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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바리 김종민 ‘1박2일’ 최고 브레인으로 거듭날까

글 김인구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일간스포츠 제공

2010. 02. 17

지난해 말 군 복무를 마치고 방송에 복귀한 김종민. 그가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앞세워 안방극장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군 복무 기간 동안 돈 주고도 하지 못할 소중한 인생경험을 했을 뿐 아니라 책을 열심히 읽어 조금은 똑똑해진 것 같다는 김종민의 예능 복귀 뒷얘기 & 버라이어티 생존담.

어리바리 김종민 ‘1박2일’ 최고 브레인으로 거듭날까

‘1박2일’ 멤버 이승기 은지원에게 ‘납치’ 당해 팀에 합류하는 김종민



김종민(31)이 2년여의 군 복무(공익근무요원)를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 12월18일KBS 간판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팀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법원 앞에서 김종민을 ‘납치’했다. 그를 만나기 위해 모인 취재 카메라 앞에서 소집해제 신고식을 치르던 중이었다. 서울 고등법원 경위로 근무하면서 입었던 제복 그대로 그는 꼬박 이틀간 경기도 가평에서 ‘1박2일’을 촬영했다. 이날 끌려간 것은 결코 연출된 상황이 아니었다. 김종민도 놀랄 만큼 ‘리얼’이었다. 원래 그는 군에 입대하기 전 ‘1박2일’의 여섯 번째 멤버였다. 그러나 2년의 공백기 동안 ‘1박2일’은 더 강력해졌고, 강호동·이승기를 비롯해 그의 자리를 대신한 MC몽 등 멤버들은 최고의 엔터테이너로 성장했다. 이제는 그가 막내다.
지난 1월3일과 10일 김종민이 합류한 가평 에피소드가 전파를 탔다. 김종민이 먹을거리를 놓고 주어진 퀴즈를 척척 맞히는 모습이 주의를 끌었다. ‘어리바리’가 최고의 브레인으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저 스스로도 의외였지만 군 복무 중에 책을 많이 읽었어요. 초반에 주식 공부를 하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그 다음엔 다양한 책을 봤습니다. 패션지도 보고, 프랑스의 유명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파피용’ 등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그때 읽었던 게 문득문득 생각나는 거예요.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죠(웃음). 호동이형한테 제가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니까 ‘책 읽지 마라’고 농담 섞인 조언을 하시더라고요. 제 캐릭터가 ‘어리바리’인데 애써 만든 재미있는 캐릭터가 없어진다고요.”
그가 합류한 날 ‘1박2일’의 순간 시청률이 40%대까지 치솟았다. 그는 군 입대 전에 보여줬던 본능적인 예능의 끼를 끌어내며 프로그램에 스며들었다.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10%만이라도 내 몫을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이었다.
“부담스럽고 걱정도 됐죠. 제가 없는 동안 잘 자리 잡은 프로그램을 저 때문에 망치면 어떻게 하나 하고요. 호동이형이 정말 많은 배려를 해주셨어요. 다른 멤버들도 고맙고요. 저만 열심히 하면 되는 상황입니다.”
‘스타킹’ ‘샴페인-이상형 월드컵’ ‘라디오스타’ 등 김종민이 출연한 다른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도 일제히 올랐다. 순식간에 ‘김종민이 출연하면 잘 된다’는 좋은 징크스가 퍼졌다.
“징크스까지는 아니에요(웃음). 시간도 많이 흘렀으니 이제 나아지고 성숙해져야죠. 그리고 2년 전보다는 확실히 ‘아주 조금’ 똑똑해진 것 같습니다.”

군 복무 기간 동안 돈으로 살 수 없는 인생 경험 해
저마다 군대생활에서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게 마련인데, 김종민은 특히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한다. 입대 전에는 김종민 역시 어쩔 수 없는 ‘연예인’이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소속사 매니저들이 개인 생활에 필요한 것까지 도와줬기 때문에 행정처리를 위해 동사무소에 가서 주민등록등본을 떼거나, 은행에 가서 공과금을 납부할 일이 없었다. 중학교 때부터 댄스에 빠져 있었으므로 더더욱 일반 사회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군대에서는 이 모든 걸 직접 해야 했다. 처음으로 각종 공과금도 내보고, 건강보험료도 납부했다. “아, 이런 거였구나” 하는 걸 직접 체험했다.
“군대에서 잃은 건 CF 몇 개 정도?(웃음) 나머진 진짜 많은 걸 배웠죠.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이때 아니면 어떻게 사회생활을 경험할 수 있었겠어요. 예전에 연예 활동 외에 여러 가지 부업을 하다가 실패했는데 이젠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어리바리 김종민 ‘1박2일’ 최고 브레인으로 거듭날까


그의 평소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법정에서 근무한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법정에는 인간의 희로애락이 다 섞여 있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민첩성과 임기응변 능력도 키웠다. 본의 아니게 법정에 선 유명인들도 많이 봤다고.
“누구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분들이 다녀가셨죠. 정·재계 인사는 물론 연예인들도 있었어요. 얼굴을 마주해야 해서 난처했죠. 한번은 법정에서 일반인 가족끼리 싸우는 것을 말려서 퇴장시키다가 엘리베이터에 함께 갇혀서 옴짝달싹 못한 적도 있어요. 순간 짧은 정적이 흐르는 게 참 어색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 와중에 가끔씩 자신을 면회와 준 리쌍의 길은 아직도 생각나는 고마운 사람이다. 점심 휴식시간에 종종 들러서 밥을 사주고 가곤 했다. 길의 집이 법원과 가까운 방배동이라고 해도 그에겐 ‘감동’ 이상이었다.



옛 연인 현영에겐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김종민은 사람들과의 관계, 인연, 신뢰를 중시한다. 군대를 다녀온 이후에 이러한 믿음이 더 커졌다. 자신을 예능 프로 패널로 적극 추천해준 강호동과 신정환, 군대 시절에 우정을 나눈 천명훈과 하하,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믿어준 방송 관계자들, 그리고 그룹 코요태 데뷔 이후 고락을 같이했던 옛 소속사 동료들은 모두 잊을 수 없는 존재다. 그중에서도 옛 소속사 동료들과의 결별은 특히 아쉽다고 한다.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지만 결국 김종민의 소집해제 후 서로 다른 길을 택했다. 여기에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한다.
“제가 없는 사이 전 소속사의 형편이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더 이상 함께 가기에는 버겁게 된 거죠. 서로 원만하게 제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새롭게 코요태를 시작하는 것에도 어느 정도 양해가 된 상황입니다.”
김종민은 소집해제 전부터 신지와 수많은 대화를 통해 코요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합의점을 찾았다. 우선 싱글 앨범을 시작으로 가수 활동도 늘려갈 계획이다. 걸림돌이 있다면 최근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 빽가다. 역시 군 복무 중이던 빽가는 지난해 12월 갑자기 뇌종양 판정을 받아 팬들을 놀라게 했다. 당분간 치료와 요양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평소에 ‘잘 안 들린다’ ‘눈이 안 좋다’라고 했던 게 다 종양 때문인 것 같아요. 귀가 답답하다고 해서 귀도 파주고 그랬는데, 그걸 떠올리니 더 미안했습니다.”
김종민에게는 미안하고 죄송한 사람이 둘 더 있다. 한 사람은 어머니, 또 다른 사람은 이미 결별한 현영이다. 어머니는 사람 좋은 김종민이 유일하게 싫은 소리를 하는 대상이다. 아들이 엄마에게 하는 일상적인 투정이다. 가장 가깝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함부로 하게 되어 늘 미안하고 죄송할 따름이다.
“실은 아버지가 고2 때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차를 주차하던 중 절벽 아래로 추락해 세상을 떠나셨어요. 그 이후 어머니가 하신 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그러나 철부지였던 저는 아무것도 도와드리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버지 사망 후 한 달동안 멍하니 허송세월하다가 어느 날 불현듯 스치는 게 있었어요. 이래가지고는 아무것도 안 된다. 내가 뭔가 해야 한다. 그래서 이전까지는 취미로만 하던 댄스를 본격적으로 하게 됐습니다.”

어리바리 김종민 ‘1박2일’ 최고 브레인으로 거듭날까


김종민과 연인 사이였던 현영은 그의 소집해제를 앞두고 한 방송을 통해 전역 축하 메시지를 전했고, 이에 대해 김종민은 “현영씨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죄송하다’는 것은 군 복무 중에 교제와 결별이 알려진 탓에 현영 혼자서 고스란히 짐을 짊어진 것에 대한 미안함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역을 축하해줘 고맙다는 의미였다.
두 사람의 교제는 김종민이 군에 있던 2008년 초 열애설이 터지며 알려졌다. 다소 의외였지만 순수하고 진지한 만남에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김종민이 군 복무를 마치기 전에 두 사람의 인연은 결별로 막을 내렸다. 이유가 궁금했지만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김종민이 직접 밝힌 결별 이유는 “성격 차이”였다.

지금은 마이너스 통장 인생, 전원주택이 꿈
김종민은 당분간 사랑보다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다. 자신을 기다려준 지인들과 팬들을 위해 뭔가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서두르지는 않더라도 그의 존재가치를 입증해 보일 필요가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세계는 때론 냉혹하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안다.
“러닝머신에서 뛰면서 늘 체중관리를 합니다. 이런 게 정신무장의 기본이니까요. 26세 때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한지라 조심해야 해요. 살이 너무 찌면 허리에 부담이 오니까요. 여행도 다녀오고 싶지만 당분간은 참으려고 해요.”
김종민은 소집해제를 하자마자 여러 방송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그가 ‘예능의 핵’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적인 반응이 더 많다. 강호동·유재석이 MC를 양분하는 체제가 몇 년간 계속되고 있고, 아직까지 이들을 대신할 만한 후계 구도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종민은 소위 ‘강호동 라인’이면서 ‘유재석 라인’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지금은 ‘1박2일’이나 ‘스타킹’ 등으로 강호동과 밀접한 인연을 맺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입대 전에는 유재석과 많은 프로그램을 함께 한 경험이 있다.
“호동이형은 매서운 조언을 아끼지 않는 형이고, 재석이형은 존경하지만 아직도 어려운 형이에요. 전 누구의 라인보다는 시청자가 좋다면 어디라도 갈 수 있는 방송인이 되고 싶습니다.”
김종민은 군대생활을 하면서 돈의 중요함도 새삼 깨달았다. 이전엔 분별없이 부업을 ‘저지른’ 경우도 있었으나 이젠 ‘관리’라는 걸 알게 됐다.
“아직은 마이너스 통장 인생이에요. 공익근무 월급이 교통비와 차비 다 합쳐서 20만원 정도여서 그동안 생활비로도 빠듯했죠. 이전에 모았던 돈은 전혀 관리를 못했고요. 이제부터는 좀 잘해야죠.”
김종민에게 1억원이 생긴다면 무엇부터 할까? 그의 대답은 확실했다.
“땅을 살 겁니다.(웃음) 저수지가 있는 교외에 전원주택을 짓고 어머니 모시고 사는 게 꿈이에요.”
2년의 공백기 동안 김종민은 훨씬 강해졌다. 만남과 결별을 경험하고, 사회생활의 참맛을 체험한데서 오는 여유가 느껴졌다. 그는 더 이상 ‘어리바리’가 아니라 미래를 계획하고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엔터테이너였다. 하지만 원래의 순수함 만큼은 잃지 않았다. 상대를 기분좋게 하는 선한 웃음이 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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