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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결혼은 미친 짓이다 ①

‘톰과 제리’ 김경민 이인휘

철없는 순수남편 VS 남편 잡는 여전사 아내

글 이설 기자 사진 홍중식 기자 사진제공 SBS E!TV

2010. 01. 19

“한때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인생을 끝내려 하다가 당신의 모습을 봤습니다. 아이들을 돌보다 지쳐 잠든 당신을 보며 한없이 울었어요. 늙고 한물간 3류 개그맨이라 손가락질당해도 내 곁에 있어줘 고마워요.” 남편을 ‘돌머리’라 구박하는 아내도 7년 만의 진심 어린 프러포즈에 폭포수 같은 눈물을 쏟아냈다. 쑥스러워 마음에 담아뒀던 김경민·이인휘 부부의 진한 부부애.

‘톰과 제리’ 김경민 이인휘


“Friday? 달걀 프라이 하나 부쳐달라고? 근데 mouth는 왜 ‘마우트’가 아니고 ‘마우스’지?”
“아이들한테 영어 가르치지 말라니까, 이 돌머리야~.”
케이블채널 E!TV ‘결혼은 미친 짓이다’(이하 결미다) 한 회 방영분에서만 벌써 5번째다. 코미디언 김경민(41)은 아내 이인휘씨(35)에게 주로 ‘돌머리’라 불린다. 이날은 아들 푸름이(7)보다 못한 영어 실력으로 집중 구박을 받았다. 아내의 특기인 ‘조인트 까기’도 수차례 당했다. 아이들까지 덩달아 아빠를 툭툭 치고 지나간다.
SBS ‘스타 부부쇼 자기야’에 출연한 뒤 김경민·이인휘 부부는 ‘돌머리 시리즈’를 낳았다. ‘돌머리 시리즈’란 김경민이 아내에게 ‘돌머리’ 소리를 들은 에피소드다. 머리에 물만 묻히고선 씻은 척하다가 ‘돌머리’, 행사 갔다가 돈 대신 광어회 한 접시를 받아와서 ‘돌머리’, 찜질방에서 외박하는 주제에 곶감까지 먹었다고 ‘돌머리’. 매회 ‘돌머리 시리즈’는 업데이트된다. 아직 풀어놓지 않은 에피소드도 수십 가지다.
지난 12월 중순 경기도 가평 청평암에서 촬영 중인 부부를 만났다. ‘결미다’는 매회 주제를 달리한다. 이날은 지나치게 센 아내의 기를 꺾기 위해 부부가 절을 찾아 상담하는 내용이었다. 촬영 현장은 소박했다. 부부와 아들 푸름이, 딸 아름이(3)가 편안한 차림으로 기자를 맞았다. 남편은 생각보다 큰 키에 실제 비듬이 많았고(프로그램에서 아내는 남편의 비듬을 청소기로 빨아들인다), 아내는 실물이 훨씬 아름다웠다. 시선을 의식한 듯 김경민은 곧바로 야구 모자를 썼다.

#“신혼 3개월까지만 해도 여렸던 아내가 나 때문에 돌변”

‘톰과 제리’ 김경민 이인휘


“사람들이 저더러 남편 너무 잡는다고들 하지 않아요? 안티 시청자분이 많을 것 같아요. 사실 평소보다 살살 하는 건데….”
아내는 대뜸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물었다. 청평에 사는 부부는 바깥 나들이할 일이 많지 않다. 더구나 아내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바쁜데다 인터넷도 하지 않아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어둡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과 기자의 지인들 반응을 토대로 “처음에는 그랬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그럴 만하다’는 사람들이 많더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아내는 안심한 기색이고 남편의 표정에는 억울함이 스친다.
“너무 과격하다고 생각하는 분도 많을 거예요. 한 번씩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여성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주로 주부들이 같이 사진 찍자고 인사를 건네시더라고요. 남자분들은 불편한 기색으로 뚱하게 쳐다보시고요.”
아내가 느낀 체감반응은 일리가 있다. 주부들은 ‘동네북처럼 얻어맞는 남편’ 너머의 사정을 이해한다. 곱던 아내가 험한 아낙으로 변한 배경, 남편을 괴롭힐 수밖에 없는 심정을 알기에 무조건 아내를 탓하지 않는다. 김경민도 이 점을 수긍했다.
“5개월 연애하고 결혼해서 신혼 3개월까지는 아내 목소리가 야들야들했어요. 한데 코미디언 생활이 잘 안 풀리고, 사람을 좋아하고 철이 없어서 가정을 잘 못 챙기고 하다 보니 이렇게 변한 거죠. 그래도 지금은 좀 심한 거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알려졌듯 그간 김경민은 수입이 들쭉날쭉했다. 그래프로 표현하자면 아래쪽에 머물며 간혹 상승선을 그었다. 그는 행사진행을 하거나 자영업을 병행하는 다른 연예인과 달리 개그맨 일만 하고 있다. ‘라인업’의 패널로 출연할 때 잠깐 반짝했지, 그 외 7년 결혼생활은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부부가 단지 경제적인 이유로 티격태격하는 것은 아니다. 남들과 조금 다른 부부관계에 대한 두 사람의 변은 이렇다.

‘톰과 제리’ 김경민 이인휘

부부의 10년 후 꿈은 “통장에 돈을 가득 쌓아 푸름·아름이를 훌륭히 키우는 것”이다.





“‘결미다’의 모습 90%는 실제 생활과 흡사해요. 화면에 나오지 않는 10%는 남편이 기죽어 사는 이유예요. 화만 나면 잠수를 타서 촬영할 수가 없거든요. 부부가 다투면 화해를 하고 훗날을 도모해야 하는데 남편은 그냥 도망쳐버려요. 한번 나가면 몇 날 몇 달씩 안 들어오고. 생각을 해보세요. 제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겠어요? 신혼 때는 그걸로 엄청 싸웠는데 3년째 부터 해탈했어요. 반쯤 포기하고 반쯤 요령이 생겨서 집을 나가더라도 제 사정권 아래 두고 관리해요.”
“아내는 저더러 ‘당신이 끝으로 가니까 자신도 끝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해요. 하지만 저는 아내가 먼저 시작한다고 봐요. 한번 살아보세요. 정말 무서워서 안 나갈 수가 없어요. 저도 사람이니 가끔 화날 때가 있는데, 그냥 말로 화해하고 감정을 수습할 상황이 아니라서 나갔다 오는 거죠. 물론 잘했다는 건 아니에요.”
가까운 관계에서 싸움은 자연스럽다. 중요한 것은 화해하는 과정. 미운 점도 보듬고 이해하려 노력하면 관계가 더 단단해진다. 서로를 코너로 내몰고 가출과 외박으로 끝맺음을 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올바른 화해가 아니다. 부부도 이 점을 잘 안다.

‘톰과 제리’ 김경민 이인휘


“저는 나가도 동네 찜질방에 가만히 있어요. 하루 용돈이 5천원이라 딴 데는 갈 수도 없어요. 찜질방도 가끔 외상을 깔고 가는 거예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오면 서로 진정이 되니, 이것도 나름의 화해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찜질방에만 있는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웃음). 처음에는 이틀 정도 안 들어오면 걱정하느라 잠을 못 잤어요. 눈이 퀭해서 팬더가 됐죠. 한데 지금은 건드리면 날아가는 남편의 영혼을 이해하려 해요. 그게 습관이 되니 이제는 남편이 집에 계속 있으면 어지럽고 산만해요. 장기간 외박은 금물이지만 이것도 서로 맞춰가며 사는 우리 부부만의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정말이지 남편은 저를 만나지 못했으면 한 푼도 못 모으고 깨갱했을 거예요.”

#“얼른 자리 잡아 가까운 후배들 끌어주는 게 꿈”
아내는 집 밖에서도 간혹 여걸 기질을 드러낸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편이라 ‘약간’ 위험한 상황에서도 할 말을 다 한다. 동네 아이들이 헬멧 없이 모터사이클을 타거나 담배를 피우면 훈계를 놓는다. 반면 무거운 짐을 든 할머니를 보면 빼앗다시피 짐을 받아든다.
“아내가 속마음은 참 따뜻해요. 강자한테 강하고 약자한테 약한 모습을 보면 멋있죠. 근데 학생들을 혼낼 때는 꼭 저를 옆에 세워둬요. 받아든 할머니 짐은 저한테 건네고요.”
무서운 아내가 가장 예뻐 보이는 순간은 아플 때다. 아프면 힘이 없어서 잔소리도 못하고 남편에게 기댄다. 그러면 잠깐이나마 착했던 예전 아내가 돌아온 기분이다. 두 번째로 예쁠 때는 ‘결미다’를 촬영할 때다. 평소 자신의 말에 콧방귀도 안 뀌지만, 촬영할 때만은 머리 맞대고 의논하며 최선을 다해 임한다.
처음에 아내에게 ‘결미다’ 출연은 다소 부담스러웠다. 집, 아이들, 부부생활 등 평소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출연 후 후회한 적은 없다. 현장 분위기가 좋아 남편과 공감대도 깊어졌고, 시청률도 나쁘지 않아 성취감도 크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남편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높아진 것. 김경민은 “불쌍하게 사는 남편”으로 남자들의 연민 섞인 지지를 받는 사이사이 빛나는 유머감각으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남편은 코미디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요. 늘 코미디를 생각하고 연구하죠. 걷다가 먹다가 이야기하다가도 웃기는 상황이 오면 즉각 응용해요. 그렇게 웃기니 막 싸우다가도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곤 해요. 열심히 해서 남편이 방송 주변부가 아닌 방송의 다운타운에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7년 결혼생활을 하면서 고비도 많았다. 이혼생각을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안 한 부부가 있겠느냐”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럼에도 상대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들.그리고 또 무엇이 아쉬운 걸까.
“속상할 땐 매일매일 이혼을 생각해요. 하지만 남편은 장점도 많아요. 잔돈을 떼먹거나 청소를 안 하고서 했다고 하는 사소한 거짓말을 빼면 참 정직해요. 아이들을 정말 많이 아끼고요.”
“못 참겠다 싶은 건 순간이고, 아내에게 고맙죠. 이 사람만큼 없는 돈 모아가며 아이들 키워주는 여자가 어디 흔하겠어요. 다만 성격만 좀 바꿨으면 좋겠어요. 포악한 성격을 조금만 유순하게.”
남편의 말에 아내는 “쌓아두는 것보다 표현하는 게 낫다. 그래도 난 뒤끝은 없다”고 대꾸한다. 이에 “뒤끝은 없는데 앞이 너무 강하다”는 남편. 이내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깔깔깔 웃으며 뒤로 넘어간다. 유머코드에 있어서는 빠지지 않는 찰떡궁합. “결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비슷한 유머가 또 나왔다. “부부간에는 무엇보다 믿음이 중요하죠. 신용, 대출, 뭐 이런 거요. 여보, 대출 좀 해줘~.” 아내의 말에 기자는 멀뚱한데 돌아보니 남편은 웃느라 숨도 못 쉰다.

‘톰과 제리’ 김경민 이인휘


김경민은 선후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기로 유명하다. 최국·이동엽 등은 집에 들락거리며 이인휘씨와도 막역하게 지낸다. 후배를 남편과 똑같이 부려먹는 모습을 보고 놀란 시청자도 있지만, 그만큼 친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이동엽은 부부가 데리고 산 적이 있어 친동생 같은 마음이다. 남편의 꿈은 “일이 잘 풀려서 주변 사람을 이끌어주는 것”이다.
“1인자보다 방송을 길게 하고 싶어요. 우리 푸름이·아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죽기 1주일 전까지 개그를 할 거예요. 또 친구인 김구라·지상렬처럼 잘 돼서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아내의 꿈은 좀 더 소박하다. 2009년 좋은 일이 많았으니 새해에는 남편이 분발해서 이미지도 바꾸고 방송활동을 활발히 했으면 한다.
“남편 직업이 변수가 많아 경제적으로 조금만 안정됐으면 좋겠어요. 아이 하나 가르치는 게 굉장히 힘들거든요. 또 남편이 새해에는 자주 씻고 옷도 깔끔하게 입었으면 해요. 나이에 걸맞은 책임감도 가졌으면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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