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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여행작가 한은희 제안! 길 따라 느리게 여행하기

경북 청도로 떠나는 가족여행

“할머니댁 다락처럼 숨겨진 보물 가득”

글&사진 한은희

입력 2010.03.09 10:26:00

경북 청도의 남북을 잇는 25번 국도와, 그것을 열십자(十) 형태로 가로지르는 20번 국도는 진귀한 물건과 맛있는 먹을거리가 꼭꼭 숨겨져 있던 할머니네 다락 같다. 옛 석공의 손길과 현대 작가의 솜씨를 비교 체험하고,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공간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낸다. 온 가족이 이 길을 따라 천천히 여행하면 한결 가까워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경북 청도로 떠나는 가족여행

1 극락전에서 바라본 대적사 경내 풍경. 2 붉은 벽돌로 둥근 천장을 만든 와인터널 내부. 3 와인터널 입구. 그 옆으로 대적사로 오르는 길이 이어진다. 4 소싸움.



1백 년 세월 뛰어넘는 타임머신 와인터널
청도의 남북을 잇는 25번 국도는 좌우로 대구부산고속도로와 경부선철도를 끼고 달린다. 청도 교통의 동맥이나 다름없는 이 길을 따라 청도의 대표적인 관광지들이 자리하고 있다. 첫 번째로 들러볼 곳은 청도군 화양읍 송금리 와인터널이다. 경부선 철도용으로 대한제국말기인 1904년에 만든 것임에도 일본 연호가 새겨져 있다. 터널 입구 위쪽에 ‘대천성공(代天成功), 명치 37년’이라고 씌어 있는데, ‘천황이 하늘을 대신해 사업을 완수했다’는 의미의 일본 왕 찬양문구라고 한다. 터널 안으로 들어서면 붉은 벽돌을 둥글게 쌓아올린 내부 구조를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벽돌 곳곳이 거뭇한 것은 1백 년 넘은 오랜 세월 탓이기도 하고, 한동안 이 터널을 오갔던 증기기관차가 내뿜은 검은 연기의 그을음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은 청도와인에서 생산하는 ‘감와인’ 저장고이자 시음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절집 대적사 극락전
와인터널 주차장에서 터널 옆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100m쯤 올라가면 고즈넉한 절집, 대적사가 있다. 이 사찰은 신라 제49대 임금인 헌강왕 2년(876)에 보조선사 체징이 창건했으나 전란에 불타 사라졌다가 조선시대에 중건됐다고 전해진다. 경내 가장 오래된 건물은 금강문을 지나 처음으로 만나는 극락전(보물 제836호)이다. 조선 인조 13년(1635)경 중건된 이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그리 크지 않은 규모다.
눈여겨볼 것은 건물을 받치고 있는 기단이다. 단정하게 쌓아 만든 보통 절집의 기단과 달리, 이곳의 기단엔 바다가 담겨 있다. 넓은 H자 모양의 기단 곳곳에 거북이와 게, 연꽃이 새겨져 있고, 기단 위로 오르는 계단 양옆에는 여의주를 문 용과 물고기, 파도와 태극 문양이 어우러져 영락없이 바다를 옮겨놓은 듯하다. 산속 절집 기단을 이렇듯 바다로 꾸며놓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기단 위에 자리 잡은 극락전에 그 답이 있다.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듯 사람들이 지혜와 깨달음을 얻어 반야용선을 타고 극락으로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곳이 바로 극락전이다. 바다를 형상화한 기단 위에 세워졌으니 극락전 그 자체가 극락으로 향하는 배나 다름없다. 이 전각(殿閣)을 등지고 앉으면 고요한 바람소리 가득한 숲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농사꾼 소의 대변신 청도 소싸움축제
25번 국도 변에는 청도소싸움경기장도 있다. 이곳에서 올해로 21회째인 청도소싸움축제가 3월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 동안 열린다. 소싸움은 농한기를 이용해 농부들이 자신이 키우는 소의 힘을 겨루던 놀이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싸움소를 따로 키우지만, 예전엔 농사짓던 황소가 농한기에 선수로 나섰던 셈. 전국의 싸움소는 약 6백 마리인데, 그중 1백 30여 마리가 청도소싸움축제에 출전한다. 소싸움은 비슷한 체급끼리 치른다. 몸무게 600~660kg(병종), 661~750kg(을종), 751kg 이상(갑종)으로 체급이 분류된다. 몸집이 가장 큰 갑종 소들의 싸움이 가장 볼만하다고 한다. 싸움소의 기량에 따라 보통은 20분, 길게는 2시간여 동안이나 싸움이 지속된다. 온몸으로 열기를 뿜어내며 힘을 겨루던 소들 중 어느 하나가 등을 돌리고 달아나야 승패가 가려진다. ‘딱딱’ 소리를 내며 뿔과 머리를 맞대고 싸우다가 힘의 균형이 상대편으로 기울어 불리해진다 싶으면 소가 등을 돌리는 것. 싸움이 끝나면 전력을 쏟아부은 소들은 쓰러져 한동안 일어서지 못할 정도다.
소싸움을 흥미진진하게 즐기려면 마음속으로 응원할 소를 정하는 것이 좋다. 목과 다리가 짧고 눈이 부리부리하며 뿔이 위쪽으로 솟아 있는 소가 싸움에서 유리하다고 한다. 소싸움축제기간엔 경기장 밖에서도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소 등에 올라타보는 로데오 체험, 소여물을 직접 만들어 먹여보는 전통우사 체험, 볏짚으로 전통가옥을 만들어보는 미니 움집과 미니 초가집 만들기 체험 등이 준비된다.
문의 www.청도소싸움.kr

경북 청도로 떠나는 가족여행

1 전시관에서는 다양한 도예작품을 만날 수 있다. 2 아트밸리 오부실 전시관. 3 아트밸리 오부실 전시관 입구에 있는 작품. 편안히 웃고 있는 작품을 보노라면 저절로 방문객의 마음에도 웃음이 인다.





실험정신 가득한 도예창작공간 아트밸리 오부실
소싸움경기장 앞에서 용암온천 방향으로 진입해 유등으로 넘어가는 고개 위에 올라서면 왼편으로 ‘오부실’로 들어가는 길이 이어진다. 오부실은 화양읍 고평리에 있는 자연부락의 이름으로, 도예가 최희준씨가 6년 전 이곳에 새 둥지를 틀었다. 본래 최씨의 고향은 풍각면 성곡리인데, 성곡댐이 생기면서 고향이 수몰되는 바람에 이곳에 터를 잡았다. 마침 오부실이 고향 마을과 비슷한 풍경을 가졌다고 한다.
최씨는 3년에 걸쳐 자신의 작업공간이자 외부와 소통하는 공간인 3층짜리 건물 ‘아트밸리 오부실’을 지었다. 건물의 골격을 이루는 H빔과 섀시 등의 공산품만 기술자에게 부탁하고 나머지는 그의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 나무 하나하나, 타일 하나하나 직접 자르고 못질하고 붙여 완성했다. 건물 안 어디에서나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인데, 2층에서 바라보는 해질 녘 경관이 특히 아름답다. 집을 감싸듯 펼쳐진 산맥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이 장관이라고 한다.
1층과 정원은 그의 작품 전시공간이다. 정원 곳곳에 웃음 가득한 얼굴 작품들이 놓여 있어 그 공간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을 웃게 만든다. 1층 전시장 안에 전시되어 있는 생활도예품도 정겹다. 최희준씨는 대형 도예작품을 중심으로 활동하지만, 그릇에도 상당한 애정을 갖고 있다. 한 작품을 만들더라도 다양한 흙을 사용해 빚어보고, 어떤 것이 손에 더 잘 잡히는지 연구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덕분에 한사람이 작업한 작품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꽤 많은 종류의 생활도예품을 만날 수 있다. 작업과정이 까다롭다는 타원형 그릇과 다구도 많다. ‘쓰임새가 좋은 그릇을 빚고 싶다’는 작가의 소박한 마음이 담겨 있는 그릇들이다. 건물 뒤편엔 전통가마와 작업실이 있다. 그곳에서 도예체험도 이루어진다. 밥그릇이나 머그잔 등을 직접 만들거나 초벌구이 된 그릇에 그림 그리는 체험이 예약제로 운영된다. 체험료는 기본 1만원이다.
문의 010-6377-2719 http://cafe.daum.net/obus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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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복원한 청도읍성. (우) 도주관 앞에 서 있는척화비.



우리 조상의 지혜와 솜씨 석빙고·읍성·도주관·척화비
오부실에서 고평리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내려오면 청도천을 건너 화양읍내로 들어선다. 이곳에서 조선 석공들의 솜씨를 살펴볼 수 있다. 20번 국도 변에 산재한 석빙고와 도주관, 척화비, 청도읍성 등 청도의 옛 영화를 보여주는 유적들이다. 청도가 과거에 행정의 중심지였음을 알리는 유적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청도읍성 옆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워두면 편리하다.
화양읍 동천리 청도석빙고(보물 제323호)는 조선시대에 얼음을 저장하던 곳이다. 어른 키보다 깊게 땅을 파서 만든 석빙고는 바닥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얼음이 녹아 생긴 물이 자연스레 개천으로 흘러가도록 설계한 것이다. 돌을 잘라 둥글게 홍예를 만들고 그 위로 흙을 두껍게 덮어 얼음이 녹지 않도록 했다. 땅을 깊이 파고 흙을 두껍게 덮는 이런 제작 방식 때문에 본래 석빙고의 내부 구조를 눈으로 확인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청도석빙고는 천장을 덮었던 흙이 무너지고 없어 홍예구조물 4개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석빙고 중 경주석빙고(보물 제66호)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석빙고 앞에는 논둑처럼 보이는 낮은 성곽구조물이 있다. 청도읍성의 성곽이다. 고려시대부터 이곳에 돌과 흙을 섞어 쌓은 읍성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남아있는 것은 조선 선조 23년에 돌로 고쳐 쌓은 것이다. 도로변으로 내려와 길을 건너면 남아 있는 옛 성곽과는 사뭇 다른, 복원된 청도읍성을 만날 수 있다. 읍성 입구에 늘어선 공덕비는 역대 군수들의 선정을 기리는 것으로 위쪽을 장식하고 있는 도깨비·호랑이·용 등의 다양한 문양이 볼만하다.
청도읍성을 따라 위쪽으로 가면 향교가, 화양읍내로 내려가면 도주관과 척화비가 있다. 시도문화재 제212호로 지정된 도주관은 조선시대 청도군의 객사다. 도주관이라 이름 붙인 것은 청도를 고려시대부터 ‘도주’라고 불렀기 때문. 조선 현종 때 지어진 도주관은 임금님에게 배례를 올리던 정청을 중앙에 두고 양옆으로 숙박시설이 달렸다. 중앙의 정청이 화양면사무소로 사용되면서 바닥과 벽이 손상됐고, 오른쪽 날개건물은 일제강점기에 헐려서 신사를 짓는 데 목재로 사용됐다. 최근 복원을 마쳐 옛 모습을 되찾았다. 도주관 밖에 세워진 작은 비석은 조선 말기인 고종 때 외세침략을 거부하는 대원군의 의지를 새긴 척화비다. 원래 도로변에 있었으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도주관 앞으로 옮겨놓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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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들과 함께 만들 수 있는 움직이는 나무인형 오토마타. 2 공간 곳곳에 이곳이 문화발전소임을 알리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3 마을회관을 빌려 쓰는 조경현 작가의 ‘꿈꾸는 공작소’.



가족 단위 목공체험교실 꿈꾸는 공작소
화양읍에서 20번 국도를 따라 풍각면으로 가면 풍각농공단지로 길이 이어진다. 그 옆 현리리에 미술창작공간 ‘꿈꾸는 공작소’가 있다. 이곳은 화가 조경현씨와 그의 아내가 함께 작업하는 작업실이자 문화 나눔 공간이다. 회화를 전공했지만 지금은 나무를 소재로 한 작업을 더 많이 하는 조경현씨가 생업으로 생활가구를 만들면서 아이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목공작업도 하고 있다.
그의 작업공간은 마을 입구에 자리한 2층 건물이다. 마을회관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빌려 1층은 커다란 나무를 잘라 가구를 만드는 목공작업장으로, 2층은 방문객에게 무형·유형의 꿈을 불어넣는 상상작업공간 ‘꿈꾸는 공작소’로 꾸몄다. 그가 도시를 벗어나 청도의 조용한 산촌에 자리 잡은 것은 자연을 가까이하면 꿈꿀 시간이 많아지고, 더불어 꿈꿀 수 있는 것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는 이곳에서 여러 활동을 한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과 가구를 제작하고, 산으로 올라가 아지트를 짓기도 하며, 산책 중에 얻은 다양한 재료로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호박에 한지를 붙였다 떼어 만든 호박등, 새가 둥지를 만들듯 자잘한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둥지등, 집 뒤편 대숲에서 얻은 대나무로 뚝딱 만든 대나무피리 등이 그것이다. 아이들이 나뭇조각을 직접 자르고 붙이며 목공창작을 하면 재미있을 뿐 아니라 창의력도 길러진다.
매월 마지막 주말에만 열리던 목공체험교실이 3월부터는 ‘목공카페’에서 상시 열린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싱크대와 테이블도 만들었다. 규모가 큰 가구 체험 등은 예약필수다. 체험료는 체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기본 5천원부터.
문의 054-373-5517 http://cafe.naver.com/hyunriri

여행길 대구부산고속도로 수성IC로 나와 우회전, 월드컵삼거리에서 우회전해 가다가 경산사거리에서 다시 우회전, 25번 국도를 따라가면 남성현재를 넘어 송금리에 닿는다. 송금리 교회 앞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와인터널과 대적사가 있다. 송금리 교회 앞으로 돌아나와 25번 국도를 따라가면 길 왼쪽에 청도소싸움경기장이 있다. 경기장 앞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용암온천 입구 삼거리다. 그곳에서 좌회전해 경부선 굴다리 아래로 진입하면 오부실로 진입하는 고갯길이다. 고개 정상에서 오부실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 아트밸리 오부실을 돌아본 후 마을 안길을 따라 내려오면 전원주택단지가 있는 청도문화마을을 지나 혼신지(저수지)에 닿는다. 혼신지를 지나 삼거리에서 왼쪽 고평리 강변길로 진입해 약 1.4km를 달리면 오른쪽으로 고평교가 보인다. 다리를 건너 눌미리를 지나면 20번 국도와 만난다. 그곳에서 우회전해 가다 화양삼거리에서 화양읍내로 좌회전해 청도읍성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석빙고~도주관·척화비~청도읍성 순으로 돌아본다. 화양읍내 길을 관통해 20번 국도로 좌회전 합류 후 약 8.6km 직진하다 풍각교차로에서 우회전, 풍각농공단지 방향으로 진행한다. 농공단지 진입로를 지나 다음 사거리에서 현리리 방향으로 좌회전 진입해 작은 다리를 건너면 길 오른쪽으로 2층 건물이 보인다. 그곳이 꿈꾸는 공작소다. 귀가 길은 20번 국도를 이용, 청도읍으로 돌아와 25번 국도와 만나면 좌회전해 대구부산고속도로 청도IC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먹을 곳 유등삼거리에 있는 생오리숯불구이 전문점 알미뜸(054-373-5246), 화양읍 청도 석빙고 인근의 돼지수육전문점 코보식당(054-373-5588), 이서면 양원리의 짬뽕과 피자 전문점 니가쏘다쩨(054-373-9889) 등을 이용하면 된다.
잠잘 곳 화양읍 삼신리의 용암웰빙스파(054-371-5500 www. yongamspa.co.kr)는 땅속 1000m에서 솟아오르는 43℃ 게르마늄 유황온천수가 객실까지 공급된다. 인근에 크고 작은 숙박시설이 밀집해 있다. 여행길과 좀 멀지만 운문사가 있는 운문면 신원리의 운문산자연휴양림(054-371-1323 www.huyang.go.kr)과 후레쉬모텔(054-371-0700)도 괜찮다.

여성동아 2010년 3월 5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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