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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아이리스’ 에필로그

글 이정연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0.01.18 18:03:00

2009년은 김태희에게 잊을 수 없는 한해다. ‘아이리스’로 연기력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그는 어려운 숙제를 끝낸 것처럼 시원한 표정이었다. 스무 살에 데뷔해 어느덧 서른, 그가 연기자로서의 애환과 아직도 여운이 남아 있는 ‘아이리스’ 촬영 뒷얘기를 들려주었다.
김태희 ‘아이리스’ 에필로그


지난 12월 중순 40% 가까운 시청률로 막을 내린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여주인공 최승희 역을 맡아 열연한 김태희(30). 드라마 종영 다음 날 만난 그는 감기에 시달리고 있었다. 무려 10개월 간의 대장정으로 체력이 떨어진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희는 “드라마에 대한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 기쁘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태희는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에서 뚜렷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것과 관련해 ‘예쁘게 잘 포장된 CF 스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이리스’에 캐스팅됐을 때도 ‘잘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동안 노력이 부족했나봐요. 연기력에 대해 지적을 많이 받았어요. 그것도 관심의 한 부분이고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곤 했지만 한편으론 속도 상했어요. 이번엔 기대 이상으로 좋게 평가해주셔서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연기에 대해 칭찬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얼떨떨했지만 기뻤어요. 물론 이러다 언제 또 밑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하지만요(웃음).”
최승희 역은 처음엔 그의 몫이 아니었다. 먼저 캐스팅 물망에 오른 손예진이 고사하면서 김태희에게 돌아간 것. 김태희는 “그분이 하셨으면 더 잘했을 것”이라며 “‘아이리스’가 기획된다는 기사를 보고 무조건 내가 하고 싶었다. 제안이 왔을 때 ‘덥석’물었는데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00년 CF 모델로 데뷔, 10년 만에 연기 궤도에 안착한 그에게 한 감독은 ‘늦둥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고 한다. 김태희는 스스로에 대해 “센스도 좀 없고 철도 늦게 든 거 같고 받아들이는 것도 좀 느리다”고 말했다. 고집이 세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게 아니라 상처를 잘 받는 편이라 다치지 않기 위해 방어벽을 쳐놓고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기를 시작하고 고민이 많았어요. 이 길에 대한 확신이 없어 답답했죠. 하지만 여러 작품을 통해 조금씩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이렇게 갇혀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예계에 발을 디딘 후 성격이 날카로워지고 예민해졌지만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는 걸 배웠어요.”

“극중 현준과 승희의 예쁜 사랑, 저도 부러워요”
이번 드라마에서 가장 화제가 된 건 김태희·이병헌의 애정신. 그는 “일본 아키타에서 찍은 멜로 신이 예쁘게 그려져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말했다. 승희가 화이트데이 선물을 주지 않는다고 토라지자 현준(이병헌)이 자신의 입에서 승희의 입으로 큼지막한 사탕을 건네주며 한 ‘사탕키스’는 연인들 사이에서 신드롬처럼 번졌다. 김태희는 이 장면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제가 비위가 좋아서 그런지 사탕키스 장면을 촬영할 때 큰 거부감은 없었어요(웃음). 사실 사랑하는 연인끼리 더한 애정행각도 많이 하잖아요. 저도 극중 현준과 승희의 아름다운 사랑이 부러웠어요.”
사랑에 빠진 연인을 ‘리얼’하게 표현한 탓일까. 드라마가 끝날 무렵 그와 이병헌과의 열애설이 방송가에 떠돌았다.

“시청자와 팬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스태프나 출연진은 옆에서 보면 다 알잖아요. 그분들은 그런 관계가 절대 아니란 걸 다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했어요.”
극중 이병헌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이병헌이 그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는 설정이 있었다. 누가 봐도 별로 어색하지 않은 이 장면이 김태희 자신은 “너무 어색했다”고 털어놓았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과 오뚝한 코, 야무진 입술,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국가대표급 미모임에도 그는 예상보다 겸손했다.
“어떤 분은 눈 코 입이 커서 시원해 보인다고 하시는 데 그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부담스러울 때가 더 많아요. 얼굴 표정과 대사가 밸런스가 맞아야 하는데 눈 코 입이 크면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김태희는 차기작으로 정통 멜로물을 하고 싶다고 한다.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처럼 잔잔하고 애잔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다는 것.
“제가 멜로 장르를 못해본 게 ‘한’이 돼서(웃음), 조금이라도 젊을 때 진한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멜로는 상대 남자 배우가 있어야 한다.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싶은 남자 연기자를 꼽아 달라고 하자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재치있는 답을 내놓았다.
“어떤 분이 한류 4대 천황(이병헌 장동건 송승헌 원빈) 가운데서 고르라고 해서 생각해 봤는데요, 이병헌씨는 한번 해봤고 장동건씨는 애인 고소영씨가 있으니까 빼고 송승헌씨나 원빈씨 중에서 좋다는 분과 하고 싶어요(웃음).”
그의 대답을 듣고 나니 차기작이 궁금해진다. 끊임 없는 노력으로 새로운 장을 열어 가고 있는 김태희. 그는 2010년 가장 기대되는 배우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김태희 ‘아이리스’ 에필로그

김태희는 ‘아이리스’로 연기력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여성동아 2010년 1월 5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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