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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배기 딸 사랑에 푹~ 이창훈 행복 세레나데

글 문다영 사진 조영철 기자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입력 2010.04.16 14:24:00

2008년 늦은 나이에 가정을 꾸린 이창훈에게 아내 김미정씨와 딸 효주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연기와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눴다.
두 살배기 딸 사랑에 푹~ 이창훈 행복 세레나데


말쑥한 정장이 잘 어울리는 남자. 트레이드마크인 부드러운 미소까지 더해지면 여심을 뒤흔드는 댄디가이로 변신한다. 탤런트 이창훈(44)이 2년 공백기를 끝내고 시청자 곁으로 돌아왔다. 정장이 잘 어울리는 CEO이지만 잔정이 없는 무뚝뚝한 남자 ‘한규진’ 역할을 맡았다. 더군다나 장성한 자녀 둘을 둔 아버지 역이다. 어린아이의 아버지 역할을 맡은 적은 있어도 20대 아들을 둔 아버지 역할은 처음이기에 주저하는 마음이 앞섰다.
“이동훈 PD가 조연출이던 시절부터 친분이 있었어요. 어느 날 술을 마시다가 ‘형, 저 형하고 정말 하고 싶은 작품이 있습니다’라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대본을 보지도 않고 하겠다고 결정했죠. 그런데 다음 날 대본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극중 설정이 대학 때 아이를 낳아서라고는 하지만 20대 아들을 뒀다니 벌써 제가 중년 아버지 역할을 맡아야 할 나이가 됐나 싶어 충격을 받았죠. 하지만 아내가 저를 설득했어요. 배우니까, 언제까지 젊은 역만 할 것도 아니고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라는 말이었죠.”

“결혼이 배우인생을 망칠 것 같았다”
16세 연하인 어린 아내가 해주는 속 깊고도 따끔한 충고에 용기를 낸 이창훈은 극중에서 여느 아버지보다 멋진 아버지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촬영장 밖에서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아들 역의 이중문을 볼 때면 딸 효주의 장성한 모습이 그려지기보다는 젊은 날 자신이 그리워진다고 한다. 이창훈은 “중문씨 나이가 내가 ‘엄마의 바다’를 할 때 나이다. 중문씨를 보며 ‘나도 고왔는데’ ‘젊음이 재산이구나’ 같은 생각을 한다”며 웃는다.
그의 전작인 ‘그래도 좋아’는 아침드라마임에도 꾸준히 20%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미니시리즈 부럽지 않은 성공을 거뒀다. ‘당돌한 여자’도 첫 시청률이 11%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연이어 아침드라마를 맡은 이유가 있을까. 이에 대해 그는 “나는 스타가 아니고 배우이고 싶다”고 말한다.
“제가 ‘엄마의 바다’로 스타덤에 오른 뒤 작품에 드문드문 출연하던 시절 제가 스승으로 모시는 한 PD님의 단막극에 출연했는데 그분이 ‘연기는 못하고 인기만 있는 게 스타다. 너의 지금 모습은 스타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스타보다는 배우가 되자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많은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고 어떤 이들처럼 ‘미니시리즈나 주말드라마만 한다’는 식으로 종류를 따지지 않게 됐어요. 젊은 배우도 많은데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이창훈은 아내가 첫딸을 출산하면서 일부러 공백기를 가졌다. 화학자이던 그의 아버지는 늘 연구에 몰두해 있던데다 이창훈이 여섯 살 때 세상을 떠나 아버지의 사진을 봐도 별다른 추억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아이에게만큼은 사랑을 듬뿍 주고 싶었다고. 또한 출산 후 1년 안에 아이의 심리 상태가 결정된다는 말을 듣고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주고 싶어 일부러 쉬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아내 김미정씨(28)가 임신했을 당시 늘 아침밥을 직접 차려줄 정도로 자상한 남편이지만 사실 결혼 초기에는 방황도 많이 했다고 고백한다.
“처음엔 적응이 안됐어요. 결혼 전 분가해 10년을 혼자 살다 결혼하니 저 자신이 없어진 것 같았어요. 예를 들어 술을 마시고 있으면 아내로부터 전화가 와요. 당연히 걱정돼서 전화한 건데 저는 ‘의심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구속감이 느껴져서 제 인생이 끝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효주가 태어나고도 힘들었죠. 그 즈음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한 여자분을 만났는데 그분이 제게 ‘예전에 참 좋아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유부남에 아이 아빠까지 되셨으니 어디 팬 하겠어요?’이러시더라고요. 그분이야 웃으며 농담처럼 얘기하셨지만 전 엄청난 바위가 날아온 것 같았어요.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배우로서의 인생을 버림받은 느낌이 들었죠. 그런데 그 기간을 넘기고 나니 큰 행복을 느껴요. 저희 형제가 1남 4녀고, 홀어머니라 늘 여자들과 살면서도 정작 힘든 얘기를 하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술을 마시지 않아도 아내와는 정말 속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더라고요. ‘아, 이래서 배우자를 두고 인생의 반쪽, 동반자라고 하는구나’ 하고 깨달았죠. 그리고 가만히 아이 얼굴을 보고 있으면 천국에 있는 것 같아요. 저 혼자만 힘들어하다 어느 날 돌아보니 정말 크고 소중한 존재가 둘이나 있었던 거죠.”

두 살배기 딸 사랑에 푹~ 이창훈 행복 세레나데

딸 효주의 백일 때 아내 김미정씨와 함께한 모습. 이창훈은 요즘 장인이 운영하는 회사에도 출근 중이라고 한다.



인기는 평생 가질 수 없지만 가족은 평생 자신이 지킬 수 있는 보물이라는 이창훈. 오롯이 혼자이던 삶에 두 여자가 더해지고 나서는 일과 동료를 마주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사람들과 두루 사귀기보다는 일을 위한 일을 하며 자만하고 나태한 모습을 보였다면 공백기 이후 현장에 돌아온 그는 여유로운 마음과 미소를 지니게 됐다고. 이창훈은 “직업이 배우이지, 인생이 배우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사람들과 융화되지 못한 채 내 일만 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가정을 사랑하듯 일 안에서 사람들과 사랑하고 웃으며 살자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 가지 더 바뀐 게 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뒤로 달고 살던 두통이 사라진 것. 사실 총각시절 이창훈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자신에 대해 수군거리는 것이 싫었다고 한다. 밖에 나설 땐 늘 모자를 썼고, 누군가 그를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하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지만 결혼 후 아내와 함께 동대문 거리를 나서도 즐겁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창훈은 “사람들이 건네오는 인사에도 자연스럽게 화답하고 웃는 나를 발견했을 때는 신기할 정도였다”며 “결혼 전보다 결혼 후가 100% 만족이라고는 못하지만 싱글일 때보다 1대 9 정도로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요즘 그는 후배들이 “결혼하니 좋으시냐”고 물을 때마다 적극 추천하는 결혼전도사가 됐다.



아내의 한마디, 딸의 작은 몸짓에도 행복 한가득
이창훈은 인터뷰 내내 행복이란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그런데 요즘 느끼는 행복 중 하나는 바로 운동이다. 공백기 동안 흐트러진 몸매를 관리하기 위해 열심히 운동을 했는데 주위 사람을 비롯해 아내도 반기는 분위기다.
“저는 나이 드는 게 좋아요. 여유롭고 자연스러워지잖아요. 물론 얼굴이 늙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형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운동을 했죠. 쉬는 동안 턱살이 많이 쪄서 열심히 운동했는데 동료들이 ‘왜 이렇게 얼굴이 작아졌어?’라면서 ‘얘가 대체 뭘했지?’라는 눈빛을 보내더라고요. 아내도 좋아해요. 집에서 쉴 때는 늘 운동하라고 채근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집에서 속옷만 입고 있으면 ‘이 남자가 어디서 속옷만 입고 다녀!’ 라고 해요. 아기를 안고 있다가도 제 옆에 와서 스윽 한번 상체를 만지고 가기도 하고요. 뿌듯하죠(웃음). 무엇보다 재밌는 건 자꾸 ‘누구누구가 예쁜 거 아냐?’라고 물어봐요. 특히 이번 드라마에 이유리·서지영씨와 함께 출연하는데 유리씨는 깜찍하게 생긴 반면 지영씨가 섹시미가 있어서 그런지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요. 아내가 참 귀여운 질투를 해주죠.”
아내뿐 아니라 이창훈 본인도 귀여운 질투 중이다. 딸 효주에게 아내의 신경이 몰릴 때면 “나도 좀 봐주라”라며 투정을 한다고.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예쁜 딸”이라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효주가 아침에 깨서 혼자 노는 걸 보고 다가가면 팔을 올려서 안아달라고 해요. 밤중에 울다가 제가 안아주면 기대어오는 것도 크나큰 행복이죠. 사실 아내와 결혼 전 데이트를 많이 하지 못한데다 바로 아이가 생겨 서운하긴 하지만 둘보다는 셋이서 데이트를 하는 게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두 살배기 딸 사랑에 푹~ 이창훈 행복 세레나데


이창훈은 아내, 딸과 함께 행복하고 안정된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 기반에는 그동안 배우생활을 하며 열심히 축적해온 부가 한몫한다.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는 이유리가 “이창훈을 재테크의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한 그의 재테크 노하우는 뭘까. 이에 대해 이창훈은 “그저 열심히 모았다”고 말한다.
“늘 ‘저를 찾아줄까’하는 불안감이 있어요. 사실 스타라고 해도 집 없는 사람이 허다해요. 그래서 일단은 돈을 안 썼어요. 무조건 저금하고 절약해서 집을 샀죠. 그렇다고 무턱대고 아끼진 않아요. 스태프 회식 등에서는 아끼지 않지만 저 자신에겐 안 썼어요. 친한 선후배가 원하는 생일 선물이 뭐냐고 물어보면 청바지나 재킷을 달라고 해서 옷도 거의 사 입지 않았는 걸요. 아내와 함께 ‘효주 다 키우고 나이 들어 예쁘게 살자’ 며 열심히 절약하고 있어요. 10년 만기 적금도 몇 개 들었고, 효주 교육비와 노후를 지낼 돈은 마련해놓은 것 같아요. 평소 제가 아버지로 모시고 있는 한진희 선생님이 정말 부지런하시거든요. 힘들지 않냐고 여쭈면 ‘한 달 쉬어봤는데 더 불안하다’고 하세요. 일이 삶의 일부이자 낙인 듯해요. 한진희 선생님이 가정과 일을 잘 지켜가듯 저도 연기, 삶 적인 면 모두 그분의 길을 걸어갈 거예요. 배우이자 생활인으로서 살아가는 모습 잘 지켜봐주세요.”

여성동아 2010년 4월 5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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