물 생각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경희대 어학당에 다니던 중 외국인 패널을 선발하는 방송국 오디션에 합격해 방송도 시작하게 됐다. 이후 ‘미녀들의 수다’ ‘스타 골든벨’에 고정패널로 출연하면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으며 2008년에는 드라마 ‘미우나고우나’에 출연하면서 연기자로도 발돋움했다.
“처음부터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닌데 방송을 하다 보니까 적성에 잘 맞더라고요. 연기도 꾸준히 하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발음이 문제예요. 한국어는 발음이 정말 어려워요. 차라리 영어나 일본어로 말하는 역할이 들어오면 좋겠어요(웃음).”
현재 SBS ‘사랑해요 코리아’에 출연 중인 그는 결혼 후에도 방송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결혼 후 가정이란 울타리가 생기면 일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고 한다. 그는 “이제 나도 가족이 있다는 게 기쁘고,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생긴 기분”이라고 말했다. 아이는 1년 정도 신혼을 즐긴 뒤 하늘의 뜻에 따라 자연스럽게 갖고 싶다고 한다.
월드컵을 보며 ‘대한민국’을 외치고 김치로 만든 음식은 뭐든 좋아하는 ‘반 한국인’ 에바 포피엘. 과연 그는 한국이 왜 좋은 걸까. 대답은 간단했다. “태어날 때부터 한국으로 오라고 누군가 밧줄로 저를 끌어당긴 것 같아요(웃음).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도 만났잖아요.”

여성동아 2010년 7월 5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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