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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마지막 인사

故 최진영 쓸쓸한 49재 풍경

글 박혜림 기자 사진 이기욱 기자

입력 2010.06.16 17:43:00

최진영이 세상을 떠난 지 49일째 되는 지난 5월16일. 그와 누나 최진실이 잠들어 있는 경기도 양평 갑산공원에서 부모와 조카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49재가 치러졌다. 자식을 앞세운 어머니의 눈물, 아직은 죽음의 의미를 잘 모르는 듯한 조카들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짠하게 했던 현장에 다녀왔다.
故 최진영 쓸쓸한 49재 풍경

정옥숙씨는 아들의 사진을 보고 오열했다.



최진영의 49재가 치러지던 날은 차가운 비가 구슬프게 내리던 발인 날과는 달리 뜨거운 태양이 빛났다. 남매의 납골묘에는 팬들이 두고 간 꽃바구니와 커피, 편지 등이 수북이 놓여 있었다. 갑산공원 측에서 마련해놓은 방명록은 “너무 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연기가 그립습니다” “왜 바보 같은 짓을 했나요”와 같은 남매를 그리워하는 팬들의 연서로 가득했다. 최진실의 납골묘 앞에는 성경책 모양의 비석이 놓여 있었는데 공원 관계자는 “어느 날 누군가가 해놓고 갔다. 적은 비용이 아닌데 누가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49재 예배를 30여 분 앞둔 오전 9시30분경 아버지 최국현씨(73)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목조목한 이목구비와 아담한 체구가 다시 봐도 남매를 떠오르게 했다. 그는 여전히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듯 삼우제 때보다 얼굴이 더 수척해 보였고 걸음에도 힘이 없었다. 딸의 납골묘 앞에 꽃다발을 놓고 선 그는 한참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아들의 납골묘로 걸어갔지만 아들의 사진을 마주하고서 끝내 눈물을 훔쳤다. 기자들에게 “우리 아들 잘생겼지?” 하며 최진영의 사진을 어루만졌다.
곧이어 어머니 정옥숙씨와 조카 환희(9)·준희(7), 친척들이 도착했다. 고인이 생전 끔찍하게 아꼈던 환희와 준희는 제 몸집만 한 빨간 꽃바구니를 품에 꼭 안고 엄마와 삼촌의 납골묘를 향해 걸어갔다. 밝고 천진난만한 표정을 한 채 걸어가는 모습이 되레 가슴을 짠하게 했다. 엄마와 삼촌이 죽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아직은 어려서인지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듯했다. 준희는 엄마의 묘 앞에, 환희는 삼촌의 묘 앞에 꽃바구니를 내려놓았다. 정씨는 억지로 감정을 추스르며 아들의 묘 앞으로 걸어갔지만 이내 무너지며 오열하고 말았다. 사방이 침묵으로 조용해졌다.
“아이고, 진영아. 진영아. 엄마는 어떻게 하라고. 보고 싶다. 장가도 못 가고….”

故 최진영 쓸쓸한 49재 풍경

딸의 납골묘 앞에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보는 아버지 최국현씨.



정씨는 최진영의 납골묘 앞에 쪼그리고 앉아 아들의 사진을 손수건으로 닦고 뚫어지게 바라보고 또 가슴에 품어보기도 했다. “엄마 좀 불러봐. 아이고, 진영아. 어떻게 엄마를 두고 그럴 수가 있냐”며 울부짖었다.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서 있던 환희는 외할머니의 오열을 지켜보며 우울한 표정으로 바뀌어 발로 흙을 툭툭 찼고, 준희는 주위를 둘러보다 이모할머니 곁으로 달려갔다. 외할아버지 최국현씨가 다가가자 이모할머니가 “외할아버지야” 하고 설명했고 남매가 주뼛주뼛 어색하게 웃자 “엄마의 아빠야” 하고 다시 설명해주기도 했다.
49재는 불교에서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떠나보내는 의식이지만 고인과 가족의 종교에 따라 기독교 예배식으로 30분가량 조용하게 치러졌다. 환희와 준희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사이에 서서 예배를 드렸다. 발인날 고인을 떠나보내던 동료 연예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최진영의 유골은 누나 최진실의 납골묘에서 약 2m 정도 떨어진 임시 납골묘에 안치됐는데 이번 49재 때 정식 납골묘를 마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원 관계자는 “시간이 촉박해 납골묘를 마련하지 못했다. 고인이 떠난 지 1백일 되는 7월6일 재안장식을 치를 것”이라고 전했다. 또 “현재 갑산공원은 남매의 추모공원 건립을 논의 중이다”며 “고인이 가수 스카이 시절 불러 인기를 모았던 노래 ‘영원’의 노랫말을 새긴 노래비를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법 의젓해진 환희와 밝고 장난기 가득한 준희



故 최진영 쓸쓸한 49재 풍경

(왼쪽) 준희가 그린 엄마 최진실. (오른쪽) 엄마와 삼촌을 찾은 환희·준희.



환희와 준희는 훌쩍 커 있었다. 원피스를 예쁘게 차려입은 준희는 제법 소녀 티가 났는데 길고 곧게 뻗은 팔다리가 인상적이었다. 낯선 사람과 눈을 맞춰도 이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싱긋 웃어 보였고 여기저기 총총 잘 뛰어다녔다. 이모할머니와 특히 정이 두터운 듯 카메라 세례가 쏟아지면 이모할머니의 뒤로 가 숨거나 몸을 기댔다.
환희 역시 천진난만하게 웃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와 삼촌이 그리운 듯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말이 없었다. 예배를 드리는 동안 뜨거운 태양빛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는데 환희는 제법 의젓하게 그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준희는 예배 도중 “덥고 목이 마르다”며 이모할머니에게 속삭이고는 방명록이 놓인 자리로 가 앉아 엄마 최진실에게 남긴 팬들의 글을 한 장 한 장 넘겨 읽었다.
준희가 펜을 집어 들고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무엇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예쁜 여자를 그리고 있었다. 윙크를 하고 있는 표정에 머리 위에는 왕관을 그리고 목걸이와 귀고리, 핸드백도 그려 넣었다. 고인의 지인이 다가가 “누구를 그린 거냐”고 묻자 “엄마”라고 대답했다. 준희는 최진실의 모습을 다 그린 후 그 위에다 “엄마 사랑해”라고 적었고 하트도 그려 넣었다. 다 그린 종이를 쭉 찢은 준희는 묘원 근처에 세워진 작은 우체통으로 달려가 그림을 넣으려다 이내 생각을 바꾼 듯 가족에게로 뛰어갔다.
한 지인은 “아이들은 잘 크고 있으니 주변에서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불쌍하다”며 “사람들은 돈이 많다고 하지만 엄마 없는 아이들보다 가슴 아픈 경우가 어디 있겠냐”고 말했다.

여성동아 2010년 6월 5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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