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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배다리골 스케치

타임캡슐 타고 1970년대로 가다

글&사진 한여진 기자

입력 2010.07.08 17:21:00

인천 배다리골 스케치

우각로 서점 거리에서 창영동 동네를 바라본 모습.



얼마 전 ‘서울, 골목길 풍경’이란 책을 읽고 오래된 골목길 매력에 푹 빠져 골목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목적지는 1970~80년대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인천 배다리골. 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 앞의 금창동, 창영동, 송현동 일대를 일컫는데, ‘배다리’란 이름은 배를 대는 다리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저는 서울역에서 삼화고속 1600번 버스(1시간 거리)를 타고 제물포역에서 내려 택시(5분 거리)로 갈아 타고 갔는데, 지하철을 탈 경우 1호선 동인천역에서 내려 중앙시장을 지나면 배다리골 중심 거리인 우각로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서점 거리인 이곳은 한때 30~40곳의 헌책방이 모여 있어 새 학기가 되면 교과서와 참고서를 사러 모인 학생들로 거리가 붐볐다고 해요. 지금은 몇 곳만 남아 있어 골목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나온 디카족과 헌책 보러 온 나이 지긋한 어르신만이 한가롭게 거리를 지키고 있지요. 시간 여유를 갖고 헌책방을 찬찬히 구경하다가 맘에 드는 책이 있으면 하나 사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인천 배다리골 스케치

1 중앙시장 건너편에 위치한 헌책방 거리. 아이가 책 읽는 모습의 벽화가 정겹다. 2 헌책방 거리에서 가장 오래된 아벨 서점. 40여년이 됐다고 하니 우각로의 흥망을 함께한 터줏대감이다. 3 헌책방 구경도 배다리골 여행의 또 다른 재미. 책을 뒤적일 때마다 오래된 책 냄새가 코 끝을 자극한다.



인천 배다리골 스케치

1922년에 붉은 벽돌을 쌓아 만든 인천공립보통학교 건물. 벽돌과 문틀, 지붕 등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건물을 보고 있으면 타임캡슐을 타고 다른 시대로 걸어 들어간 듯하다. 현재 창영초등학교 내에 있으며 문화재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서점 거리를 지나면 오른쪽으로는 창영동 골목, 왼쪽으로는 금곡동 골목이 펼쳐집니다. 저는 창영동 골목으로 발을 옮겼어요.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 보통학교인 인천공립보통학교(현 창영초등학교)와 감리교회 선교사 기숙사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1920~30년대 양식으로 붉은 벽돌을 쌓아 지은 건물이 주변과 어우러져멋스러운 풍경을 연출해요. 창영동은 2006년부터 불기 시작한 개발 바람으로부터 배다리골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이 모여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주민들이 직접 그린 정다운 벽화와 꽃밭 등이 가득한 색다른 골목길로 태어났어요. 창영초등학교와 창영교회 주변 담벼락에는 옛 우각로 거리를 설명해주는 할머니 모습이 그려져 있고, 맞은편 주차장에서는 푸른 나무 그림이 그늘을 만들고 있더군요.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아이, 전깃줄에 앉아 쉬고 있는 참새 등 동네 곳곳에 정겨움이 묻어나는 벽화가 숨바꼭질하듯 숨어 있어 새로운 그림을 발견하는 재미가 나름 쏠쏠하고요. 언덕배기 길인데도 그림 구경하며 걷다 보니 힘든 줄 모르겠더라고요. 한때 낡아 없애야 할 공간이었던 곳이 주민들의 애정과 페인트 하나로 추억과 행복이 머무는 공간으로 변신한 창영동과 금곡동 일대를 천천히 걷다 보니 발길을 옮길 때마다 타임캡슐을 타고 1970~80년대의 과거로 들어가는 듯 착각에 빠져들더군요. 특히 해질녘 골목 끝에 걸리는 석양 정취는 창영동에서 찾은 어느 벽화보다 멋진 그림이었답니다.



인천 배다리골 스케치

1 2 동네 공동 주차장인 ‘나무 그늘 주차장’ 나무 벽화는 주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시원한 그늘을 만든다. 창밖을 내다보는 아이 그림, 전깃줄에 앉아 있는 참새 벽화 등을 보고 있으면 얼굴에 절로 웃음꽃이 핀다. 3 4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옛 우각로 모습 벽화로 꾸며진 창영초등학교 담벼락.5 낮은 담벼락과 잘 어울리는 키 작은 화분과 나무. 창영동 주민들의 고운 마음씨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6 동네 주민들이 공동으로 가꾸고 있는 텃밭. 7 9 한 사람이 지나가기에도 좁은 창영동 골목길. 골목길 끝에서 어린 시절 친구가 반가운 얼굴로 반길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8 19세기 말 세워진 미국 감리교회 여선교사 기숙사 벽돌 건물. 근대 건축양식 건물이지만 창문틀 등은 전통 양식으로 만들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0 동네 곳곳에 그려진 우각로 옛 모습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치 초등학교 소풍 때 보물찾기 게임을 하는 것처럼~.



여성동아 2010년 7월 5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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