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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 짐승남 한정수 최장군과 똑 닮은 파란만장 연기인생

글 문다영 사진 조영철 기자 || ■ 의상협찬 본 티아이포맨 ■ 헤어&메이크업 순수

입력 2010.03.16 11:15:00

대박 드라마에는 꼭 사랑받는 신예 스타가 있다. KBS 드라마 ‘추노’에서 오지호 장혁 등 쟁쟁한 톱스타들 사이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이 남자, ‘최장군’ 한정수가 그렇다. 오랜 무명생활 끝에 서른일곱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세인의 주목을 받게 된 한정수의 스타 등극기.
‘추노’ 짐승남 한정수 최장군과 똑 닮은 파란만장 연기인생


“아직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겠어요. 거의 촬영장과 집, 아니면 이렇게 인터뷰 장소만 오가니까요. 인터넷을 보기는 하는데 왠지 거짓말 같아요. 미디어가 만들어낸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아직 제 인기를 못 믿겠어요.”
긴 무명생활을 끝내고 자신의 존재를 알린 한정수(37)는 아직 그 인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출연하는 ‘추노’를 볼 때도 “내가 출연한 드라마라 생각 못하고 재미있게 본다”며 “아주 가끔 나보다 멋진 내가 드라마 안에 있음을 느낀다”며 수줍게 웃는다. 또한 극중에서 종종 등장한 탄탄한 몸매 덕분에 붙은 ‘짐승남’이라는 별명에도 몸 둘 바를 몰라 한다.

한정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추노’
하지만 쑥스러워하는 본인과 달리 한정수 주변인들은 지금의 인기는 모두 본인이 쏟은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추노’의 ‘최장군’ 역은 톱스타들도 탐냈던 역할인 까닭에 신인배우까지 합해 1백 명이 넘는 연기자가 지원했다. 그들을 제치고 오디션을 통해 당당히 배역을 꿰찬 한정수는 누구보다 ‘최장군’에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워낙 유명한 분들이 많아 제가 그 역을 맡는다는 것에 반대도 많았어요. 앞서 출연한 드라마 ‘한성별곡’과의 인연으로 출연하게 됐다고 오해하는 분들도 있죠. 하지만 곽종환 PD(‘한성별곡’연출)님은 친분으로 역할을 줄 분이 아니에요. 일례로 촬영장에서 욕이라도 한마디 더 듣는 게 저인 걸요. 항상 따끔하게 지적하시죠. 그래서 저도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는데 결과가 좋아 다행입니다.”
185cm의 큰 키 때문에 여배우들과 촬영할 때면 긴 다리를 좌우로 쩍 벌리고 연기한다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하지만 촬영현장 분위기는 웃음기 없이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하다고 한다. 이종혁·김지석 등 입담 좋기로 소문난 배우들이 많은 것에 비하면 의외의 분위기. 이에 대해 한정수는 “촬영장 밖에서 회식하고 어울릴 때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사람들이지만 현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모두 자기 일에 집중하는 열정이 대단하다”며 “남들이 보면 팀워크도 좋지 않고, 시청률이 3%도 나오지 않는 드라마라고 생각할 정도”라고 설명한다. 그 역시 처음엔 삭막하다고 느꼈지만 이제는 드라마의 인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몰두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열정적으로 보인다고.
외모도, 맡은 배역도 무뚝뚝한 남자의 전형처럼 보이는데 정작 한정수는 재미있는 사람이다.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은 면은 극중 ‘최장군’과 비슷하지만 진지한 표정에서 나오는 재치 있는 입담이 한정수의 본모습이다. 멈출 수 없는 개그 욕심 탓에 PD에게 혼이 나기도 했다.
“드라마 초반에 책방에서 송태하의 과거를 추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대사도 아니고 표정을 미묘하게 바꿨다가 혼이 났어요. 왕손이·대길이가 불쑥 내뱉는 유머로 튀는데 저까지 그러면 혼란스럽대요. 전 사실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의 태봉(윤상현)과 비슷한 성격이에요. 진지하지만 여유 있고, 유머 있는 사람이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역이기도 해요. (목소리를 한 톤 높여) 아줌마~ 하고요(웃음).”
개그 욕심은 억눌러야 하지만 너무도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한정수. 그는 ‘추노’로 인해 나 몰라라 하던 사람들이 친한 척 다가오고, 예전에 없던 관심과 열의를 보여주는 것에 배신감도 들고 화도 난다고 한다.
“사실 살짝 우울해요. 배신감 때문이 아니라 문득 배우들이 불쌍하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인기라는 게 정말 한순간이잖아요. 지금 인기 있다고 해도 불과 한두 달 지나면 기억해주지 않을 수도 있고요. 그런 생각을 하면 허무해요. 그래서 인기를 바라보고 배우를 하면 절대로 안 되겠구나 결심하는 계기가 됐어요.”

“한때는 모두 포기하고 농사지을 생각도 했어요”

‘추노’ 짐승남 한정수 최장군과 똑 닮은 파란만장 연기인생




한정수는 27세에 연기라는 분야를 알게 됐다. 남보다 늦은 나이, 그 세월 동안 그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모두 해봤고 시행착오도 겪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 고 한창화씨의 아들인 한정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시절 축구선수로 뛰었으며, 미대생, 경제학도, 밴드 데뷔까지 남들은 한 번 해보기도 힘든 이력으로 젊은 날을 빼곡히 채웠다.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5년 내내 반장을 도맡았고, 공부도 반에서 1등이었어요. 그러다 아버지로 인해 축구를 시작했죠. 체대 시험을 봤는데 떨어져서 재수를 하던 중에 미술로 진로를 바꿨어요. 어릴 때 어머니가 ‘넌 소질이 있으니 미술을 하라’고 하신 말이 떠올라 부랴부랴 준비했는데 미대에 합격했죠. 하지만 제가 섬세한 성격이 아니어서인지 잘 맞지 않아 다시 시험을 치러 경제학과에 들어갔어요.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미쳐 지낼 정도로 재미있고, 잘 맞았어요. 그러던 중에 우연히 밴드에 들어가 베이스 기타를 치게 됐고, 한 음반사와 계약까지 했는데 어쩌다 보니 댄스가수로 데뷔까지 하게 됐어요. 96년에 활동했던 2인조 남성그룹 ‘데믹스’중 한 명이 바로 저예요(웃음). 앨범이 망하고 나서 방황의 시기가 있었어요. 그러다가 드럼 치던 친구에게 연락이 와서 가보니 극단이더라고요.”
27세 때 극단에 첫발을 디딘 그는 8개월 동안 포스터 붙이기 등 궂은 일만 도맡아 했다. 하지만 호기심에 읽어본 스타니슬라프스키의 ‘배우수업’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는 “이런 분야가 있었구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물밀듯 밀려왔다”며 “연기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이듬해 서울예대 영화학과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막상 입학하고 보니 그의 동기들은 모두 꿈많은 20대 초반이었고, 남들보다 늦은 출발선에 선 한정수는 “당장 무언가라도 해야겠다”는 조바심이 들었다. 한정수는 당시 한 영화잡지 마지막 장에 한국영화 제작상황과 연락처가 기록된 것 중 ‘캐스팅 중’으로 표기된 곳을 모두 체크해서 돌아다니며 오디션을 봤다. 그러다가 만난 작품이 2000년 출연한 영화 ‘튜브’였다.
하지만 그 후도 쉽지는 않았다. 오디션으로 힘겹게 따낸 배역이 촬영 직전에 영화사와 연계된 소속사 배우에게 돌아가는 등 안 좋은 일들을 겪었다. 그래서 포기할 생각도 여러 번 했다.
“시골 가서 농사지을 생각도 했어요. 영농후계자, 정부의 저리 대출 등을 알아봤을 정도였죠. 그 즈음 서산에 사는 친한 동생을 도와 반나절 동안 감자를 캤는데 허리가 부러지겠더라고요. 아, 안되겠다 싶어 귀농은 접었죠(웃음). 그 후로도 친한 형님이 ‘다 정리하고 배 한 척 살 건데 같이하자’해서 어부가 될까 생각도 해봤고, 호주에 사는 지인들이 ‘너 거기 있느니 이제 그만 포기하고 와라. 열심히 하면 한국보다 의식주 해결 편할 거다’라고 이민을 권유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딱 한 가지 생각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한 번 정도는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던 거죠. 전 운이 좋은 편은 아니에요. 그래서 남들 일생에 기회가 세 번 온다면 전 아무리 운이 좋지 않아도 한 번은 오겠지라고 생각했어요. 초반에 모델 일을 하며 CF를 많이 찍어둔 덕분에 수입이 좀 있었던 것도 계속 그 기회를 기다릴 수 있게 해줬던 것 같아요. 이제 좀 알려졌지만 아직 그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더 노력해야죠.”

“나는 수목극의 남자”

‘추노’ 짐승남 한정수 최장군과 똑 닮은 파란만장 연기인생


‘한성별곡’으로 시작해 ‘왕과 나’, ‘바람의 화원’, ‘추노’까지 그가 출연한 드라마는 모두 사극 복장 차림이다. 하지만 인터뷰 때 정장 차림으로 만난 그는 사극에 어울릴까 싶을 정도로 도회적이고 서구적인 외모의 남자다. 사극 특유의 대사가 익숙해졌다는 그 역시도 자신은 현대극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사실 전 사극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모델 활동을 할 때 친해진 오지호와 십년 지기인데 지호와 제 이미지가 비슷해서 촬영장에선 다들 저희 둘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죠. 저와 지호도 그랬어요. 함께 출연이 결정된 걸 알았을 때 전 지호에게 ‘넌 대체 역할이 뭐냐. 외국 선교사냐’이랬고, 지호도 ‘뭐 형도 마찬가지잖아’라며 농담을 했죠. ‘추노’가 끝나면 SBS 드라마 ‘검사 마타하리’에서 머리도 자르고 말끔한 정장차림의 검사 모습을 시청자에게 보여줄 예정이에요. 6개월 동안 기른 머리를 자른다 생각하니 후련하네요.”
‘바람의 화원’, ‘추노’에 이어 새 작품 ‘검사 마타하리’도 수목극이다. 그래서 “수목극의 남자냐”고 질문했더니 한정수는 “맞다. 수목극이라서 선택했다”는 답을 내놓는다. 그는 대부분의 대작 드라마가 수·목요일에 편성된다며 수목극이 미니시리즈의 메이저리그라고 생각한다고. 더욱이 이번엔 ‘왕손이’역 김지석이 MBC 수목극에, 같은 소속사 식구이자 친한 동생인 문근영이 KBS 수목극에 출연해 한 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한정수는 “두 경쟁 드라마는 캐스팅도 좋고 홍보도 어느 정도 돼 있어서 초반에 강세일 것 같다”며 “하지만 나는 강한 상대를 만나는 걸 좋아해서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기와 힘이 생겨 더 열심히 할 것 같아서다.
이제 막 날개를 펴기 시작해서일까. 늦은 나이지만 결혼에 딱히 얽매이고 싶지 않다는 한정수는 다른 분야에 욕심을 내고 있다. 개그 욕심이 있는지라 언젠가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보고 싶고,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제 롤모델이 조니 뎁이에요. 남자배우 중 섹시하단 말이 어울리는 배우이기도 하지만 제가 순수한 이야기, 동화 등을 좋아해서인지 조니 뎁이 맡았던 역할도 너무 좋아해요. 사실 한국에선 환상적인 스토리의 작품을 찾기 힘든 게 현실이라 일기도 억지로 쓰고 책도 많이 읽으면서 시나리오를 써보려고 해요. 하지만 그전에 많은 분에게 ‘쓸 만한 배우 한정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연기할 겁니다.”

여성동아 2010년 3월 5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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