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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강 언니’ 이도이 Fashion & passion

톱스타 사로잡은 신예 디자이너

글 박혜림 사진 조영철 기자

입력 2010.05.18 14:22:00

올해 들어 유난히 패션계에서 주목받는 사람이 있다. 바로 패션 디자이너 이도이. 그는 지난 2월 정부에서 주관하는 패션 육성사업 ‘컨셉트 코리아’에 한국을 대표하는 6인의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선발돼 뉴욕에 진출했고, 2010 FW 서울컬렉션에서 동화적인 컬렉션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사강 언니’ 이도이 Fashion & passion


크고 또랑또랑한 눈망울과 바투 자른 단발머리, 작고 조그마한 체구. 작업실에서 수줍은 듯 살짝 미소를 지으며 걸어 나오는 패션 디자이너 이도이씨(35)는 영락없는 소녀처럼 느껴졌다. 서울 신사동에 자리한 그의 쇼룸 ‘도이 파리스(Doii Paris)’에는 화려한 비딩으로 감싸진 핫핑크·파랑·검정 등의 옷들이 조명 아래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패션 디자이너는 자신이 만드는 옷과 닮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서울컬렉션은 동화책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러시아 동화인데….”
지난 3월 열린 서울컬렉션으로 대화의 시작을 열었다. 그의 눈빛에 생기가 돌고 행복한 기운이 풍겨나와 컬렉션이 꽤 만족스러웠다는 것이 단박에 느껴졌다. ‘도이 파리스’의 이번 시즌 테마는 ‘Walk in the Forest’로 숲을 탐험하는 호기심 어린 소녀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나비, 기하학적인 문양 등이 프린팅된 면·실크·시폰 소재 위에 투명한 비딩을 감싼 그의 옷은 무척 화려해 보였다. 반짝이는 비딩 때문에 영롱한 느낌이 들었고 동화 속 인어공주가 떠올랐다.

동화 속 주인공 같은 의상… 이효리 김원희도 반해
박미선, 이경실, 김지영, 박소현…. ‘도이 파리스’ 서울 컬렉션에는 유난히 중년 여성 연예인이 많이 참석했다. 지난해부터 서울컬렉션에 참여한 이도이씨의 옷은 대중에게 알려지기 전부터 연예계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아왔다. 이효리가 한 증권사 CF에서 당당한 포즈로 걸을 때, 김원희가 ‘놀러와’ ‘스타 부부쇼 자기야’를 진행할 때, 아이돌 그룹 카라가 앨범재킷을 촬영할 때 입은 옷이 바로 ‘도이 파리스’다. 그는 “영국·프랑스에서 오래 생활한 탓에 어떤 연예인이 유명한지 잘 모른다. 화려함을 추구하는 연예계 취향과 도이 파리스의 매력이 잘 맞아떨어져 자주 찾는 것 같다. 그저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종상시상식 레드카펫에서 김보연씨가 제 드레스를 입었어요. 중년 여성도 젊은 여성 못지않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특정한 나이층만을 생각하며 옷을 만든 적은 없지만 자신의 아름다움을 점점 잊어가는 중년 여성들이 ‘도이 파리스’를 입고 자신을 재발견하는 것을 보면 너무 뿌듯합니다.”
2006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선보인 ‘도이 파리스’는 외국에서 더 알아주는 옷이다. 현재 수익의 95%를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이도이씨는 “‘컨셉트 코리아’ 선발 때도 한국 심사위원에게서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가 2차로 해외 심사위원에게 최고 점수를 받아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유럽·중동에서 내 옷을 좋아한다. 유럽에서는 내 옷이 동양적이고 신비하다고 느끼고 중동은 화려하게 치장하는 것을 좋아해 취향이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이 파리스는 두바이의 고급백화점 ‘블루밍데일스’ ‘하비니콜스’를 비롯해 미국·유럽 등에 입점했고 현재 영국·일본의 명품백화점과 계약 중에 있다. 그에게 옷에 대한 철학이나 전략에 대해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고 즉각적이었다.

‘이사강 언니’ 이도이 Fashion & passion

“철학이요? 그런 거 없어요. 그냥 ‘도이 파리스’를 입는 여자들이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끼고 어느 자리에서나 가장 돋보이는 디바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도이씨의 동생은 배용준의 전 연인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이사강씨다. 동생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나와 동생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자꾸 그렇게 부각되는 것 같아 속이 상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생 이사강씨는 단편영화로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고 현재 장편영화 ‘블링블링’을 준비하며 차세대 영화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 자매 모두 자신의 영역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는 것.
“사강이는 저보다 5살이 어린데 제 뮤즈이자 라이벌이에요. 저희는 성격이 정반대예요. 동생은 어릴 적부터 굉장히 착한 아이였고 정도 많고 오래된 것을 아끼고 좋아했어요. 반대로 저는 말썽꾸러기에 늘 새롭고 특이한 것을 찾는 아이였고요.”
언니는 패션 디자이너가, 동생은 영화감독이 됐으니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겠다고 했더니 이도이씨는 쑥스럽게 웃으며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도이씨의 아버지는 대구에서 대형 치과병원을 운영하는데 그는 발상의 전환을 잘하기로 유명하며 치과를 체인점으로 비즈니스화시켜 화제를 모았다.
“아버지는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생각하세요.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면 학력은 중요치 않다고 저희에게 늘 말씀하셨죠.”
이도이씨는 대구 계명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던 중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한다. 고민 끝에 진로를 바꾸고 뒤늦은 영국 유학을 결심했을 때 그의 아버지는 오히려 용기와 박수를 보냈다. 동생 이사강씨가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다니다 영국 유학을 결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적부터 여자도 남자처럼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버지는 그런 뜻에서 자신의 삶을 멋지게 가꿔가는 여성들을 다루는 잡지 ‘우먼 라이프’를 창간하기도 했어요. 제가 아버지에게 받은 가장 큰 선물은 그런 가치관이에요.”
그는 “아, 아버지께서 제가 어릴 적부터 인형만 가지고 놀아서 유일하게 그 점을 싫어했어요. 딱 그거 하나는 부딪혔는데 반작용으로 더 인형만 좋아했던 경험 때문에 지금의 제 옷이 탄생했어요. 이마저도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거죠(웃음).”

엄친딸 두 명이나 키워낸 치과의사 아버지, 뮤즈이자 라이벌 동생 이사강
치과의사인 아버지의 든든한 경제적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이도이씨가 가능했을까. 그는 애써 변명하지 않고 “나를 믿어주고 후원해주는 부모를 만난 것은 엄청난 행운”이라고 수긍한다. 하지만 이내 똑 부러지게 “외국생활에서 나 역시 깨지고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이사강 언니’ 이도이 Fashion & passion


이도이씨는 98년부터 4년 동안의 영국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스쿨 유학시절을 회상했다. 런던에는 그보다 부유하고 배경 좋은 친구들이 많았다.
“졸업쇼가 있는데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최종 30인만 가능해요. 거기에서 다시 15인의 작품을 뽑아 영국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에 전시를 하는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전문 재단사를 데려오는 아이, 유명 디자이너인 아버지의 도움을 받는 아이도 있죠. 하지만, 결국 아이디어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돈이 많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도 그 반대라고 실패하는 것도 아니라는 걸 배우는 건 중요해요.”
그는 2002년 센트럴 세인트 마틴 스쿨을 졸업한 후 1년 동안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수석 디자이너인 존 갈리아노의 스튜디오에서 일했다. 그때 패션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고.
“세계에서 패션에 대한 재능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다 모여 있는 곳이에요. 모두들 최선을 다해서 존 갈리아노의 눈에 들고 싶어 해요. 패션의 중심을 말 그대로 몸소 느낀 거죠. 사람들은 패션계의 화려한 면을 보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하루하루가 전쟁이었어요. 내가 내뱉은 말 한마디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곳. 소신 있게 내 중심을 지키지 않으면 자신을 잃고 휩쓸리며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는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스스로를 강하게 채찍질한 덕분에 더 단단해진 것 같다고 한다. 2003년에는 존 갈리아노와 이별하고 겐조의 패션쇼 팀에서 3년 반을 일했다. 아트 디렉터인 안토니오 마라스에게 발탁됐는데 그는 안토니오의 삶을 보고 다시 용기와 치유를 얻었다. 이탈리아 출신인 그는 아주 가정적이며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 진솔한 사람이었다. 그때의 경험을 통해 경쟁에 연연하지 않고 주위 사람과 소박하고 행복하게 살며 패션계에서 성공하겠다는 꿈과 확신이 생겼다.
그는 영국에서 공부하고 프랑스에서 일을 하는 동안 많이 성숙했다고 했다. 존 갈리아노의 스튜디오에서는 오트 쿠튀르의 미와 퀄리티를 갖춘 옷을 만드는 법을 배웠고 겐조에서는 패션계에서 살아 숨 쉴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그녀에게 마지막 바람을 물었다.
“제가 디자이너로서 선택한 도이라는 이름은 기쁨을 뜻하는 ‘조이(joy)’에서 나온 거예요. 이름처럼 패션과 인생을 사랑하고 즐기고 싶어요.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명품 브랜드 프라다처럼 저만의 패션 왕국을 건설하고 싶습니다.”

여성동아 2010년 5월 5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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