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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SEX TALK

섹스, 오르가슴 그 이상을 탐하다

글 신동헌 사진제공 Rex

입력 2010.04.07 13:45:00

건강한 부부는 육체적·정신적 소통을 통해 행복에 이른다. 배우자와의 깊은 교감을 통해 자신이 진정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 오르가슴 이상으로 가치 있는 것이다.
섹스, 오르가슴 그 이상을 탐하다


섹스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중에서도 섹스는 궁극의 형태에 가깝다. 남녀가 하나가 되어 서로가 무엇을 느끼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완벽하게 공유하는 것.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은, 섹스라는 완벽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갖춘 사이에 분쟁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그런 완벽한 수단을 갖추고도 트러블은 일어날 수 있다. 참혹한 트러블의 시나리오를 제3자 입장에서 본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먼저 여자 쪽에서 말한다. 우리 이야기 좀 하자고. 직접적으로 대화를 제의했으나 남자 쪽에서는 귀찮다는 듯한 태도로 일관한다. 뻔한 얘기 뭐 하러 하느냐는 식이다. 이는 화해의 제스처로 내민 손에다가 발길질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가 난 여자는 마음에도 없는 심한 말을 하고, 거기에 흥분한 남자는 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 싸움의 시작이다. 그리고 남자 쪽에서 다시 화해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면 이번에는 “이야기 좀 하자”가 아니라 옆구리를 푹푹 찌르며 몸으로 대화를 나누려 한다. 같은 남자 입장에서 변명을 하자면 그냥 사과하기는 머쓱하니까 좀 달큼해진 상태에서 화해의 말을 건네고 싶은 거다. 그런 상황에 무슨 섹스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아시다시피 남자에게 ‘상황’이란 별로 중요한 섹스의 방해 수단이 아니다. 어차피 부부 사이에 싸움 좀 했다고 못하느냐는 게 보편적인 남자의 사고방식인 거다(남자인 내가 봐도 참으로 단순하다).
이게 관대한 부인 덕분에 잘 넘어간다면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좋은 형태로 마무리가 되는 거지만, 정말 상황 파악 못하고 부인 기분은 알지도 못한 채 무작정 찔러댄 거라면 ‘부부 강간’이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되어버린다.
우리나라 정서에는 익숙지 않은 개념이지만, 사실 ‘부부 강간’은 서구에서는 보편화된 개념이다. 서구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부부 사이라고 하더라도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에서의 섹스는 불법이다. 하물며 회교 국가에서도 점차 부부 사이의 강간죄를 인정하는 분위기인 걸 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부부간 성적 강압에 대해 관대했는지 알 만하다(‘남자의 성적 강압’이 아니라 ‘부부간 성적 강압’이라고 표현한 건 부인에 의한 강간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강간’이란 뭘까? 모르는 남자가 여자를 납치해서는 통성명도 안 하고 섹스를 하려고 하는 것? 안 된다는 데 강제로 하는 것? 목에 칼을 들이밀고 반대 의사는커녕 숨도 제대로 못 쉬게 하고 들이미는 것?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커뮤니케이션 없이 하는 모든 섹스’가 강간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면 연인 사이에 술을 얼근하게 먹이고 하는 첫 섹스도 강간이고, 부부 싸움 후에 완력으로 화해하려 하는 것도 강간이다. 물론 같은 의미에서 피곤하다며 잠 좀 자자는 남편 물건을 붙잡고 무자비하게(?) 흔들어서 관계를 맺는 것도 강간이다.

파트너와의 교감 없는 섹스는 더 이상 섹스가 아니다

섹스, 오르가슴 그 이상을 탐하다


섹스 이외에도 수많은 수단을 이용해 끊임없이 교감하고 동감하며 감동해야 할 부부관계에서, 섹스할 때조차 교감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 문제다. 그런 섹스는 돈을 주고 하는 섹스보다 나을 바가 없다. 한쪽의 의사만 반영된 섹스라면 분명 강간이고, 어느 쪽 모두 육체만을 탐한 거라면 원나이트스탠드나 마찬가지다. 마음은 떠나 있어도 몸만 곁에 두면 된다는 건, 주객이 전도된 집착일 뿐이다.
커뮤니케이션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문제는 좀 어려워진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의사 소통 수단이 다르고, 당신의 파트너와 결혼한 사람은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은 누구나 변하게 마련이다. 남편이 총각 시절에 좋아하던 의사 소통 수단은 이미 효력이 다했을 수도 있다. 그건 당신이 더 이상 이대 앞 옷가게에 관심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로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니 끊임없이 알아내려고 노력해야 하며, 당신의 변화 또한 남편에게 알려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걸 꼭 알려줘야 아느냐고 한다면 그게 바로 의사 소통을 포기한다는 의미이자,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또한 섹스 도중에는 긍정과 부정의 표현을 분명히 해둬야 할 필요가 있다. 좋은데 싫다고 하고, 싫은데 좋다고 하는 건 결혼 전까지다. 내숭을 떨 때와 솔직해져야 할 때는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라는 건 아니다. 의견이 상충될 때는 합의점을 찾는 과정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 그 과정이 싫다면 평생 싫은데 좋은 척하는 수밖에 없겠지만.
커뮤니케이션 부족을 해결하기는 의외로 쉽다. 지금 이 칼럼이 있는 페이지를 슬쩍 펴서 남편 눈에 띄는 곳에 놓아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남자란 ‘섹스’란 글씨가 써 있으면 뭐가 됐든지 간에 한 번 보게 마련이니까. 남편 쪽이 거부하는 입장이라면 툴툴거리며 타박하는 대신 바이브레이터 같은 물건으로 대안을 찾고, 당신도 노력하고 있음을 슬쩍 알려주는 게 좋다. 남편이 제멋대로 밀고 들어오는 게 불만이라면, 싫다고 짜증내며 거부하는 대신 손이나 입을 이용해 원하는 걸 충족시켜주는 방법도 있다. 남편이 한숨 돌리고 난 후 차근차근 지금은 왜 하기 싫었으며, 그럴 땐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를 말해주면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 무조건 “싫다는데 왜 그래”라는 말은 사정을 원하는 남자들에게, 특히 이 여자와는 섹스를 할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 남자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세상을 또다시 떠들썩하게 만든 인면수심의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 김길태는 사람들과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졌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성폭행범’이라는 단어가 그걸 의미하는 거니까. 비단 김길태처럼 자폐 기질이 있는 성폭행범이 아니더라도 이성과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여러 여자와 잘 수는 있겠지만, 한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인생은 여러 이성과 함께 살아가는 게 아니다. 당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건 결국 당신의 노력과 당신의 파트너다.
신동헌씨는 … 라틴어로 ‘카르페디엠’, 우리말로는 ‘현재에 충실하라’는 좌우명대로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살고 있다. 결혼 4년째로 죽을 때까지 아내를 지루하지 않게 할 자신에 넘친다.

여성동아 2010년 4월 5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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