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역사문화공원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1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모던한 건축물과 옛 유물이 함께 어우러진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전경. 2 4 과거 중고대생들의 전국야구대회가 열렸던 동대문운동장은 야구팬들에게는 추억의 장소다. 3 동대문역사문화공원 한켠에는 동대문운동장을 기념하기 위해 야구조명탑을 철거하지 않고 남겨뒀다.

“홈런!! 홈런입니다!!”
여름 무더위가 쉽사리 물러가지 않던 2000년 9월,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던 동대문운동장(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은 젊은 열기로 가득 차 있었어요. 제가 재학 중이던 대학교 야구부도 참가했는데 약체로 평가받아 특별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었죠. 그런데 연일 막강한 상대를 줄줄이 이기더니 4강에서도 승리, 결국 결승전까지 올라갔습니다. 결승전이 열리던 날, 전교생은 자체 휴강을 하고 야구부를 응원하기 위해 동대문운동장으로 향했답니다. 그 당시 학교 응원단이었던 저는 전교생을 이끌고 열화와 같은 응원을 펼쳐 9회까지 상대편에 지던 경기를 역전시키는 데 일조했죠. 그날 경기는 오랫동안 야구인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로 박진감 넘쳤고, 제게도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선사했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동대문운동장’을 생각하면 그날 유난히 초록빛을 띠던 인조 잔디와 새파란 가을 하늘, 요동치던 심장, 우렁찬 응원 함성이 뒤섞이며 떠올라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그 후 오랫동안 동대문운동장 앞을 지날 때면 행복한 마음이 들었고요.
2008년 이런 특별한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되고 공원이 들어선다는 슬픈 소식이 들렸습니다. 첫사랑과의 애틋한 추억이 없어지는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휑하고 울컥하는 마음에 ‘얼마나 멋진 공원을 만드나 두고 보자’고 생각했죠. 그리고 얼마 전 새롭게 변한 동대문운동장을, 아니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염탐하러 카메라를 들고 가봤답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베리 굿! 동대문운동장과는 차원이 다른,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문화공간이 들어서 있더군요.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모던하게 설계한 동대문이벤트홀·유구전시장·역사관·디자인갤러리 등 4개 건축물과 철거 당시 발굴된 문화재가 어우러져 동서양, 과거와 미래가 함께 공존하는 색다른 공간으로 탈바꿈한 거예요. 10년 동안 간직하던 추억에 대한 애틋함도 어느새 싹~ 잊고 그곳의 매력에 푹 빠져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답니다. 건축물과 공간도 멋지지만 연중 무휴로 24시간 개방(실내 관람시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개방)되고 모든 관람 공간은 무료라고 하니 동대문역사문화공원(02-2266-7077)에서 또다른 추억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1 2 3 이벤트홀 지하 1층에서는 서울의 전통을 미디어아트로 표현한 '서울 디자인 자산展'이 열리고 있다. 4 이벤트홀 1층 카페에서 차 한잔를 마시며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듯. 5 후문에는 재활용 페트병으로 만든 서울의 상징, 해치가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6 동대문운동장 철거시 발견된 건물자리, 집수시설 등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유구전시장 모습. 7 동대문야구장에서 발굴된 유물을 볼 수 있는 동대문역사관 내 토층 탐험 코너. 8 동대문역사관 안에는 하도감터(조선시대 훈련도감에 속한 훈련원)와 이간수문(도성 배수시설)의 과거모습을 3D로 볼수 있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꼼꼼하게 들여다 보기
이벤트홀 6월6일까지 ‘서울 디자인 자산展’이 열려요. 서울시가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 서울’을 기념해 지난해 7월 선정한 서울디자인자산 51선을 선보이는 전시로 경복궁, 숭례문, 인사동, 청계천 등을 주제로 만든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 중이랍니다. 문의 02-2266-7188

디자인갤러리 6월 말까지 ‘동대문 낭만시장전’이 책방, 골목길 채원, 동행, 동대문사진관 등 4가지 주제로 차례로 열리는데, 현재는 ‘골목길 채원’이 전시 중이에요. ‘골목길 채원’은 예전의 골목길과 텃밭에서 사용하던 도구들이 전시돼 있어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켜요. 문의 02-2266-7339

동대문유구전시장 실외에 조성된 유구전시장은 동대문운동장 지하를 발굴하면서 나온 건물자리, 집수시설, 기와, 도자기 등을 발굴 상태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요. 조선시대 군사시설인 하도감 터를 비롯해 우물터 등은 역사적으로 매우 값진 보물이라고 합니다.

동대문역사관 건립 공사 중 발굴된 조선 전기부터 일제강점기 유물 2백여 점이 보존, 전시돼 있어요. 발굴 조사 전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동대문과 관련된 다양한 3D 영상물도 상영되고 있어 아이 역사 교육에도 도움이 된답니다. 문의 02-2266-7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